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제주도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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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수십만명이 찾는 제주는 우리나라을 대표하는 휴양지라고 할만하다. 우리나라 사람 치고 제주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것이다. 하지만 제주를 '아는'사람은 많아도 제주를 '알아보는'사람은 많지 않다. 그냥 유명한 관광지에 와서 좋다라곤 하지만 속속들이 알고 하는게 아니라 그냥 겉에 보이는것만 감탄하는것이다. 옆동네도 아니고 비행기를 타고와야하는 제주에 와서 그정도만 본다면 아깝지 않을까.

 

어떤 관광지를 가던 그냥 가는것과 알고 가는것은 하늘과 땅 차이일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제주를 알려주는 좋은 안내장이 될만하다. 이 책으로 제주를 다 알수는 없겠지만 제주가 어떤곳인지에 눈을 뜨게 한다고나 할까.

 

책은 유명한 구라쟁이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7권이다. 전에 책들은 여러곳의 유적지들을 답사한것을 모았는데 이번에는 오롯이 제주에 관한 이야기다. 그야말로 제주 특집이라고나 할까. 역시 이번에도 쉽게 읽히는 지은이의 글솜씨가 잘 드러난다. 글을 어렵게 쓰는 사람들은 유홍준의 책들을 좀 유심히 봐야한다. 어떻게 써야 같은 말이라도 쉽게 잘 전달할수 있는지를. 지은이의 쉽고도 재미난 글덕에 제주에 대해서 한층 더 쉽고 친근감있게 다가가는듯하다.

 

내용은 처음에 본향당이란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본향당이 뭐지? 아마 나를 포함한 제주에 대해서 잘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 듣는 말일꺼다. 하지만 이 본향당이야말로 제주란 고장의 특색중에 하나란걸 이 책을 읽으면서 알수 있었다. 일본으로 떠난 제주출신들이 제주를 생각하며 결국 제주에 돌아와서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그야말로 마음의 본향 같은 곳 그곳이 본향당이다. 어느 지역이나 고향을 그리는것이 있겠지만 이 본향당같이 애틋하면서도 뭔가 뭉클한, 특색있는 곳은 잘 없을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제주의 4.3 사태. 제주가 가지는 그 슬픔이 이 사건으로 인해서 더욱 짙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뭍에 사는 사람들은 꿈에도 생각못할 일들. 이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서 담담하면서도 사실적으로 이야기 해준다. 본향당에 이어서 구슬픈 제주의 느낌을 느끼게 해주었다.

 

하지만 제주가 어찌 슬픔의 도시이려나. 제주를 그 어떤 지역보다도 빛나게 하는 여러것들이 있으니 대표적인 것이 오름과 용암동굴들이다. 오름이란것은 한라산 근처에 있는 작은 화산언덕을 말하는건데 국내 어디에도 없는 제주만의 특색적인 곳이다. 어디 우리나라만 그려랴 세계적으로도 제주오름만큼 아름답고 멋진곳은 잘 없을것이다. 이어지는 용암동굴들. 내륙에 있는 동굴들과 확실하게 차별되는 정말 아름다운 곳. 이 제주의 동굴들은 그 독창성과 희귀함으로 인해서 결국 세계자연유산에 오르게 되는 중요한 인자로 작용한다. 앞으로 동굴과 관련해서 세계자연유산에 오르려면 제주의 동굴들을 뛰어넘는 아름다움과 희귀성을 보여야 한다고 하니 괜히 내가 뿌듯해진다.

 

그밖에 제주의 역사인 탐라국의 이야기를 하면서 유배지로서의 제주 이야기 등 풍성한 제주의 모습을 들려주고 있다. 그리고 곳곳에서 보이는 제주를 사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참 인상적으로 남는다. 제주의 자연과 제주의 언어, 제주의 습생등을 묵묵히 기록하고 조사했던 그들 덕분에 오늘날 제주를 조금이나마 쉽게 알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 새삼 그분들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이 책 한권으로 제주를 알수는 없을것이다. 그야말로 제주의 한귀퉁이 조그만 점 정도나 알수있을까. 하지만 제주가 다른지역과 다른 참 아름답고 멋진 곳이란것을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그 마음을 가지고 이젠 제주를 제대로 알아갈수 있을것이다. 제주 다녀온지가 어언 30년인데 그동안 제주도 무척 많이 바뀌었으리라. 늘 가고 싶다는 노래만 부르고 가보지 못했는데 이제 언제 갈까하고 달력을 뒤척이고 있다.

가깝게 가긴 조금 먼 제주. 하지만 바로 옆동네처럼 친근하게 느끼게 만든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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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엘리어트
멜빈 버지스 지음, 정해영 옮김 / 프로메테우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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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영화를 소설화하는 것을 그리 탐탁하게 느끼진 않는다. 소설이 주는 재미와 영화가 주는 재미가 엄염히 다른데 원작영화의 소설화는 뭔가 아쉬움이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원작영화를 소설화한 작품중에 인상적인 책은 그리 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 책, 빌리 엘리어트를 처음 접할때도 은근히 우려했었다. 그저 그런 단순히 영화를 글로 옮긴 수준은 아닐까하고. 게다가 이 영화는 내가 참 좋아하는 영화이기도 해서 영화의 감흥을 깰까도 싶었다.

 

그런데 그 걱정, 기우였다. 원작영화에서 느꼈던 그 느낌이 또다른 느낌으로 전해진다랄까. 잘 쓰여진 영상소설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용은 영국의 어느 광산이 있는 시골도시의 한 소년 이야기다. 여느 영국 아이들과 비슷하게 빌리도 복싱을 배우면서 사는 평범한 아이였다. 전형적인 광부인 아버지와  형, 그리고 약간의 치매끼가 있긴 하지만 빌리를 사랑하는 외할머니랑 살고 있다. 시절은 그리 편하지 않아서 영국 정부의 광산정책에 대항해서 파업을 일으킨 아버지와 형의 처지때문에 넉넉하지 못한 환경이 된다. 이런 때일수록 강해져야한다는 의미로 아버지에 의해 복싱을 배우게 되지만 빌리는 왠지 같은 체육관에서 하는 발레에 관심이 간다. 살짝 동작만 했는데 이내 발레에 관심이 생겨버린 빌리.

 

게다가 빌리는 재능이 있다고 한다! 빌리가 그 누구보다 발레에 재능이 있다고 윌킨슨 선생님도 말한다. 한술 더 떠서 큰 도시로 가서 본격적으로 배워야 한다고 한다. 오디션을 보라고.

근데 어떡하지. 오디션은 커녕 발레 한다는 사실에 아버지와 형이 가만있을리가 없다. 난리날텐데 어떻게 허락을 받나.

 

발레라는 것을 통해서 소심한 소년에서 당당한 청년으로 커가는 이 책은 일종의 성장소설이다. 그런데 성장하는것이 꼭 빌리라는 이 소년 뿐일까. 어쩌면 이 책은 빌리 뿐만 아니라 그의 아버지인 재키와 토니의 성장일수도 있다.

단순한 광부로, 그저 그런 삶을 살면서 인생을 보내던 그들에게 빌리는 별종이다. 광산에서의 삶 이외의 것은 생각도 안해봤고 발레라는것에는 여자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편견만 있을뿐 별다른 인식도 없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가족인 빌리가 발레를 한단다. 그것도 무지 잘한단다. 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전형적인 무뚝뚝한 경상도 가정의 남자로 태어난 나로서는 빌리 아버지와 형이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있을지 대충 짐작이 갔다. 빌리가 발레를 한다니. 오 맙소사! 처음에 그들이 그렇게 느꼈던 것은 당연했지 싶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빌리의 마음을 들어준다. 삶이란게 그리 단순한게 아니라 또 다른 길이 있다는것을 깨달은것이고 발레는 남자도 멋지게 할수있다는걸 인정한것이리라. 그점에서 그들도 빌리와 함께 성장했다고 할수 있지 않을까.

 

영화라는 영상 매체로 먼저 나와서 그것을 본 사람들이 많음을 생각했는지 이 책은 다중 일인칭 시점이라는 독특한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주인공인 빌리와 함께 아버지나 형등 여러 등장인물들의 시점에서 다양하게 전개시키고 있다. 마치 여러대의 카메라로 빙 둘러가면서 찍는듯한 느낌을 준다랄까. 그래서 좀더 사실적이고 객관적으로 빌리를 바라볼수 있게 한다.

 

이 소설의 백미는 역시나 후반부이다. 빌리가 어떻게 가족들에게 인정받고 어떻게 오디션에 참가하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가 숨가쁘게 전개되는데 영화를 본 사람에게는 그 장면이 주마등처럼 지나갈듯하다.

 

원작 영화를 여러번 본 상태에서 이 책을 봤는데 괜찮게 잘 쓰여진거 같다. 영화를 안 보고 이 책을 봐도 좋은 성장소설로 손색이 없을듯하다. 눈물날 만큼 감동적인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떤 교훈을 주는것도 아니지만 그냥, 그냥 마음이 뭉클해진다. 감정이 과잉되지도 않게 적절하게 조절되면서 마음을 참 산뜻하게 해준다고나 할까.

 

좋은 책이다. 쉽게 재미있게 기분좋게 읽을만한 책이다. 더불어 이 책에서 좋은 느낌을 받은 사람은 영화를 안 봤으면 꼭 보기 바란다. 이 책을 더 가깝게 느껴지게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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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44 뫼비우스 서재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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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소설을 읽으면서 범인을 추격하거나 주인공이 아슬아슬한 순간에 이르면 바짝바짝 긴장이 되면서 심하면 오금이 저릴때도 있다. 간이 '쫄깃쫄깃'해진다고나 할까.

그런데 이 책, 와 정말 책 읽는 내내 뭔가가 꽉 막힌듯한 느낌이 들게 했다. 간이 쫄깃하다못해 그냥 얼었다 녹았다 할 정도였다.

 

이 책은 분명 추리 스릴러 장르에 속한다.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그린게 중심이니까. 하지만 그것을 그린 뒷배경이 어쩌면 더 가슴 서늘하게 해서 그런 느낌이 들게 한것이라고 볼수도 있다. 무대가 되는 시대가 1950년대 옛소련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시절을 배경으로 한 스릴러는 그리 많지 않은데 이 책은 그 시절을 참으로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바로 자유를 뺏겨서 공포 속에 살아가던 그 시절을. 그런 얼어붙은 시절을 배경으로 서늘하게 전개되는 스릴러니 간이 쫄깃해질만도 하지 않겠는가.

 

책은 첫장부터 인상깊게 시작한다. 1930대 소련의 우크라이나지역에서 일어났던 대기근의 시절의 한 단상을 자세하게 그리고 있다. 이른바 '굶어 죽어가는' 장면이 실감나게 그려진다. 하지만 그것이 하나의 복선이란건 책을 읽어가면서 눈치 챌것이다.

 

주인공인 레오는 소련 정보기관의 촉망받는 요원이다. 막강한 권력의 정보부 직원이라는 뒷배경을 바탕으로 국가에 절대충성하던 그는 여러가지 사건에 의해서 먼 지방의 민병대 요원으로 좌천된다. 말이 좌천이지 그냥 잠시 사형이 유예된거나 마찬가지의 상황. 그런데 거기서 묘한 사건들을 맞이하게 된다. 바로 어린 아이들의 시체가 계속해서 발견되는것이었다. 그런 일련의 사건들은 자신의 안위와도 간접적으로 관계가 있는터. 그는 그 사건들의 진실을 캐기로 한다. 하지만 당시 소련은 '완전 국가'라는 미명하에 살인사건도 공식적으로 없는것으로 치부된다. 레오는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사건의 실체에 접근해간다.

 

어떻게보면 범인을 추격해가는 과정 자체는 그리 대단할것이 못된다. 연쇄 살인 사건이 특별한것도 아니고. 하지만 그 무시무시한 시대적인 배경이 결합이 되니까 대체 어디서 어떻게 일이 터질까하는 긴장감이 배가 되는거 같다.

 

책에서는1950년대 소련시절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그냥 공산 국가도 아닌, 스탈린이라는 우상화된 1인 독재체제의 시절에서 살아가는것이 어떤것인가에 대해서 절실하게 느끼게 해준다. 정말 저 시절에 사람들은 어떻게 저러고 살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글만 읽어도 답답하고 숨이 꽉 막히는데 실제로는 심정이 어떠했을까하고 말이다. 단순히 내가 하고 싶은것을 못하게 하는 상태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나와 내 가족의 목숨이 왔다갔다 할지 모르는 그런 공포의 상태가 더욱더 심장을 조였을것이다. 새삼 자유라는것이 얼마나 소중한것인지를 잠시나마 생각하게 했던 소설이었다.

 

지은이는 이 책이 첫번째 소설이라고 한다. 경험 많고 나이 많은 노련한 작가가 쓴것마냥 밀도있고 완성도 높은 책이었는데 이 책을 쓴 나이가 29살이라니 더욱더 놀랐다. 연쇄 살인이라는 설정을 스탈린 시대라는 배경을 깔고 인간의 사악함과 공포를 교묘하게 혼합해서 이런 수준 높은 책을 썼다는것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여겨진다.

 

추리나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은 물런이고 르포형식의 사실적인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다 만족할만한 색다른 시대적 스릴러였다. 이 책 안 읽으면 분명 후회할 것이다.

지은이의 나이가 아직 창창하니 앞으로 나올 그의 작품들도 기대가 된다.

 

덧, 그전에 판에 광고문구도 썩 맘에 들진 않았지만 띠지에 있어서 넘어갔었다. 그런데 새로 나온 개정판에 광고문구는 더 오글거렸는데 아예 앞표지 자체에 박혀있어서 좀 아쉽다. 이 책은 그런 오바스러움이 불필요한 작품인데...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도 하니까 '반공소설'이라고 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윽 개그콘서트에나 나올 말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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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 세컨즈 1 - 생과 사를 결정짓는 마지막 3초 그렌스 형사 시리즈
안데슈 루슬룬드.버리에 헬스트럼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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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나 일본의 추리 스릴러 장르에 익숙해있던 사람들에게 북유럽 스릴러물은 새로운 감흥을 불러일으키는거 같다. 나또한 그러하니까.뭔가 색다르고 신선한 느낌을 준다랄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나 줄거리는 그렇게 많이 특이한거 같진 않지만 그속에 담겨진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역시 다른나라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최근 새롭게 기대를 모으고 있는 북유럽 스릴러물중에 새로운 책이 나왔다.

바로 이 책 '쓰리 세컨즈'.

북유럽 스웨덴을 무대로 한 이 책은 이중첩자라는 모티브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사실 이중첩자란 설정은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소설에서 다루어진 설정이다.  영화 '무간도'에서 서로 상대 진영에 침투시킨 이중스파이 이야기가 대표적으로 생각난다. 이 설정은 들키지 않을까하는 조마조마한 떨림이 극대화될수록 잘 쓰여진 이야기가 될것이다. 그래서 사건의 개연성이나 풀어가는 방식이 설득력이 있지 않으면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그런 기대를 충족시키는 재미난 스릴러물이라고 할수있었다. 경찰에게 협력하는 존재지만 공식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하는 '파울라'. 그는 또한 스웨덴 마약시장의 비열한 범죄자로서도 활동한다. 그 이름 '호프만'. 원래 범죄세계에 있는데 간간히 경찰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들은 흔하지 않게 볼수 있다. 하지만 아예 작정하고 범죄의 소굴로 들어가서 그 실력을 인정받아 높은 지위에 오르면서 그 치부를 낱낱이 밝히는 경찰이나 경찰 정보원은 그리 많지 않다. 그만큼 쉽지 않은 임무이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파울라'는 그런 임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한다. '가족'을 위해. 그것을 행할 강인한 의지와 실력이 수반되는건 필수. 그런 그를 거물급 범죄자로 만들기 위해서 그를 고용한 담당 경찰은 국가 범죄 데이터 시스템에 그가 저지르지도 않았지만 저지른것처럼 꾸민 허위 정보를 조작한다. 그 결과 무시무시하고 위험한 범죄자가 되는것이었다. 그 결과 범죄단 상층부에 능력을 인정받아서 드디어 스웨덴 교도소 마약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임무가 주어진다. 하지만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은 그가 중범죄자로 교도소에 들어가긴 쉽지 않은터. 일부러 범죄를 저지를수도 없는데 이것을 그의 존재를 알고 있는 극소수 경찰수뇌부가 기록을 조작, 그가 중범죄자로 교도소에 들어갈수있게 해준다. 성공적인거 같았던 그의 침투는 그러나 그의 신분이 발각이 되면서 정부나 범죄단 모두에게 버림받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그가 과연 그 난국을 어떻게 빠져나가게 될까...

 

한편 이 책은 이중간첩인 파울라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그의 뒤를 쫓는 그렌스 형사의 이야기를 그린 '그랜스 형사 시리즈'이기도 하다. 비록 파울라라는 인물이 주는 인상이 아주 강렬해서 상대적으로 그렌스 형사의 느낌이 약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는 스웨덴 최고의 형사다. 어떤 사건이든 그가 물고 늘어지면 언젠가는 해결되는, 악바리 형사라고나 할까.

 

그런데 그런 그가 아무것도 모른채 파울라를 끝까지 추적한다. 어쩌면 파울라의 존재를 그도 알게 했으면 좀더 수월하게 파울라가 임무를 수행하지 않았을까. 최고의 형사가 경찰을 위해 일하는 이중첩자를 맹렬하게 추적하는 꼴이 되버렸다. 물론 기밀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긴 하지만 그 형사는 보통 사람이 아니지 않는가.

 

이중첩자인 파울라가 과연 어떻게 임무를 수행하는지, 살아남기는 하는지와 노회하고 강력한 그렌스 형사가 어떻게 파울라를 잡게 되는지 그 둘의 쫓고 쫓기는 대결이 흥미진진하게 잘 그려진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사건이 어떻게 해결되고 그런거보다 중간에 그려진 스웨덴 사회의 한 단면이었다. 그것은 군대라는 존재가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사건의 해결을 위해서 군대의 힘을 빌어야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우리같으면 그냥 아무 생각없이 군대를 동원하지만 이 사회에서는 민간의 일에 군대를 동원하는것이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고 그런 명령을 내리는 사람들 조차도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그 자체에 큰 고민을 하는걸로 나온다. 그리고 동원된 군인도 민간인의 일에 개입하는것에 큰 불편함과 망설임을 느끼고 있다. 이야기 흐름상 군대가 동원되어도 별 신경도 안 썼었는데 그 장면을 보면서 느낌이 묘했다. 어쩌면 스웨덴에서의 그 사고가 정상적이지 않을까. 남북이 대치되고 여러가지 안 좋은 사건들이 많았던 우리 사회에서의 생각에서 본다면 신선한 충격이 아닐수 없었다. 책에서는 결국 군대를 동원한게 아니라, '군대 출신'을 동원하는 편법을 쓰기까지 하니 그렇게까지 민간과 군이 분리된다는것이 부럽기도 했다.

 

영미의 스릴러는 부드러우면서도 말랑한 느낌을 준다고 한다면 북유럽의 스릴러는 투박한 느낌을 준다. 아마 날씨가 추운 곳이라서 그런가. 분명 뭔가 다른 느낌을 준다. 솔직히 아직까지는 내용의 전개나 개연성, 소재의 다양함등에 비해서 북유럽 스릴러가 모자란듯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사람이라는 존재를 좀더 잘 느끼게 해준다는 생각에 영미의 스릴러에 버금갈 수 있을꺼란 생각도 든다.

 

낯설은 언어권의 작품이라서 어색한것도 있었지만 재미있었고 나머지 그렌트 형사 시리즈도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할 만큼 괜찮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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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환의 심판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6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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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도 먹고 사는데 바빠서 책 읽는데 그리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못한다. 피곤한 나머지 책 몇장 넘기다보면 잠이 스스륵 오니까. 내용이 딱딱하기라도하면 그냥 잠이 온다. 그런데 잠이 오기는커녕 눈이 말똥말똥해지는 책들이 있다. 아주 재미나고 유쾌하게 쓰여진 책들이 그런데 그중에서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들은 상위권에 속한다. 이 작가의 이야기는 그냥 편하게 읽히면서 뒤의 내용이 궁금해지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중 이른바 '미키 할러'시리즈의 신작이 나왔다. 전작에서 총상으로 변호사생활을 중단했던 그가 이번에 재활의 끝에서 다시 돌아온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건 역시라는 낱말. 지은이의 작품들에서 느껴지는 쉽게 읽을수 있고 재미있게 읽을수 있는 느낌들이 이 책에서도 여지없이 느껴졌다. 어떻게보면 단순하다면 단순한 법정스릴러인데 이 단순한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으로 끌고가는건 역시 작가의 능력이라고 하겠다.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에서 인상적인, 선같지도 악같지도 않게 나왔던 미키 할러가 이번 작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가 궁금했다. 내용상으로는 한동안 아파서 변호사생활을 접었다가 다시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 쉬는동안에 뭔가 인간적으로 변화된게 있을까하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변화된듯도 하고 안된듯도 하다. 그의 변호사관의 일관성은 변치 않았기에. 하지만 뭔가 변화를 보이는 행동을 하는것도 사실이고. 판단은 책을 읽어보면 알수 있을것이다.

 

내용은 쉬고 있던 미키 할러가 새롭게 변호사생활을 하려고 하는 찰라에 급작스럽게 산더미같은 사건들을 맡게 되는것에서 시작된다. 전국적인 이목을 끌고 있던 '월터 엘리엇'의 사건을 포함한 수십건의 사건들을 맡게 되는것이다. 동료 변호사였던 제리 빈센트가 맡고 있던것이 그의 죽음으로 인해서 할러에게 온것. 백짓장의 상태에서 시작했지만 이내 저력을 발휘하는 할러. 하지만 엘리엇의 죽음이 자신이 맡은 사건과 관련이 있음이 드러나고 할러 자신의 목숨도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는 가운데 사건은 막바지로 치닫게 된다.

 

흥미로운것은 마이클 코넬리의 인기 캐릭터인 '해리 보슈'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제리 빈센트 살해 사건과 관련된 담당 형사로 나오는데 할러와 미묘하게 엮이면서 흥미를 자아낸다. 때론 협력하고 때론 이용하면서 극을 더 몰입감있게 끌고 간다. 사실 보슈의 등장 분량은 그다지 많이 나오진 않는다. 하지만 그 짦은 분량에도 보슈의 아우라는 충분히 느껴질만했다. 보슈답다라는 생각과 함께. 좀더 많은 분량이 나왔으면 했지만 그래도 역시 이 작품은 할러시리즈지 보슈 시리즈는 아닌터. 극의 재미를 위해서 나오긴 했지만 보슈의 활약은 보슈 시리즈에서 봐야할듯하다.

 

보슈가 나오는 장면에선 흡사 뤼팽시리즈에서 뤼팽과 홈즈가 대결하는 장면에서 느꼈던 반가움이랄까 놀라움이 느껴졌었다. 물론 뤼팽과 홈즈처럼 서로 적으로 만나는건 아니긴 하지만. 그러나 더 놀라왔던건 보슈와 할러가 '특별한 관계'임이 밝혀진다는것이다. 아 이 매력적인 두 사람이 그런 관계라니..두 사람이 함께 활약하는 책도 읽고 싶어졌다.

 

그밖에 미국 법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보는것도 흥미로왔다. 우리나라와는 사법 체계가 달라서 그 내막을 잘 알수가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조금 엿본듯하다. 배심원의 선정에서부터 치밀한 전략이 필요한거 보니 미국 변호사는 평범한 사람은 꿈도 못꿀듯. 그저 이런 책을 읽으면서 미국 법정을 흥미롭게 지켜볼일이다.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은 한마디로 재미있다. 문체 자체가 과잉하지도 건조하지도 않게 적절하고 무엇보다 어렵지 않고 쉽게 술술 읽힌다. 다음에 무슨 내용이 나올까 궁금하게 만들지만 그렇다고 정신없을 정도로 빠지지도 않게 하는게 참 매력적이다. 그리고 책을 덮으면 바로 다음번 책을 기대하는건 역시 많은이들이 생각하는 바일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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