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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공주
카밀라 레크베리 지음, 임소연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평점 :
제목부터 묘한 느낌이 든다. 얼음공주라. 얼음장같이 차가운 공주란 뜻인가? 얼음나라의 공주란뜻인가.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두가지 다 해당되는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얼음공주를 일컫는 인물이 성격 자체가 차가운 면이 있기도 하고, 무대배경이 북유럽의 추운나라인 스웨덴이면서 그 인물이 아주 이쁘게 생긴 여자니 틀린말도 아닐듯.
이 중의적인 뜻을 내포한 그녀, 알렉산드리아가 죽은채 발견되는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마침 근처에 어릴적 친구였던 에리카가 이 사실을 확인하게 되고 작가라는 직업탓에 그녀의 부모로부터 알렉산드리아에 대한 기사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이 부탁을 얼떨결에 받아들게 되는 에리카. 이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알렉산드리아의 죽음의 비밀을 파헤치게 된다. 자살로 보이는듯했지만 결국 타살로 판명되는 알렉스. 이 사건을 담당하게 된 경찰 파트리크와 함께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게 된 에리카는 좀처럼 사건의 실마리를 찾을수가 없다.
겉으로 보기에 행복하고 멋진 삶을 사는것처럼 보였던 알렉스가 왜 죽음을 당했을까.그것도 사람이 별로 살지 않는 이 조용한 시골 고향마을에서. 도무지 알수가 없었던 이 사건은 주위 사람들을 탐문하면서 서서히 실체가 드러나게 된다. 그 와중에 생기는 또다른 사건. 결국 과거의 어떤 일이 연관되어 엄청난 일이 벌어진걸 알게된다.
과연 이 얼음공주의 과거는 어떠했을까. 그녀가 간직한 진실은 무엇일까.
제목도 그렇고 내용 분위기나 무대가 다 '차갑다'. 살인사건이란게 그렇겠지만 무대도 딱 생각하기에 추운 지방인 북유럽이고 추운 눈보라가 휘몰아치는듯한 한 조용한 시골마을이다. 일단 기본적인 무대가 뭔가 일어날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고 장소가 작은 마을이라는것에 주목했다. 이런 마을일수록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은폐하기도 쉽고 사람들간의 어떤 관계가 중요한 고리가 되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참 세밀하면서도 농밀하게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심리를 자세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 각 인물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며 어떤 표정을 짓는지 마치 영화를 보는듯 하나하나 그리고 있는것이다.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전개방식인데 사실 사람에 따라선 좀 지루할수도 있겠지만 그런 지루함을 최소화시키는게 이 책의 지은이의 힘인거 같다. 끝까지 일정한 농도의 스토리 전개의 힘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죽은 알렉산드리아는 기본이고 사건을 추적하는 에리카와 파트리크와 함께 그 주위사람들까지 빠짐없이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묘사를 한다. 이 장치는 결국 모든 사람들을 용의선상에 올려놓게 되는것이다. 추리소설의 미덕이 책을 읽어가면서 작가와의 범인알아맞추기 싸움인데 그것이 초반에 예상되지 않게 팽팽한 긴장감으로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비록 아주 스피디하게 빠른 전개를 보이는건 아니지만 빠르지 않아도 속도감을 느끼게 하는 글솜씨를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어떻게 보면 크게 이상한 사건도 아니고 아주 큰 극적반전이 일어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적당한 긴장감과 빠르기가 느껴지는것이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500여쪽에 가까운 두꺼운 책이었지만 비교적 몰입해서 읽을수 있는 원동력이 거기에 있지 싶다.
다만, 차세대 애거서 크리스티라는 홍보띠지는 좀 과한거 같다. 애거서 크리스티가 보여준 깊이와 무게감에는 아직 많이 못미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어떤 장르에서 거장인 사람의 이름을 빌려와서 그에 필적할만한 사람이라고 선전하는건 별로 안 좋아한다. 이때까지 그런 광고처럼 그 거장과 동급의 글실력을 보인적이 없기 때문이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이름에 묻어가지 않고 단독으로 대중앞에 나섰어도 충분히 어필할수 있는 재미난 작품이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어쨌던 책은 재미있었고 책 자체도 잘 만들었기에 홍보문구처럼 대단해질지 차기작이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