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끌기
제임스 모로 지음, 김보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처음에 제목만 봤을때는 이것이 어떤 내용인지 짐작을 할수가 없었다. 하느님 끌기라...말 그대로 하느님을 끈다는 말인데 여기의 하느님이 기독교에서 말하는 그 하느님이라기 보다는 어떤 비유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책을 펼치고 보니 왠걸, 바로 그 하느님인것이다! 그런데 그 하느님이 끌려가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사망했기 때문이었다. 하느님이 죽었다라.

어떻게 보면 참 황당한 설정이다. 기독교에서 하느님은 삶과 죽음을 초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죽었다는 표현도 성립이 안되는것이다.
하지만 지은이는 하느님의 '사망'이라는 초유의 설정을 해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사망해서 바다에 떠 있는 하나님을 '끌어'서 매장시키는 과정을 그린 소설인데 설정의 기발함도 대단하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이 처음부터 끝까지 쳐지지 않고 잘 쓰여진 멋진 소설이다.

내용은 앤서니라는 유조선 선장에게서 시작한다. 그에게 갑자기 대천사 라파엘이 나타난다. 그러고는 다짜고짜 하느님이 사망했으니 그 시신을 끌고 북극에 묻으라고 한다. 그 황당한 요구를 반신반의하면서 받아들이는 앤서니. 이런 사실이 이 사람에게만 전해졌을리는 없는 법! 하느님의 사업을 하는 바티칸 교황청에서도 천사의 출현에 이은 그 놀라운 사실을 알게되고 이 작업을 총지휘할 사람으로 물리학을 가르치는 토머스신부를 함께 보낸다.

우여곡절끝에 하느님시신이 있는 곳까지 다다른 일행. 하지만 이 작업이 결코 쉽지 않다는걸 알게되는데 그것은 시신의 크기가 무려 3200미터에 이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큰 유조선이라고 해도 그렇게 큰 물체를 견인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자칫 잘못하면 자신들이 탄 유조선이 가라앉을수도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그들의 일정은 캐시라는 무신론자에 의해서 큰 위험에 빠지게 된다. 폭풍으로 조난당했다가 구조받은 캐시는 그 유조선이 자신들이 끔찍하게 여겼던 그 하느님의 시신을 끄는 임무를 갖고 있다는것을 알고 경악한다. 그리고 그 시신을 없애버릴 계획을 세우고 자신이 속해있는 무신론자단체에 연락을 취하게 되고 시신을 둘러싼 선원들과 무신론자들, 그리고 교황청등의 엎치락 뒤치락하는 대소동이 벌어진다.
과연 하느님의 시신은 무사히 목적지까지 갈수있을까? 무신론자들의 계략은 성공하게 될까?

신의 죽음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바탕으로 그에 대해서 나타나는 사람들의 여러 반응을 그렸다고 할수 있는 이 소설은 굳이 기독교를 믿고 안 믿고 상관없이 유쾌하고 즐겁게 읽을수 있는 소설이다. 어떻게 보면 큰 화물을 싣고 가는 과정을 그린 단순한 전개인데 짜임새가 촘촘하게 잘 짜여져서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한다.

기독교인의 입장에선 이 설정 자체가 불경이라고 할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신을 긍정적으로 그리는 책이다. 소설 중간에 굶주림에 시달리는 선원들을 위해서 성경말씀대로 기꺼이 자신의 육체와 피를 내어주는 하느님을 보면 알수가 있다. 과연 하느님은 자신의 죽음으로 인간들에게 어떤것을 전하려 했을까? 그리고 진짜로 죽음을 맞이했을까? 사실 하느님의 '시신'이라는것은 허구일지도 모른다. 하느님이 죽는것을 본 존재는 아무도 없다. 인간은 물론이고 천사들까지! 어찌보면 하느님의 시신이란걸 만들어서 놔둔건 하느님 자신일지도 모른다. 인간을 창조한 존재이니 그쯤 못하겠는가. 자신의 몸을 통해서라도 자신이 창조한 인간들에 대한 사랑을 나타낸건 아닐까.

설정은 비현실적이라고 해도 유조선 항해는 실제적이므로 이 책은 해양소설 내지는 항해소설이라고도 볼수있고 모험소설로도 볼수있겠다. 거기에 '하나님 사망후 인류'라는 철학적인 면도 깃들어 있고 현실을 풍자한 면도 있는 종합적인 환상 소설이라고 할수있다. 뭐 깊게 생각할꺼도 없이 그냥 재미나게 읽으면 된다. 엉뚱하고 기발한 소재이기에 힘이 쳐지지 않을까했는데 긴장감있고 속도감있게 잘 읽었던 책이었다. 

책은 550쪽에 다다르는 두꺼운 분량이다. 책표지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지만 번역도 괜찮고 제본도 튼튼한 편이다. 그런데 양장본이 아닌 이상 이런스타일의 책은 아래위쪽에 풀칠이 제대로 되지 않을수가 있는데 이책도 그점에서 좀 아쉬웠다. 양장본으로 만들지 않아서 분량에 비해 책값을 그리 높지 않게 책정한것은 참 좋아보였다.

하느님 시신 끌기라는 희안한 소재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이 책, 분명 기분을 유쾌하게 만드는 재미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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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09-22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느님의 시신 끌기라~~~ 정말 새로운 소재, 황당한 발상이군요. 관심이 쏠려 추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