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보기 톰의 집에 어서 오세요 판타스틱 픽션 그레이 Gray 5
벤 엘튼 지음, 박슬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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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전 미스터리 장르중에서 후더닛 소설이란것이 있다. 이른바 '범인찾기'를 위주로 한 미스터리물인데 오래된 소설 기법중에 하나다. 이 기법은 흔한것같지만 사실 꽤 어려운 방법이다. 내용의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해야하고 주어진 단서들의 유효성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도록 적절히 배치해야한다. 그래야 읽는 독자가 손에 땀을 쥐고 자신도 추리에 뛰어들게 하게 때문이다. 밤면 단서가 너무 일찍 풀린다던가 한쪽에 몰린다면 범인이 일찍 추리됨으로 책의 재미가 반감된다. 그래서 널리 알려진 방법이지만 그만큼 정교하게 설계해야하는 미스터리기이도 하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잘 만들어진 후더닛 소설이라고 할만하다. 그런데 내용면에서 좀더 장치를 했는데 그것은 '엿보기'라는 것이다. 엿본다는건 인간에게 주어진 호기심을 극대화시킨것 아닌가. 그런 밑바닥에 깔린 인간 심리를 이용해서 책의 내용이 이어진다.

 

배경은 리얼리티 TV프로그램 '하우스 어레스트'.  10명의 남녀가 감금당해서 생활하면서 인기투표를 통해서 최후에 살아남는자가 우승상금을 가져간다는 것이다. 물론 이 출연자들은 전부 젊고 싱싱하고 매력적인 사람들이다. 시청자들은 그렇게 잘난 사람들의 생활을 '엿보기' 하면서 대리 흥분을 느끼는것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지배자는 제작진이다. 어차피 하루 24시간 모두의 방송 분량을 내보낼수는 없는것이고 편집을 하게 마련인데 이 편집이 그야말로 '악마의 편집'이다. 이 편집을 통해서 어떤 사람을 천사로, 혹은 나쁜놈으로 만들수도 있는것이다. 그 장면을 보고 수 많은 사람들은 열광하게 되고.

 

여기에 참여한 사람들은 우승을 위해서 그야말로 물불 가리지 않는다. 엿보기에 대한 사람들의 욕망을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서 성적인 행동과 말도 서슴치 않는다. 물론 그 결과로 시청률은 치솟게 되고 결국에 시청자들은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되는것이다.

 

그런데 프로그램이 잘 나아가던 와중에 살인이 일어난다. 진짜 살인! 출연자중에 한명이 죽었는데 범인은 나머지 출연자들중에서 한명인건 불보듯 뻔한 사실. 그런데 누가 살인을 저질렀을까. 살인이 일어났는데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은 계속되고 이제는 범인이 누구인가 범인을 잡는 내용으로 가속도가 붙는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고 사람에 대한 예의나 인격도 없이 오로지 자극적인 내용과 흥미 위주로 프로그램이 방송된다.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경찰이 투입되는데 방송되지 않는 미방송된 테이프를 꼼꼼히 살피면서 각 출연자들에 대해서 알아나가는데 방송에서는 알수 없었던 개개인의 성품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된다. 과연 살인자는 누구일까.

 

책을 보면 한참 붐을 일으켰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생각난다. 요즘엔 안 그렇지만 한때는 우후죽순처럼 많았다. 물론 공중파보단 케이블쪽이었지만. 남의 사생활에 대해서 시시콜콜 알고 싶어하는 대중이 많은 이 시대에 직접 영상으로 사생활을 볼수있다는건 얼마나 큰가. 실제로 그런건지 대본에 의한 충실한 재연이었는지는 모르지만 한때 나름 재미나게 봤었었다. 남의 사생활에 크게 관심이 없던 나도 재미나게 봤을 정도면 호기심 많은 보통 사람들은 얼마나 관심이 있었을까. 그런 관심을 시청률이라는 잣대로 이용해서 수익을 얻으려고 만든게 그런 프로그램이다. 그야말로 인간의 밑바닥 욕망을 잘 이용한거라고나 할까.

 

이 책은 기본적으로는 범인찾기 미스터리물이지만 엿보기라는 장치를 통해서 좀더 자극적이고 호기심있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시간적인 구성이나 각 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주는것등에서 보이는 전체적인 짜임새가 괜찮게 느껴지는 책이었다. 아무래도 비슷한 프로그램들을 봤었다면 책의 내용이 눈에 그려지는 면도 있을것이다. 책이 2000년도 초반에 쓰여져서 그때 출간되었더라면 좀더 사실적이었겠지만 이미 미디어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더 사실적으로 느껴질수도 있겠다. 반면 아가사 크리스티의 밀실 사건 같이 좀더 고전적으로 추리에만 집중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엿보기라는 장치가 오히려 걸리적거린다 느낄수도 있겠고.

 

어찌보면 미디어가 보여주는것이 다 진실은 아니고 오히려 진실을 조작할수도 있다는걸 깨닫게 하는 면도 있다고 보지만 기본적으론 재미나게 잘 쓰여진 범인찾기 스릴러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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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종말의 날
더스틴 토머슨 지음, 권도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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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종말론처럼 사람의 관심을 끄는 것도 잘 없을꺼 같다. 인간의 탐욕이 점점 더 강해져가고 거기에 따라 지구를 제 마음대로 다루는 것에 대한 반작용의 의미도 담아서 세상이 멸망할것이라는 예언들이 있다. 지구가 멸망할것이라는 것은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이목을 끈 떡밥인데 우리나라에서도 휴거니 뭐니 하는 일도 있었고 2000년 밀레니엄 멸망 그런것도 있었다. 하지만 한번도 멸망한적도 없고 큰 재난이 일어난적도 없다. 그렇지만 여전히 이 종말론은 다른 형태로 그 질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아마 진짜 세상이 멸망할때까지 나올 소재가 아닐까.

 

마야 문명이 남긴 여러가지 위대한 것들중에 종말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종말한다는 것을 말해주는게 아니라 역법이 이어지지 않고 끝나기 때문에 종말이 온다 그런식으로 해석이 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마야가 남긴 역법 자체가 대단한 유산인데 그 보다는 그 역법의 끝이 지구 멸망이라는 것으로 귀결된다는것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아낸것이다. 사실 그 시점은 2012년이라서 이미 끝난 이야기지만 그 소재 자체는 뭔가 이야기를 만들어낼만한 충분한 꺼리가 된다.

 

이야기는 2012년 12월 11일 미국의 로스엔젤레스가 배경으로 시작된다. 인류가 멸망하는 여러가지 방법(?)중에 하나가 병이다. 그것도 순식간에 수만명이 전염되어 빠른 시간에 사망하는 '전염병'. 이 책도 인류 종말의 수단으로 전염병이 등장한다.

 

LA의 질병 통제 센터 스탠튼 박사는 프리온이라는 단백질을 연구하고 있다. 이미 이 프리온이라는 존재는 광우병을 통해서 그 무시무시함이 드러난 바가 있다 . 문제는 이 프리온의 정체가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다는 것이고 그 대상은 어느것이 될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한 병원에 괴상한 증세의 환자가 실려온다. 잠을 자지 않는 불면증환자. 그리고 환각과 발작을 동반하는 희귀한 질병. 무엇인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챈 스탠튼은 이것이 큰 재앙의 전초라는것을 알게 되고 곧 LA는 아수라장으로 변하게 된다. 도시 봉쇄령이 떨어진 가운데 미국 전역으로 이 전염병이 퍼지는건 시간문제인거 같다. 스탠튼과 질병 통제 센터는 과연 이 병의 근원을 알아내서 그 치료법을 찾아낼것인가.

 

책에서는 전염병의 근원이 고대 마야와 관련있는것으로 나온다. 처음의 그 환자가 고대 마야 문명의 한 유적지에서 온 사람이고 거기에서 어떤 요인으로 인해서 병이 시작된걸로 밝혀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열쇠를 풀기 위한 인물로 마야 문명 큐레이터인 마누 박사가 등장한다. 그녀와 스탠튼 박사가 투톱으로 이 병의 본질을 파고들게 된다.

 

사실 여러 종말론 중에서 마야 역법과 관련된 2012년 멸망설은 우리나라에서 그리 널리 퍼진거 같지는 않다.아마 마야 문명 자체가 그리 익숙한 것이 아니기 때문일것이다. 이 책이 2011년쯤에 출판이 되었으면 좀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을것이다. 멸망론은 이미 지나간거보다는 앞으로 다가올것에 더 큰 관심을 가지는 법이기에.

 

책은 재미가 있다. 기본적으로 종말론이란 자체가 어느정도 호기심을 품고 가기 때문에 아주 말도 안되는 내용전개가 아닌 이상 이야기는 술술 넘어가게 되어있다. 이 책은 마야에서 비롯된 그 하나의 요인이 결국 현대의 크나큰 재앙으로 이어진다는 구조인데 나름 탄탄한 자료 조사로 이야기를 풍성하게 이어가게 한다. 중간 중간 나오는 마야의 이야기나 프리온과 관련된 과학적인 이야기들은 소설의 실제성을 배가시키고 있다. 하지만 뭔가 좀 아쉬운면도 있다. 확 끌어당기는? 그런면이 부족하랄까. 시의성도 좀 늦은면이 있다고 했지만 수백년전 마야의 유적의 한 요인이 수만 수십만 생명을 앗아갈 중요한 것으로 작용한다는면이 과연 그럴까? 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그 과정이 좀더 세밀하고 더 설득력있는 단계를 거쳤으면 현실감있게 느껴졌을꺼라 느낌이 들었다.

 

인류 멸망에 관한 이야기는 영원한 소재꺼리다. 그동안 수많은 방법으로 수없이 많이 인류가 멸망했지만(?)  그래도 아직 인류는 거뜬하다. 그래서 앞으로도 많은 이야기들이 나올법하다. 그리고 영원히 우리는 그 이야기에 눈을 띄지 못할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종말론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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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에 대하여
라이오넬 슈라이버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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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온통 민영화로 난리다. 경제성을 무기로 정부에서 각종 민영화 조치를 추진하는 가운데 철도 민영화에 이어서 의료 민영화로 또 떠들석하다. 정부에서는 결코 민영화는 아니고 주장하지만 지금 추진중인 정책들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앞으로 민영화의 수순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의료 민영화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그럼 왜 그렇게 이 의료 민영화를 반대를 해야하는가. 그것은 의료비로 삶의 질을 속박당하고 있는 미국의 예에서 그 실마리를 풀수 있을꺼같다. 미국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전국민 의료보험제도가 정착이 안되고 민간 의료 보험이 활성화된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와는 너무나 큰 차이가 나는 의료비다. 물론 물가도 다르고 의료 환경이나 실력도 다르기 때문에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해도 비슷하게 나와야할 치료비가 수십배 차이가 난다는것은 뭔가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그런 미국식 의료 제도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소설이 바로 이 책 '내 아내에 대하여' 이다. 말 그대로 큰 병에 걸린 사람이 어떻게 치료를 하고 그 가족의 재정 상태는 어떻게 바닥이 나는지를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평범한 수리공인 셰퍼드는 일평생 성실하게 수리만 하던 삶을 떠나서 안락하고 여유로운 새로운 삶을 살기위해 아프리카로 갈려고 한다. 이미 수년에 걸친 답사 끝에 괜찮게 정착할 곳을 봐둔터. 부인과 자녀들의 반대가 있겠지만 여차하면 혼자라고 갈 기세다. 수십년동안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으로 남은 인생을 새로운 곳에서 충분히 살수가 있다.

 

그런데 그의 계획을 일거에 박살내고 어쩌면 그의 인생도 박살을 내게 할일이 생긴다. 바로 그의 부인

글리니스가 '암'에 걸린것이다. 어쩌면 의료시설이 척박한 아프리카로 가기전에 그 사실을 알게 된게 다행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암이란것이 어떤 병인가. 그저 간단한 감기 몸살 같은 병이 아니지 않은가.

셰퍼드가 그동안 모았던 돈은 제법 많았다. 그러니 아프리카로 이민 갈 생각을 했겠지. 그러나 암 환자에게 들어가는 돈은 그냥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들어오는 수입보다 나가는 돈이 급격이 늘었던 것이다.

결국에 가서는 파국을 맞이할것이 분명한 사실. 끝내 가정이 해체될것인가.

 

이 책은 미국식 의료 제도의 허상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있지만 다른면으로 봤을때는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해준다. 정말 어려운 처지에 속했을때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날 위해주고 생각해줄까 하는것에 대해서. 극중의 글리니스는 인생을 헛살았나보다. 처음에는 뭐라도 도와주겠다는 사람들이 얼마 안가서 연락두절되는것을 보면 겉으로만 사람을 사귀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뭐 그런 인간관계는 현실에서도 허다하게 보이지 않는가. 가족중에 한명이 중병에 걸렸을때 가족애의 본모습이 드러나는게 아닌가한다. 평소때 보이던것과 다른 진짜 사랑이. 극중에서 뭔가 삐딱했던 사이였던 셰퍼드와 글리니스는 오히려 더욱더 돈독해지고 사랑하는 사이임을 확인하게 된다. 아마 글리니스도 그 점은 기분좋게 여기고 하늘로 떠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암이란 병이 그리 간단한 병은 아니다. 미국의 제도하에서도 어려운 병이지만 우리나라제도에서도 암투병이 오래되면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경우가 많다.  아주 재벌급이 아닌 이상 평범하게 살아온 가정이라면 암보험 들었다고 해도 그 치료기간이 오래되면 쉽지 않다. 다만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더 오래 버티는것뿐. 미국처럼 돈이 흩어지는 속도가 느리다고나 할까. 뭐 그 때문에 가정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것이고. 어차피 불치병에 걸리면 세계 어디에 있으나 쉽지 않을것이다.

 

이 책에서는 암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간단한 맹장 수술 조차도 우리나라와는 달리 많은 치료비를 부담하게 되는게 미국식 보험이다. 책 내용중에 셰퍼드가 가입되어있는(물론 직장에서 가입한 민간보험회사) 보험회사에서는 더모베이트는 처방할수없고 칼라민만 처방하게 하는 것이 나온다. 더모베이트가 더 비싼 약이라서 처방못하게 한다는것인데 거기에 당연히 셰퍼드는 반발을 하게 된다. 어쩌면 작은 예일지 모르겠지만 어찌보면 섬뜩한 일이다.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살펴서 가장 최적의 약을 처방할수 있는게 아니고 처방목록중에서 골라서 처방해야한다면 환자입장에서는 그게 얼마나 비합리적이고 답답한 일이겠는가.

어쩌면 그 장면이 의료민영화의 가장 어둡고도 무서운 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결말은 내내 어둡던 상황과는 달리 일종의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셰퍼드의 오랜 꿈인 아프리카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한것이다. 같이 사는 구성원은 조금 바뀌었지만. 어찌보면 뜬금없다는 생각도 들수도 있는데 작가는 새로운 희망을 가지라는 뜻에서 쓴것일까. 묘한 느낌이 들게 하는 후반부였다.

 

미국식 의료보험에 관해서는 관심이 있다면 인터넷을 통해서 그 내용을 알게 되겠지만 이 책을 통해서 그 무서움에 대해서 간접 경험하는것도 나쁘지 않을꺼 같다. 책 내용은 신파적이지도 않으면서 지극히 현실적이고 바로 우리 이웃에서 벌어질만한 이야기를 잘 적어서 느끼는바도 적지 않다. 제도와 나라를 탓하기전에 건강부터 챙겨야겠다는 생각도 드는건 또 다른 유익함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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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리의 사람들 판타스틱 픽션 골드 Gold 3
존 르 카레 지음, 조영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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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읽기 참 빡빡한 책이었다. 내용의 깊이도 있지만 어찌보면 느린 전개와 정밀한 묘사로 인해서 책장이 금방금방 넘어가지는 않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마지막 책장을 넘겼을때의 그 희열은 그 무엇과 비교될수 없다. 요즘에 많이 나오는 스릴러 추리소설들은 뭔가 빠르고 흡입력있게 쓴 책들이 많은데 이 책은 느리게 읽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성격 급한 사람들은 읽기 불편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스릴러 추리 장르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으면 좋은게 바로 이 '조지 스마일리 시리즈'이다. 그야말로 스릴러 장르를 문학적으로 승화시킨 최고봉의 소설들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장르의 경계를 확장시켰다고나 할까. 문학적으로나 재미성으로 봤을때 참 고급스런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존 르 카레의 대표작인 조지 스마일리 시리즈의 8부작 중 7번째 작품이다. 이 시리즈가 전체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출판된것이 아니라서 차근차근 읽기는 어렵다. 하지만 내용상 서로 독립적인 부분이 많아서 다 읽지 않고 아무 책이나 읽어도 잘 읽힌다. 물론 기본적으로 깔린 배경을 알고 읽는다면 더 이해하기 쉽겠지만.

 

주인공인 스마일리는 영국 비밀 정보국 '서커스'의 요원'이었다'. 전에는 요원이었지만 지금은 은퇴한 상태. 그런 그에게 어느날 서커스로부터 호출이 온다. 은퇴한 정보요원에게 왠 호출? 하지만 상황은 그리 간단한것이 아니었다. 스마일리가 관리했었던 소련 출신 망명자인 '블라디미르'가 숨진채 발견된다. 단순 사망이 아니라 살해된것이었다. 이내 그가 스마일리에 어떤 정보를 전해줄려고 애썼다는것이 밝혀지고 그 주된 내용은 '카를라'에 관한 것임이 알려진다.

 

카를라. 소련 KGB 의 최고 요원. 그 차갑던 시절 스마일리와 치열하게 싸웠고 스마일리에게 굴욕도 안겨줬던 늙은 여우. 최고의 호적수였지만 너무나 자신과 처지가 닮았던 그에게 묘한 동질감도 느꼈던 그였다. 그런 카를라가 다시 등장해서 은퇴해 쉬고 있던 늙은 정보요원을 불러낸것이다. 과연 어떤일이 있었을까. 스마일리는 다시 한번 이 늙은 여우를 잡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게 된다.

 

냉전을 다룬 첩보물 중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할것은 007시리즈가 아닐까한다. 빠른 전개와 풍부한 볼거리, 빠짐없이 등장하는 미녀들로 인해서 재미도 있고 기억도 잘 나게 하는 첩보물이다. 영화로도 많이 만들어져서 우리에게 익숙하다. 하지만 그 시리즈는 냉혹한 첩보세계에서 상대적으로 낭만적이다. 이른바 본드걸과 사랑할 시간도 있고 유머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실제는 그럴까. 끝없는 인내로 상대를 파고들어야하고 그일을 다 했다고 해도 국가로부터 어떤 따뜻한 환대도 받지 못하고 소모품처럼 버려지는게 현실이었다. 그래서 이 시리즈에는 어떤 여유로움과 밝음 보다는 긴장감과 울적함이 전체에 깔려있다. 지은이인 존 르 카네가 실제로 첩보 업무를 봤었기 때문에 좀더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서술이 가능했던 것이다. 현실은 낭만이 아니라 피냄새가 진동하는 무서움이 지배한다는것을.

 

무슨 세계 명작 고전을 읽은 듯한 느낌을 드는 책이다. 내용의 묘사나 서술이 보통 스파이소설의 서너배는 되는것같다. 그래서 정독하지 않으면 그 속에 숨은 맛을 느끼기 쉽지 않다. 속이 꽉 찬 참치살 같다고나 할까. 같은 페이지의 책이라고 해도 속에 들은 얼개가 가득차있다. 어느 하나 버릴꺼 없는 살코기로 가득찬 참치살같은 소설. 금방 맛을 느끼기엔 쉽지 않지만 조금만 천천히,찬찬히 두번이상 씹으면 그 진미를 가득 느낄수 있게 하는 소설이다. 그래서 이 시리즈는 어려우면서도 재미나고 맛난 소설이다.

 

아쉬운것은 이 살코기같은 시리즈가 차근차근 1편부터 나왔음 좋았을껀데 그러지 못해서 완전한 맛을 느끼지 못한것이다. 그래도 랜덤에서 나온 이 책은 가독성 최악이었던 다른 출판사 책보다 훨씬 읽기에 좋다. 추운 겨울에 따뜻한 방안에서 따뜻한 코코아 한잔 먹으면서 정통 스릴러 책을 음미하는게 참 행복할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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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파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12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2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경찰을 주인공으로한 많은 작품들이 있지만 이 해리 보슈 시리즈처럼 문학적으로나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시리즈가 또 있을까. 아마 지금 당대에는 이 시리즈만큼 지지를 받는 시리즈도 없을꺼 같은 느낌이 든다.

주인공이 어떨땐 어수룩하고 답답한거 같기도 하지만 결국 선을 위해서 악을 저 끝까지 쫓아가는 그 치열함에 읽는 사람들이 동화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그 치열함과 진심이 와 닿기 때문에 더욱더 해리 보슈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전작에서 다시 경찰로 복귀하여 미해결 사건 전담반에 있던 보슈는 놀랄만한 소식을 접하게 된다. 그가 수년동안 범인을 추적해왔던 마리 게스토 실종 사건의 진범이 나타났던 것이다. 늘 보슈의 마음 한켠에서 그를 짓누르던 사건이었데 별다른 실마리도 잡지 못했었고 한명의 유력한 용의자만 있을뿐이었다. 그런데 그 용의자가 아닌 다른 진범이 있다니!

 

그 범인은 사실 마리 게스토 사건으로 잡힌게 아니라, 다른 사건으로 잡힌 와중에 자신의 형량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서 그전의 살인사건을 자백하겠다고 검찰에게 제안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것이었다.

자신이 오랫동안 추적해온 용의자가 아닌 다른 사람...보슈는 반신반의하지만 정황상 그가 범인일 가능성이 높아짐에 이 사실이 떨떠름하기만 하다. 분명 범인이 잡혀서 좋아해야하지만 뭔가 개운치 않은 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형량 거래의 담당 검사는 차기 검사장 선거에서 이 사건을 써먹을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기에 뭔가 흑막이 있는건 아닌가 의심한다.

 

역시 그의 의심대로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고 범인도 달아나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져드는듯하다. 하지만 끝부분에서 새로운 반전이 일어나면서 진짜 배후가 누구인지가 밝혀지게 되고 보슈는 또다시 진실에 다가서게 된다.

 

이번 작품에서 흥미로운 점은 '레이첼 월링'의 등장이다. 전작의 한 작품에서 등장한 이 묘령의 여인은 보슈에게 참 소중한 존재다. 연인으로써의 존재도 있지만, FBI인 그녀가 사건 해결을 위해서 보슈에게 큰 도움이 되는 탓이다. 그녀의 존재 덕분에 보슈는 사건에 더 한층 다가가게 된다. 마지막 장면까지 월링은 보슈와 함께 한다. 사건 마무리에까지 그녀를 동반하게 하는것은 그만큼 비중이 높다는 반증일 것이다. 이 매력적인 캐릭터는 앞으로도 시리즈에 단골로 나올듯하다.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고 또 다른 감정 상태가 되고.

 

전체적으로 역시 이 책은 사건이 일어나고 그것을 추적해가는 보슈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지듯 세밀하게 재미나게 쓰여졌다. 어떻게 보면 흔해빠진 사건일수도 있지만 그 사건의 실마리가 나타나고 그것을 고리로 진실에 접근해가는 보슈의 모습을 참 감각적으로 그리고 있는 것이다. 보슈를 비롯한 여러 캐릭터들이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서 실제 사건을 보는듯이 집중력있게 잘 그려진거 같다.

 

아쉬운것은 사건 해결과정에서 여러 희생이 따르게 되는데 좋아했던 캐릭터가 보슈의 곁에서 떠날듯한 내용이 나오는것이다. 죽는건 아니지만 보슈와 함께 사건을 누비는 모습을 오래 보고 싶었는데 그리 되지 못할듯해서다. 뭐 시리즈가 진행되어서 다시 같이 수사하게 될런진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아쉬울것이다.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 또다른 인물을 등장시킬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찌보면 적절하게 등장시키고 적절하게 빠지게 하면서 시리즈의 연속성과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시리즈는 어떤 편에서 읽어도 전작과 상관없이 이야기에 빠져들수 있지만 처음부터 읽었다면 낯익은 인물이 나오는 재미를 느낄수 있다. 지은이인 마이클 코넬리 특유의 '나온 사람 다시 등장시키기' 전법은 확실히 읽는 재미를 더 크게 불러일으키는거 같다. 다른 작품의 인물들을 그리 길지 않은 장면에서 교차시킴으로써 그 책을 읽었던 사람에게는 반가움의 미소를 짓게 한다. 이 특별출연한 다른 작품 인물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제목처럼 이 시리즈는 매번 마지막 장이 다가옴에 따라서 아쉬움이 짙게 느껴진다. 언제 또 다음 편이 나오나 하고. 아껴 읽을수도 없다. 한번 잡으면 그냥 술술 읽혀서 끝까지 봐야하기에. 지은이가 쓴 작품이 많은데 다음 작품 나올때까지 다시 읽어볼까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해서라도 다음편까지 버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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