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친절한 이슬람 역사 - 1400년 중동의 역사와 문화가 단숨에 이해되는
존 톨란 지음, 박효은 옮김 / 미래의창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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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기독교와 이슬람교다. 수 억 명이 믿는 힌두교도 있지만 인도에 집중되어 있고 수십 개 국가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이 두 종교다.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과거에도 수 백 년 동안 대립해왔으며 현재까지도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태다. 너무나 오랜 기간 싸워왔기 때문에 어디서 어떻게 손을 봐야 할지 모를 정도다. 게다가 이슬람교는 그 자체로 분열되어 또 서로가 싸운다. 모든 싸움의 근원에는 상대에 대한 '존중' 과 '이해'의 부족에 있다. 과거도 그렇고 오늘날도 마찬가지로 그 이해가 부족해서 화해가 어렵다. 한 마디로 모른다는 것이다. 


사실 최근의 많은 테러는 주로 극렬 이슬람주의자가 일으켜서 이슬람이라고 하면 테러부터 연상이 된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낙인이 찍혀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상적인 종교 치고 평화와 사랑을 이야기 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 이슬람의 성경이라고 할 '코란'에도 무수히 많이 적혀 있다. 일부 구절을 멋대로 해석해서 성전 운운하는 것은 근본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그러나 그것을 믿고 '알라'를 위한다는 미명하에 테러를 저지르는 것이다. 테러의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나 그것이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명분은 안된다는 것이다.


세계를 선도하는 이른바 선진국은 주로 기독교 문명이 바탕이 된 나라들이 많다. 반면에 이슬람 문명을 바탕으로 한 나라 중에 선진국에 드는 경우는 잘 없지 싶다. 전체적으로 기독교 신자가 많은 기독교 국가가 이슬람 신자가 많은 이슬람 국가보다 더 잘 산다. 그런데 경제적으로 잘 살게 되면 종교 자체가 '세속화' 된다. 중세 시대 엄격했던 기독교가 오늘날 얼마나 자유스러워졌는가. 


거기에 비해 이슬람은 전체적으로 아직 정교 분리가 안된 나라가 많다. 그래서 교조적인 테러분자들이 더 많은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이슬람의 세속화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고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 당면한 갈등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으니.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 덜 싸우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이슬람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아 가는 것이 중요할 듯 싶다. 기독교 영향을 많이 받은 우리 나라에선 특히 이슬람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 자체가 낯설다. 이 책은 그런 낯섦에 대해 이해를 넓히게 하는 내용이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는데 1장 이슬람의 창시에서는 여러 일화를 통해서 창시자 무함마드의 언행을 기록하고 전승한 '하디스' 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런 전승을 통해서 예언자 무함마드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하나의 내용이 되어서 오늘날 '코란'이 된다. 코란은 무함마드가 20여 년간 신의 계시를 받아 그것을 주위에 전파하고 여러 일들을 겪은 것을 기록한 책인데 이슬람교의 성전이며 아주 중요한 책이다. 책에서는 코란의 여러 성격을 이야기 해주고 있는데 훗날 기독교와 기나긴 갈등을 빚는 것과 다르게 무함마드 자신은 다른 종료를 배격하지 않고 '메디나 헌장'을 통해 종교 간의 평화로운 공존을 약속하는 일종의 규약을 만들었다. 코란에서도 신앙과 종교의 다양성은 오히려 신이 의도한 바라고 역설한다. 책에서는 코란을 통해 이슬람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리고 이슬람의 확장을 통한 여러 갈등을 이야기 한다. 무함마드가 위대한 종교를 창설을 해서 그 영향을 급속도로 넓혔지만 자신의 사후를 정하지 않았다. 누가 무함마드의 뒤를 잇느냐에 따라서 오늘날까지 전쟁을 벌이게 되는 것이다. 정통성을 누구에 두느냐는 매우 중요했는데 안타깝게도 그것을 정해주지 않았다. 그의 혈육이냐 능력이냐에 따라서 분열이 일어났다. 하지만 이슬람교 자체는 그 영향력을 빠르게 펼쳤고 후계자들은 정복 전쟁을 통해 이슬람 제국을 확립하게 된다. 책은 비잔틴, 페르시아, 이집트 등을 격파하고 오늘날의 중동은 물론이고 북아프리카까지 광대한 영역을 확보하는 여러 후계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2장에서는 이슬람 확장에서는 대제국의 이슬람화를 보여준다. 1장에서 소개한 대로 여러 종교의 공존을 모색한 코란의 계시대로 이슬람 세계는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어우러져 학문과 문화가 번영했지만 수 세기 동안 프랑크족이나 몽골족 등 여러 민족의 침략으로 혼란이 일어났고 몽골의 유럽을 휩쓸면서 본격적인 내리막길로 접어 들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의 여러 대제국들은 대거 이슬람으로 개종을 했고 그 영향으로 중앙아시아와 인도로 뻗어나갔고 오늘날 동남아시아까지 종교적인 영역을 넓혔다. 책은 셀주크, 오스만, 몽골 등의 제국들 속의 이슬람의 확장을 잘 설명하고 있다.


3장에서는 오스만 제국이 무너지면서 여러 지역에서 독립이 일어나고 오스만 자체의 개혁과 아랍 부흥 운동이 일어나면서 이슬람의 근대화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하지만 불안정한 정치 체계와 급진적인 단체의 부흥, 그리고 미약한 민주주의 등으로 이슬람의 개혁은 쉽지 않게 되었다. 잠시 정치적인 봄이 오긴 했지만 그것이 지속되진 못했고 여전히 불안한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책에서는 비교적 최신까지 일어난 여러 나라의 상황을 잘 설명하면서 이슬람의 개혁이 쉽지 않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사실 1400여년의 이슬람 역사를 한 권에 다 담아내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이 책의 제목인 '친절한' 은 아닌 책이다. 초심자가 보기에는 어렵다. 어느 정도 이슬람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 읽어야 할 책이다. 그리고 사진이나 지도 같은 부가 자료가 별로 없어서 이해를 돕기에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방대한 이슬람 이야기를 핵심적인 내용을 잘 뽑아서 매끄럽게 잘 연결 시켰다. 적어도 이슬람이 어떻게 발전하고 어떻게 흘러 갔는가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특히 중동 지역의 이슬람 뿐만 아니라 북아프리카와 이베리아 반도의 이슬람의 진출도 다루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서술이 돋보인다. 이슬람에 대한 부분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에게 전체를 통괄하는 내용이라서 읽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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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의 역사 1 - 왕조시대부터 일제 강점기까지 경성의 산업 상업의 역사 1
박상하 지음 / 주류성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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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동물과 대비되는 것은 이성을 가졌다는 것인데 이성은 '욕심'을 동반하게 된다. 다른 것을 갖고 싶은 욕심, 더 많이 먹고 싶은 욕심 등등. 내가 어떤 것을 많이 갖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내가 갖고 싶은 것을 갖고 있을 때 서로 교환할려고 한다. 이런 것이 가장 기본적인 경제의 시초인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점점 문명이 발달하면서 경제는 더 커지고 개인 사이가 아니라 나라 사이의 무역까지 발달하게 되었다. 이것은 결국 더 많은 부를 쌓기 위한 경쟁으로 이어지고 나라간의 격차로 이어지게 된다. 물건을 사고 팔고 이익을 남기기 위해 일하는 행위는 상업이라고 일컫는데 이 상업이 발달한 나라일수록 세계를 지배하게 된다. 한마디로 돈을 많이 가진 나라나 개인이 주위를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상업에 대한 흔적을 본격적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은 고려 시대다. 고려를 세운 왕건의 가문이 원래 개성의 큰 상인이었을 정도로 고려는 상업에 대해 제한이 없었다. 벽란도를 통해서 국제 무역이 있었기에 '코리아' 라는 이름이 알려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런 상업의 역사가 면면히 흐르던 우리 나라에 조선의 건국은 큰 벽으로 다가온다. 바로 유교적 이념을 통치 방향으로 세운 조선의 사대부들이 장사를 터부시했기 때문이다. 절약과 검소함을 미덕으로 삼았기에 상업은 천한 것으로 여겼다. 당연히 상업에 종사하는 사람도 적었고 업의 발달도 느렸다. 조선초에는 그것이 크게 문제가 안되었지만 갈수록 다른 나라에 비해 뒤쳐지는 결과가 되었다. 다른 나라들은 부를 축적하면서 발달했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해 근대화에서 뒤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을 인위적으로 통제를 할 수 있겠는가. 조선 조정에서 상업을 무시해도 전국적으로 소규모라도 상업의 틀을 갖춘 행위가 벌어졌고 조선 후기에 들어서는 큰 상단들이 여럿 성장하기도 했다. 서양에 비해서 큰 상업적 발달이라고 하긴 힘들지만 나름 우리의 상업 역사는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조선 시대부터 시작해서 일제를 거쳐 해방 후 산업화를 거친 우리 나라의 상업의 역사를 잘 설명하고 있다.


1부는 조선과 일제 시대의 상업 역사다. 아무리 조선에서 상업을 중히 여기지 않았다고 해도 여러 지역에서 이미 시장이 나타나고 있었고 후기에 이르면 보편화되기에 이른다. 수도 한양에서는 원래 일반적인 사상을 금했고 허가 받은 공식 사상이 있었는데 그것이 종로의 육의전이다. 왕조에게 일정한 국역을 제공하고 그 댓가로 합법적인 장사를 할 수 있게 했는데 이들은 다른 상인들의 장사를 못하게 하는 '금난전권'을 받아서 그야말로 수백 년 동안 독점적인 이익을 누렸다. 하지만 조선 후기에 들어와서는 이런 것이 유명무실해졌고 금난전권도 폐지되면서 다양하게 상업이 발달하게 된다. 외국과의 무역 등을 통해서 전국적으로 큰 상단이 발달했고 훗날 상업 자본으로 축적하게 된다. 책은 조선의 상업 이야기를 잘 말해주고 있다.


조선 후기에 발달하는 듯 했던 상업은 일제의 침략으로 위기를 맞는다. 나라가 망하고 일제의 압제가 시작되었지만 이런 상황을 기회로 삼은 사람들도 있는 법이다. 지금도 살아 있는 여러 물건이나 회사의 처음을 소개 하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활명수' 이야기가 흥미롭다. 독립 활동을 위해서 이것을 만들었는데 처음에는 잘 팔렸지만 역시 꾸준히 이어지는 것이 어렵다. 여러가지 상황으로 결국 회사를 넘기게 되는 것이 안타까왔다. 책은 이밖에 여러 인물을 소개하는데 오늘 날 두산 그룹의 모태를 세운 박승직상점의 '박승직'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역시 인물들은 남다른 면이 있음을 느끼게 했다. 


책은 1930년대 조선의 3대 재벌을 소개한 '삼천리 ' 잡지 기사를 인용하고 있는데 재미있다. 당시 잡지는 여러가지 조건을 고려하여 김성수, 민영휘, 최창학을 꼽았다. 단순히 돈으로만 고른 것이 아니라 특이한 사항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했다. 최창학은 앞서 두 사람보다 자산 규모가 뒤지지만 자산의 많은 부분이 현금이어서 말하자면 현금 부자로써 3대 재벌에 들어가게 된 것이었다. 이밖에 금광 열풍이 불어서 그덕으로 재벌이 된 사람들도 소개하는데 금광왕이라고 불리던 방응모가 조선일보 사장이 되는 것이 눈에 띈다. 오늘날의 그 신문사다.


2부에서는 역시 일제 시대에 발전을 이룬 인물들과 해방 후 오늘 날의 큰 기업으로 이루게 되는 여러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육의전은 조선의 멸망 이전에 이미 서울에 침투한 일본 세력에 의해서 붕괴되었지만 그 상징인 종로통으로 진출한 인물이 있었다. 바로 백화점의 왕 박흥식. 그의 오르락 내리락 하는 장사 이야기가 소개된다.


해방은 또 다른 기회였다. 일제 시대부터 성장했던 여러 상인들과 새롭게 시작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흥미로운데 역시 돈을 버는 사람은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진 그 기회를 잘 포착하는 것이었다. 일제가 남기고 간 여러 것들 중에서 '적산 기업'을 먼저 손에 잡는 자가 큰 돈을 만질수 있었다. 물론 무턱대고 이것을 얻는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었다. 바로 경영의 능력이 있었어야 하는데 이때 성장한 많은 기업들 중에서 오늘날까지 살아 남은 기업이 별로 없다는 것을 보면 그 어려움을 알 수 있다.


책은 지금 우리 나라 재벌 1,2위를 다투는 삼성과 현대의 이야기를 한다. 바로 창립자 이병철과 정주영이다. 처한 상황이 거의 정반대인 두 사람이 어떻게 대재벌로 성공하게 되는지 하나 하나 이야기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과단한 결정으로 앞서가는데 있다. 방법에서 차이가 나지만 기본적으로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한 것이 결국 성공한 것이다.


일제 시대부터 광복 되고 민주화 되기 전까지 수십 년 동안 많은 기업들이 성장했다. 이들이 남다른 경영 철학을 가지고 남보다 더 한 노력으로 많은 부를 쌓은 것은 맞지만 그 이면에는 일제에 협력하고 독재 정권에 허리를 굽히면서 뇌물과 부정의 방법으로 특혜를 입은 것도 많았다. 결국 국민의 희생을 바탕으로 성장한 것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책은 술술 잘 읽힌다. 지은이가 소설가이어서 그런지 소설처럼 흥미롭고 재미있게 썼다. 딱딱한 역사적 사실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여러 일화를 엮어서 재미있게 소개를 해서 나도 모르게 우리 나라 상업의 역사를 잘 훑어내려갈 수 있었다. 제목은 역사책 처럼 느껴지지만 본격적인 상업사를 논하는 책은 아니기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 상업 역사의 대강을 알기에는 추천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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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시아드 - 황제의 딸이 남긴 위대하고 매혹적인 중세의 일대기
안나 콤니니 지음, 장인식 외 옮김 / 히스토리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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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로마 제국은 긴 역사 탓에 그 내용이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제일 유명한 '시저', 즉 '카이사르' 의 이야기 정도는 아는 사람이 좀 되는데 그 밖에 중요한 내용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 로마가 동서로 분리되고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때까지를 로마의 역사로 여기고 동로마 역사는 따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어서 더욱 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동로마 제국의 역사도 엄연한 로마의 역사다. 공식적으로 로마의 멸망은 동로마 제국이 이슬람에 의해서 무너졌을 때다. 서로마 제국이 멸망하고도 거의 천 년의 역사를 더 이어갔다. 아쉽게도 우리 나라에서는 동로마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의 함락으로 로마가 멸망한 것이 유명하다. 그래서 동로마의 다른 역사 이야기가 덜 소개됐는데 이 책이 그 부족함을 조금 채워주는 것 같다.


제목인 '알렉시아드' 는 동로마 제국 콤니노스 왕조의 제 2대 황제 '알렉시오스 1세' 의 일대기를 그린 역사서로 특이하게도 그의 친딸이 지은 역사책이다. 일단 이 알렉시오스 1세가 누구인지를 알아야겠다. 당시 동로마 제국은 황제의 계승법이 확실하지 않았기에 정정이 불안하고 권력 다툼이 심했다. 그래서 여러 왕조들이 생겼는데 알렉시오스 1세는 콤니노스 왕조의 실질적인 창시자면서 동로마 제국에서 손꼽히는 훌륭한 황제다. 이 책은 그런 명군의 전기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은이 '안나 콤니니'는 누구인가 하면 바로 알렉시오스 1세의 딸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흥미롭다. 알렉시오스 1세는 자신이 죽고 나서 후계자로 아들을 황제로 세우려고 했다. 그런데 딸인 안나 콤니니가 어머니와 힘을 합해 쿠데타를 일으키려고 했는데 그의 남편에 의해서 저지당하고 수도원에 유폐된다. 거기서 자신의 아버지 전기를 쓰게 된 것이다.


동로마 제국의 황제가 되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유능함이 있어야 가능했는데 안나 콤니니의 남편이 거기에 해당했다. 동양과는 달리 아들로의 세습이 정해져 있지 않았기에 관례대로라면 황제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알렉시오스 1세는 자신의 아들에게 제위를 물려주었고 이것에 안나 콤니니가 반대를 했던 것이다. 아니면 그녀 자신이 황제가 되고 싶었을까. 동로마 제국은 여자 황제도 몇 명이 있었고 무엇보다 황제의 부인 황후도 어느 정도 권력을 갖고 있었기에 안나 콤니니도 야심을 가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황제의 치세는 기본적으로 외적과의 싸움이었다. 책에서는 노르만인, 페체네그, 튀르크 등과 다른 이민족의 끊임없는 침략에 대응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당연하게도 외적을 물리치고 제국을 보전하였기에 칭송의 책이 나온 것이다. 그밖에 족벌체제를 통해서 정국을 안정시키고 경제를 혁신해서 제국을 안정화시켰다. 


알렉시오스 1세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실은 십자군 전쟁의 당사자였다는 것이다. 이슬람 세력의 침략에 점차 힘이 딸리게 되자 서방의 기독교 세력에게 '성지 수호'를 이유로 원병을 요청하게 된다. 이것이 그 뒤로 이어지는 십자군 운동의 시작인 것이다. 십자군 전쟁은 표면적인 명분과는 달리 많은 문제를 야기 했지만 적어도 알렉시오스 1세가 시작했던 1차 십자군 때는 나름의 성과도 있긴 했다. 


이처럼 나름 동로마 제국의 중흥기를 이끈 군주이기에 내용은 그의 치적이 주를 이룬다. 딸인 안나 콤니니의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는데 아버지에 대한 찬양도 있지만 객관적으로 쓴 부분도 보여서 당대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원전은 총 15권이고 그리스어로 쓰여졌기 때문에 오래 전에 영어로 번역된 것을 다시 번역한 중역본이다. 아쉬운 것은 글자 크기가 보통 단행본의 글자 크기보다 작다는 것이다. 그리고 문단 나누기가 거의 없어서 책에 여백이 거의 없고 글자가 가득하다. 책분량이 많아져서 책 값이 비싸질 것을 생각해서 이렇게 편집 했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이해가 가지만 호불호가 갈릴 듯. 


동로마 제국은 서양에서도 크게 주목 받지 못했는데 서로마 제국의 역사도 많이 소개되지 못한 우리 나라에서 동로마 제국의 역사는 더 알려지지 않았다. 게다가 이런 저술이 있는 것도 몰랐고 이런 여자 역사가가 있는 것도 더욱더 몰랐다. 동로마 제국 관련한 책이 나온 것도 좋지만 잊혀진 여성 역사가를 다시 소개한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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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워닝 잭 매커보이 시리즈
마이클 코넬리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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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마이클 코넬리'라는 작가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실망한 작품이 별로 없을 정도로 몰입감 있는 책을 써내기로 유명한 사람이다. 이 작가의 책 중에 여러 시리즈가 있는데 이번에 나온 것은 '잭 매커보이' 시리즈다. 다른 시리즈에 비해서 권 수가 그리 많지 않다. 다른 시리즈에 집중하기로 해서 그런지 작가 이력에 비해서 많이 나오지는 않았는데 개인적으로 주인공 잭 매커보이의 캐릭터가 더 가깝게 느껴진다.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작가의 등장 인물들이 비현실적인 사람은 잘 없긴 하지만 잭 매커보이가 더 현실적인 이유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혹은 내 마음에 있는 '찌질함' 이 잘 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답답하고 짜증 나는 면도 있는데 그만큼 소설 속 인물에 감정 이입이 잘 되어서 그런 것 같다. 


주인공 잭 매커보이는 기자다. 전작인 '시인' 과 '허수아비' 에서 연쇄살인범을 쫓는 치열한 기자였지만 지금은 세월이 흘러 악당을 쫓진 않고 '소비자를 위한 사회적 문제' 를 주로 싣는 인터넷 신문사의 기자다. 일종의 소비자 신문이겠다. 직원도 몇 명 안되는 작은 회사지만 다른 주요 언론에 나름 규모 있는 기사를 팔기도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기부를 지속적으로 요청해야 하는 영세한 회사의 기자다. 세월이 흐르긴 했는지 천하의 잭 매커보이가 이제는 눈에 띄지도 않는 작은 곳에서 일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던 잭에게 어느 날 경찰이 온다. 1년 전 어떤 여인을 만났느냐고 묻는다. 이윽고 그녀가 살인을 당했고 곧 그녀와 접촉한 모든 사람들이 용의 선상에 오른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그녀의 사인이 특이했다. '고리뒤통수 관절 탈구' 라는 흔치 않은 방법으로 죽었는데 이것은 큰 힘으로 목을 졸려 목뼈를 부러뜨려 죽게 한 것이다. 자신이 관련이 되었기도 하지만 사건의 특이성에 과거의 날카로운 기자로서의 본능이 살아난다. 그야말로 사자의 콧털을 건드린 결과랄까. 분명 뭔가 있다고 느낀 잭은 본격적으로 사건에 대해서 조사하기 시작한다.


우선 죽은 여인의 주위를 살피면서 여러 퍼즐을 맞춰가던 잭은 비슷한 죽음이 또 있음을 알게 된다. 이것이 같은 범인에 의해서 일어난 사건일까. 그렇다면 연쇄살인범?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볼 때 한 명이 저지른 사건임이 드러난다. 연쇄살인범을 쫓아 왔던 잭에게 또 다시 연쇄살인범이 나타난 것이다. 잭은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가며 사건을 하나하나 되짚어 가는데 탁 걸리는게 나온다. 바로 DNA. 피해자들이 이 유전자 정보와 관련해서 살해를 당한 것이다. 대체 DNA와 무슨 상관이 있길래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전방위적으로 추적해 나가고 이것이 한 인물과 특정 회사와 관련이 있음을 밝혀내는데 이른다.


한편 잭은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과거의 한 인물을 소환한다. 바로 '레이철 월링' 이다. 전작에서 그의 동료이자 연인이었던 레이철은 그 사건 이후로 그냥 연락만 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FBI 요원에서 기업이나 사람을 대상으로 전문적으로 조사해주는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으로 변해 있었다. 돈은 많이 벌지만 자신의 능력을 썩히고 있는 셈이었다. 그런 레이철에게 슬며시 손을 내밀었는데 처음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결국 잭의 요청을 받아들인다. 사실 사건을 해결하는데 전직 FBI 출신의 도움을 많이 받게 된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지만 잭과 레이철의 이야기도 흥미 요소이다. 특수한 상황으로 만나서 조력자에서 연인으로 발전했지만 잭의 잘못으로 헤어졌는데 서로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번 사건으로 재회하게 되어서 좀 좋게 발전하나 싶었는데 잭의 '찌질함'이 관계를 다시 망치게 된다. 그 부분을 읽을 때는 그냥 한대 때리고 싶었다. 얼마 만에 온 귀중한 기회를 이렇게 날리나. 그런데 끝 부분에서 새로운 상황을 맞이 하게 되어서 관계가 다시 좋아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앞으로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이때까지 3편만 나왔는데 앞으로 또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철이 든 잭이 나올까.


이야기는 유전자와 관련된 범죄를 다루고 있다.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라는 익명의 DNA 정보가 세월이 지나서 개인 정보를 알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고 이것이 인터넷이라는 불특정 다수가 보는 공간에 실려서 결국 범죄에 이용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기술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 지능이 출연하는 시대에 생기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우리 나라 같은 경우도 개인 정보의 중요성을 최근에야 인식하게 되었지만 이미 전 국민의 개인 정보는 다 털렸다고 할 정도로 개인 정보가 허술한 것도 사실이다. 기술이 발달해서 이렇게 널려 있는 정보를 이용해서 신종 범죄가 생길 것 같아서 걱정도 된다.


책은 작가의 명성대로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아주 자극적이지 않아도 조금씩 조금씩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서 곧 책을 손에서 못 놓게 된다. 책을 한 번 잡으면 끝까지 읽게 만드는 흡입력을 가진 작가 답다. 오랜만에 보는 잭 매커보이의 모습이 참 반가웠고 앞으로의 후속작도 기대가 된다. 다만 연쇄 살인마의 캐릭터가 전작이나 다른 책에서 보는 것 보다는 약했다. 좀 더 현실적인 범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좀 더 입체적이고 세밀한 모습이었으면 더 스릴감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시리즈라고 해도 하나의 독립된 작품이기에 읽는데 큰 지장은 없지만 아무래도 등장 인물들의 관계를 더 자연스럽게 알기 위해서는 전작들을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읽은 지 오래 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다시 1편과 2편을 꺼내서 읽으려고 한다. 이 책까지 총 3권이라서 분량 부담도 적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1편부터 차례로 읽으면 더 좋다. 그러면 이 시리즈의 진가를 더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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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바다전쟁 1 - 이순신과 작은 거인들 궁극의 전쟁사
성주삼 지음 / 레드리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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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공부에 방해된다고 욕 먹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그 잔재가 조금 남아 있긴 하지만 여러 분야에서 만화로 학습하는 것이 더 공부에 도움이 되기에 적절히 이용하면 보통 책보다 낫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이미 초등학생 대상으로 많은 학습 만화가 잘 이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 꼭 공부의 목적이 아니라고 해도 글 책의 내용을 더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도 만화책이 활용되기도 한다. 소설은 물론이고 인문 역사 분야에서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번에 나온 임진왜란 시리즈는 임진왜란을 만화로 소개하는 책이다. 그런데 이 책 심상치 않다. 우선 1부가 나와서 봤는데 무슨 학습 만화도 아닌데 머리에 쏙쏙 들어오고 임진왜란이라는 역사적인 사실이 큰 그림이 그려진다. 단순하게 그림만 많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설명하는 글도 제법 많아서 재미있는 만화책 보듯 대충 보는 것이 아니라 면밀히 보게 된다.


사실 임진 왜란 하면 이순신 장군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순신 장군이 맹활약을 한 덕분에 우리가 왜의 침략을 물리친 것은 맞다. 그러나 사실 이 전쟁은 상당히 복잡하고 국제적인 성격을 띈 난리다. 계속 전투가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무려 7년이나 계속 되었고 당시 조선을 비롯해서 명나라와 일본까지 참여한 대규모 국제전이다. 그리고 이 왜란으로 인해서 동아시아의 정세가 바뀌었고 그 영향은 3국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임진왜란을 이해하려면 그 원인과 과정, 결과까지 알아야 할 것이 방대한데 내용을 적절하게 선별해서 짜임새 있게 소개하고 있어서 좋다.


우선 임진왜란이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 우리나라와 왜, 명나라의 각국 사정부터 설명해 준다. 기본적으로 이 전쟁은 왜가 일으켰는데 당시 왜의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다. 오랫동안 혼란기였던 당시 일본의 전국 시대를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통일을 하게 되고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히데요시의 야욕이 발단이 되어서 조선을 치겠다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이때 조선과 명은 어떠한 상황이었는지 설명하고 있는데 책의 내용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내용을 잘 선별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당시 전쟁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의 제목이 '임진왜란'이 아니라 '임진왜란 바다전쟁'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긴 하는데 단순히 그의 전략 전술 등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군사들과 백성들의 이야기부터 자세하게 나온다. 이순신 장군이 재임하고 있던 전라 좌수영의 사람들을 보여주는데 일반 백성부터 여러 직역의 군인들 모습도 잘 설명하고 있다. 특히 직접 배를 움직이는 '격군'도 잘 보여주고 있고 이 격군들을 어떻게 배를 나아가게 하는지 그림으로 보여주니까 더 잘 이해가 가게 한다. 그밖에 장군을 보좌하던 여러 장수들도 꼼꼼하게 등장시키고 있어서 당시 전라 좌수영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 할 정도다.


이순신 장군이 전라 좌수사가 되어서 전쟁을 준비하는 모습에서 장군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주위 장수들과 병사들, 관련된 백성들까지 세세하게 잘 배치하면서 적절하게 내용을 전달하고 있어서 전쟁의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었다. 이윽고 시작되는 전쟁. 당시 조선 조정은 어떻게 대처했고 또 어떻게 실패하게 되는지 우리가 몰랐던 사실들도 많이 알려주면서 임진왜란이라는 전쟁의 서막을 열게 된다.


책은 기본적으로 만화라는 수단을 통해서 당시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는데 인물이나 건물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각종 무기와 병기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고 수군 훈련을 통해서 전투에 어떻게 임하게 되는지 잘 이해하게 한다. 전라 좌수영이라는 지역을 생각해서 등장 인물들의 대화도 전남 사투리로 해서 더 생생하게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물론 각종 도표와 지도도 충분히 제시하고 있어서 남해의 수군 상황을 좀 더 잘 이해하게 한다.


이 책 참 마음에 든다. 사실 만화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처럼 충실한 역사 만화는 오랜만이다. 208쪽이라서 그리 많은 쪽 수는 아니지만 안에 담겨 있는 내용은 그 배다. 그림 속의 설명이 제법 많고 그림 자체가 당시의 여러 모습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어서 계속 보게 된다. 군더더기 없이 알아야 할 내용 중심으로 일반 백성에서 왕에 이르기까지 여러 신분을 균형 있게 등장시켜서 이 전쟁이 당시 조선인 모두에게 닥친 큰 난리라는 것을 잘 알게 해준다. 


임진 왜란에 대해서 잘 설명한 여러 책들이 있지만 만화라는 형식으로 접근성을 좋게 하고 속에 담긴 내용도 균형있고 섬세한 이런 책은 이 시리즈가 처음이다. 이 시리즈만 봐도 임진 왜란에 대해서 충분히 알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쉬운 것은 등장하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인물 묘사가 비슷한 부분이 좀 있어서 헷갈릴 수 있겠다. 그거 외에는 참 재미있다. 어서 다음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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