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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종말의 날
더스틴 토머슨 지음, 권도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종말론처럼 사람의 관심을 끄는 것도 잘 없을꺼 같다. 인간의 탐욕이 점점 더 강해져가고 거기에 따라 지구를 제 마음대로 다루는 것에 대한 반작용의 의미도 담아서 세상이 멸망할것이라는 예언들이 있다. 지구가 멸망할것이라는 것은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이목을 끈 떡밥인데 우리나라에서도 휴거니 뭐니 하는 일도 있었고 2000년 밀레니엄 멸망 그런것도 있었다. 하지만 한번도 멸망한적도 없고 큰 재난이 일어난적도 없다. 그렇지만 여전히 이 종말론은 다른 형태로 그 질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아마 진짜 세상이 멸망할때까지 나올 소재가 아닐까.
마야 문명이 남긴 여러가지 위대한 것들중에 종말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종말한다는 것을 말해주는게 아니라 역법이 이어지지 않고 끝나기 때문에 종말이 온다 그런식으로 해석이 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마야가 남긴 역법 자체가 대단한 유산인데 그 보다는 그 역법의 끝이 지구 멸망이라는 것으로 귀결된다는것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아낸것이다. 사실 그 시점은 2012년이라서 이미 끝난 이야기지만 그 소재 자체는 뭔가 이야기를 만들어낼만한 충분한 꺼리가 된다.
이야기는 2012년 12월 11일 미국의 로스엔젤레스가 배경으로 시작된다. 인류가 멸망하는 여러가지 방법(?)중에 하나가 병이다. 그것도 순식간에 수만명이 전염되어 빠른 시간에 사망하는 '전염병'. 이 책도 인류 종말의 수단으로 전염병이 등장한다.
LA의 질병 통제 센터 스탠튼 박사는 프리온이라는 단백질을 연구하고 있다. 이미 이 프리온이라는 존재는 광우병을 통해서 그 무시무시함이 드러난 바가 있다 . 문제는 이 프리온의 정체가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다는 것이고 그 대상은 어느것이 될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한 병원에 괴상한 증세의 환자가 실려온다. 잠을 자지 않는 불면증환자. 그리고 환각과 발작을 동반하는 희귀한 질병. 무엇인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챈 스탠튼은 이것이 큰 재앙의 전초라는것을 알게 되고 곧 LA는 아수라장으로 변하게 된다. 도시 봉쇄령이 떨어진 가운데 미국 전역으로 이 전염병이 퍼지는건 시간문제인거 같다. 스탠튼과 질병 통제 센터는 과연 이 병의 근원을 알아내서 그 치료법을 찾아낼것인가.
책에서는 전염병의 근원이 고대 마야와 관련있는것으로 나온다. 처음의 그 환자가 고대 마야 문명의 한 유적지에서 온 사람이고 거기에서 어떤 요인으로 인해서 병이 시작된걸로 밝혀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열쇠를 풀기 위한 인물로 마야 문명 큐레이터인 마누 박사가 등장한다. 그녀와 스탠튼 박사가 투톱으로 이 병의 본질을 파고들게 된다.
사실 여러 종말론 중에서 마야 역법과 관련된 2012년 멸망설은 우리나라에서 그리 널리 퍼진거 같지는 않다.아마 마야 문명 자체가 그리 익숙한 것이 아니기 때문일것이다. 이 책이 2011년쯤에 출판이 되었으면 좀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을것이다. 멸망론은 이미 지나간거보다는 앞으로 다가올것에 더 큰 관심을 가지는 법이기에.
책은 재미가 있다. 기본적으로 종말론이란 자체가 어느정도 호기심을 품고 가기 때문에 아주 말도 안되는 내용전개가 아닌 이상 이야기는 술술 넘어가게 되어있다. 이 책은 마야에서 비롯된 그 하나의 요인이 결국 현대의 크나큰 재앙으로 이어진다는 구조인데 나름 탄탄한 자료 조사로 이야기를 풍성하게 이어가게 한다. 중간 중간 나오는 마야의 이야기나 프리온과 관련된 과학적인 이야기들은 소설의 실제성을 배가시키고 있다. 하지만 뭔가 좀 아쉬운면도 있다. 확 끌어당기는? 그런면이 부족하랄까. 시의성도 좀 늦은면이 있다고 했지만 수백년전 마야의 유적의 한 요인이 수만 수십만 생명을 앗아갈 중요한 것으로 작용한다는면이 과연 그럴까? 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그 과정이 좀더 세밀하고 더 설득력있는 단계를 거쳤으면 현실감있게 느껴졌을꺼라 느낌이 들었다.
인류 멸망에 관한 이야기는 영원한 소재꺼리다. 그동안 수많은 방법으로 수없이 많이 인류가 멸망했지만(?) 그래도 아직 인류는 거뜬하다. 그래서 앞으로도 많은 이야기들이 나올법하다. 그리고 영원히 우리는 그 이야기에 눈을 띄지 못할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종말론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읽어볼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