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텀 스쿨 어페어 판타스틱 픽션 골드 Gold 2
토머스 H. 쿡 지음, 최필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빠른것이 다 좋은건 아니다. 때론 느린것이 더 깊게 울림을 줄때도 많다. 빠르기도하면서 느리기도 한 그 균형을 잘 맞춘다면 참 멋질텐데 그러기가 쉽지 않다. 빠른 전개와 치밀하고도 사실적인 묘사등으로 흡입력있게 쓴 스릴러가 재미있기는 하다. 하지만 반대로 느린 전개와 뭔가 알듯말듯한 이야기구조가 주는 묘미도 잘만 음미하면 더 큰 재미로 다가갈수 있다.

 

기존에 보던 재미난 미스터리 소설과는 달리 이 책은 그리 화려하지 않다. 아주 악랄하거나 괴이한 사건도 있지 않다. 빠른 전개도 아니도 특이한 소재도 아니다. 몇장 읽다보면 그냥 놓아버릴꺼 같은 느낌도 든다. 그런데 한장 읽다가 두장 읽고 세장 읽다가 그냥 읽게 된다. 뭐지? 하면서 다음장이 궁금해져서 그런것도 아닌 읽어야할 의무감이 있는것도 아닌, 그냥 자연스럽게 읽게 되는 책.

채텀 스쿨 어페어는 복잡한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에 관한 이야기,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거기에 미스터리 요소가 가미된듯한 구조랄까.

 

내용은 간단하다. 주인공인 헨리는 아버지가 교장인 채텀 스쿨에 다니는 학생이다. 따분하고 뭔가 답답한 삶을 살고 있던 그에게 새로 미술선생님으로 온 채닝선생님의 등장은 그야말로 신세계를 접한거나 마찬가지였다. 세계 여러곳을 여행했던 채닝선생님의 이야기는 그에게 꿈과 자유에 관한 희망을 키워주었고 그녀의 지도로 헨리의 미술 실력도 성장하게 된다.

그리고 또 한명의 존재 리드 선생님. 넒은 세상으로 나가가기 위한 보트 제작을 도우면서 그와도 가까와진다. 좋아하는 두 선생님이 사실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란걸 알게되면서 그 둘의 사랑이 꽃피우길 빌게 되는 헨리. 하지만 뜻밖의 일이 생겨나고 모두에게 충격적인 결말로 치닫게 된다.

 

배경인 채텀이란 지역은 밝고 명랑한 곳은 아닌거 같다. 숲도 있고 연못도 많은곳인데 그 중에서 중심이 되는 검은 연못은 이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라 할수 있다. 뭔가 을씨년스러우면서 어두운듯한 분위기. 군데군데 따뜻한 기운이 있긴 하지만 뭔가 답답하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어우러지는 느낌을 들게 한다.

 

1920년대의 미국이 무대인데 그 당시의 사회상을 예견해본다면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보수적인 분위기였을것이다. 그런 가운데 채닝 선생님과 리드 선생님의 사랑이 과연 좋은 결실을 맺을수 있었을까. 헨리의 시각에서 서술된 이야기지만 결국 그 일에서 중점적인 요소는 헨리 자신이었다. 어린 소년의 치기어린 욕망과 순수가 큰 파멸로 이끌줄은 그 자신도 몰랐을것이다.

 

책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헨리의 입장에서 서술되고 있는데 어렸을때 그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으며 또 어떻게 성장해갔는지 그리고 그의 행동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담담히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그 외의 등장인물인 채텀 스쿨의 교장인 헨리의 아버지, 채닝 선생님, 리드 선생님의 말과 행동을 통해서 평면적인 글 속에서 참으로 입체적으로 총체를 잘 그려내고 있다.

 

끝부분에 가서 반전이 나오긴 한데 아주 강력한 것은 아니다. 어쩌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일이었는데 그 부분을 통해서 이 책이 미스터리물이었나고 뒤늣게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책은 미스터리물이라기보다는 미스터리라는 수단을 통해서 멜로를 풀어낸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사람이 죽었는데 어떻게 죽었는가를 다루는 면에서는 추리극이라고 할수도 있겠지만 사람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는 멜로고 헨리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다룬면에서는 성장이야기라고 할수도 있겠다.

 

장르의 규정이 어떻든 어렵지 않은 글 속에서 인간의 내면의 어두운 모습을 참 서정적으로 잘 표현한 고품격 소설인건 틀림없는 것 같다. 책의 지은이인 '토머스 H. 쿡'특유의 문체가 이 책에서도 잘 드러났단 생각이 든다. 노년에 접어든 한 남자의 일생중 가장 중요했던,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게 했던 그 시절을 참 처연하고 슬프면서도 아름답게 잘 쓴 수작이었다.

 

빠른 전개의 책들에 비해선 느린 이야기였지만 그속에서 격정적이면서도 담담하면서도 긴장감있는 요소가 두루 숨어있는 작품이어서 참 쉽게도 어렵게도 읽었던 책이다. 한번 읽기보다는 두번 세번 보면 그 속에 숨은 또다른 묘미를 느낄수 있을듯한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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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저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11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1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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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익숙해지면 이게 현실인지 허구인지 잠깐 구분이 안 될때가 있다. 감정몰입이라고 해야하나 뭐 암튼 그런 친숙한 감정에 휩싸여서 말이다. 시리즈물에서 그런면이 보이는데 시대가 변함에 따라서 주인공의 활약도 달라지고 또 주인공 자체가 나이가 든 게 묘사가 된다. 아마 작가의 나이듦에 대한 투영일것이다. 그것을 읽는 독자들도 나이가 드는건 마찬가지고.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시리즈가 거기에 맞는 시리즈 같다. 경찰의 초반의 모습부터 시작해서 노련한 형사가되고 또 경찰을 그만뒀다가 다시 경찰이 되기도 하는 그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서 마치 해리 보슈가 우리 일상 어딘가에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는건 그만큼 책 내용에 공감하고 느끼는 바가 많아서 일것이다. 보슈가 나이먹어가는만큼 독자들도 함께 성장하고 있는다랄까.

 

시리즈 11번째로 나온 이 책은 전작에서 탐정으로 변신했던 보슈가 다시 경찰로 돌아온것으로 시작된다. 명탐정 보슈의 모습도 나름 좋았긴한데 아쉽게 한편으로 그치고 그전처럼 형사로서의 활약을 보여준다. 사실 전작에서 탐정도 좋았지만 그래도 공권력을 적절히 이용하는 경찰의 모습이 더 어울리긴 했다. 다시 돌아와서 새롭게 맡은 보직은 '미해결 사전 전담반' 이었다. 한마디로 사건의 실체를 해결하지 못하고 미해결로 남아있는 사건중에서 새롭게 단서가 발견되거나 실마리가 나타나서 사건을 새롭게 추적해가는 일이다.

 

이번에 맡게된 사건은 '레베가 벌로런' 사건이다. 어린 여학생의 피살사건이었는데 그 사건의 증거중 일부가 수십년이 지난 이 시점에 현대 과학의 데이터베이스에 딱 걸린것이다. 20년이나 지난 사건이라서 정말 실낱같은 가능성을 가지고 재수사에 임하게 되는데 보슈가 누구인가. 집요함과 직관력은 그 누구보다 대단한 사람 아닌가. 밑바닥에서부터 하나하나 다시 점검해가던 그는 아주 작은 것에서 빛을 발견하고 맹렬하게 달려든다. 그런데 뜻밖에 단순 살인 사건인거 같았던 이것이 정치적인 배경이 깔린 미묘한 사건인걸로 밝혀지고 사건은 애매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 위기에 쳐한다.

 

제목인 클로저는 야구 경기에서 경기를 끝내버리는 끝판왕을 뜻한다. 최고의 구원 투수. 그가 나오면 왠만해선 경기가 지지 않는다. 그냥 쓸어버리는것이다. 사건이 생겨서 끝내 해결하지 못하고 남겨진 것들을 모아 재수사를 하는 미해결 사건 전담반이야말로 그 클로저에 합당한 호칭같다. 그리고 보슈는 그 성향상 이 직책에 딱 어울린다. 늘 죽은이의 목소리에 귀귀울여왔던 그가 아직도 헤메는 죽은 자들의 노랫소리를 멈추게 하는게 그답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해리 보슈 시리즈는 복잡하지도 않다. 사건의 결과에 대해서 의외성이 있긴 해도 큰 반전이라고 여기기도 어렵고 사건 자체가 아주 복잡하고 기괴한건 아니다. 하지만 그 단순함에도 우리가 끌리는 이유는 단순하지만 진실성이 있기때문이다. 사람에 대한 진실성. 그 바탕위에 보슈가 사건 해결에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 그려지니까 독자들이 가깝게 여기는것이 아닐까. 이번 책에서도 비록 죽었지만 그 망자에 대한 도리로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이 설득력있게 잘 그려졌다.

 

금방 일어난 사건을 추격하는게 아니라 오래된 사건을 다시 들추어 보는 내용이라서 자칫 지루해질수도 있는 내용을 지은이는 뚝심있게 잘 그려냈다. 소소한 실수나 에피소드를 펼쳐내고 단순한 사건이 아닌 경찰 내부와도 관련된 정치적인 면의 사건인걸로 적당한 긴장감을 조성해서 책에 대한 호기심을 잘 이끌어낸거 같다.

 

다음책에도 보슈가 계속해서 이 전담반에 있을까. 워낙 출중한 형사라서 원래 형사반으로 가게 되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이 벌써부터 든다. 늘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 해리 보슈 시리즈. 다음에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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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탐하다 - 판타스틱 픽션 BLACK 14-3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4
마이클 코리타 지음, 최필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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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작인 '오늘 밤 안녕을' 이란 작품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젊은 작가 마이클 코리타의 새로운 신작이 나왔다. 원래 쓰고 있는 시리즈 작품과 차별되는 독립적인 작품인데 역시 젊은 세대답게 빠른 전개와 장면전환으로 시선을 이끄는데는 성공한듯하다.

 

내용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마을의 보안관이었지만 악의 무리에 발을 담궜다가 결국 FBI에 체포되고 이윽고 죽음에 이르게 됐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늘 경찰의 주시를 받으면서 전국을 떠돌던 프랭크는 아버지를 배신했던 원수가 고향에 돌아온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인과응보.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기위해서 애써 외면했던 고향으로 향하게 되는 프랭크.

 

그런데 일이 꼬여서 배신자라고 여겼던 사람은 다른 사람으로 밝혀지고 그 사람또한 정체가 모호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의 떠돌이 생활에 한가닥 동선을 그리게 되는 한 여인과의 만남.

결국 배신자를 만나게 되고 그의 유랑 생활의 끝이 보이게 되는데...

 

전체적으로 흡입력있게 잘 읽히는 소설이었다. 군더더기 없이 전개가 빠르고 플롯도 그리 복잡하지 않고 쉽게 읽을수 있다. 하지만 뭔가 아쉬운것도 사실이다. 빽빽하면서도 치밀하게 계산된 장면이나 복선같은건 없고 그냥 무난한 수준이랄까. 등장인물들의 개연성이나 인물 묘사도 좀 부족한듯이 느껴졌다.

 

프랭크의 아버지는 유능하고 괜찮은 보안관이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살인 청부업자이기도 했다. 경찰이 청부업자라..뭔가 이색적인 스토리가 만들어질법하지 않은가. 하지만 이 설정은 그냥 그렇게 묻혀버렸다. 왜 그가 그런 상황에 직면했는지 이야기가 없다. 결국 그의 아버지는 나쁜놈이 아니겠나. 그리고 그런 아버지를 밀고한 배신자도 또한 나쁜놈이고. 나쁜놈을 밀고한 베신자를 처단하려는 주인공은 그럼 나쁜놈인가 아버지의 복수를 하는 착한 사람인가. 뭔가 설정이 애매모호한 느낌이 든다. 주인공을 절대 지지할수도 없게 만드는 그 무엇.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는 대략 영화에서 볼수있는 전형성이 보인다. 멋지고 만능적이고 남자다우면서 세심한 주인공과 뭔가 강인한듯하면서도 여린듯하며 이쁜 여주인공. 그리고 전형적인 악당들. 그래도 그 전형성에 다양한 각도의 인물상을 그려낸건 작가의 역량이 아닐까한다. 위에서 말했듯이 완전 나쁜놈도 아니고 선한 사람도 아닌 아버지와 복수를 안하려다가 복수를 하게되는 주인공. 그리고 복수의 대상자인 그 배신자도 또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영상세대에 책을 낸 작가여서 그런지 몰라도 이 책은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도든다. 영상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으니 말이다. 스릴러 액션 장르가 꼭 어둡고 무거울꺼까지는 없을것이다. 치밀하지만 너무 복잡하고 너무 반전이 있는 내용은 오히려 장르의 진입을 방해할수도 있다. 그냥 이 책 처럼 너무 복잡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단순하지도 않으면서 속도감있게 읽힐수 있는 작품도 나름의 가치가 있다 하겠다.

여름철 편안하게 휴가지에서 힘쓰지않게 읽을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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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콜드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8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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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같은 한여름에는 책읽기가 쉽지 않다. 딱딱한 책들은 몇장 읽기도 전에 고개가 갸웃갸웃거리기 시작할것이다. 냉방기속에 앉아있어도 말이다. 스릴러나 추리, 호러 장르의 소설은 계절을 막론하고 읽기 좋은 책이지만 특히 여름에 읽기가 좋다. 우선 재미가 있어서 꾸벅꾸벅거리는 와중에서도 읽고 싶을 정도고 어쨌던 책의 진도는 빨리 나갈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크게 재미가 없는 내용은 철학책이나 진배없을것이고.

 

이 책 '아이스 콜드'는 그런 걱정은 날려버릴 책이다. 어쩌면 여름용 소설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내 자신 잠이 와서 졸면서도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땀 흘리면서도 읽은 책이니까.

 

이 책은 시리즈다. 리졸리와 아일스가 주인공인 리졸리&아일스 시리즈. 리졸리는 형사고 아일스는 범의관인데 이 둘이 콤비를 이루어서 범인을 잡는다 뭐 그런 내용이 되겠다. 이 시리즈는 처음에는 완전 의학적인 지식이 가득찬 그야말로 의학스릴러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그 내용이 폭넓어지고 또다른 묘미를 선사한다. 이번 시리즈도 바로 그런 연장선상에 있는것이 책의 내용을 지배하는 코드는 호러, 미친종교, 미스터리 그정도 되겠다.

 

법의관 아일스는 의학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서 와이오밍에 도착한다. 이미 모종의 일들로 인해서 답답하고 슬픈 심정이었던 그녀는 틀에박힌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든다. 그때 대학때 알았던 옛 친구를 만나게 되고 그 친구일행의 스키여행에 동참하게 된다. 잠깐 놀러갔다온다고 여긴 그녀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떠난다.

 

하지만 안그래도 눈이 많은 지역인데 그땐 엄청난 눈보라가 그 지역을 강타하게 되고 일행은 산 속에서 표류하게 된다. 어떻게 어떻게 그곳을 빠져나온 그들은 어느 집단마을을 찾아서 내려가는데 그곳에 도착해서는 기괴한 장면에 놀라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공포...한편 소식이 없는 아일스를 찾아서 리졸리는 와이오밍으로 출발하게 되고 곧이어 엄청난 사실에 직면하게 된다.

 

사실 이 시리즈의 초반 부분 책들을 봤던 사람들에게는 묘한 느낌이 들기도 할것이 의학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한 사건 해결보다는 공포스런 분위기에 기이한 일들이 일어나고 미스터리적인 내용이 이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라서 뭔가 느낌이 다를것이다. 어찌보면 약간의 외전같은 느낌도 든다.

 

하지만 어쨌던 그 몰입도는 보통이 아니다. 다른 책들보다 더 훨씬 술술 넘어간다. 한 챕터만 더 그러다가 끝까지 가게 하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책에서 나오는 주요한 배경인 사이비 종교의 공동체 마을의 묘사는 으스스하기까지 하다. 땅넓은 미국에는 실제로 그런 사이비 종교들이 많고 거기에 현혹된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뭐 우리나라도 비슷한 부류들이 있지만.

아무튼 작가는 그것을 배경으로 삼아 치밀한 묘사와 함께 흠짓 흠짓 놀랄만한 일들을 잘 그리고 있다.

 

재미있다. 한번 손에 잡으면 놓기 힘들 정도로 빠질만한 요소가 많다. 그런데 아쉽다. 기존의 시리즈에서 보여준 냉정함과 짜임새가 뭔가 좀 빠진것같은 느낌이 있다. 반전이 일어나긴 하는데 크게 반향을 일으킬정도는 아니고 사건 해결에서 좀더 개연성있는 방법이 동원될수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게 했다. 리졸리와 아일스는 시리즈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게 부각이 되지 않았다. 주된 사건 당사자인 아일스의 모습도 좀 약해보였다. 단타를 많이 쳐서 결국 이기긴 했으나 장타가 별로 없어서 아쉬운 야구경기였다랄까.

 

이전의 시리즈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이 책은 작가의 테스 게리친의 또다른 역량을 보여준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그전에는 이성적인 작품이었지만 이젠 감성적인 면도 보일수 있는 분위기랄까. 그전 시리즈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아쉽게 느껴질수도 있겠지만 작가의 폭이 넓어진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인 면이 많다고 할만하다.

 

무엇보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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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컨피덴셜 판타스틱 픽션 골드 Gold 1
제임스 엘로이 지음, 나중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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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은 흔히 재미만을 추구한다고 해서 정통소설의 입장에서 푸대접을 받곤한다. 사실 아무리 고전이라고 해도 재미가 없으면 그 가치도 떨어질텐데 단지 재미있는 분야의 소설이라고 해서 그 가치를 폄하당한다는것은 너무 불합리한게 아닐까. 우리나라에서는 그 푸대접의 정도가 강한데 다양한 장르소설이 나오는 미국에서조차 그 작품성을 인정받는게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런데 이 책은 정말 그런 편견을 가진 사람조차도 인정할수밖에 없는 수작중의 하나이다. 가히 클래식한 작품이라고나 할까.

 

책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배경은 1950년대의 미국 LA. 폭력과 살인이 만연한 이 도시에서 시민의 안녕을 수호하는 경찰의 이야기다. 3명의 경찰이 나온다. 아주 선명하고 각기 개성이 넘치는, 섞이지 않을듯한 이 사나이들의 이야기가 전체적인 내용이다.

 

에드먼드 엑슬리. 경찰출신의 자주성가한 도시의 성공한 사업가를 아버지를 둔 사람. 머리가 영리하고 상황판단도 뛰어나지만 어딘지 모르게 약삭빠른 모습도 보이는 인물. 성탄절 폭행사건에서 아무도 말하지 않을때 동료를 밀고한 댓가로 승진하지만 동료들의 질시를 받게 된다. 편안한 삶이 보장되었지만 거친 형사과에서의 삶을 희망하는거보면 뭔가 정의심도 있다고 해야하나.

 

웬들 화이트. 머리보다는 주먹이 먼저 나가는 인물. 엑슬리와는 전혀 반대의 스타일인데 과거 유년기 시절 어머니에 대한 아버지의 폭력이라는 끔찍한 기억때문에 경찰이 되서도 가정폭력에 집착하게 된다. 성탄절 폭행사건에 가담했다는것이 엑슬리에 의해 상부에 보고되어서 좌천된거때문에 엑슬리에 대해서 원한을 품게 된다. 나름의 원칙이 있는 면도 보인다.

 

잭 빈센즈. 마약과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형사. 사건 해결 능력에 탁월한 능력을 보이면서 자신의 해결 능력을 세상에 알리는 방법도 아는 경찰국의 스타 형사다. 능구렁이 같은면도 있고 적당한 처세술도 있지만 형사로서의 강인함도 보이는 그는 어쩌면 엑슬리와 화이트의 중간정도같은 느낌도 든다.

 

별로 어울리지 않을듯한 이 세명의 형사가 어떤 사건의 중심에 휘말리게 되면서 사건의 진실에 함께 나아가게 되는것이 이야기의 핵심적인 내용이다. 이성이 감성으로, 감성이 이성으로 변하기도 하면서 서로에 대한 미움과 믿음이 교차하는 과정속에서 사건을 해결해야하는 어려움에 쳐하게 된다. 책에서는 그들의 정의가 위태위태하면서도 어떻게 실현되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보면 그리 특이한 줄거리는 아니다. 50년대라면 있을법한 경찰내의 비리와 부패 등을 배경삼아 일어나는 경찰들의 사건해결이란게 전부다. 하지만 막 2차 세계대전을 끝낸 전후 미국의 사회상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어쩌면 좀 건조하고 딱딱하게 느낄수도 있는 단백하고 절제된 문체로 당시의 상황을 잘 그려내고 있다. 색깔로 치면 회색빛이라고 해야할까. 뭔가 심심하게 그려낸듯하지만 읽다보면 감칠맛이 나게 자꾸 다음장을 넘기게 하는것이 이 책의 매력포인트다. 인물들과 일어난 사건들을 객관적이면서 실제로 본듯하게 사실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고  700쪽에 가까운 긴 내용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균형도 훌륭하다.

 

사실 이 작품을 접한것은 오래전 영화로 나왔을때 였다. 그 당시엔 그냥 근사한 경찰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이제와 그 원작 소설을 읽으니 그때의 기분이 새롭게 살아하는거 같다. 영화도 잘 만들어진거 같긴 하지만 역시 원작을 읽어야 그 속에 품은 작가의 역량을 더 잘 느낄수 있는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가끔 영화에서 느꼈던 뭔가 음울하고 끈적하면서 재즈적인 기분이 느껴졌었는데 다시 영화를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범죄소설이라는 장르적인 특성의 책이긴 하지만 충분히 새로운 고전에 들만하다고 여겨진다. 내용의 서사성이나 긴호흡속에서 이어지는 내용이면서도 흐트러짐이 없는 완성도는 정통 문학의 견지에서 봐도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이 든다. 긴 내용에 좀 복잡한 플롯이긴 하지만 내용 자체를 쉽게 잘 쓰여졌고 은근한 몰입도가 있는 책이라서 주말에 편하게 쭈욱 읽으면 좋을 대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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