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이후로 판타지, 즉 환상 소설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그래서 각종 판타지 소설이 많이 출간되었는데 사실 반지의 제왕에 필적할만큼 괜찮은 작품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차에 새로운 판타지 소설이 나왔는데 바로 이 책 '이둔의 기억'이다. 보통 영국이나 미국쪽에서 많은 판타지소설이 나왔는데 이책은 그리 자주 볼수없는 스페인작가의 작품이어서 어떤 작품일까 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재미나게 즐겁게 읽었던 괜찮은 판타지 소설이었다. 이미 스페인에서는 수십만부가 팔렸다고 하니 어느정도 작품성은 인정받는다고도 볼수 있을것이다. 많은 판타지를 접하지는 않았지만 어른이 아니면 초등연령의 사람들을 주된 독서층으로 한작품이 많았는데 이 책은 그 중간의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한 책이었다. 그래서 너무 낮지도 너무 높지도 않는 적당한 눈높이로 쓰여졌는데 장르는 판타지이지만 성장소설로 봐도 충분할만큼 심리적인 면을 잘 표현해낸 소설이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잭이 갑자기 어떤 사람들에게 부모님을 잃고 그 자신도 죽음을 당할려는 찰라, 또다른 모를 사람들에게 구출된다. 이 황당한 상황에서 잭은 자신이 선택된 자이며 지구와는 다른 또다른 환상세계가 있음을 알게된다.바로 '이둔'인데 지금은 악의 세력에 의해서 점령되어 있는 상태.자신의 부모을 죽인 사람들은 바로 그 악의 세력이 파견한 존재이고 자신을 구해준 사람들은 악의 세력에 저항하는 저항군의 일원인 알산과 샤일이었다. 악의 세력이 보낸 해결사인 키르타슈를 피해서 이들은 지구도 이둔도 아닌 '림바드'라는 곳에서 숨어지내면서 실력을 키워나간다. 그리고 림바드에는 또다른 선택된 아이가 있었으니 바로 '빅토리아'였다. 잭이 가진 능력과는 다른 능력을 가진 여자아이였는데 외로웠던 이들은 이내 친한 사이가 된다. 한편 저항군을 찾아다니던 키르타슈는 림바드에 숨은 알산 일행을 쫓다가 빅토리아를 만나게 되는데 그녀에게는 어떤 인연같은것을 느끼고 그녀를 죽이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 알산이 잡히고 알산은 악의 마법사에게 강제로 변종이 되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알산을 구하기 위해 적으로 뛰어든 잭일행. 결국 우여곡절끝에 알산을 구하긴 하지만 샤일을 잃어버리게 되고 그것을 계기로 남은 셋은 뿔뿔히 흩어지게 된다. 2년뒤 다시 만난 세명은 역으로 키르타슈를 먼저 공격하기로 한다.하지만 그 와중에 알게된 진실들...그리고 반전, 결국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참 흥미로운것은 주인공인 잭과 빅토리아, 그리고 빅토리아와 키르탸슈의 관계였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익숙치 않은 잭은 빅토리아를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자꾸 표현하지 못한다. 이미 잭을 좋아하고 있는 빅토리아는 거기에 대해서 오해를 하게 되는데 결국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게 되는게 키르타슈다. 악의 마음으로 똘똘 뭉친것같은 키르타슈가 뜻밖에 빅토리아에게는 마음을 열고 그녀를 얻고자 한다. 키르타슈는 그 특유의 과단성있고 직접적인 표현을 통해 빅토리아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악의 무리인 키르타슈에게 마음을 준 빅토리아는 괴로워하고 잭을 좋아하는 마음도 사라진것이 아니다. 이런 묘한 감정이 왔다갔다하는데 그 과정을 세밀하고 잔잔하게 잘 그리고 있다. 그리고 잭과 키르타슈의 빅토리아에 대한 마음도 고개를 끄덕이게 할만큼 잘 표현하고 있어서 세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될까하는 생각이 끝까지 지속되게 이끌고 있다. 이런 관계는 꼭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수 있는것이다. 마음의 혼란으로 힘들어하면서도 결국 극복해나가면서 성숙해나가는 과정이 이 소설을 성장소설로도 볼수있게 하는것이다. 사실 이 책은 전체가 아니다. 총 3부작으로 이루어진 책의 제 1부인것이다. 그래서인지 몇몇 전투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주요 등장인물의 캐릭터 구축에 좀더 많은 분량이 할당된듯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저항군이라는 설정을 보다 명확하게 하는 여러가지 사건들을 집어넣으므로써 판타지가 주는 재미도 확실히 보장하고 있다. 용과 유니콘이 나오고 악의 세력과 선의 세력으로 나누는 어찌보면 전형적인 판타지소설의 형식이긴 하지만 그속의 캐릭터를 어떻게 잘 표현하고 조화하느냐에 따라서 책의 격이 달라짐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너무 복잡하고 거대한 내용의 판타지 보다 이렇게 쉽게 읽히면서도 마음을 졸이게 하는 이런 작품이 오히려 더 권하기에 쉬울수도 있다. 정체성과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청소년이 보기에 참 좋게 잘 지어졌고 어른들도 재미나게 잘 읽을수 있는 작품이었다. 전체 3부작중에서 그 1부인 이 책은 전체적으로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키게 만들었다. 우선 겉표지가 책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잘 드러내고 있고 튼튼하게 제본도 잘 되었다. 번역도 무리없이 잘 번역되었고 등장인물과 지도, 여러가지 종족들 등 헷갈릴수있는 부분들을 앞부분에 정리해놓은것도 돋보였다. 끝장면은 지구에서 피해만 다니던 저항군이 드디어 이둔의 땅으로 들어가는걸로 나온다. 2부에서 어떻게 활약을 하게될지, 잭과 빅토리아와 키르타슈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빨리 후속작이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