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임진왜란 바다전쟁 1 - 이순신과 작은 거인들 ㅣ 궁극의 전쟁사
성주삼 지음 / 레드리버 / 2024년 1월
평점 :
만화가 공부에 방해된다고 욕 먹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그 잔재가 조금 남아 있긴 하지만 여러 분야에서 만화로 학습하는 것이 더 공부에 도움이 되기에 적절히 이용하면 보통 책보다 낫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이미 초등학생 대상으로 많은 학습 만화가 잘 이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 꼭 공부의 목적이 아니라고 해도 글 책의 내용을 더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도 만화책이 활용되기도 한다. 소설은 물론이고 인문 역사 분야에서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번에 나온 임진왜란 시리즈는 임진왜란을 만화로 소개하는 책이다. 그런데 이 책 심상치 않다. 우선 1부가 나와서 봤는데 무슨 학습 만화도 아닌데 머리에 쏙쏙 들어오고 임진왜란이라는 역사적인 사실이 큰 그림이 그려진다. 단순하게 그림만 많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설명하는 글도 제법 많아서 재미있는 만화책 보듯 대충 보는 것이 아니라 면밀히 보게 된다.
사실 임진 왜란 하면 이순신 장군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순신 장군이 맹활약을 한 덕분에 우리가 왜의 침략을 물리친 것은 맞다. 그러나 사실 이 전쟁은 상당히 복잡하고 국제적인 성격을 띈 난리다. 계속 전투가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무려 7년이나 계속 되었고 당시 조선을 비롯해서 명나라와 일본까지 참여한 대규모 국제전이다. 그리고 이 왜란으로 인해서 동아시아의 정세가 바뀌었고 그 영향은 3국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임진왜란을 이해하려면 그 원인과 과정, 결과까지 알아야 할 것이 방대한데 내용을 적절하게 선별해서 짜임새 있게 소개하고 있어서 좋다.
우선 임진왜란이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 우리나라와 왜, 명나라의 각국 사정부터 설명해 준다. 기본적으로 이 전쟁은 왜가 일으켰는데 당시 왜의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다. 오랫동안 혼란기였던 당시 일본의 전국 시대를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통일을 하게 되고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히데요시의 야욕이 발단이 되어서 조선을 치겠다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이때 조선과 명은 어떠한 상황이었는지 설명하고 있는데 책의 내용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내용을 잘 선별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당시 전쟁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의 제목이 '임진왜란'이 아니라 '임진왜란 바다전쟁'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긴 하는데 단순히 그의 전략 전술 등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군사들과 백성들의 이야기부터 자세하게 나온다. 이순신 장군이 재임하고 있던 전라 좌수영의 사람들을 보여주는데 일반 백성부터 여러 직역의 군인들 모습도 잘 설명하고 있다. 특히 직접 배를 움직이는 '격군'도 잘 보여주고 있고 이 격군들을 어떻게 배를 나아가게 하는지 그림으로 보여주니까 더 잘 이해가 가게 한다. 그밖에 장군을 보좌하던 여러 장수들도 꼼꼼하게 등장시키고 있어서 당시 전라 좌수영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 할 정도다.
이순신 장군이 전라 좌수사가 되어서 전쟁을 준비하는 모습에서 장군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주위 장수들과 병사들, 관련된 백성들까지 세세하게 잘 배치하면서 적절하게 내용을 전달하고 있어서 전쟁의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었다. 이윽고 시작되는 전쟁. 당시 조선 조정은 어떻게 대처했고 또 어떻게 실패하게 되는지 우리가 몰랐던 사실들도 많이 알려주면서 임진왜란이라는 전쟁의 서막을 열게 된다.
책은 기본적으로 만화라는 수단을 통해서 당시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는데 인물이나 건물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각종 무기와 병기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고 수군 훈련을 통해서 전투에 어떻게 임하게 되는지 잘 이해하게 한다. 전라 좌수영이라는 지역을 생각해서 등장 인물들의 대화도 전남 사투리로 해서 더 생생하게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물론 각종 도표와 지도도 충분히 제시하고 있어서 남해의 수군 상황을 좀 더 잘 이해하게 한다.
이 책 참 마음에 든다. 사실 만화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처럼 충실한 역사 만화는 오랜만이다. 208쪽이라서 그리 많은 쪽 수는 아니지만 안에 담겨 있는 내용은 그 배다. 그림 속의 설명이 제법 많고 그림 자체가 당시의 여러 모습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어서 계속 보게 된다. 군더더기 없이 알아야 할 내용 중심으로 일반 백성에서 왕에 이르기까지 여러 신분을 균형 있게 등장시켜서 이 전쟁이 당시 조선인 모두에게 닥친 큰 난리라는 것을 잘 알게 해준다.
임진 왜란에 대해서 잘 설명한 여러 책들이 있지만 만화라는 형식으로 접근성을 좋게 하고 속에 담긴 내용도 균형있고 섬세한 이런 책은 이 시리즈가 처음이다. 이 시리즈만 봐도 임진 왜란에 대해서 충분히 알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쉬운 것은 등장하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인물 묘사가 비슷한 부분이 좀 있어서 헷갈릴 수 있겠다. 그거 외에는 참 재미있다. 어서 다음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