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아내에 대하여
라이오넬 슈라이버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세상이 온통 민영화로 난리다. 경제성을 무기로 정부에서 각종 민영화 조치를 추진하는 가운데 철도 민영화에 이어서 의료 민영화로 또 떠들석하다. 정부에서는 결코 민영화는 아니고 주장하지만 지금 추진중인 정책들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앞으로 민영화의 수순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의료 민영화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그럼 왜 그렇게 이 의료 민영화를 반대를 해야하는가. 그것은 의료비로 삶의 질을 속박당하고 있는 미국의 예에서 그 실마리를 풀수 있을꺼같다. 미국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전국민 의료보험제도가 정착이 안되고 민간 의료 보험이 활성화된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와는 너무나 큰 차이가 나는 의료비다. 물론 물가도 다르고 의료 환경이나 실력도 다르기 때문에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해도 비슷하게 나와야할 치료비가 수십배 차이가 난다는것은 뭔가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그런 미국식 의료 제도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소설이 바로 이 책 '내 아내에 대하여' 이다. 말 그대로 큰 병에 걸린 사람이 어떻게 치료를 하고 그 가족의 재정 상태는 어떻게 바닥이 나는지를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평범한 수리공인 셰퍼드는 일평생 성실하게 수리만 하던 삶을 떠나서 안락하고 여유로운 새로운 삶을 살기위해 아프리카로 갈려고 한다. 이미 수년에 걸친 답사 끝에 괜찮게 정착할 곳을 봐둔터. 부인과 자녀들의 반대가 있겠지만 여차하면 혼자라고 갈 기세다. 수십년동안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으로 남은 인생을 새로운 곳에서 충분히 살수가 있다.
그런데 그의 계획을 일거에 박살내고 어쩌면 그의 인생도 박살을 내게 할일이 생긴다. 바로 그의 부인
글리니스가 '암'에 걸린것이다. 어쩌면 의료시설이 척박한 아프리카로 가기전에 그 사실을 알게 된게 다행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암이란것이 어떤 병인가. 그저 간단한 감기 몸살 같은 병이 아니지 않은가.
셰퍼드가 그동안 모았던 돈은 제법 많았다. 그러니 아프리카로 이민 갈 생각을 했겠지. 그러나 암 환자에게 들어가는 돈은 그냥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들어오는 수입보다 나가는 돈이 급격이 늘었던 것이다.
결국에 가서는 파국을 맞이할것이 분명한 사실. 끝내 가정이 해체될것인가.
이 책은 미국식 의료 제도의 허상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있지만 다른면으로 봤을때는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해준다. 정말 어려운 처지에 속했을때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날 위해주고 생각해줄까 하는것에 대해서. 극중의 글리니스는 인생을 헛살았나보다. 처음에는 뭐라도 도와주겠다는 사람들이 얼마 안가서 연락두절되는것을 보면 겉으로만 사람을 사귀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뭐 그런 인간관계는 현실에서도 허다하게 보이지 않는가. 가족중에 한명이 중병에 걸렸을때 가족애의 본모습이 드러나는게 아닌가한다. 평소때 보이던것과 다른 진짜 사랑이. 극중에서 뭔가 삐딱했던 사이였던 셰퍼드와 글리니스는 오히려 더욱더 돈독해지고 사랑하는 사이임을 확인하게 된다. 아마 글리니스도 그 점은 기분좋게 여기고 하늘로 떠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암이란 병이 그리 간단한 병은 아니다. 미국의 제도하에서도 어려운 병이지만 우리나라제도에서도 암투병이 오래되면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경우가 많다. 아주 재벌급이 아닌 이상 평범하게 살아온 가정이라면 암보험 들었다고 해도 그 치료기간이 오래되면 쉽지 않다. 다만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더 오래 버티는것뿐. 미국처럼 돈이 흩어지는 속도가 느리다고나 할까. 뭐 그 때문에 가정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것이고. 어차피 불치병에 걸리면 세계 어디에 있으나 쉽지 않을것이다.
이 책에서는 암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간단한 맹장 수술 조차도 우리나라와는 달리 많은 치료비를 부담하게 되는게 미국식 보험이다. 책 내용중에 셰퍼드가 가입되어있는(물론 직장에서 가입한 민간보험회사) 보험회사에서는 더모베이트는 처방할수없고 칼라민만 처방하게 하는 것이 나온다. 더모베이트가 더 비싼 약이라서 처방못하게 한다는것인데 거기에 당연히 셰퍼드는 반발을 하게 된다. 어쩌면 작은 예일지 모르겠지만 어찌보면 섬뜩한 일이다.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살펴서 가장 최적의 약을 처방할수 있는게 아니고 처방목록중에서 골라서 처방해야한다면 환자입장에서는 그게 얼마나 비합리적이고 답답한 일이겠는가.
어쩌면 그 장면이 의료민영화의 가장 어둡고도 무서운 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결말은 내내 어둡던 상황과는 달리 일종의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셰퍼드의 오랜 꿈인 아프리카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한것이다. 같이 사는 구성원은 조금 바뀌었지만. 어찌보면 뜬금없다는 생각도 들수도 있는데 작가는 새로운 희망을 가지라는 뜻에서 쓴것일까. 묘한 느낌이 들게 하는 후반부였다.
미국식 의료보험에 관해서는 관심이 있다면 인터넷을 통해서 그 내용을 알게 되겠지만 이 책을 통해서 그 무서움에 대해서 간접 경험하는것도 나쁘지 않을꺼 같다. 책 내용은 신파적이지도 않으면서 지극히 현실적이고 바로 우리 이웃에서 벌어질만한 이야기를 잘 적어서 느끼는바도 적지 않다. 제도와 나라를 탓하기전에 건강부터 챙겨야겠다는 생각도 드는건 또 다른 유익함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