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리의 사람들 판타스틱 픽션 골드 Gold 3
존 르 카레 지음, 조영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읽기 참 빡빡한 책이었다. 내용의 깊이도 있지만 어찌보면 느린 전개와 정밀한 묘사로 인해서 책장이 금방금방 넘어가지는 않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마지막 책장을 넘겼을때의 그 희열은 그 무엇과 비교될수 없다. 요즘에 많이 나오는 스릴러 추리소설들은 뭔가 빠르고 흡입력있게 쓴 책들이 많은데 이 책은 느리게 읽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성격 급한 사람들은 읽기 불편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스릴러 추리 장르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으면 좋은게 바로 이 '조지 스마일리 시리즈'이다. 그야말로 스릴러 장르를 문학적으로 승화시킨 최고봉의 소설들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장르의 경계를 확장시켰다고나 할까. 문학적으로나 재미성으로 봤을때 참 고급스런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존 르 카레의 대표작인 조지 스마일리 시리즈의 8부작 중 7번째 작품이다. 이 시리즈가 전체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출판된것이 아니라서 차근차근 읽기는 어렵다. 하지만 내용상 서로 독립적인 부분이 많아서 다 읽지 않고 아무 책이나 읽어도 잘 읽힌다. 물론 기본적으로 깔린 배경을 알고 읽는다면 더 이해하기 쉽겠지만.

 

주인공인 스마일리는 영국 비밀 정보국 '서커스'의 요원'이었다'. 전에는 요원이었지만 지금은 은퇴한 상태. 그런 그에게 어느날 서커스로부터 호출이 온다. 은퇴한 정보요원에게 왠 호출? 하지만 상황은 그리 간단한것이 아니었다. 스마일리가 관리했었던 소련 출신 망명자인 '블라디미르'가 숨진채 발견된다. 단순 사망이 아니라 살해된것이었다. 이내 그가 스마일리에 어떤 정보를 전해줄려고 애썼다는것이 밝혀지고 그 주된 내용은 '카를라'에 관한 것임이 알려진다.

 

카를라. 소련 KGB 의 최고 요원. 그 차갑던 시절 스마일리와 치열하게 싸웠고 스마일리에게 굴욕도 안겨줬던 늙은 여우. 최고의 호적수였지만 너무나 자신과 처지가 닮았던 그에게 묘한 동질감도 느꼈던 그였다. 그런 카를라가 다시 등장해서 은퇴해 쉬고 있던 늙은 정보요원을 불러낸것이다. 과연 어떤일이 있었을까. 스마일리는 다시 한번 이 늙은 여우를 잡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게 된다.

 

냉전을 다룬 첩보물 중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할것은 007시리즈가 아닐까한다. 빠른 전개와 풍부한 볼거리, 빠짐없이 등장하는 미녀들로 인해서 재미도 있고 기억도 잘 나게 하는 첩보물이다. 영화로도 많이 만들어져서 우리에게 익숙하다. 하지만 그 시리즈는 냉혹한 첩보세계에서 상대적으로 낭만적이다. 이른바 본드걸과 사랑할 시간도 있고 유머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실제는 그럴까. 끝없는 인내로 상대를 파고들어야하고 그일을 다 했다고 해도 국가로부터 어떤 따뜻한 환대도 받지 못하고 소모품처럼 버려지는게 현실이었다. 그래서 이 시리즈에는 어떤 여유로움과 밝음 보다는 긴장감과 울적함이 전체에 깔려있다. 지은이인 존 르 카네가 실제로 첩보 업무를 봤었기 때문에 좀더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서술이 가능했던 것이다. 현실은 낭만이 아니라 피냄새가 진동하는 무서움이 지배한다는것을.

 

무슨 세계 명작 고전을 읽은 듯한 느낌을 드는 책이다. 내용의 묘사나 서술이 보통 스파이소설의 서너배는 되는것같다. 그래서 정독하지 않으면 그 속에 숨은 맛을 느끼기 쉽지 않다. 속이 꽉 찬 참치살 같다고나 할까. 같은 페이지의 책이라고 해도 속에 들은 얼개가 가득차있다. 어느 하나 버릴꺼 없는 살코기로 가득찬 참치살같은 소설. 금방 맛을 느끼기엔 쉽지 않지만 조금만 천천히,찬찬히 두번이상 씹으면 그 진미를 가득 느낄수 있게 하는 소설이다. 그래서 이 시리즈는 어려우면서도 재미나고 맛난 소설이다.

 

아쉬운것은 이 살코기같은 시리즈가 차근차근 1편부터 나왔음 좋았을껀데 그러지 못해서 완전한 맛을 느끼지 못한것이다. 그래도 랜덤에서 나온 이 책은 가독성 최악이었던 다른 출판사 책보다 훨씬 읽기에 좋다. 추운 겨울에 따뜻한 방안에서 따뜻한 코코아 한잔 먹으면서 정통 스릴러 책을 음미하는게 참 행복할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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