아누비스의 문 1 - 털에 뒤덮인 얼굴
팀 파워즈 지음, 이동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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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흔히 sf소설이라고 하면 어렵지 않을까하는 선입관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도 그럴것이 말그대로 과학소설이라서 과학을 바탕으로 한 내용이 많이 나오는데 과학의 지식이 일상화되어있지 않은 보통 사람들로서는 그리 쉽게 읽히지 않는것이 사실이다.하지만 그렇게 어렵게 쓴 책은 어떻게보면 대중을 의식하지 않은 안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이 읽어서 이해할수 있게 쓰는것이 올바르지 않을까. 하지만 과학적인 이론이란것이 내용에 들어가게 되면 그 자체로 이해하기 어려운것이 되버리는수도 있기 때문에 전적으로 지은이만 탓할순 없긴 하다. 좀 쉽게 잘 쓰여진 과학소설을 찾아 읽어볼밖에 없을지도 모르겠고.

여기 어렵지 않게 잘 쓰여진 한편의 과학소설이 나왔는데 '아누비스의 문'이다. 소재도 우리가 흔히 잘 아는 시간 여행을 기본으로 삼아서 현재와 과거를 왔다갔다하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과거의 모습을 손안에서 보듯 섬세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

주인공인 도일은 윌리엄 애쉬블레스를 연구하는 영문학자인데 어느날 대부호인 대로에게 거액을 받는대신 시간여행을 같이하자는 제안을 받는다. 그가 그런 제안을 받은것은 그가 클리지라는 시인의 전기를 썼기 때문인데 시간여행의 목적이 그 클리지의 강의를 듣기 위함이었다. 시간 여행을 해서 과거로 들어간 도일은 그러나 현재로 돌아오지 못하고 과거의 시대에서 살게되는데 이 시간여행을 알게된 닥터 로마니일당에 의해서 여러가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과연 그들의 음모가 성공을 해서 역사가 바뀌게 될것인가. 그렇다면 시간 여행장치는 존재하게 될것인가.

시간 여행이라는 것은 인간의 오래된 꿈일것이다. 그것을 소재로한 많은 작품들이 소설로 영화로 나왔고 나오고 있고 앞으로도 나올것이다. 진부한 소재인긴 하나 과거에 더 잘했었더라면 하고 욕심을 내는 인간의 마음이 있는한 없어지지는 않는 소재일것이다. 사실 시간 여행에 관한 과학적인 진실은 '모른다'이다.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고 가능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지만 아무튼 현실에서는 아무도 해보지 않은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시간의 틈이라는 공간을 이용해서 시간 여행을 하는것으로 설정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시간의 틈을 이용해서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는 인간의 전형적인 욕망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는 필연적으로 역사의 바뀜이란것이 등장하게 마련이다.여기서도 역사를 바꾸어서 한 나라를 멸망시키려는 악당의 무리가 나온다. 무대가 19세기의 영국 런던을 그리고 있는데 어두침침한 뒷골목의 분위기가 소설에서 나오는 음모등과 어울려서 묘한 울림을 느끼게 했다.

사실 처음 읽으면 조금 헷갈리는 부분도 나온다. 책 제목에서 유추하듯 이집트와 관련된 용어들이 나오고 과거와 현재, 영국과 이집트를 오가면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많은 등장인물이 있어서 앞장을 넘길지도 모르겠다. 정신차려서 안보면 이것이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분이 안 갈때도 있다. 하지만 처음에만 잘 넘어가면 전체를 통괄하는 느낌이 오면서 이야기가 잘 읽힐것이다. 그런점에서 책의 첫부분에 주요 등장인물들에 대한 설명을 해놓은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어떤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간략한 소개를 해놓아서 이해가 안될때 찾아보면서 이야기에 몰입할수 있었다.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를 사용했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사람에 있을것이다. 바로 주인공인 도일이다. 별 힘도 못쓸꺼 같은 학자인 그가 과거에 남겨지고 납치된 상태에서도 잘 헤쳐나가면서 사건을 풀어가는 것이 힘이 있어 보였다. 그가 과연 역사를 바꿀 생각은 없었을까하는 생각도 해보면서 재미있게 읽었다.

과학소설이긴 하지만 역사이야기가 나오니 역사소설이기도 하고 영국과 이집트를 오가는 모험소설이기도 하겠다. 과학소설을 처음 읽어보는 사람에게는 조금 낯선 면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렵다는 편견을 버리고 찬찬히 읽어내려간다면 지은이인 팀 파인즈가 주는 공포스러우면서도 괴이한 이야기의 세계에 잘 적응하게 될것이다.

책은 꼼꼼하게 잘 만들어졌다. 번역도 괜찮고 제본상태나 표지디자인도 깔끔하다. 책 뒤쪽에 옮긴이의 주를 달아서 관련 용어나 역사적 사실들을 상세히 적어준것이 좋았다. 다만 띠지의 광고 문구는 좀 호들갑스러운 면이 있는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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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누헤 1
미카 왈타리 지음, 이순희 옮김 / 동녘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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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시누헤...책을 다 읽고 나서 나온 감탄사다. 참 매력적인 삶을 살았고 그의 인생을 따라가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적도 여러번이라서 책을 끝마쳤을땐 긴 여행을 끝낸듯한 느낌이 들었다.

시누헤는 고대 이집트의 한 의사이야기이다. 그가 태어나서 겪고 여행하고 결국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서 늙을때까지의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는데 역사상의 실제 배경을 바탕으로 그려진 일종의 팩션 소설이라고 할수있다. 하지만 고국인 이집트를 떠나 여러나라를 돌아다니면서 겪었던 일들이 많기 때문에 일종의 기행,모험소설이라고 할수도 있다.

이야기는 시누헤가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그가 태어난 순간부터 시작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태어난것은 모른다. 왜냐하면 그는 갈대배에 실려 떠내려온 것을 어머니가 되는 키파에 의해서 구해져서 결국 그집에서 길러졌기 때문이었다.
그의 아버지인 센무트는 의사였고 그당시 풍습에 따라서 그의 아들도 의사로 키우기로 한다.우여곡절끝에 의사 수련 과정을 끝낸 시누헤. 하지만 그는 한 창부의 유혹에 집의 전재산을 잃고 부모님까지 돌아가시게 만든다.

결국 그 상황에서 벗어난 시누헤는 이집트를 떠나기로 하고 하인 카프타와 함께 긴 여정에 오른다. 의사라는 직업으로 인해 다른 나라에 가서도 어느정도 위치에 오르지만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친구인 이집트 군인 호렙헵의 부탁을 들어서 주위 나라들을 돌아다닌다. 미탄니, 바빌론, 히타히트 등 이집트의 안전을 위협하는 국가들의 동정을 살피는 시누헤. 전쟁에 휘말리기도 했던 시누헤는 파라오인 아케나톤의 주치의가 되어 그의 사상을 지지하기도 하지만 광기가 난무하는 그 시절의 혼란의 틈속으로 휘발려들어가게 되면서 그의 운명도 예기치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는데...

고대 이집트의 이야기를 다룬 책들은 많다. 많은 수가 이집트 황제를 중심으로 다루었는데 반해 이 책은 평범한 의사를 주인공으로 삼아서 단순한 이집트의 모습만 그린것이 아니라 그당시 주변국들까지 이야기에 끌어들임으로써 흥미를 더욱더 자아내게 했다.

우선 시누헤라는 인물에게 느낀점을 말하라면 '선함'이라는 것이다. 그의 아버지의 영향도 물론 받았겠지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무료로 진료를 하고 주위 사람들 특히 노예를 대하는 행동을 보면 그의 마음씨를 알수있다. 물론 어느정도는 우유부단한 면도 있고 창부에게 빠져서 모든것을 잃는 부분에선 어리석음도 느껴진다. 하지만 그는 평생에 걸쳐서 양심에 크게 어긋나게 행동하지 않았고 항상 그 자리에 안주하지않고 더 많은 지식을 얻기 위해 행동에 나선것들이 참 좋게 보였다.

그리고 시누헤의 모험을 더욱더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그의 노예인 카프카였다. 비록 눈하나 없고 몸도 뚱뚱한 볼품없는 노예에 불과한 그였지만 시누헤를 잘 보살피면서도 수완을 발휘하여 나중에는 이집트에서 손꼽히는 거부가 된다. 물론 그 중간에 노예신분에서 벗어나지만 그는 끝까지 카프카에 대한 충성을 저버리지 않는다. 아마 그가 현대에 태어났으면 큰 장사꾼으로 칭송을 받았을것이다. 어떨땐 좀 답답하게 보이는 시누헤에 비해서 눈치빠르고 넉살 좋은 그의 등장으로 인해서 더욱더 재미난 소설이 되었다고 생각이 든다.

그밖에 당시 고대 이집트사람들의 일상,문화,종교,경제 그리고 정치와 전쟁등의 사실들이 세밀하고도 치밀한 묘사로 인해서 요즘 일어나는 것처럼 사실적이게 잘 표현되어서 고대인들의 생활모습을 짐작할수 있게했다. 특히 당시 잇었던 시체 처리인등의 직업은 호기심을 더욱더 불러일으키게 했다.

그리고 이책에서 나오는 파라오인 아케나톤에 대해서는 그의 사상이 그당시로써는 참으로 획기적이고 혁명적이었겠으나 역시 광기에 사로잡혀서는 좋은뜻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다는것을 여실히 보여주고있다.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억압적 종교라는것은 그 뜻의 좋음과 관계없이 사람들에게 다가갈수 없는것이다.

총 1,2권으로 되어있는데 고대이집트를 상징하는 표지디자인도 괜찮았고 번역도 무리없이 잘된거 같다. 책 제본도 튼튼하고 무엇보다 비슷한 분량의 다른책들에 비해서 가격이 저렴하게 책정이 되어 있어서 참 좋다. 다만 시누헤 스스로가 쓰는 1인칭 형식의 소설이라서 조금 지루할수도 있는데 중간중간에 관련 그림이나 사진 등이 있었으면 좀더 몰입할수있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시누헤가 돌아다닌 여정이 꽤 국제적이었으므로 책 앞이나 뒤쪽에 그의 여정을 그린 지도라도 있었으면 이해하는데 좀더 좋았을껀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수천년전 고대 이집트의 한 의사가 겪었던 파란만장한 기행 모험극인 이 책은 한편으로는 어리석게도 보이지만 친근감있는 주인공 시누헤와 함께 고대 이집트로 가는 타임머신같은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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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둔의 기억 1 - 제1부 저항군, 제1권 수색
라우라 가예고 가르시아 지음, 고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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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이후로 판타지, 즉 환상 소설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그래서 각종 판타지 소설이 많이 출간되었는데 사실 반지의 제왕에 필적할만큼 괜찮은 작품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차에 새로운 판타지 소설이 나왔는데 바로 이 책 '이둔의 기억'이다.
보통 영국이나 미국쪽에서 많은 판타지소설이 나왔는데 이책은 그리 자주 볼수없는 스페인작가의 작품이어서 어떤 작품일까 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재미나게 즐겁게 읽었던 괜찮은 판타지 소설이었다.

이미 스페인에서는 수십만부가 팔렸다고 하니 어느정도 작품성은 인정받는다고도 볼수 있을것이다. 많은 판타지를 접하지는 않았지만 어른이 아니면 초등연령의 사람들을 주된 독서층으로 한작품이 많았는데 이 책은 그 중간의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한 책이었다. 그래서 너무 낮지도 너무 높지도 않는 적당한 눈높이로 쓰여졌는데 장르는 판타지이지만 성장소설로 봐도 충분할만큼 심리적인 면을 잘 표현해낸 소설이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잭이 갑자기 어떤 사람들에게 부모님을 잃고 그 자신도 죽음을 당할려는 찰라, 또다른 모를 사람들에게 구출된다. 이 황당한 상황에서 잭은 자신이 선택된 자이며 지구와는 다른 또다른 환상세계가 있음을 알게된다.바로 '이둔'인데 지금은 악의 세력에 의해서 점령되어 있는 상태.자신의 부모을 죽인 사람들은 바로 그 악의 세력이 파견한 존재이고 자신을 구해준 사람들은 악의 세력에 저항하는 저항군의 일원인 알산과 샤일이었다. 악의 세력이 보낸 해결사인 키르타슈를 피해서 이들은 지구도 이둔도 아닌 '림바드'라는 곳에서 숨어지내면서 실력을 키워나간다.
그리고 림바드에는 또다른 선택된 아이가 있었으니 바로 '빅토리아'였다. 잭이 가진 능력과는 다른 능력을 가진 여자아이였는데 외로웠던 이들은 이내 친한 사이가 된다.

한편 저항군을 찾아다니던 키르타슈는 림바드에 숨은 알산 일행을 쫓다가 빅토리아를 만나게 되는데 그녀에게는 어떤 인연같은것을 느끼고 그녀를 죽이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 알산이 잡히고 알산은 악의 마법사에게 강제로 변종이 되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알산을 구하기 위해 적으로 뛰어든 잭일행. 결국 우여곡절끝에 알산을 구하긴 하지만 샤일을 잃어버리게 되고 그것을 계기로 남은 셋은 뿔뿔히 흩어지게 된다.

2년뒤 다시 만난 세명은 역으로 키르타슈를 먼저 공격하기로 한다.하지만 그 와중에 알게된 진실들...그리고 반전, 결국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참 흥미로운것은 주인공인 잭과 빅토리아, 그리고 빅토리아와 키르탸슈의 관계였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익숙치 않은 잭은 빅토리아를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자꾸 표현하지 못한다. 이미 잭을 좋아하고 있는 빅토리아는 거기에 대해서 오해를 하게 되는데 결국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게 되는게 키르타슈다. 악의 마음으로 똘똘 뭉친것같은 키르타슈가 뜻밖에 빅토리아에게는 마음을 열고 그녀를 얻고자 한다. 키르타슈는 그 특유의 과단성있고 직접적인 표현을 통해 빅토리아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악의 무리인 키르타슈에게 마음을 준 빅토리아는 괴로워하고 잭을 좋아하는 마음도 사라진것이 아니다. 이런 묘한 감정이 왔다갔다하는데 그 과정을 세밀하고 잔잔하게 잘 그리고 있다. 그리고 잭과 키르타슈의 빅토리아에 대한 마음도 고개를 끄덕이게 할만큼 잘 표현하고 있어서 세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될까하는 생각이 끝까지 지속되게 이끌고 있다.

이런 관계는 꼭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수 있는것이다. 마음의 혼란으로 힘들어하면서도 결국 극복해나가면서 성숙해나가는 과정이 이 소설을 성장소설로도 볼수있게 하는것이다.
사실 이 책은 전체가 아니다. 총 3부작으로 이루어진 책의 제 1부인것이다. 그래서인지 몇몇 전투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주요 등장인물의 캐릭터 구축에 좀더 많은 분량이 할당된듯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저항군이라는 설정을 보다 명확하게 하는 여러가지 사건들을 집어넣으므로써 판타지가 주는 재미도 확실히 보장하고 있다. 용과 유니콘이 나오고 악의 세력과 선의 세력으로 나누는 어찌보면 전형적인 판타지소설의 형식이긴 하지만 그속의 캐릭터를 어떻게 잘 표현하고 조화하느냐에 따라서 책의 격이 달라짐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너무 복잡하고 거대한 내용의 판타지 보다 이렇게 쉽게 읽히면서도 마음을 졸이게 하는 이런 작품이 오히려 더 권하기에 쉬울수도 있다. 정체성과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청소년이 보기에 참 좋게 잘 지어졌고 어른들도 재미나게 잘 읽을수 있는 작품이었다.

전체 3부작중에서 그 1부인 이 책은 전체적으로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키게 만들었다. 우선 겉표지가 책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잘 드러내고 있고 튼튼하게 제본도 잘 되었다. 번역도 무리없이 잘 번역되었고 등장인물과 지도, 여러가지 종족들 등 헷갈릴수있는 부분들을 앞부분에 정리해놓은것도 돋보였다.

끝장면은 지구에서 피해만 다니던 저항군이 드디어 이둔의 땅으로 들어가는걸로 나온다. 2부에서 어떻게 활약을 하게될지, 잭과 빅토리아와 키르타슈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빨리 후속작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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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
로버트 해리스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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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라는 도시가 있다. 전설상의 도시였지만 발굴을 통해서 결국 그 실체가 드러난 고대 로마의 정수였던 곳. 그냥 멸망한것이 아니라 화산의 폭발로 인해서 순식간에 도시 전체가 사라진 비극의 도시.이미 영화나 소설로 그 이름이라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것이다. 그런데 여기 또하나의 폼페이를 그린 소설이 나왔으니 팩션소설의 대가인 로버트 해리스의 '폼페이'이다.

물이 안나와서 수도교를 수리하러 온 수도기사 아틸리우스에 의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전에도 수도가 끊기는 일이 있었지만 이번 경우에는 무엇인가 좀 다른게 있었다. 일단 전임 수도기사가 아무말도 없이 실종이 되었고 물길이 끊긴 곳이 최초의 지점에서 좀 떨어진 폼페이이고 물에서 유황냄새까지 나는것이었다. 아주 특별나게 이상한건 아니지만 그런 소소한 것들에서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되는 아틸리우스.

한편 노예의 신분에서 벗어나 부를 걸머쥔 암플리아투스. 남보다 앞서는 지략으로 돈을 번 암플리아투스는 돈으로 도시의 지도자들을 움직여서 막후에서 실질적인 지배자가 된다. 그리고 수도를 고치러 가는 아틸리우스도 그만의 방법으로 매수할려고 한다. 그의 존재는 수도를 고치는데 크나큰 암초로 작용하게 되고...
하지만 아틸리우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도 있으니 해군을 관할하는 제독 플리니우스다. 그는 아틸리우스의 열정과 용기를 높이사서 여러가지 도움을 준다.

드디어 폼페이에 도착한 아틸리우스는 여러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수도관을 고치게 되지만 단순히 물이 안 나오는것보다 더 큰 무엇인가를 찾아서 가게되는데...

폼페이가 존재했던 시대가 기원후 80년대라고 하니 거의 2000년전의 일이다. 고대 로마가 흥성했던 시대를 대표하는 도시였던 폼페이는 화산재로 덮이면서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지워졌던 곳이다. 그런데 그 화산재로 덮였던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수천년이 흐른 지금 그때의 모습을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용암이 덮쳐서 석고화함으로써 도시 자체가 온전히 보존된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때의 모습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는데 이 책은 그때의 모습을 손에 잡힐듯 잘 그려내고 있다. 수도관이 이상있었다는 소재는 사실 그리 복잡한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그 단순한 소재를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으로 손에서 책을 떼지 못하게 한다.

이 책에서는 로마의 수도 시설에 대해서 자세한 묘사가 나온다. 펙션소설이기에 정확한 사실을 바탕으로 쓰여진건데 정말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대단한 수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로마시에는 1985년의 뉴욕시보다 훨씬 많은 물이 공급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수도관도 정교하고 세밀하게 잘 만들어졌고 그것을 관리하는데도 여러가지로 체계적이었다. 몇년전도 아니고 2000년전에 그런 시설이 있었다니 놀라울뿐이었다. 지은이는 그 당시의 수도 시설에 관한 묘사를 사실적으로 잘 그려내었다. 소설로 읽는거라서 금방 상상이 되진 않았지만 대규모였던 그 당시 수도 시설을 미루어 짐작할수 있었다.

폼페이에서 보여지는 수도 시설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현대적의미에서의 상하수도 시설을 의미할까. 청결과 보건과 필수적인 의미인 현대와는 달리 그 당시는 쾌락과 향락을 위한 목적이 더 강했다. 이미 로마의 향락문화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는데 그런 문화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토대가 바로 물이었고 그 물을 안전하고 쉽게 받기 위해서 수도 시설이 개발되고 설치되었던 것이다. 물론 로마 시민에 대한 수혜적인 의미도 있겠지만 많은 물이 향락시설에 쏟아부어진건 사실이다. 어쩌면 폼페이는 화산 폭발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붕괴되었을것이다. 향락에 빠진 도시가 망하는것은 정해진 수순이니깐. 화산에 의해서 후세에 자신들의 모습을 남겨놓았을 뿐이랄까.

여기서 보여지는 모습들은 오늘날과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여러가지 재해가 일어나고 있지만 끊임없이 인재 논란이 일어나는것을 보면 그 당시나 지금이나 책임진 사람들이 책임을 지지 않아서 결국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피해를 입게 되는것이다. 아틸리우스의 조사가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아니 그전에 전임 수도 기사가 제대로만 책임을 다 했다면 도시를 구하지는 못했어도 수많은 시민의 목숨을 구할수 있었을것이다. 역사가 반복된다고 하는데 이것을 보면 고개가 끄덕끄덕거리게 된다.

지은이인 로버트 해리스는 역사 펙션 소설에서는 묘한 존재이다. 어떤 특정한 장르나 소재를 가지고 그것만 쓰기도 힘든데 이 작가는 손대는 것마다 다른 분야이다. 역사 팩션 소설 전문인것은 변함이 없지만 그 분야는 그때 그때 다르다. 전쟁을 배경으로 한 팩션 소설을 쓰기도 하고(이니그마) 미스터리한 대체 역사 소설을 쓰기도 했다(당신들이 조국). 완전 다른 분야를 다루면서도 허술하게 보이지 않고 깊이있고 짜임새있게 잘 쓰는거 같다. 물론 철저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한것이겠지만 글쓰기의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
이제는 로버트 해리스가 지은 책이라고 하면 재미가 있겠구나 하는 어떤 신뢰감이 생길 정도로 그 이름에 믿음이 있게 하는 작가이다.

책은 잘 만들어졌다. 장중한 스케일의 작품답게 표지 디자인이 참 인상적이고 번역도 깔끔하다. 양장본으로 만들어졌는데 제본도 잘 되어있고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게 책정된거 같다.

폼페이가 사라진 것을 수도 시설의 측면에서 바라본 이 책은 손에 잡힐듯 세세하게 묘사되어 재미있게 잘 읽을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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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끌기
제임스 모로 지음, 김보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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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제목만 봤을때는 이것이 어떤 내용인지 짐작을 할수가 없었다. 하느님 끌기라...말 그대로 하느님을 끈다는 말인데 여기의 하느님이 기독교에서 말하는 그 하느님이라기 보다는 어떤 비유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책을 펼치고 보니 왠걸, 바로 그 하느님인것이다! 그런데 그 하느님이 끌려가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사망했기 때문이었다. 하느님이 죽었다라.

어떻게 보면 참 황당한 설정이다. 기독교에서 하느님은 삶과 죽음을 초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죽었다는 표현도 성립이 안되는것이다.
하지만 지은이는 하느님의 '사망'이라는 초유의 설정을 해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사망해서 바다에 떠 있는 하나님을 '끌어'서 매장시키는 과정을 그린 소설인데 설정의 기발함도 대단하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이 처음부터 끝까지 쳐지지 않고 잘 쓰여진 멋진 소설이다.

내용은 앤서니라는 유조선 선장에게서 시작한다. 그에게 갑자기 대천사 라파엘이 나타난다. 그러고는 다짜고짜 하느님이 사망했으니 그 시신을 끌고 북극에 묻으라고 한다. 그 황당한 요구를 반신반의하면서 받아들이는 앤서니. 이런 사실이 이 사람에게만 전해졌을리는 없는 법! 하느님의 사업을 하는 바티칸 교황청에서도 천사의 출현에 이은 그 놀라운 사실을 알게되고 이 작업을 총지휘할 사람으로 물리학을 가르치는 토머스신부를 함께 보낸다.

우여곡절끝에 하느님시신이 있는 곳까지 다다른 일행. 하지만 이 작업이 결코 쉽지 않다는걸 알게되는데 그것은 시신의 크기가 무려 3200미터에 이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큰 유조선이라고 해도 그렇게 큰 물체를 견인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자칫 잘못하면 자신들이 탄 유조선이 가라앉을수도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그들의 일정은 캐시라는 무신론자에 의해서 큰 위험에 빠지게 된다. 폭풍으로 조난당했다가 구조받은 캐시는 그 유조선이 자신들이 끔찍하게 여겼던 그 하느님의 시신을 끄는 임무를 갖고 있다는것을 알고 경악한다. 그리고 그 시신을 없애버릴 계획을 세우고 자신이 속해있는 무신론자단체에 연락을 취하게 되고 시신을 둘러싼 선원들과 무신론자들, 그리고 교황청등의 엎치락 뒤치락하는 대소동이 벌어진다.
과연 하느님의 시신은 무사히 목적지까지 갈수있을까? 무신론자들의 계략은 성공하게 될까?

신의 죽음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바탕으로 그에 대해서 나타나는 사람들의 여러 반응을 그렸다고 할수 있는 이 소설은 굳이 기독교를 믿고 안 믿고 상관없이 유쾌하고 즐겁게 읽을수 있는 소설이다. 어떻게 보면 큰 화물을 싣고 가는 과정을 그린 단순한 전개인데 짜임새가 촘촘하게 잘 짜여져서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한다.

기독교인의 입장에선 이 설정 자체가 불경이라고 할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신을 긍정적으로 그리는 책이다. 소설 중간에 굶주림에 시달리는 선원들을 위해서 성경말씀대로 기꺼이 자신의 육체와 피를 내어주는 하느님을 보면 알수가 있다. 과연 하느님은 자신의 죽음으로 인간들에게 어떤것을 전하려 했을까? 그리고 진짜로 죽음을 맞이했을까? 사실 하느님의 '시신'이라는것은 허구일지도 모른다. 하느님이 죽는것을 본 존재는 아무도 없다. 인간은 물론이고 천사들까지! 어찌보면 하느님의 시신이란걸 만들어서 놔둔건 하느님 자신일지도 모른다. 인간을 창조한 존재이니 그쯤 못하겠는가. 자신의 몸을 통해서라도 자신이 창조한 인간들에 대한 사랑을 나타낸건 아닐까.

설정은 비현실적이라고 해도 유조선 항해는 실제적이므로 이 책은 해양소설 내지는 항해소설이라고도 볼수있고 모험소설로도 볼수있겠다. 거기에 '하나님 사망후 인류'라는 철학적인 면도 깃들어 있고 현실을 풍자한 면도 있는 종합적인 환상 소설이라고 할수있다. 뭐 깊게 생각할꺼도 없이 그냥 재미나게 읽으면 된다. 엉뚱하고 기발한 소재이기에 힘이 쳐지지 않을까했는데 긴장감있고 속도감있게 잘 읽었던 책이었다. 

책은 550쪽에 다다르는 두꺼운 분량이다. 책표지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지만 번역도 괜찮고 제본도 튼튼한 편이다. 그런데 양장본이 아닌 이상 이런스타일의 책은 아래위쪽에 풀칠이 제대로 되지 않을수가 있는데 이책도 그점에서 좀 아쉬웠다. 양장본으로 만들지 않아서 분량에 비해 책값을 그리 높지 않게 책정한것은 참 좋아보였다.

하느님 시신 끌기라는 희안한 소재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이 책, 분명 기분을 유쾌하게 만드는 재미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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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09-22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느님의 시신 끌기라~~~ 정말 새로운 소재, 황당한 발상이군요. 관심이 쏠려 추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