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 그래닛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8
스튜어트 맥브라이드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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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떤 문학작품이던 그 나라의 스타일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각 나라의 자연과 문화의 기운을 담았다고나 할까. 추리물에서도 그런 느낌은 잘 드러나는데 이번에 국내에서 잘 없었던 영국 추리물이 나왔으니 바로 이 '콜드 그래닛'이다.

제목부터 뭔가 추운느낌이 드는데 영국이라는 나라의 문화에서 느꼈던 감정이 이 책에서도 느껴졌다. 비가 자주오는 기후의 특성상 춥고 지루한 느낌속에서 뭔가 유모나 위트, 그리고 알수없는 여유같은것 말이다. 사건은 여러개 터져서 정신이 없을법한데도 할꺼는 다 하는 뭐 그런.

중간중간에 나오는 영국식 유머는 심각한 상황임에도 피식 웃게 했다.

 

책의 무대는 영국의 동북부 스코틀랜드 도시인 애버딘이다. 솔직히 그런곳도 있었나 하고 검색해서 알아봤는데 나름 큰 도시고 상업, 교통의 중심지라고 한다. 이런곳이니 뭐 범죄도 많을것이다. 그곳의 그램피언 경찰서가 중심 무대다. 당연히 여기의 경찰이 주인공이다.

그 이름 '로건 맥레이'.

 

그는 그전의 사건에서 범인은 잡았지만 큰 부상을 당해서 오랫동안 치료와 휴식을 취하고 복귀하자말자 희대의 연쇄살인사건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것도 어린이를 상대로 한. 최초의 사건에 대해서 실마리를 찾기도 전에 또 한 아이가 실종되게 되고 연이어서 또 다른 어린이의 시체가 발견된다. 거기에 무릎이 도려진 시체의 발견까지. 사건이 정신없이 일어나게 된다. 그 얽히고 설킨 사건들에서 증거를 찾아서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는것이 중심 이야기다.

 

여러 수사물이나 경찰물의 추리소설을 많이 봤지만 아동을 중심으로 한 연쇄 살인이나 실종에 관한 이야기는 그리 많이 보지 못했는데 여기에서는 그것이 주된 사건이다. 보통의 살인사건이라고 해도 주목을 끌것인데 아동을 상대로, 특히나 잔인하게 살해되고 성적인 문제까지 결부된 연쇄살인사건이라고 하니 얼마나 대단했을까. 한 사건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또 터지고 또 터지고 한마디로 정신이 쏙 뺄 정도로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는데 그 사건들이 어떤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지는 않게 보이면서도 결국엔 어떤 지향성을 갖게 되는점에서 흡입력있게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흥미로운것은 주인공인 캐릭터다. 소설속에서 대단한 사건을 잘 해결한 영웅처럼 나오지만 사실은 소심하면서도 실수도 있고 상관에 쩔쩔매는 면도 보이는 것으로 나오는게 뭔가 더 사실적이고 친근감이 있게 느껴졌다. 셜록홈즈나 콜롬보형사같이 모든 사건을 꿰뚤어보고 능수능란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은 현실에선 찾아보기 힘든 법이다. 책 읽을때는 시원하게 읽지만 뭔가 덜 사실적인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맥레이 형사는 그런 점에서 보통 사람보다 '조금' 나은 정도의 실력가지고 사건을 해결하는듯 보여서 더 가깝게 느껴졌다. 이 소설이 시리즈로 나오고 있는데 뒤로 갈수록 더 친근감있는 캐릭터가 될듯하다.

 

소설의 색깔을 느끼게 하는 또 다른 장치는 소설 내내 묘사되는 날씨다. 우리가 영국은 비가 자주 내린다고 알고 있는데 이 책에서도 그것이 수없이 묘사된다. 계절상으로는 겨울인데 거기에 시도때도없이 비나 눈이 내리니 안그래도 잔인한 살인사건인데 더 오싹한 느낌이 들게 하는 장치였다. 역시 영국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저런데서 어찌 사는가 하는 생각도 함께. 하지만 이 비는 감춰졌던 사실을 드러나게 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도 하고 또 중요한 사실을 감춰버리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점에서 이야기 전개상 중요한 장치인것이다.

 

하지만 마냥 차가운것만은 아니다. 그 찬 기운을 녹여줄 소재로 차가 등장한다. 티타임이라는 일상적인 시간이 있을 정도로 차를 많이 소비하는 나라지만 이 책에서도 어떤 경우던 차를 마시는 장면이 나와서 새삼 이 나라의 문화적인 면을 알게된것도 있었다. 차가운 날씨의 비와 따뜻한 차가 대비되는. 

 

사실적인 캐릭터인 주인공 이외에도 여러명의 조연들이 맛깔나게 책을 장식한다. 맥레이의 상관으로 능력있는 형사지만 상당히 사나운 인치와 더불어 맥레이와 함께 사건속으로 뛰어들게되는 매력적인 여순경 왓슨등이 마치 콤비같이 재미나게 등장한다. 앞으로의 시리즈에서 이 조연들의 비중도 커지지 않을까 싶다. 특히 왓슨과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해진다.

 

미국이나 일본, 그리고 요즘 새롭게 각광받는 북유럽 추리물들에 비해서 잘 접하지 않았던 영국추리물이었는데 상당히 깔끔하고 재미나게 잘 읽었다. 사건이 많은데 해결은 안하고 엉뚱한 시간을 허비하는게 아닌가 할 정도로 진도가 안 가는듯했지만 그 작은것들이 모여서 결국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이 참 재미있었다. 책 페이지수가 600쪽이나 될만큼 두껍지만 술술 잘 읽힌다. 내용 중간중간 영국 특유의 위트와 여유가 나와서 그런지 읽는내내 편하게 잘 읽었다.

 

책 제본도 튼튼하게 잘 되었고 번역도 특별히 어색한 부분이 없이 잘 된거 같다. 다만 주인공인 맥레이의 우리말 공식직위는 '경사' 이고 상사인 인치의 직위는 '경위'인데 그 호칭이 문맥상 몇군데 틀린곳이 있다. 경사님 해야하는데 경위님 하는 식으로. 그거외에는 특별한 오역은 없이 매끄럽게 책이 잘 만들어졌다.

 

경찰물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읽어볼만한 책. 다른 경찰물에서 느끼지 못하는 편한 느낌을 느낄수 있을것이다. 얼른 후속작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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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레르 7 - 황금의 도시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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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4부작인가 5부작으로 기획되었던 소설이 폭발적인 인기탓인가 전 9권으로 확장된 이후로 다음권은 어느 대륙으로 모험을 떠날지 궁금했었다. 이제 6권이 나오고 기나긴 세월을 거쳐서 7권이 나왔는데 이번에는 남미다! 삼바와 리듬의 나라 남아메리카.

이 남미로 날아가게 되는 원인 제공자는 역시나 나폴레옹이다. 전략적 차원에서 남미의 교두보를 마련하기위해 브라질을 침공하려는 프랑스. 거기에 대응하기 위한 영국의 전력은 역시나 테메레르였다. 우여곡절끝에 도착한 곳은 바로 잉카 제국! 또다시 처음 겪게 되는 문명앞에서 테메레르와 로렌스 일행이 어떻게 헤쳐나가느냐가 이번 책의 대략적인 이야기다.

 

프랑스 나폴레옹이 영국을 침공하고 거기에 대항하는 영국의 이야기를 용이라는 탁월한 상상력의 무기와 함께 버무려서 만든 이 책은 기본적으로는 역사적인 사실이 기본에 깔려 있다. 말하자면 공군이 없던 당시에 용이라는 공군이 있어서 좀더 확장된 전쟁을 했다고 할수 있다. 묘사는 상상의 산물이지만 실제의 전투나 전쟁은 역사적인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번권에서는 완전한 상상의 나라가 등장한다.

바로 잉카 제국.

 

우리가 황금의 나라라고 알고 있는 그 잉카가 이번권의 주무대가 된다. 나폴레옹의 시대였던 19세기에는 존재하지 않는 나라였는데 기왕지사 남미로 간 기회에 잉카가 그때까지 있었다는 설정으로 새로운 문명을 보여줄려고 한 것이다. 뭐 스페인에 멸망하지 않고 계속 살아남는다는 설정이 역사상에는 부합되지 않지만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소재로는 더할나위 없다. 깃털 달린 잉카의 용들을 신기한듯 바라보는 테메레르의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엿가락 늘이듯이 죽죽 분량을 늘리는 국내 드라마도 아니고 처음 기획되었던 내용이 늘어난다는 소식이 과히 좋지는 않았다. 틀림없이 완성도면에서 아쉬움이 발생할수있었기 때문이다. 역시나 6권에서 좀 늘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전의 권들에서 보였던 역동적이고 흥미진진한 내용이 살짝 지루한 느낌도 들면서 시리즈중 가장 평범한 내용이 되어버렸던것이다. 하지만 오래 기다린만큼의 기대를 져버러지 않고 이번 7권에서는 새로운 기운의 내용으로 가득찼다. 잉카 제국이라는 매력적인 장소를 지은이인 나오미 노빅은 테메레르의 여정에 잘 녹여 만들어낸거 같다.

 

이 시리즈를 지탱하는 힘은 무엇일까. 대체역사소설이라는 장르적인 특이성도 있고 용이 공군이 되어 맹활약을 펼친다는 내용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등장인물, 즉 캐릭터의 힘이다. 그중에서 역시 원톱은 우리의 주인공인 '테메레르'. 정말 테메레르를 보면 진짜로 있는 존재인것같은 느낌이 든다. 나도 저런 용 길러봤으면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로랜스를 향한 한결같은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도 점점 더 인간보다 더 인간다움을 배워가는 그의 모습이 참 이쁘다. 로랜스에게 애교를 떨때는 너무 귀여워서 진짜로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생길 정도다. 그만큼 테메레르라는 캐릭터의 구축이 잘되어서 그럴것이다.

 

그밖에 점점 테메레르의 이야기에 동화되면서 멋진 남자가 되어가는 로랜스도 참 정겹고 따뜻한 인물로 그려지고 이스키에르카같은 여러용들의 모습도 아기자기하게 잘 그려져서 웃음을 짓게 한다.

 

이제 계획된 시리즈인 7,8,9권의 첫번째인 7권이 나왔다. 유럽과 중동은 물론이고 중국으로 대표되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이어서 호주와 남미까지 탐험했다. 아마 이야기의 결말은 나폴레옹과의 최후의 일전일 것이다. 그것을 위한 전초적인 내용이 다음권에서 나오지 않을까. 책의 마지막을 덮으면서 언제 또 다음권을 보게되나 기다려진다. 제발 다음권은 얼른 나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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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비사 - 은이 지배한 동서양 화폐전쟁의 역사
융이 지음, 류방승 옮김, 박한진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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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에 나가서 메달을 따도 금메달만 귀히 여기는 이 시대에, 돌잔치때 돌반지로 금반지를 하는 이 시절에 뜬금없이 왠 은이야기일까. 은이 하찮은 존재는 아니지만 별로 중요시 여기지도 않는 그런 존재라고 많은 사람들이 여기고 있는 이때에 은이 앞으로 경제 시대에 중요한 작용을 하리라는 주장을 하는 책이 바로 이 백은비사다.

 

사실 역사적으로 봤을때 중세까지만 해도 은은 국가간 교역에서, 그리고 사회의 경제 활동에서 중요한 수단이었다. 은을 누가 많이 가지느냐에 따라서 곧 부가 결졍되었었다. 하지만 그런 오랫동안의 은의 지위가 금으로 넘어가고 또 현대적인 화폐제도의 발달로 은이 잊혀지게 되었다. 그러나 사실 은의 지위는 낮아지지도 없어지지도 않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 할 일을 다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잘 생각치 못했던 그 은이 어떻게 새로이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앞으로 어쩌면 은의 시대가 다시 도래할지도 모를 정도가 될것인가에 대한 역사적인 고찰을 하고 있다.

우선 은이란것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쓰였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과거 경제 활동에서 은의 쓰임새를 자세히 몰랐던 나로선 참 흥미진진했다.

 

산업혁명이 발달해서 서양이 동양을 압도하기전까지 세계 최고, 최대의 국가는 당연 중국이었다. 그런 중국을 지탱하게 한것은 다름아닌 은이었다. 이미 세계 최고의 실물 경제 국가였고 생산량이나 소비량은 유럽전체보다 더 클 정도였다. 하지만 은을 비롯한 화폐의 재료가 되는 금속은 소비량에 턱없이 부족했다. 그것을 넘쳐나게 만든것은 서양이었다. 중국의 차를 수입하기 위해서 막대한 양의 은을 갖다바쳤기 때문이었다. 중국은 그야말로 국부가 넘쳐날 지경이었다. 하지만 넘치는것은 비워지는 법. 그 많던 은은 청말에 이르러 아편으로 말미암아 사라지고 결국 중국이 망하게 되는 지름길이 되고 말았다. 이 책은 은이 중국에 흘러들어오고 나가는 역사적인 사실들을 연대기적으로 잘 이야기해주고 있다.

 

세계 경제 위기가 오면서 은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어쩌면 역사는 돌고 도는건지 부침이 심했던 은이 새로운 위치에 오르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은의 가치를 주목하고 있고 실제로 유명한 투자가들이 은에 투자해서 큰 수익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은은 금에 비해서 그 가치의 등락이 너무 불안정한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그래서 한쪽에서는 금은복본위제를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그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은이 금의 보완재로서의 가치를 이야기 해준다고도 볼수 있다.

 

은이 중요한것은 역사상 은의 제국이었던 중국을 이웃으로 두고 있는 우리나라의 특수성때문이다. 이미 중국과의 교역은 중요한 상대국이 되버린지 오래고 앞으로도 더욱더 밀접한 사이가 될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은의 쏠림 현상이 중국으로 다시 일어날 경우에 과연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할것인가. 아니면 반대로 은이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넘어오게 될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해야할것인가에 대한 대처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과거 역사에서 고조선의 멸망을 초래한 한의 침공은 은때문이었다는 말이 있다. 중계무역으로 인해 고조선으로 막대한 은이 흘러가자 은이 부족해진 한이 침공했다는 것. 한의 침략은 여러가지 이유때문이겠지만 그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아무튼 동양과 서양의 화폐 전쟁의 한가운데에 서있는 은의 존재와 가치를 역사상에서 이해하고 앞으로의 전망을 생각하게 하는 기회가 된 괜찮은 책이었다. 굳이 현재은 화폐 전쟁을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역사상의 은 이야기라고 읽어도 좋은 재미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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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하우스
존 하트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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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소재라는것은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수 있다는 잇점이 있지만 잘못다루면 지루해질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그래서 익숙하면서도 뭔가 새로운, 눈을 돌리지 않게 내용을 잘 배치하는 기술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그리 쉬운건 아닐것이다.

 

존 하트의 신작 '아이언 하우스'는 다른 영화나 소설속에서 많이 봐왔던 익숙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바로 킬러인 주인공이 사랑에 빠져 조직을 나오고싶어한다는 그런 설정.

사실 킬러라는 존재가 극도로 감정이 배재된 행위를 하는 터라 그런 냉정한 인물이 감성이 물씬한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 쉽게 이해가 안가긴 한다. 하지만 킬러도 뭐 역시 인간이 아니겠는가. 오히려 그런 차가운 인물이 봄눈 녹듯이 흐물흐물 따뜻한 사람으로 변해간다는게 어찌보면 소설의 이야기로 봐선 매력적일것이다. 그래서 수많은 영화와 소설속에서 나왔으리라.

 

이 책은 그런 흔하고 흔한, 어찌보면 뻔한 줄거리의 관계를 기본 배경으로 깔고 있다.

마이클. 좀처럼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그림자같은 킬러. 그런 냉정하고 솜씨좋은 킬러가 어느날 조직을 탈퇴할려고 한다. 목적은 사랑하는 사람과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그를 키워주었던 보스는 허락하지만 이미 보스는 죽음의 문턱에 와 있었고 보스를 제외한 조직은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 사랑을 위해서 조직을 나오는 마이클. 한바탕 피바람을 피운후 사랑하는 여인인 엘레나와 사랑의 도주를 한다. 여기까지는 그냥 흔하게 볼수 있는 이야기다. 다음부터가 작가의 역량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과거없는 사람 없다고 했는지 마이클도 단순한 킬러가 아니었다. 나름 파란만장했던 과거가 있었던 것이다. 그 과거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게 그의 동생 줄리앙이었다. 그리고 그의 탈출로 줄리앙의 목숨이 위험해졌다! 이제 그가 구해야할 사랑하는 사람은 둘이 되었다. 엘레나와 줄리앙. 조직에 뒤쫓기는 상황에서 그 연약한 두 사람을 어떻게 구할수 있을것인지.

 

무슨 국내 드라마에 단골로 나오는 것같은 출생의 비밀이 이 책의 중요 포인트다. 그가 킬러가 된것도, 줄리앙이 위험에 빠진것도 결국 거기에서 연유된 까닭이다. 이쯤되면 극전개의 또다른 중요한 키를 쥔 사람이 등장할법한데 바로 줄리앙의 양모로 나오는 아비게일이다. 어쩌면 이 책의 숨겨진 주인공이랄까. 그녀의 존재가 이 서사극의 처음과 끝을 잇게 한다. 그리고 그녀의 존재와 함께 커다란 반전이 도사리게 되는데..

 

중간 중간 반전이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쉽게 잘 쓰여진 책이다. 그리 복잡하진 않지만 다음에 어떻게 될까를 궁금하게 하는 감칠맛 나는 서술로 정신없이 책을 읽게 한다. 한번 책을 잡으면 몇시간이고 그냥 읽게 되는것이다.

 

서술은 액션 스릴러라는 장르치고는 뭔가 감상적인 면이 있다. 마이클의 과거가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인물들의 성격 묘사가 섬세하면서도 감각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줄리앙과 아비게일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성격이 변해가는지도 설득력있게 그려지고 있다. 물론 주인공인 마이클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서 겪게되는 여러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이 상세하게 눈에 잡힐듯히 그려진다.

이런 극적인 서술을 통해서 이야기가 참 재미나게 잘 만들어진거 같다.

 

작가인 존 하트는 전작들에 비해서 점점 나아지는 면을 보이고 있다. 좀더 촘촘해지고 완성도 있는 작품을 내고 있는거 같다. 그리고 스타일도 변하고 있어서 다음작에는 또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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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이즌우드 바이블
바버라 킹솔버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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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면 글이 빽빽하다. 별로 여유도 없다. 마치 끝없이 펼쳐져있는 아프리카 대초원처럼 이야기가 펼쳐진다.

대서사극. 그 단어에 딱 맞는 소설같다. 아프리카라는 뭔가 스케일 큰 배경을 깔고 있으면서 여러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들이 쉴새없이 이어지는것을 보면 그 낱말에 어울리지 않나 싶다.

 

이야기의 뼈대는 아프리카로 선교를 떠난 한 가정의 일대기를 그린것이다. 하나님을 믿는 자신의 신념으로 불쌍한 아프리카 미개인들을 새로운 길로 인도하겠다는 투지의 사나이 목사 네이선.

그리고 그를 따라서 낯선 세계로 불안한 발걸음을 옮기게 되는 아내 올리애너와 4명의 딸들인 레이첼,리아,에이다,루스메이. 이교도를 믿는 흑인들로 가득찬 대아프리카땅에서 이 소수의 백인들이 살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역시나 짐작한데로 불안의 근원은 아프리카에 있는것이 아니라, 목사 네이선에게 있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치않게 거론되는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독선적인 기독교인이 바로 그 네이선이다. 그는 그 자신만이 옳고 그 자신만이 이 미개한 사람들에게 구원을 줄수있다고 여기고 참으로 열성적으로 힘차게 하지만 독선적이고 무모한 전도를 한다. 그런데 누가 거들떠 보기나 할까.기독교의 초기선교방식처럼 한손에 빵을 든것도 아닌데. 그저 맨땅에 헤딩식으로 무식하게 하니 누군들 관심을 가질리가 만무하다. 그런데 관심 가지지 않으면 그만인 원주민들과는 달리 네이선의 가족들은 큰 고통을 겪게 된다. 그러면서 큰 비극이 닥치게 되고 그것을 기점으로 아프리카를, 아니 네이선을 떠나기 위한 가족들의 몸부림이 이어지게 된다.

 

책의 흐름은 아내 올리애너와 4명의 딸들의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아프리카 생활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각 인물이 느끼고 생각한 것을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어서 우리는 입체적으로 이야기를 바라볼수 있게 한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곳은 아프리카 중에서도 콩고라는 나라다. 우리에게는 잘 들어보지 않은 낯선곳인데 책을 통해서 이 땅이 어떻게 변질되어가는지를 잘 보게 된다. 요즘은 드러나지 않게 하는지 몰라도 냉전시대의 미국은 콩고에서 했던 방식으로 신생국들을 조종하려했다. 국가의 정체성이 민주적이냐 아니냐와 관계없이 무조건 미국에 이익이 되는 정권만을 원했고 그런 정권이 들어서게 하기 위해서 정부 전복도 서슴치않는 그야말로 깡패국가같은 행위를 한것이다. 지은이는 여러 화자의 눈과 입을 통해서 그것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세계사에 어느정도 지식이 있는 사람은 역시나할것이고 그런것을 잘 모르는 사람은 어쩌면 충격을 받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콩고라는 나라의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백인 국가에서 파견한 기독교 선교사가 흑인 국가에서 어떻게 원주민과 접목하게 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할수 있게 한 소설이었다.

 

지은이는 어린 시절을 아프리카에서 산 덕분에 좀더 사실적으로 아프리카를 그릴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여성이어서 그런지 내용 자체가 참 섬세하면서도 굵직하고 꼼꼼하면서도 대범한 필체가 돋보인다. 극중 화자가 각기 다른 여성 인물들이어서 더욱더 그렇게 느껴지는것일지도 모르겠다.

 

출판사 광고 문구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책은 이런저런 소식으로 알려진 책이다. 숱한 상을 받았고 미국에서는 학생들이 꼭 읽어야하는 필독서에 속하는 신고전에 해당하는 책이라고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뜬금없을지 몰라도 하퍼리의 '앵무새죽이기'에 버금가는 책이라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미국에서 난리가 났던 책인데 1998년에 출간이 되었으니 나온지가 한참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제야 출간이 된다는건 아무래도 헛된 기독교 선교방식에 대한 간접적인 비판내용이 문제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처음에 끝없이 펼쳐진 아프리카 대초원같다고 했는데 그 초원을 시속 200킬로로 달리는 스포츠카를 타고 가는것처럼 빠르게 잘 읽힌다. 과장 좀 보태서. 물론 중간에 아프리카물소떼가 지나가는 통에 거의 기어가다시피한 부분도 좀 있긴 했지만.

한 가족의 가족사를 통해서 현대사와 지역사를 알수있었고 여성의 이야기도 느낄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포이즌우드는 우리말로 독나무(poisonwood)다. 독은 잘 쓰면 사람을 살리는 약이 되고 못 쓰면 사람을 죽이는 독이 된다. 이 책을 읽고 많은 사람들에게 약이 되는 독나무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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