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시아드 - 황제의 딸이 남긴 위대하고 매혹적인 중세의 일대기
안나 콤니니 지음, 장인식 외 옮김 / 히스토리퀸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양의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로마 제국은 긴 역사 탓에 그 내용이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제일 유명한 '시저', 즉 '카이사르' 의 이야기 정도는 아는 사람이 좀 되는데 그 밖에 중요한 내용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 로마가 동서로 분리되고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때까지를 로마의 역사로 여기고 동로마 역사는 따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어서 더욱 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동로마 제국의 역사도 엄연한 로마의 역사다. 공식적으로 로마의 멸망은 동로마 제국이 이슬람에 의해서 무너졌을 때다. 서로마 제국이 멸망하고도 거의 천 년의 역사를 더 이어갔다. 아쉽게도 우리 나라에서는 동로마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의 함락으로 로마가 멸망한 것이 유명하다. 그래서 동로마의 다른 역사 이야기가 덜 소개됐는데 이 책이 그 부족함을 조금 채워주는 것 같다.


제목인 '알렉시아드' 는 동로마 제국 콤니노스 왕조의 제 2대 황제 '알렉시오스 1세' 의 일대기를 그린 역사서로 특이하게도 그의 친딸이 지은 역사책이다. 일단 이 알렉시오스 1세가 누구인지를 알아야겠다. 당시 동로마 제국은 황제의 계승법이 확실하지 않았기에 정정이 불안하고 권력 다툼이 심했다. 그래서 여러 왕조들이 생겼는데 알렉시오스 1세는 콤니노스 왕조의 실질적인 창시자면서 동로마 제국에서 손꼽히는 훌륭한 황제다. 이 책은 그런 명군의 전기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은이 '안나 콤니니'는 누구인가 하면 바로 알렉시오스 1세의 딸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흥미롭다. 알렉시오스 1세는 자신이 죽고 나서 후계자로 아들을 황제로 세우려고 했다. 그런데 딸인 안나 콤니니가 어머니와 힘을 합해 쿠데타를 일으키려고 했는데 그의 남편에 의해서 저지당하고 수도원에 유폐된다. 거기서 자신의 아버지 전기를 쓰게 된 것이다.


동로마 제국의 황제가 되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유능함이 있어야 가능했는데 안나 콤니니의 남편이 거기에 해당했다. 동양과는 달리 아들로의 세습이 정해져 있지 않았기에 관례대로라면 황제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알렉시오스 1세는 자신의 아들에게 제위를 물려주었고 이것에 안나 콤니니가 반대를 했던 것이다. 아니면 그녀 자신이 황제가 되고 싶었을까. 동로마 제국은 여자 황제도 몇 명이 있었고 무엇보다 황제의 부인 황후도 어느 정도 권력을 갖고 있었기에 안나 콤니니도 야심을 가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황제의 치세는 기본적으로 외적과의 싸움이었다. 책에서는 노르만인, 페체네그, 튀르크 등과 다른 이민족의 끊임없는 침략에 대응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당연하게도 외적을 물리치고 제국을 보전하였기에 칭송의 책이 나온 것이다. 그밖에 족벌체제를 통해서 정국을 안정시키고 경제를 혁신해서 제국을 안정화시켰다. 


알렉시오스 1세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실은 십자군 전쟁의 당사자였다는 것이다. 이슬람 세력의 침략에 점차 힘이 딸리게 되자 서방의 기독교 세력에게 '성지 수호'를 이유로 원병을 요청하게 된다. 이것이 그 뒤로 이어지는 십자군 운동의 시작인 것이다. 십자군 전쟁은 표면적인 명분과는 달리 많은 문제를 야기 했지만 적어도 알렉시오스 1세가 시작했던 1차 십자군 때는 나름의 성과도 있긴 했다. 


이처럼 나름 동로마 제국의 중흥기를 이끈 군주이기에 내용은 그의 치적이 주를 이룬다. 딸인 안나 콤니니의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는데 아버지에 대한 찬양도 있지만 객관적으로 쓴 부분도 보여서 당대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원전은 총 15권이고 그리스어로 쓰여졌기 때문에 오래 전에 영어로 번역된 것을 다시 번역한 중역본이다. 아쉬운 것은 글자 크기가 보통 단행본의 글자 크기보다 작다는 것이다. 그리고 문단 나누기가 거의 없어서 책에 여백이 거의 없고 글자가 가득하다. 책분량이 많아져서 책 값이 비싸질 것을 생각해서 이렇게 편집 했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이해가 가지만 호불호가 갈릴 듯. 


동로마 제국은 서양에서도 크게 주목 받지 못했는데 서로마 제국의 역사도 많이 소개되지 못한 우리 나라에서 동로마 제국의 역사는 더 알려지지 않았다. 게다가 이런 저술이 있는 것도 몰랐고 이런 여자 역사가가 있는 것도 더욱더 몰랐다. 동로마 제국 관련한 책이 나온 것도 좋지만 잊혀진 여성 역사가를 다시 소개한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