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워닝 잭 매커보이 시리즈
마이클 코넬리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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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마이클 코넬리'라는 작가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실망한 작품이 별로 없을 정도로 몰입감 있는 책을 써내기로 유명한 사람이다. 이 작가의 책 중에 여러 시리즈가 있는데 이번에 나온 것은 '잭 매커보이' 시리즈다. 다른 시리즈에 비해서 권 수가 그리 많지 않다. 다른 시리즈에 집중하기로 해서 그런지 작가 이력에 비해서 많이 나오지는 않았는데 개인적으로 주인공 잭 매커보이의 캐릭터가 더 가깝게 느껴진다.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작가의 등장 인물들이 비현실적인 사람은 잘 없긴 하지만 잭 매커보이가 더 현실적인 이유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혹은 내 마음에 있는 '찌질함' 이 잘 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답답하고 짜증 나는 면도 있는데 그만큼 소설 속 인물에 감정 이입이 잘 되어서 그런 것 같다. 


주인공 잭 매커보이는 기자다. 전작인 '시인' 과 '허수아비' 에서 연쇄살인범을 쫓는 치열한 기자였지만 지금은 세월이 흘러 악당을 쫓진 않고 '소비자를 위한 사회적 문제' 를 주로 싣는 인터넷 신문사의 기자다. 일종의 소비자 신문이겠다. 직원도 몇 명 안되는 작은 회사지만 다른 주요 언론에 나름 규모 있는 기사를 팔기도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기부를 지속적으로 요청해야 하는 영세한 회사의 기자다. 세월이 흐르긴 했는지 천하의 잭 매커보이가 이제는 눈에 띄지도 않는 작은 곳에서 일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던 잭에게 어느 날 경찰이 온다. 1년 전 어떤 여인을 만났느냐고 묻는다. 이윽고 그녀가 살인을 당했고 곧 그녀와 접촉한 모든 사람들이 용의 선상에 오른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그녀의 사인이 특이했다. '고리뒤통수 관절 탈구' 라는 흔치 않은 방법으로 죽었는데 이것은 큰 힘으로 목을 졸려 목뼈를 부러뜨려 죽게 한 것이다. 자신이 관련이 되었기도 하지만 사건의 특이성에 과거의 날카로운 기자로서의 본능이 살아난다. 그야말로 사자의 콧털을 건드린 결과랄까. 분명 뭔가 있다고 느낀 잭은 본격적으로 사건에 대해서 조사하기 시작한다.


우선 죽은 여인의 주위를 살피면서 여러 퍼즐을 맞춰가던 잭은 비슷한 죽음이 또 있음을 알게 된다. 이것이 같은 범인에 의해서 일어난 사건일까. 그렇다면 연쇄살인범?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볼 때 한 명이 저지른 사건임이 드러난다. 연쇄살인범을 쫓아 왔던 잭에게 또 다시 연쇄살인범이 나타난 것이다. 잭은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가며 사건을 하나하나 되짚어 가는데 탁 걸리는게 나온다. 바로 DNA. 피해자들이 이 유전자 정보와 관련해서 살해를 당한 것이다. 대체 DNA와 무슨 상관이 있길래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전방위적으로 추적해 나가고 이것이 한 인물과 특정 회사와 관련이 있음을 밝혀내는데 이른다.


한편 잭은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과거의 한 인물을 소환한다. 바로 '레이철 월링' 이다. 전작에서 그의 동료이자 연인이었던 레이철은 그 사건 이후로 그냥 연락만 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FBI 요원에서 기업이나 사람을 대상으로 전문적으로 조사해주는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으로 변해 있었다. 돈은 많이 벌지만 자신의 능력을 썩히고 있는 셈이었다. 그런 레이철에게 슬며시 손을 내밀었는데 처음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결국 잭의 요청을 받아들인다. 사실 사건을 해결하는데 전직 FBI 출신의 도움을 많이 받게 된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지만 잭과 레이철의 이야기도 흥미 요소이다. 특수한 상황으로 만나서 조력자에서 연인으로 발전했지만 잭의 잘못으로 헤어졌는데 서로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번 사건으로 재회하게 되어서 좀 좋게 발전하나 싶었는데 잭의 '찌질함'이 관계를 다시 망치게 된다. 그 부분을 읽을 때는 그냥 한대 때리고 싶었다. 얼마 만에 온 귀중한 기회를 이렇게 날리나. 그런데 끝 부분에서 새로운 상황을 맞이 하게 되어서 관계가 다시 좋아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앞으로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이때까지 3편만 나왔는데 앞으로 또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철이 든 잭이 나올까.


이야기는 유전자와 관련된 범죄를 다루고 있다.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라는 익명의 DNA 정보가 세월이 지나서 개인 정보를 알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고 이것이 인터넷이라는 불특정 다수가 보는 공간에 실려서 결국 범죄에 이용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기술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 지능이 출연하는 시대에 생기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우리 나라 같은 경우도 개인 정보의 중요성을 최근에야 인식하게 되었지만 이미 전 국민의 개인 정보는 다 털렸다고 할 정도로 개인 정보가 허술한 것도 사실이다. 기술이 발달해서 이렇게 널려 있는 정보를 이용해서 신종 범죄가 생길 것 같아서 걱정도 된다.


책은 작가의 명성대로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아주 자극적이지 않아도 조금씩 조금씩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서 곧 책을 손에서 못 놓게 된다. 책을 한 번 잡으면 끝까지 읽게 만드는 흡입력을 가진 작가 답다. 오랜만에 보는 잭 매커보이의 모습이 참 반가웠고 앞으로의 후속작도 기대가 된다. 다만 연쇄 살인마의 캐릭터가 전작이나 다른 책에서 보는 것 보다는 약했다. 좀 더 현실적인 범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좀 더 입체적이고 세밀한 모습이었으면 더 스릴감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시리즈라고 해도 하나의 독립된 작품이기에 읽는데 큰 지장은 없지만 아무래도 등장 인물들의 관계를 더 자연스럽게 알기 위해서는 전작들을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읽은 지 오래 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다시 1편과 2편을 꺼내서 읽으려고 한다. 이 책까지 총 3권이라서 분량 부담도 적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1편부터 차례로 읽으면 더 좋다. 그러면 이 시리즈의 진가를 더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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