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누비스의 문 1 - 털에 뒤덮인 얼굴
팀 파워즈 지음, 이동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흔히 sf소설이라고 하면 어렵지 않을까하는 선입관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도 그럴것이 말그대로 과학소설이라서 과학을 바탕으로 한 내용이 많이 나오는데 과학의 지식이 일상화되어있지 않은 보통 사람들로서는 그리 쉽게 읽히지 않는것이 사실이다.하지만 그렇게 어렵게 쓴 책은 어떻게보면 대중을 의식하지 않은 안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이 읽어서 이해할수 있게 쓰는것이 올바르지 않을까. 하지만 과학적인 이론이란것이 내용에 들어가게 되면 그 자체로 이해하기 어려운것이 되버리는수도 있기 때문에 전적으로 지은이만 탓할순 없긴 하다. 좀 쉽게 잘 쓰여진 과학소설을 찾아 읽어볼밖에 없을지도 모르겠고.

여기 어렵지 않게 잘 쓰여진 한편의 과학소설이 나왔는데 '아누비스의 문'이다. 소재도 우리가 흔히 잘 아는 시간 여행을 기본으로 삼아서 현재와 과거를 왔다갔다하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과거의 모습을 손안에서 보듯 섬세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

주인공인 도일은 윌리엄 애쉬블레스를 연구하는 영문학자인데 어느날 대부호인 대로에게 거액을 받는대신 시간여행을 같이하자는 제안을 받는다. 그가 그런 제안을 받은것은 그가 클리지라는 시인의 전기를 썼기 때문인데 시간여행의 목적이 그 클리지의 강의를 듣기 위함이었다. 시간 여행을 해서 과거로 들어간 도일은 그러나 현재로 돌아오지 못하고 과거의 시대에서 살게되는데 이 시간여행을 알게된 닥터 로마니일당에 의해서 여러가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과연 그들의 음모가 성공을 해서 역사가 바뀌게 될것인가. 그렇다면 시간 여행장치는 존재하게 될것인가.

시간 여행이라는 것은 인간의 오래된 꿈일것이다. 그것을 소재로한 많은 작품들이 소설로 영화로 나왔고 나오고 있고 앞으로도 나올것이다. 진부한 소재인긴 하나 과거에 더 잘했었더라면 하고 욕심을 내는 인간의 마음이 있는한 없어지지는 않는 소재일것이다. 사실 시간 여행에 관한 과학적인 진실은 '모른다'이다.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고 가능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지만 아무튼 현실에서는 아무도 해보지 않은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시간의 틈이라는 공간을 이용해서 시간 여행을 하는것으로 설정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시간의 틈을 이용해서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는 인간의 전형적인 욕망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는 필연적으로 역사의 바뀜이란것이 등장하게 마련이다.여기서도 역사를 바꾸어서 한 나라를 멸망시키려는 악당의 무리가 나온다. 무대가 19세기의 영국 런던을 그리고 있는데 어두침침한 뒷골목의 분위기가 소설에서 나오는 음모등과 어울려서 묘한 울림을 느끼게 했다.

사실 처음 읽으면 조금 헷갈리는 부분도 나온다. 책 제목에서 유추하듯 이집트와 관련된 용어들이 나오고 과거와 현재, 영국과 이집트를 오가면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많은 등장인물이 있어서 앞장을 넘길지도 모르겠다. 정신차려서 안보면 이것이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분이 안 갈때도 있다. 하지만 처음에만 잘 넘어가면 전체를 통괄하는 느낌이 오면서 이야기가 잘 읽힐것이다. 그런점에서 책의 첫부분에 주요 등장인물들에 대한 설명을 해놓은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어떤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간략한 소개를 해놓아서 이해가 안될때 찾아보면서 이야기에 몰입할수 있었다.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를 사용했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사람에 있을것이다. 바로 주인공인 도일이다. 별 힘도 못쓸꺼 같은 학자인 그가 과거에 남겨지고 납치된 상태에서도 잘 헤쳐나가면서 사건을 풀어가는 것이 힘이 있어 보였다. 그가 과연 역사를 바꿀 생각은 없었을까하는 생각도 해보면서 재미있게 읽었다.

과학소설이긴 하지만 역사이야기가 나오니 역사소설이기도 하고 영국과 이집트를 오가는 모험소설이기도 하겠다. 과학소설을 처음 읽어보는 사람에게는 조금 낯선 면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렵다는 편견을 버리고 찬찬히 읽어내려간다면 지은이인 팀 파인즈가 주는 공포스러우면서도 괴이한 이야기의 세계에 잘 적응하게 될것이다.

책은 꼼꼼하게 잘 만들어졌다. 번역도 괜찮고 제본상태나 표지디자인도 깔끔하다. 책 뒤쪽에 옮긴이의 주를 달아서 관련 용어나 역사적 사실들을 상세히 적어준것이 좋았다. 다만 띠지의 광고 문구는 좀 호들갑스러운 면이 있는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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