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의 역사 1 - 왕조시대부터 일제 강점기까지 경성의 산업 상업의 역사 1
박상하 지음 / 주류성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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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동물과 대비되는 것은 이성을 가졌다는 것인데 이성은 '욕심'을 동반하게 된다. 다른 것을 갖고 싶은 욕심, 더 많이 먹고 싶은 욕심 등등. 내가 어떤 것을 많이 갖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내가 갖고 싶은 것을 갖고 있을 때 서로 교환할려고 한다. 이런 것이 가장 기본적인 경제의 시초인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점점 문명이 발달하면서 경제는 더 커지고 개인 사이가 아니라 나라 사이의 무역까지 발달하게 되었다. 이것은 결국 더 많은 부를 쌓기 위한 경쟁으로 이어지고 나라간의 격차로 이어지게 된다. 물건을 사고 팔고 이익을 남기기 위해 일하는 행위는 상업이라고 일컫는데 이 상업이 발달한 나라일수록 세계를 지배하게 된다. 한마디로 돈을 많이 가진 나라나 개인이 주위를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상업에 대한 흔적을 본격적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은 고려 시대다. 고려를 세운 왕건의 가문이 원래 개성의 큰 상인이었을 정도로 고려는 상업에 대해 제한이 없었다. 벽란도를 통해서 국제 무역이 있었기에 '코리아' 라는 이름이 알려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런 상업의 역사가 면면히 흐르던 우리 나라에 조선의 건국은 큰 벽으로 다가온다. 바로 유교적 이념을 통치 방향으로 세운 조선의 사대부들이 장사를 터부시했기 때문이다. 절약과 검소함을 미덕으로 삼았기에 상업은 천한 것으로 여겼다. 당연히 상업에 종사하는 사람도 적었고 업의 발달도 느렸다. 조선초에는 그것이 크게 문제가 안되었지만 갈수록 다른 나라에 비해 뒤쳐지는 결과가 되었다. 다른 나라들은 부를 축적하면서 발달했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해 근대화에서 뒤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을 인위적으로 통제를 할 수 있겠는가. 조선 조정에서 상업을 무시해도 전국적으로 소규모라도 상업의 틀을 갖춘 행위가 벌어졌고 조선 후기에 들어서는 큰 상단들이 여럿 성장하기도 했다. 서양에 비해서 큰 상업적 발달이라고 하긴 힘들지만 나름 우리의 상업 역사는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조선 시대부터 시작해서 일제를 거쳐 해방 후 산업화를 거친 우리 나라의 상업의 역사를 잘 설명하고 있다.


1부는 조선과 일제 시대의 상업 역사다. 아무리 조선에서 상업을 중히 여기지 않았다고 해도 여러 지역에서 이미 시장이 나타나고 있었고 후기에 이르면 보편화되기에 이른다. 수도 한양에서는 원래 일반적인 사상을 금했고 허가 받은 공식 사상이 있었는데 그것이 종로의 육의전이다. 왕조에게 일정한 국역을 제공하고 그 댓가로 합법적인 장사를 할 수 있게 했는데 이들은 다른 상인들의 장사를 못하게 하는 '금난전권'을 받아서 그야말로 수백 년 동안 독점적인 이익을 누렸다. 하지만 조선 후기에 들어와서는 이런 것이 유명무실해졌고 금난전권도 폐지되면서 다양하게 상업이 발달하게 된다. 외국과의 무역 등을 통해서 전국적으로 큰 상단이 발달했고 훗날 상업 자본으로 축적하게 된다. 책은 조선의 상업 이야기를 잘 말해주고 있다.


조선 후기에 발달하는 듯 했던 상업은 일제의 침략으로 위기를 맞는다. 나라가 망하고 일제의 압제가 시작되었지만 이런 상황을 기회로 삼은 사람들도 있는 법이다. 지금도 살아 있는 여러 물건이나 회사의 처음을 소개 하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활명수' 이야기가 흥미롭다. 독립 활동을 위해서 이것을 만들었는데 처음에는 잘 팔렸지만 역시 꾸준히 이어지는 것이 어렵다. 여러가지 상황으로 결국 회사를 넘기게 되는 것이 안타까왔다. 책은 이밖에 여러 인물을 소개하는데 오늘 날 두산 그룹의 모태를 세운 박승직상점의 '박승직'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역시 인물들은 남다른 면이 있음을 느끼게 했다. 


책은 1930년대 조선의 3대 재벌을 소개한 '삼천리 ' 잡지 기사를 인용하고 있는데 재미있다. 당시 잡지는 여러가지 조건을 고려하여 김성수, 민영휘, 최창학을 꼽았다. 단순히 돈으로만 고른 것이 아니라 특이한 사항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했다. 최창학은 앞서 두 사람보다 자산 규모가 뒤지지만 자산의 많은 부분이 현금이어서 말하자면 현금 부자로써 3대 재벌에 들어가게 된 것이었다. 이밖에 금광 열풍이 불어서 그덕으로 재벌이 된 사람들도 소개하는데 금광왕이라고 불리던 방응모가 조선일보 사장이 되는 것이 눈에 띈다. 오늘날의 그 신문사다.


2부에서는 역시 일제 시대에 발전을 이룬 인물들과 해방 후 오늘 날의 큰 기업으로 이루게 되는 여러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육의전은 조선의 멸망 이전에 이미 서울에 침투한 일본 세력에 의해서 붕괴되었지만 그 상징인 종로통으로 진출한 인물이 있었다. 바로 백화점의 왕 박흥식. 그의 오르락 내리락 하는 장사 이야기가 소개된다.


해방은 또 다른 기회였다. 일제 시대부터 성장했던 여러 상인들과 새롭게 시작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흥미로운데 역시 돈을 버는 사람은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진 그 기회를 잘 포착하는 것이었다. 일제가 남기고 간 여러 것들 중에서 '적산 기업'을 먼저 손에 잡는 자가 큰 돈을 만질수 있었다. 물론 무턱대고 이것을 얻는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었다. 바로 경영의 능력이 있었어야 하는데 이때 성장한 많은 기업들 중에서 오늘날까지 살아 남은 기업이 별로 없다는 것을 보면 그 어려움을 알 수 있다.


책은 지금 우리 나라 재벌 1,2위를 다투는 삼성과 현대의 이야기를 한다. 바로 창립자 이병철과 정주영이다. 처한 상황이 거의 정반대인 두 사람이 어떻게 대재벌로 성공하게 되는지 하나 하나 이야기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과단한 결정으로 앞서가는데 있다. 방법에서 차이가 나지만 기본적으로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한 것이 결국 성공한 것이다.


일제 시대부터 광복 되고 민주화 되기 전까지 수십 년 동안 많은 기업들이 성장했다. 이들이 남다른 경영 철학을 가지고 남보다 더 한 노력으로 많은 부를 쌓은 것은 맞지만 그 이면에는 일제에 협력하고 독재 정권에 허리를 굽히면서 뇌물과 부정의 방법으로 특혜를 입은 것도 많았다. 결국 국민의 희생을 바탕으로 성장한 것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책은 술술 잘 읽힌다. 지은이가 소설가이어서 그런지 소설처럼 흥미롭고 재미있게 썼다. 딱딱한 역사적 사실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여러 일화를 엮어서 재미있게 소개를 해서 나도 모르게 우리 나라 상업의 역사를 잘 훑어내려갈 수 있었다. 제목은 역사책 처럼 느껴지지만 본격적인 상업사를 논하는 책은 아니기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 상업 역사의 대강을 알기에는 추천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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