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워크 - 원죄의 심장,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3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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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지 않고 지은이의 이름만 들어도 내용이 기대되는 작가가 있다.
바로 이 책의 지은이인 마이클 코넬리도 그런 작가 중에 하나이다. 일단 최소한 재미는 보장
된다고 볼수 있다는 뜻인데 이 작가는 재미도 재미지만 문학성도 겸비한 제대로된 책을 내는 작가이다.

이미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동명의 영화가 있는데 이 책은 그 영화의 원작소설이다. 그 영화를 봤던 사람들은 어쩌면 이 책을 더 재미나게 읽을수도 있겠다. 영화에서 생략된 내용이 좀더 자세히 나와서 상상력을 더 발휘할수 있게 하니깐.

주인공은 전직 FBI 프로파일러 요원이었던 테리 멕켈럽. 어쩌면 직업병으로 인해서 심장병을 얻었던 그는 심장이식후에 조용히 요양하고 살고 있다. 그런 그에게 어떤 여인이 찾아온다. 그러고선 자신의 여동생을 죽인 범인을 찾아달라고 한다. 이미 은퇴했던 그이기에 거절할려고 했지만 거절하지 못할 이유를 듣게 된다. 바로 그 죽은 사람의 심장을 이식받았다는.
그의 말마따나 '악의 수혜자'가 된것이다.

사건은 간단하게 보였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금품을 노린 단순한 강도. 그에게 심장을 주었던 그녀는 그 강도가 일을 벌이는 장소에 재수없게 있다가 죽음을 맞게 된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강도가 다른 곳에서 비슷한 범죄를 저지른것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단순 사건이 아닌걸로 발전하게 된다. 담당 경찰도 전혀 실마리를 잡을수 없는 상황에서 테리는 한가지씩 한가지씩 느리지만 확고하게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게 된다.
결국 복잡하고도 거대한 범죄의 뒷자락을 잡게 되지만 그 자신이 사건의 한가운데로 휘말리게 된다. 과연 그는 범인을 잡고 자신의 목숨을 보존하게 될까...

어떻게 보면 그리 복잡하지 않은 흔한 범죄다. 그런데 책은 거의 600여쪽에 이른다.
미주알고주알 쓸데없는 말이 많아서 그런가? 아니다. 마치 눈에 보이듯이 치밀하고 설득력있게 서술하기에 내용도 그렇게 많아 지게 되는것이다. 그렇다고 지루한것도 아니다.
글전개가 좀 느리다고 느껴지긴 해도 진실에 하나씩 하나씩 접근해가는 것이 참 논리적이기에 그속에서 느끼는 스릴러감은 대단하다. 그래서 책 두께가 보통이 아니지만 어느새 책에 빠지게 됐다. 별것 아닌걸로 재미있게 하는건 이 작가의 탁월한 글솜씨일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참 치밀하다는 느낌이 든다. 마치 실제 사건을 쫓아가듯이 하나하나 세밀하게 묘사한다. 지역경찰과 FBI의 영역 다툼이라던지 장기이식과 관련된 이야기라던지 경찰들의 심리 묘사 등등이 아 그래서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잘 묘사되고 있다. 이 작가의 특징이 이렇게 섬세하면서도 자세한 묘사에 있어서 그 장점이 잘 발휘되고 있다. 여러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 구축도 제대로 잘 된거 같다.
다만 주인공의 말투가 좀 부드럽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평소에 접했던 경찰의 이미지와는 달라서 번역에서 그렇게 된건지 실제의 캐릭터가 그런지 아리송했다. 영화를 봤던 사람들은 묘한 느낌을 받았을수도 있겠다.

아무튼 '마이클 코넬리'라는 작가 이름. 이른바 닥본사(닥치고 본방사수) 해야할만큼 재미와 깊이가 보장된 작가임을 여실하게 증명하는 책이었다. 이 책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다음작인 '시인'도 랜덤에서 나와있으니 꼭 읽기 바란다. 역시 후회하지 않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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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북
F. E. 히긴스 지음, 김정민 옮김, 이관용 그림 / 살림Friends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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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보면 평범하다. 하지만 계속 읽어내려가다보면 어딘가 묘한 느낌이 들게 한다. 책을 덮고 나서 조금 더 생각해보면 은근히 오싹한 느낌도 든다.
책을 읽고 나서의 느낌의 변화이다.

이 책 블랙북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본성중의 하나인 '욕심'에 관한 이야기이다.
과도한 욕심을 가질때, 정당하지 못한 욕심을 가질때 그 사람의 마음은 결국 어떻게 될까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준다.

배경은 19세기 영국의 어떤 도시. 형편없는 부모로부터 도망친 '러들로'는 어떤 시골에 이르게 되고 거기에서 자신의 운명을 바꾸게 되는 한 인물을 만나게 된다. 바로 신비스러우면서도 수수께끼같은 인물인 '조 자비두'. 그는 그 마을에서 전당포를 열게 되는데 러들로는 그의 조수로써 새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그런데 그 전당포가 여느 전당포와 다르다.
가치있는 물건을 받는게 아니라 말 그대로 '아무 물건'이나 받는것이다. 그 마을은 가난한 마을이라서 애시당초 가치있는것이 거의 없었지만 조는 가져오는 어떤 물건이라도 받는 것이다.
그런데 더 의문스러운것은 이 전당포가 모으는 진짜 보물은 바로 '비밀'이란 것이다.
제목에서도 나오는 블랙북에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으는 것. 그런데 그 이야기들이 다른 사람에게 차마 말할수없는 비밀들...조는 그런 비밀들을 듣고 댓가를 지불하게 된다.
하지만 단순히 비밀을 발설하고 그 마음을 위로하는걸로 끝낸다면 이야기는 재미없게 될것이다.

문제는 이 마을 사람들이 마을을 지배하는 제레미아 래체트에게 대부분 빚을 지고 있고 그때문에 조의 등장을 구세주처럼 느끼게 된다는 것이었다. 자신들의 보잘것없는 물건들과 남모를 비밀들에게 큰 돈을 주니 더욱더. 그러나 이들은 곧 자신들이 가질수 있는것보다 더 많은것을 가질려고 한다. 과도한 욕심을 갖게 된것이다. 그것에 대한 댓가는 과연 무엇일까..

누구나 비밀이 있다. 남에게 들키고 싶지 않는 어두운 비밀. 큰것이던 작은것이던 수치스럽고 후회되며 남에게 알려질까봐 은근 신경쓰이는 것들. 그런데 희안하게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들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이런것을 해소시켜주기 위해서 상담사란 직업이 있는것일지도 모르겠다. 무언가 맺힌것을 풀지 않으면 그것이 병이 되는것이니 말이다.

인간이 가진 어두운 비밀과 함께 이 책에서는 어두운 욕망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조에게 도움을 받았던 마을 사람들이 순식간에 그 도움에 대한 고마움을 저버리고 저마다의 욕심을 드러낸다. 어쩌면 이런 마음은 보통 사람들이 가진 마음인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는 그런 상황일때 과연 어떤 행동을 해야할까를 미리 생각하게 하는것인지 모른다.

책 내용은 평범한듯하지만 가면 갈수록 독특하고 기묘하다. 세상의 모든 비밀을 담는다는 블랙북의 존재를 생각하면 은근히 오싹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비밀이 권력으로 작용하는것이 아니라 그냥 담아두기만 한다는 것에 안도가 되기도 한다.

청소년 소설이라고 하기엔 내용이 참 파격적이고 판타지라고 하기엔 뭔가 강력한 인상이 있는건 아니다. 오히려 호러소설로서의 느낌이 강하달까. 묘한 느낌이 은근하게 오래가는 이야기였다.

독특한 책 내용에 어울리는 것이 책에 나오는 삽화다. 원래 원작에도 특이하면서 인상적인 그림이 있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번역해서 나온 이 책의 그림도 원작 못지않게 책 내용에 잘 들어맞는 그림이었다.

책의 내용은 러들러가 블랙북의 또다른 저자가 되는 것으로 끝맺음한다. 이제 러들러의 활약을 기대해야하나. 파랗고 큰 눈을 가진 그의 모습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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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추럴 셀렉션
데이브 프리드먼 지음, 김윤택 외 옮김 / 지성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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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기대를 하지 않다가 점점 그 재미에 빠져드는 맛이란...바로 이 책이 그런 경우다.
처음에 괴물이 나온다길래 그렇게 재미있어 보이지 않았던 책인데 실상 괴물이 본격적으로 나오는 장면은 많지 않고 그 괴물이란것도 상상속에서나 묘사되었던 그런것이 아니라 실제 있음직한 존재로 그려진거라서 더욱더 현실감있게 느껴졌던 책이다.

책 제목인 내추럴 셀렉션은 우리말로 하자면 자연 선택 쯤 되겠다. 자연 선택? 자연이 어떤 선택을 하나? 이런 생각을 하겠지만 이 책은 기본적으로 다윈의 '진화론'을 밑바탕에 두고 만든 책이다. 바로 생물체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스스로 변화, 즉 진화해 간다는 학설말이다. 그 진화론에 의해서 진화한 어떤 생물이 인간을 공격하게 된다는 것이 큰 줄거리다.

캘리포니아의 어느 바다에 이제까지 나타나지 않았던 어떤 생물체가 발견된다.
언뜻 보기에는 가오리처럼 생겼지만 행동습성이나 생김새, 서식지 등이 기존의 가오리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게다가 온순한 성격의 원래 가오리와는 달리 난폭한 포식자의 모습이었다. 이 사태에 6명의 해양학자들이 뛰어든다. 드디어 밝혀지는 가오리의 정체!
그것은 짐작한대로 인류역사에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고대 생물임이 밝혀진다.
그리고 그 원인은 바이러스. 생명에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플랑크톤이 줄어들고 그 플랑크톤을 주먹이로 삼던 생명체가 먹이를 찾으러 저 깊숙한 심해에서 인간 세상 가까이로 올라오게 된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단순한 동물이 아니었다. 인간만큼 지적인 동물은 아니지만 사냥을 하기 위한 최적의 두뇌를 가진 영리한 생명체였던 것이다. 곧 이들은 새로운 세상에서 사냥하는 법을 터득하게 되고 여러단계를 거쳐서 인간을 공격하기에 이른다.
과연 이 괴생명체로부터 인류를 구할수 있을까.

사실 진화론에서 나오는 진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것이 아니다. 수천년 아니 수만년, 수십만년을 거쳐서 이루어진것이다. 그래서 금방 눈에 띄는것이 아닌데 이 책에서는 몇개월만에 성격이나 삶의 방식이 바뀐걸로 나온다. 그 부분은 좀 비현실적이라고 할수있다.
하지만 정말 심해 깊숙히 어떤 생명이 있다는것은 충분히 있을수 있는 이야기다.
우리가 우주에 관해서 모르는것이 많다고 하지만 사실 인간이 살고있는 이 지구에 대해서도아는것이 거의 없다고 할수도 있을정도로 모르는것이 많다.
드넓은 바다를 봐도 인간이 내려갈수있는것은 고작해야 몇백미터이다. 하지만 심해저는 수킬로 깊이가 있는것도 여럿이고 바다를 포함한 지각 밑에는 맨틑이 있고 또 그밑에는 핵이 있다. 그런 존재 자체도 그냥 있다는것만 알뿐 어떤 상태인지 아무것도 모르는것이다.

'코어'라는 영화를 본적이 있다. 지구의 핵에 문제가 생겨서 인류가 멸망할 순간에 문제를 해결해서 다시 평온해진다는 것인데 정말 영화에서나 나올일이다. 지금 최첨단 장비로도 비바람을 정확히 예측할수는 없고 태풍 하나에 한 지역이 박살이 날수도 있다. 그런 지경인데 핵이 잘못된다면 그땐 인류멸망이지 다른게 있겠는가. 다만 인간이란 존재가 만물의 영장이라고 떠들어대도 대자연앞에선 아무존재도 아닌거란 생각이 들게 했던 영화인데 이 책도 그런 생각이 든다. 깜깜한 저 바다밑에 무엇이 있고 어떤 상태인지 알수가 없는것이다. 인간이란 참 미약한 존재구나 하는 생각도 들게 했던 책이었다.

괴생명체를 추적해가는 과정도 스릴러있고 재미있지만 해양학에 관해서 조금이나마 알수있었던것도 소득이었다. 여러가지 해양생물에 관한 전문가도 있고 해양신경학이라던지 해양바이러스에 관한 연구같은것들은 아 이런것을 연구하는 사람도 많구나 하는걸 느끼게 해주었다. 이런 사람들덕분에 우리가 안락하게 바다구경을 하는거겠지.

책은 600쪽이 넘는다. 아주 복잡하고 빠른 전개를 보이는 스릴러물은 아니다. 괴생명체의 이동경로에 따라서 그 뒤를 추적하기 때문에 전개 자체가 느릴수는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참 재미있게 잘 짜여져서 조금도 지루하지 않고 책 분량이 길다는 느낌을 못받았다.
어어어! 하다가 어느새 몇시간째 꼼짝도 하지 않는채 책을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것이다.
참 오랫만에 보는 흥미진진하고 스릴러넘치는 재미난 해양모험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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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공주
카밀라 레크베리 지음, 임소연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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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묘한 느낌이 든다. 얼음공주라.  얼음장같이 차가운 공주란 뜻인가? 얼음나라의 공주란뜻인가.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두가지 다 해당되는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얼음공주를 일컫는 인물이 성격 자체가 차가운 면이 있기도 하고, 무대배경이 북유럽의 추운나라인 스웨덴이면서 그 인물이 아주 이쁘게 생긴 여자니 틀린말도 아닐듯.

이 중의적인 뜻을 내포한 그녀, 알렉산드리아가 죽은채 발견되는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마침 근처에 어릴적 친구였던 에리카가 이 사실을 확인하게 되고 작가라는 직업탓에 그녀의 부모로부터 알렉산드리아에 대한 기사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이 부탁을 얼떨결에 받아들게 되는 에리카. 이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알렉산드리아의 죽음의 비밀을 파헤치게 된다. 자살로 보이는듯했지만 결국 타살로 판명되는 알렉스. 이 사건을 담당하게 된 경찰 파트리크와 함께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게 된 에리카는 좀처럼 사건의 실마리를 찾을수가 없다.

겉으로 보기에 행복하고 멋진 삶을 사는것처럼 보였던 알렉스가 왜 죽음을 당했을까.그것도 사람이 별로 살지 않는 이 조용한 시골 고향마을에서. 도무지 알수가 없었던 이 사건은 주위 사람들을 탐문하면서 서서히 실체가 드러나게 된다. 그 와중에 생기는 또다른 사건. 결국 과거의 어떤 일이 연관되어 엄청난 일이 벌어진걸 알게된다.
과연 이 얼음공주의 과거는 어떠했을까. 그녀가 간직한 진실은 무엇일까.

제목도 그렇고 내용 분위기나 무대가 다 '차갑다'. 살인사건이란게 그렇겠지만 무대도 딱 생각하기에 추운 지방인 북유럽이고 추운 눈보라가 휘몰아치는듯한 한 조용한 시골마을이다. 일단 기본적인 무대가 뭔가 일어날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고 장소가 작은 마을이라는것에 주목했다. 이런 마을일수록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은폐하기도 쉽고 사람들간의 어떤 관계가 중요한 고리가 되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참 세밀하면서도 농밀하게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심리를 자세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 각 인물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며 어떤 표정을 짓는지 마치 영화를 보는듯 하나하나 그리고 있는것이다.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전개방식인데 사실 사람에 따라선 좀 지루할수도 있겠지만 그런 지루함을 최소화시키는게 이 책의 지은이의 힘인거 같다. 끝까지 일정한 농도의 스토리 전개의 힘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죽은 알렉산드리아는 기본이고 사건을 추적하는 에리카와 파트리크와 함께 그 주위사람들까지 빠짐없이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묘사를 한다. 이 장치는 결국 모든 사람들을 용의선상에 올려놓게 되는것이다. 추리소설의 미덕이 책을 읽어가면서 작가와의 범인알아맞추기 싸움인데 그것이 초반에 예상되지 않게 팽팽한 긴장감으로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비록 아주 스피디하게 빠른 전개를 보이는건 아니지만 빠르지 않아도 속도감을 느끼게 하는 글솜씨를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어떻게 보면 크게 이상한 사건도 아니고 아주 큰 극적반전이 일어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적당한 긴장감과 빠르기가 느껴지는것이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500여쪽에 가까운 두꺼운 책이었지만 비교적 몰입해서 읽을수 있는 원동력이 거기에 있지 싶다. 

다만, 차세대 애거서 크리스티라는 홍보띠지는 좀 과한거 같다. 애거서 크리스티가 보여준 깊이와 무게감에는 아직 많이 못미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어떤 장르에서 거장인 사람의 이름을 빌려와서 그에 필적할만한 사람이라고 선전하는건 별로 안 좋아한다. 이때까지 그런 광고처럼 그 거장과 동급의 글실력을 보인적이 없기 때문이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이름에 묻어가지 않고 단독으로 대중앞에 나섰어도 충분히 어필할수 있는 재미난 작품이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어쨌던 책은 재미있었고 책 자체도 잘 만들었기에 홍보문구처럼 대단해질지 차기작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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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변이들
로빈 브랜디 지음, 이수영 옮김 / 생각과느낌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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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랫만에 참 재미난 소설책을 만났다. 청소년 소설이라고 하긴 하지만 어른이 읽어도 충분히 재미나고 의미있는 책이었다랄까.
평소때 좀 어이없어하는 문제를 심각하지 않으면서도 밝게, 그리고 재미나게 그린 소설이었다.

이야기는 이제 갓 고등학생이 된 '미나 리스'가 고등학교 첫날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에게 이른바 '왕따'를 당한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였던 그녀는 어떤일로 인해서 교회에서도 쫓겨났고 주위의 친구들에게도 버림을 받았다.
더구나 미나의 부모님들도 냉담하게 대하는 처지. 정말 외로웠던 그녀였지만 새롭게 실험 파트너가 된 케이시만은 어떤 편견도 없이 미나를 잘 대해줬다. 그리고 생물 선생님인 셰퍼드 선생님도 미나가 은근히 기댈만한 사람.

미나가 주위로부터 배척을 당하게 된 이유는 교회의 가르침에 반하는 어떤일에 대해서 '반성'을 했기 때문. 처음에는 그 일에 대해서 아무생각없이 따랐으나 곧 마음의 양심에 의해서 그것이 잘못된것임을 알게된다. 하지만 그게 잘못된건지 모르는, 종교에만 빠진 사람들에 의해서 미나는 내쫓김 당한것이었다.

책에는 이른바 창조론과 진화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무대인 미국에서는 건국의 주요 세력이 기독교를 믿는 나라여서 학교에서 창조론을 가르치는것이 당연하게 여겨왔다. 그러던것이 정교분리원칙에 의해서 학교에서 창조론을 가르치지 못하게 한것이 불과 수십년밖에 안된다고 한다. 그런데 기독교인들이 창조론도 똑같이 가르쳐야한다고 운동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책은 그런 배경을 깔고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미나는 처음에는 교회의 말에 잘 따르는 평범한 아이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자신의 양심에 따라서 그것에 이의를 제기한것. 기독교를 부정하고 믿지 않겠다는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들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한것이다.

사실 독실하다는 의미가 어떤면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미나를 곤경에 빠뜨린 교회사람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나는 별로 안 독실한 기독교신자이다. 어릴때부터 하나님 믿어왔고 지금도 믿음이 흔들리진 않는다. 하지만 책에 나오는 사람들같은 신자들을 보면 참 화가나고 답답하기도 하고 성질이 날때가 많다. 성경에서 말하는 가르침은 이웃에 대한 배려와 사랑인데 어떻게 자신의 믿음과 다르다고 배척하고 미워할수있는지...사실 우리나라의 기독교중에서 저런 종교에 맹신하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그것이 우리나라만 있는게 아니라 미국에도 많다는 것이 의외라면 의외였다. 미국은 그런 종교 근본주의적인 종교관이 아닌줄 알았기 때문이다.

종교의 믿음의 태도에 대한 배경을 깔고 시작하는 책이지만 기본적으로 이 책은 청소년의 성장소설이다.
미나라는 평범한 기독교신자가 생각하지도 못한 일을 당해서 그것을 헤쳐나가고 그러면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렸다고 할수 있겠다.
어떻게 보면 미나는 참 강인한 아이다. 케이시빼고 그 누구도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데도 스스로 잘 버텨나갔으니 말이다.
물론, 케이시라는 참 사려깊고 마음 좋은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서 버틸 힘이 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자신의 힘으로 그 상황을 헤쳐나간것이다. 케이시와 케이시가족의 마음을 사로잡게 된것도 결국 미나의 마음 때문아니겠는가. 미나 스스로 그 어두운 터널을 벗어났다고 할수 있다.

책은 쉽게 잘 읽힌다. 기독교 교리를 둘러싼 이야기라는 배경이 있지만 비기독교인도 충분히 재미나게 읽을수 있는 이야기다.
배경은 기독교이지만 다른 종교를 대입해도 되는 이야기다. 어느 종교던 너무 극단적이고 근본주의적인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꼭 종교가 아니라고 해도 어떤 사상이나 주장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고 고정불변인것처럼 나올때 일어날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도 되겠다.

제목인 '돌연변이들'은 미나를 배척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미나와 미나의 친구들을 가르키는 말이다. 그런데 세상에 돌연변이가 아닌 것이 있을까. 새로운 환경, 변화된 조건에 적응하고 살아가기 위해선 돌연변이가 일어나야하는것인데. 그 돌연변이가 많이 일어나게되서 그것이 익숙해졌을뿐이다. 내 입장에선 오히려 미나를 미워했던 그 교회사람들이 돌연변이같다. 진실을 향해서 돌아보지 않는 퇴화된 종들같은.

재미난 소설이다. 읽어보면 기분이 좋아질 소설.
터널을 헤쳐나온 미나가 이뻐보여서 업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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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느낌 2009-09-14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보았습니다. 미나를 예쁘게 봐 주셨다니 감사하네요^^ 이렇게 남겨 주신 서평덕에 더 좋은 책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불끈불끈합니다n.n
/생각과느낌 http://blog.naver.com/tf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