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를라 기담문학 고딕총서 8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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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파상은 단편소설로 유명하다. 세계문학을 소개하는 많은 책들에서 모파상의 작품은 빠지지 않아서 그의 작품을 한편이라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것이다. 단편을 많이 쓰기도 했지만 모파상의 작품이 그리 유명하게 된것은 작품성때문일것이다. 당시 살던 사람들의 심리나 행동등을 군더더기없이 깔끔하고 사실적으로 잘 묘사하면서 인간의 내면을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그의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고 아직까지도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그런 모파상의 작품들중에서 공포스럽고 괴기스런 이야기들을 한곳에 모아서 새로운 단편집이 나왔으니 바로 고딕총서시리즈의 '오를라'이다.

사실 모파상은 단편소설을 300여편이나 썼는데 그 전체가 다 우리나라에 소개된건 아니고 유명작품 위주로 알려져서 중복출간된것이 많았다.그래서 그의 소설 성향이 대부분 비슷할것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은 그런 생각이 편견에 지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바로 공포스러우면서도 기괴한 기담소설들도 많이 썼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젊은 시절부터 신경질환이 있어서 그런 병때문에 보통 사람보다 좀더 독특한 성품을 갖게 되었을것이고 그런 바탕에서 인간의 내면에 있는 공포와 두려움을 소설로 표현해냈을것이다. 그리고 당시 프랑스의 사실주의 기풍의 유산도 충실히 반영해서 모파상 특유의 프랑스식 공포소설을 창조해냈다. 이 책은 그런 소설들중에 특히 빼어난 소설들을 모은 단편집이다. 

책 제목인 오를라를 비롯해서 총 9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는데 괴물이나 귀신이 나오거나 피가 낭자한 그런면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것은 오히려 덜 무서울것이다. 가장 무서운것이 사람이라는 말도 있는것과 마찬가지로 모파상의 소설에는 인간 내면의 공포와 기괴스러움, 두려움등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내용에 빠지다보면 소설속의 사람이 진짜 미친것인지 아니면 진짜로 그런 기괴스러운 일들이 일어난것인지 스스로 의문이 생기고 그럴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게한다.

첫번째 작품인 '박제된 손'은 비교적 짧은편인데 강렬한 인상은 다른 작품에 못지 않다. 시체의 일부를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다가 미쳐서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아무리 나쁜 사람의 육체라고 해도 그것을 좋지 않은 의도로 대하게 된다면 즉 망자의 시신을 훼손하게 된다면 끔찍한 일이 일어날것이라는 생각이 반영된것이 아닌가 한다. 

표제작인 '오를라'는 단편치고는 꽤 긴 작품인데 이 작품을 읽다보면 주인공이 미친것인지 진실인지 아리송하게 만들 정도로 구조가 탄탄하고 짜임새가 있다. 인간의 환각에 대해서 그 과정을 그린 작품인데 누구나 그런 환각속에서 자신만이 믿고 싶은것을 믿고 보고싶은 것을 보려고 하는 인간 심리를 잘 포착한 이야기 같았다. 읽다가 보면 인기 미국 드라마였던 엑스파일의 외계인 이야기가 생각났다. 인간이 본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본다는것일까에 대한 모파상의 생각이 담긴 작품같았다.맨 뒤에는 이 단편을 일기형식으로 개작한 '오를라 2판'도 수록되었는데 점점 현실에서 벗어나는 주인공의 심리를 일기라는 형식을 통해서 엿보는것도 흥미로왔다.

'마드무아젤 코코트'는 그리 복잡한 구조는 아니지만 은근하게 소름이 끼치는 작품이다. 주인공이 코코트라는 암컷개를 기르다가 그개를 죽이고 나서 겪게되는 일을 그린 작품인데 누구를 끔찍히, 죽도록 좋아하는 스토커같은 모습이 코코트에서 느꼈다면 너무 확장된 느낌인가. 정이란것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었다. 마지막에서 주인공과 코코트가 만나게 되는 장면은 정말이지 소름이 쫙 돋아날 정도로 은근한 공포심이 느껴진 작품이었다.

'산장'은 깊은 산속에 고립된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인데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같았다. 말할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괜찮았겠지만 그런 사람도 없이 혼자만 있다면 어떤일이 일어날껀가에 대한 좋은 예가 될수 있을것이다. 역시 사람은 사람속에서 살아야 사람답게 사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런 상황이라고 해도 어쩌면 스스로의 공포심과 두려움에 의해서 미칠수도 있겠구나라는 느낌이 들게 했다.

'자살'은 어떤 특별한 슬픔이나 외로움 같은것이 없어도 자살을 할수 있다는것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인간은 추억의 동물이기도 해서 과거의 추억들이 현재에 이루어지지 않을때 우울증에 이르게 되고 그 우울증이 크게 되면 자살에 이르게 된다는 것인데 실제로 현대사회에서의 자살중에서도 그런 원인이 많다고 한다. 우울증이란것이 인간 누구에게나 내면 깊숙한 어느곳에 자리잡고 있어서 한순간 방심했다가는 금방이라도 뛰쳐나와서 결국 파멸에 이르게 할꺼 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무덤'은 인간의 소유욕과 광기가 어디까지 나타날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불쌍하다는 생각까지 들게 한 작품이었다. 한 유명한 변호사가 무덤을 파헤친 죄로 기소가 되었는데 그 무덤의 주인은 변호사가 아주 깊이 사랑한 여자였던것이다. 하지만 너무나 사랑한 그가 그녀의 체취라도 느끼기 위해서 무덤을 파헤쳐서 썩은 내가 나는 그 시체를 안았다는 것인데 뭐 두고볼꺼도 없이 '미쳤다'고 볼수 있을것이다. 이성으로는 생각할수 없는 행동인것이다. 하지만 얼마나 보고싶고 얼마나 사랑했으면 저럴까하는 생각에 측은한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스스로를 변호하는 변호사의 모습에서 인간이 가진 광기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에라클리위스 글로스 박사'는 다른 작품들과는 좀 분위기가 다른 작품이었다. 어떻게보면 담백하면서 냉정한 기조를 유지하던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이 이야기는 유머스럽기도 하고 풍자적이기도 하면서 판타지 적인 면도 보였다. 윤회설이 주된 모티브로 작용하는데 인간의 절대적인 진리라는것이 과연 존재하는것인가에 대한 모파상의 의문이 반영된 작품이 아닌가 싶다.소설 후반부에 정신 병원에 갖힌 주인공이 다른 정신병환자들을 자신의 세력으로 포섭해서 새로운 종교의 지도자처럼 되는 장면에선 웃음이 나왔다. 자신이 신이라고 하면서 사람들을 속여서 금품을 갈취하는 사이비종교가 언뜻 생각날 정도였다. 

마지막인 '어린아이'는 어떻게보면 시대상을 반영한 작품이다. 한 여인이 타고난 성욕으로 인해서 순간의 실수로 아기를 가지게 되어 그 아기를 죽이게 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당시의 사회상으로 봤을때는 그 여인이 그렇게 아기를 가지게 되는것이 용납이 되지 않았을것이다. 우리나라 조선시대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껀데 그런 시대적인 배경아래 어쩌면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이 낳은 친자식을 죽이는 비정을 보이고 있다. 요즘같으면 그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았겠지만 당시의 그런 불합리한 사회상과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을 억누르는 분위기를 비판했다고 볼수 있을것이다. 더불어 일반적으로 자신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엄마의 모습과 달리 자신이 살기 위해 아이를 죽이는 모습에서 인간이 가진 잔인함도 묘사하고 있다고 볼수도 있는 작품이다.

모파상이 쓴 많은 단편 소설중에서 일부분만 본거지만 그의 작품성을 엿볼수있는 좋은 작품들이었다. 인간이 가진 기본적인 선악의 본성과 두려움, 공포심, 절망감 등을 깔끔하고도 인상깊게 잘 묘사를 했다. 이 소설들에서 보인 여러가지 인간의 마음들이 어쩌면 조금씩 우리들 마음속에도 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책은 참 인상깊게 잘 만들어졌다.시리즈인만큼 전체적인 장정의 통일성도 잘 유지하고 있고 번역이나 제본 상태도 좋다. 특히 옮긴이가 모파상과 작품에 대한 상세한 해설을 뒷부분에 수록해서 작품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세계의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이야기들을 모아 펴내는 고딕총서의 한 시리즈로 나온 책인데 초기의 시리즈에 비해서 한결 총서 성격에 맞는 작품 선정이 되고 있는거 같다. 초기작은 좀 심심하고 무난한 감이 있었는데 최근작들은 좀더 인상적인 작품들이 많은거 같다. 앞으로 나올 시리즈는 또 어떤 기괴함을 들고 올것인지 자못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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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분만 더
하라다 마하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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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키운다.옛날에는 개나 고양이 종류가 많았었는데 요즘은 그 종류도 다양하고 관련 산업도 많이 발달할정도로 애완동물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 추세다.
그중에서도 애완동물로 가장 많이 키우는 것은 바로 개다. 오랜시간 인간과 함께 살아온 동물이라서 가장 인간친화적이고 여러가지로 가깝게 지낼만한 동물이기 때문이아닐까 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 애완견을 많이 키울까? 그것은 인간과는 다르게 속일줄 모르고 한번 정을 주면 끝까지 의리를 지키는 충직성등 변하지 않는 마음때문일것이다.
사람이란 동물이 이성을 가져서 다른 동물보다 우위에 있다곤 하나 그 이성으로 말미암아 많은 욕심을 가지게 되고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우롱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인간들에 비해서 개는 절대로 배신하는일이 없고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기에 인간에게 실망한 것들을 개에게서 느끼고자 키우는것이 아닐까.

옛날에 집에서 개를 길렀었다. 참 순하고 애교도 잘 떨고 집에 오면 그리 반기고 하는 개였다. 근데 순간의 실수로 잃어버려서 그뒤로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다.지금은 아마 살아있다고 해도 개나이로 고령이라서 거동을 잘 못하겠지만 가끔 생각하면 잘 지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 경험이있기에 이 책도 그냥 단순히 개를 기르는 책이 아니라 바로 내 이야기 같은 느낌이 들었었다.

주인공인 아이가 남자친구인 고스케와 함께 골든 리트리버종인 리라를 키우는 이야기가 큰 줄거리다. 회사일로 바쁜 아이와는 달리 고스케는 집에서 주로 일하는 카피라이터다.그래서 리라를 돌보는것은 주로 고스케의 몫인데 그렇게 셋이서 산지 몇년이 지나고 나서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된다. 리라를 혼자서 키우게 된 아이. 하지만 회사일의 특성상 집에 오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는 아이. 집에서는 절대로 용변을 보지 않은 리라를 산책시키기 위해서 일찍 올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늦게 되고 참다못한 리라는 집을 난장판으로 만든다. 이런일들이 몇번 일어나자 리라에 대해서 귀찮아하는 마음이 생기는 아이. 하지만 자신을 끔찍히 좋아하는 리라의 모습에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그러나 큰 병에 걸리는 리라. 리라를 위해서 회사의 중요한 일도 포기하는 아이지만 결국에는 이별을 고하는 순간이 오게 되는데...

제목의 일분만 더라는 뜻은 마지막을 함께 하고 싶었던 아이의 간절하고도 간절한 바램의 표현인데 정말 공감이 갔다. 가장 사랑하는 존재가 먼저 떠나는데 그 순간을 함께 하지 못한다면 그 마음의 아픔이 얼마나 크겠는가. 아등바등하면서 사는게 과연 무엇을 위한것인지를 깨닫게 한다. 바로 사랑하는 존재와 함께 하기 위해서 사는것일텐데 어느샌가 일이 우선이 되는게 현실이기도 하다. 이럴때 한발짝 물러날 용기가 있어야하는데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어쩌면 리라는 우리에게 가장 순수하고 편견없는 사랑을 보여주고 있는것일지도 모른다. 이리 재고 저리 재는 사람들에 비해서 자신을 돌봐주는 주인에게 변함없는 애정을 주는 리라의 모습에서 마음 찡한것을 느끼게 한다. 사람에게 기대하지 못하는것을 애완견에게서 찾는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단순한 애견이야기라기 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개의 아름다운 사랑을 그린 책이었다. 등장인물들도 대부분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고 그들과의 관계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아기자기하게 잘 펼쳐지고 있다.
배경이 일본인데 일본에는 개들이 뛰어놀수 있는 일종의 개전용공원이 있어서 거기서 편하게 산책도 시키고 쉬기도 하는 모습이 이채로왔다.
동물을 사랑하거나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도 순수하고 편견없는 사랑이 느껴지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라. 마음 저편에서 따뜻한 무엇인가를 느낄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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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누비스의 문 1 - 털에 뒤덮인 얼굴
팀 파워즈 지음, 이동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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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sf소설이라고 하면 어렵지 않을까하는 선입관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도 그럴것이 말그대로 과학소설이라서 과학을 바탕으로 한 내용이 많이 나오는데 과학의 지식이 일상화되어있지 않은 보통 사람들로서는 그리 쉽게 읽히지 않는것이 사실이다.하지만 그렇게 어렵게 쓴 책은 어떻게보면 대중을 의식하지 않은 안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이 읽어서 이해할수 있게 쓰는것이 올바르지 않을까. 하지만 과학적인 이론이란것이 내용에 들어가게 되면 그 자체로 이해하기 어려운것이 되버리는수도 있기 때문에 전적으로 지은이만 탓할순 없긴 하다. 좀 쉽게 잘 쓰여진 과학소설을 찾아 읽어볼밖에 없을지도 모르겠고.

여기 어렵지 않게 잘 쓰여진 한편의 과학소설이 나왔는데 '아누비스의 문'이다. 소재도 우리가 흔히 잘 아는 시간 여행을 기본으로 삼아서 현재와 과거를 왔다갔다하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과거의 모습을 손안에서 보듯 섬세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

주인공인 도일은 윌리엄 애쉬블레스를 연구하는 영문학자인데 어느날 대부호인 대로에게 거액을 받는대신 시간여행을 같이하자는 제안을 받는다. 그가 그런 제안을 받은것은 그가 클리지라는 시인의 전기를 썼기 때문인데 시간여행의 목적이 그 클리지의 강의를 듣기 위함이었다. 시간 여행을 해서 과거로 들어간 도일은 그러나 현재로 돌아오지 못하고 과거의 시대에서 살게되는데 이 시간여행을 알게된 닥터 로마니일당에 의해서 여러가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과연 그들의 음모가 성공을 해서 역사가 바뀌게 될것인가. 그렇다면 시간 여행장치는 존재하게 될것인가.

시간 여행이라는 것은 인간의 오래된 꿈일것이다. 그것을 소재로한 많은 작품들이 소설로 영화로 나왔고 나오고 있고 앞으로도 나올것이다. 진부한 소재인긴 하나 과거에 더 잘했었더라면 하고 욕심을 내는 인간의 마음이 있는한 없어지지는 않는 소재일것이다. 사실 시간 여행에 관한 과학적인 진실은 '모른다'이다.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고 가능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지만 아무튼 현실에서는 아무도 해보지 않은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시간의 틈이라는 공간을 이용해서 시간 여행을 하는것으로 설정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시간의 틈을 이용해서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는 인간의 전형적인 욕망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는 필연적으로 역사의 바뀜이란것이 등장하게 마련이다.여기서도 역사를 바꾸어서 한 나라를 멸망시키려는 악당의 무리가 나온다. 무대가 19세기의 영국 런던을 그리고 있는데 어두침침한 뒷골목의 분위기가 소설에서 나오는 음모등과 어울려서 묘한 울림을 느끼게 했다.

사실 처음 읽으면 조금 헷갈리는 부분도 나온다. 책 제목에서 유추하듯 이집트와 관련된 용어들이 나오고 과거와 현재, 영국과 이집트를 오가면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많은 등장인물이 있어서 앞장을 넘길지도 모르겠다. 정신차려서 안보면 이것이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분이 안 갈때도 있다. 하지만 처음에만 잘 넘어가면 전체를 통괄하는 느낌이 오면서 이야기가 잘 읽힐것이다. 그런점에서 책의 첫부분에 주요 등장인물들에 대한 설명을 해놓은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어떤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간략한 소개를 해놓아서 이해가 안될때 찾아보면서 이야기에 몰입할수 있었다.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를 사용했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사람에 있을것이다. 바로 주인공인 도일이다. 별 힘도 못쓸꺼 같은 학자인 그가 과거에 남겨지고 납치된 상태에서도 잘 헤쳐나가면서 사건을 풀어가는 것이 힘이 있어 보였다. 그가 과연 역사를 바꿀 생각은 없었을까하는 생각도 해보면서 재미있게 읽었다.

과학소설이긴 하지만 역사이야기가 나오니 역사소설이기도 하고 영국과 이집트를 오가는 모험소설이기도 하겠다. 과학소설을 처음 읽어보는 사람에게는 조금 낯선 면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렵다는 편견을 버리고 찬찬히 읽어내려간다면 지은이인 팀 파인즈가 주는 공포스러우면서도 괴이한 이야기의 세계에 잘 적응하게 될것이다.

책은 꼼꼼하게 잘 만들어졌다. 번역도 괜찮고 제본상태나 표지디자인도 깔끔하다. 책 뒤쪽에 옮긴이의 주를 달아서 관련 용어나 역사적 사실들을 상세히 적어준것이 좋았다. 다만 띠지의 광고 문구는 좀 호들갑스러운 면이 있는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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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누헤 1
미카 왈타리 지음, 이순희 옮김 / 동녘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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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시누헤...책을 다 읽고 나서 나온 감탄사다. 참 매력적인 삶을 살았고 그의 인생을 따라가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적도 여러번이라서 책을 끝마쳤을땐 긴 여행을 끝낸듯한 느낌이 들었다.

시누헤는 고대 이집트의 한 의사이야기이다. 그가 태어나서 겪고 여행하고 결국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서 늙을때까지의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는데 역사상의 실제 배경을 바탕으로 그려진 일종의 팩션 소설이라고 할수있다. 하지만 고국인 이집트를 떠나 여러나라를 돌아다니면서 겪었던 일들이 많기 때문에 일종의 기행,모험소설이라고 할수도 있다.

이야기는 시누헤가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그가 태어난 순간부터 시작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태어난것은 모른다. 왜냐하면 그는 갈대배에 실려 떠내려온 것을 어머니가 되는 키파에 의해서 구해져서 결국 그집에서 길러졌기 때문이었다.
그의 아버지인 센무트는 의사였고 그당시 풍습에 따라서 그의 아들도 의사로 키우기로 한다.우여곡절끝에 의사 수련 과정을 끝낸 시누헤. 하지만 그는 한 창부의 유혹에 집의 전재산을 잃고 부모님까지 돌아가시게 만든다.

결국 그 상황에서 벗어난 시누헤는 이집트를 떠나기로 하고 하인 카프타와 함께 긴 여정에 오른다. 의사라는 직업으로 인해 다른 나라에 가서도 어느정도 위치에 오르지만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친구인 이집트 군인 호렙헵의 부탁을 들어서 주위 나라들을 돌아다닌다. 미탄니, 바빌론, 히타히트 등 이집트의 안전을 위협하는 국가들의 동정을 살피는 시누헤. 전쟁에 휘말리기도 했던 시누헤는 파라오인 아케나톤의 주치의가 되어 그의 사상을 지지하기도 하지만 광기가 난무하는 그 시절의 혼란의 틈속으로 휘발려들어가게 되면서 그의 운명도 예기치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는데...

고대 이집트의 이야기를 다룬 책들은 많다. 많은 수가 이집트 황제를 중심으로 다루었는데 반해 이 책은 평범한 의사를 주인공으로 삼아서 단순한 이집트의 모습만 그린것이 아니라 그당시 주변국들까지 이야기에 끌어들임으로써 흥미를 더욱더 자아내게 했다.

우선 시누헤라는 인물에게 느낀점을 말하라면 '선함'이라는 것이다. 그의 아버지의 영향도 물론 받았겠지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무료로 진료를 하고 주위 사람들 특히 노예를 대하는 행동을 보면 그의 마음씨를 알수있다. 물론 어느정도는 우유부단한 면도 있고 창부에게 빠져서 모든것을 잃는 부분에선 어리석음도 느껴진다. 하지만 그는 평생에 걸쳐서 양심에 크게 어긋나게 행동하지 않았고 항상 그 자리에 안주하지않고 더 많은 지식을 얻기 위해 행동에 나선것들이 참 좋게 보였다.

그리고 시누헤의 모험을 더욱더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그의 노예인 카프카였다. 비록 눈하나 없고 몸도 뚱뚱한 볼품없는 노예에 불과한 그였지만 시누헤를 잘 보살피면서도 수완을 발휘하여 나중에는 이집트에서 손꼽히는 거부가 된다. 물론 그 중간에 노예신분에서 벗어나지만 그는 끝까지 카프카에 대한 충성을 저버리지 않는다. 아마 그가 현대에 태어났으면 큰 장사꾼으로 칭송을 받았을것이다. 어떨땐 좀 답답하게 보이는 시누헤에 비해서 눈치빠르고 넉살 좋은 그의 등장으로 인해서 더욱더 재미난 소설이 되었다고 생각이 든다.

그밖에 당시 고대 이집트사람들의 일상,문화,종교,경제 그리고 정치와 전쟁등의 사실들이 세밀하고도 치밀한 묘사로 인해서 요즘 일어나는 것처럼 사실적이게 잘 표현되어서 고대인들의 생활모습을 짐작할수 있게했다. 특히 당시 잇었던 시체 처리인등의 직업은 호기심을 더욱더 불러일으키게 했다.

그리고 이책에서 나오는 파라오인 아케나톤에 대해서는 그의 사상이 그당시로써는 참으로 획기적이고 혁명적이었겠으나 역시 광기에 사로잡혀서는 좋은뜻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다는것을 여실히 보여주고있다.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억압적 종교라는것은 그 뜻의 좋음과 관계없이 사람들에게 다가갈수 없는것이다.

총 1,2권으로 되어있는데 고대이집트를 상징하는 표지디자인도 괜찮았고 번역도 무리없이 잘된거 같다. 책 제본도 튼튼하고 무엇보다 비슷한 분량의 다른책들에 비해서 가격이 저렴하게 책정이 되어 있어서 참 좋다. 다만 시누헤 스스로가 쓰는 1인칭 형식의 소설이라서 조금 지루할수도 있는데 중간중간에 관련 그림이나 사진 등이 있었으면 좀더 몰입할수있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시누헤가 돌아다닌 여정이 꽤 국제적이었으므로 책 앞이나 뒤쪽에 그의 여정을 그린 지도라도 있었으면 이해하는데 좀더 좋았을껀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수천년전 고대 이집트의 한 의사가 겪었던 파란만장한 기행 모험극인 이 책은 한편으로는 어리석게도 보이지만 친근감있는 주인공 시누헤와 함께 고대 이집트로 가는 타임머신같은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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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둔의 기억 1 - 제1부 저항군, 제1권 수색
라우라 가예고 가르시아 지음, 고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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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이후로 판타지, 즉 환상 소설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그래서 각종 판타지 소설이 많이 출간되었는데 사실 반지의 제왕에 필적할만큼 괜찮은 작품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차에 새로운 판타지 소설이 나왔는데 바로 이 책 '이둔의 기억'이다.
보통 영국이나 미국쪽에서 많은 판타지소설이 나왔는데 이책은 그리 자주 볼수없는 스페인작가의 작품이어서 어떤 작품일까 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재미나게 즐겁게 읽었던 괜찮은 판타지 소설이었다.

이미 스페인에서는 수십만부가 팔렸다고 하니 어느정도 작품성은 인정받는다고도 볼수 있을것이다. 많은 판타지를 접하지는 않았지만 어른이 아니면 초등연령의 사람들을 주된 독서층으로 한작품이 많았는데 이 책은 그 중간의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한 책이었다. 그래서 너무 낮지도 너무 높지도 않는 적당한 눈높이로 쓰여졌는데 장르는 판타지이지만 성장소설로 봐도 충분할만큼 심리적인 면을 잘 표현해낸 소설이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잭이 갑자기 어떤 사람들에게 부모님을 잃고 그 자신도 죽음을 당할려는 찰라, 또다른 모를 사람들에게 구출된다. 이 황당한 상황에서 잭은 자신이 선택된 자이며 지구와는 다른 또다른 환상세계가 있음을 알게된다.바로 '이둔'인데 지금은 악의 세력에 의해서 점령되어 있는 상태.자신의 부모을 죽인 사람들은 바로 그 악의 세력이 파견한 존재이고 자신을 구해준 사람들은 악의 세력에 저항하는 저항군의 일원인 알산과 샤일이었다. 악의 세력이 보낸 해결사인 키르타슈를 피해서 이들은 지구도 이둔도 아닌 '림바드'라는 곳에서 숨어지내면서 실력을 키워나간다.
그리고 림바드에는 또다른 선택된 아이가 있었으니 바로 '빅토리아'였다. 잭이 가진 능력과는 다른 능력을 가진 여자아이였는데 외로웠던 이들은 이내 친한 사이가 된다.

한편 저항군을 찾아다니던 키르타슈는 림바드에 숨은 알산 일행을 쫓다가 빅토리아를 만나게 되는데 그녀에게는 어떤 인연같은것을 느끼고 그녀를 죽이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 알산이 잡히고 알산은 악의 마법사에게 강제로 변종이 되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알산을 구하기 위해 적으로 뛰어든 잭일행. 결국 우여곡절끝에 알산을 구하긴 하지만 샤일을 잃어버리게 되고 그것을 계기로 남은 셋은 뿔뿔히 흩어지게 된다.

2년뒤 다시 만난 세명은 역으로 키르타슈를 먼저 공격하기로 한다.하지만 그 와중에 알게된 진실들...그리고 반전, 결국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참 흥미로운것은 주인공인 잭과 빅토리아, 그리고 빅토리아와 키르탸슈의 관계였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익숙치 않은 잭은 빅토리아를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자꾸 표현하지 못한다. 이미 잭을 좋아하고 있는 빅토리아는 거기에 대해서 오해를 하게 되는데 결국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게 되는게 키르타슈다. 악의 마음으로 똘똘 뭉친것같은 키르타슈가 뜻밖에 빅토리아에게는 마음을 열고 그녀를 얻고자 한다. 키르타슈는 그 특유의 과단성있고 직접적인 표현을 통해 빅토리아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악의 무리인 키르타슈에게 마음을 준 빅토리아는 괴로워하고 잭을 좋아하는 마음도 사라진것이 아니다. 이런 묘한 감정이 왔다갔다하는데 그 과정을 세밀하고 잔잔하게 잘 그리고 있다. 그리고 잭과 키르타슈의 빅토리아에 대한 마음도 고개를 끄덕이게 할만큼 잘 표현하고 있어서 세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될까하는 생각이 끝까지 지속되게 이끌고 있다.

이런 관계는 꼭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수 있는것이다. 마음의 혼란으로 힘들어하면서도 결국 극복해나가면서 성숙해나가는 과정이 이 소설을 성장소설로도 볼수있게 하는것이다.
사실 이 책은 전체가 아니다. 총 3부작으로 이루어진 책의 제 1부인것이다. 그래서인지 몇몇 전투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주요 등장인물의 캐릭터 구축에 좀더 많은 분량이 할당된듯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저항군이라는 설정을 보다 명확하게 하는 여러가지 사건들을 집어넣으므로써 판타지가 주는 재미도 확실히 보장하고 있다. 용과 유니콘이 나오고 악의 세력과 선의 세력으로 나누는 어찌보면 전형적인 판타지소설의 형식이긴 하지만 그속의 캐릭터를 어떻게 잘 표현하고 조화하느냐에 따라서 책의 격이 달라짐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너무 복잡하고 거대한 내용의 판타지 보다 이렇게 쉽게 읽히면서도 마음을 졸이게 하는 이런 작품이 오히려 더 권하기에 쉬울수도 있다. 정체성과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청소년이 보기에 참 좋게 잘 지어졌고 어른들도 재미나게 잘 읽을수 있는 작품이었다.

전체 3부작중에서 그 1부인 이 책은 전체적으로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키게 만들었다. 우선 겉표지가 책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잘 드러내고 있고 튼튼하게 제본도 잘 되었다. 번역도 무리없이 잘 번역되었고 등장인물과 지도, 여러가지 종족들 등 헷갈릴수있는 부분들을 앞부분에 정리해놓은것도 돋보였다.

끝장면은 지구에서 피해만 다니던 저항군이 드디어 이둔의 땅으로 들어가는걸로 나온다. 2부에서 어떻게 활약을 하게될지, 잭과 빅토리아와 키르타슈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빨리 후속작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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