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친절한 이슬람 역사 - 1400년 중동의 역사와 문화가 단숨에 이해되는
존 톨란 지음, 박효은 옮김 / 미래의창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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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기독교와 이슬람교다. 수 억 명이 믿는 힌두교도 있지만 인도에 집중되어 있고 수십 개 국가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이 두 종교다.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과거에도 수 백 년 동안 대립해왔으며 현재까지도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태다. 너무나 오랜 기간 싸워왔기 때문에 어디서 어떻게 손을 봐야 할지 모를 정도다. 게다가 이슬람교는 그 자체로 분열되어 또 서로가 싸운다. 모든 싸움의 근원에는 상대에 대한 '존중' 과 '이해'의 부족에 있다. 과거도 그렇고 오늘날도 마찬가지로 그 이해가 부족해서 화해가 어렵다. 한 마디로 모른다는 것이다. 


사실 최근의 많은 테러는 주로 극렬 이슬람주의자가 일으켜서 이슬람이라고 하면 테러부터 연상이 된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낙인이 찍혀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상적인 종교 치고 평화와 사랑을 이야기 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 이슬람의 성경이라고 할 '코란'에도 무수히 많이 적혀 있다. 일부 구절을 멋대로 해석해서 성전 운운하는 것은 근본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그러나 그것을 믿고 '알라'를 위한다는 미명하에 테러를 저지르는 것이다. 테러의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나 그것이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명분은 안된다는 것이다.


세계를 선도하는 이른바 선진국은 주로 기독교 문명이 바탕이 된 나라들이 많다. 반면에 이슬람 문명을 바탕으로 한 나라 중에 선진국에 드는 경우는 잘 없지 싶다. 전체적으로 기독교 신자가 많은 기독교 국가가 이슬람 신자가 많은 이슬람 국가보다 더 잘 산다. 그런데 경제적으로 잘 살게 되면 종교 자체가 '세속화' 된다. 중세 시대 엄격했던 기독교가 오늘날 얼마나 자유스러워졌는가. 


거기에 비해 이슬람은 전체적으로 아직 정교 분리가 안된 나라가 많다. 그래서 교조적인 테러분자들이 더 많은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이슬람의 세속화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고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 당면한 갈등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으니.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 덜 싸우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이슬람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아 가는 것이 중요할 듯 싶다. 기독교 영향을 많이 받은 우리 나라에선 특히 이슬람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 자체가 낯설다. 이 책은 그런 낯섦에 대해 이해를 넓히게 하는 내용이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는데 1장 이슬람의 창시에서는 여러 일화를 통해서 창시자 무함마드의 언행을 기록하고 전승한 '하디스' 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런 전승을 통해서 예언자 무함마드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하나의 내용이 되어서 오늘날 '코란'이 된다. 코란은 무함마드가 20여 년간 신의 계시를 받아 그것을 주위에 전파하고 여러 일들을 겪은 것을 기록한 책인데 이슬람교의 성전이며 아주 중요한 책이다. 책에서는 코란의 여러 성격을 이야기 해주고 있는데 훗날 기독교와 기나긴 갈등을 빚는 것과 다르게 무함마드 자신은 다른 종료를 배격하지 않고 '메디나 헌장'을 통해 종교 간의 평화로운 공존을 약속하는 일종의 규약을 만들었다. 코란에서도 신앙과 종교의 다양성은 오히려 신이 의도한 바라고 역설한다. 책에서는 코란을 통해 이슬람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리고 이슬람의 확장을 통한 여러 갈등을 이야기 한다. 무함마드가 위대한 종교를 창설을 해서 그 영향을 급속도로 넓혔지만 자신의 사후를 정하지 않았다. 누가 무함마드의 뒤를 잇느냐에 따라서 오늘날까지 전쟁을 벌이게 되는 것이다. 정통성을 누구에 두느냐는 매우 중요했는데 안타깝게도 그것을 정해주지 않았다. 그의 혈육이냐 능력이냐에 따라서 분열이 일어났다. 하지만 이슬람교 자체는 그 영향력을 빠르게 펼쳤고 후계자들은 정복 전쟁을 통해 이슬람 제국을 확립하게 된다. 책은 비잔틴, 페르시아, 이집트 등을 격파하고 오늘날의 중동은 물론이고 북아프리카까지 광대한 영역을 확보하는 여러 후계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2장에서는 이슬람 확장에서는 대제국의 이슬람화를 보여준다. 1장에서 소개한 대로 여러 종교의 공존을 모색한 코란의 계시대로 이슬람 세계는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어우러져 학문과 문화가 번영했지만 수 세기 동안 프랑크족이나 몽골족 등 여러 민족의 침략으로 혼란이 일어났고 몽골의 유럽을 휩쓸면서 본격적인 내리막길로 접어 들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의 여러 대제국들은 대거 이슬람으로 개종을 했고 그 영향으로 중앙아시아와 인도로 뻗어나갔고 오늘날 동남아시아까지 종교적인 영역을 넓혔다. 책은 셀주크, 오스만, 몽골 등의 제국들 속의 이슬람의 확장을 잘 설명하고 있다.


3장에서는 오스만 제국이 무너지면서 여러 지역에서 독립이 일어나고 오스만 자체의 개혁과 아랍 부흥 운동이 일어나면서 이슬람의 근대화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하지만 불안정한 정치 체계와 급진적인 단체의 부흥, 그리고 미약한 민주주의 등으로 이슬람의 개혁은 쉽지 않게 되었다. 잠시 정치적인 봄이 오긴 했지만 그것이 지속되진 못했고 여전히 불안한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책에서는 비교적 최신까지 일어난 여러 나라의 상황을 잘 설명하면서 이슬람의 개혁이 쉽지 않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사실 1400여년의 이슬람 역사를 한 권에 다 담아내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이 책의 제목인 '친절한' 은 아닌 책이다. 초심자가 보기에는 어렵다. 어느 정도 이슬람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 읽어야 할 책이다. 그리고 사진이나 지도 같은 부가 자료가 별로 없어서 이해를 돕기에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방대한 이슬람 이야기를 핵심적인 내용을 잘 뽑아서 매끄럽게 잘 연결 시켰다. 적어도 이슬람이 어떻게 발전하고 어떻게 흘러 갔는가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특히 중동 지역의 이슬람 뿐만 아니라 북아프리카와 이베리아 반도의 이슬람의 진출도 다루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서술이 돋보인다. 이슬람에 대한 부분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에게 전체를 통괄하는 내용이라서 읽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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