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도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13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3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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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전작인 에코 파크에서 보슈는 여러 우여곡절끝에 사건을 마무리하게 된다. 하지만 파트너였던 키즈민 라이더는 부상으로 인해서 같이 일하지 않게 되었고 그 사건의 여파로 새로운 부서로 발령나 있었다. 바로 본청의 특수살인사건 전담반 형사. 이제나 저제나 새로운 사건이 떨어지지 않나 기다리던 보슈에게 새벽에 전화가 걸려온다.

 

즉시 현장으로 출발한 보슈는 이내 묘한 분위기를 감지한다. 피해자는 뒤통수에 두 발의 총알을 맞고 사망했는데 그의 신분이 예사롭지 않았던 것이다. 바로 의학물리학자이며 여러 병원에서 방사능물질을 취급, 접근할수 있는 권한을 지닌 사람.

 

평범한 살인사건이 아님은 곧 나타난 FBI요원 레이첼 월링의 등장으로 확고해졌다. 연방요원이 왔다는것은 테러의 가능성도 있다는것. 그리고 곧이어 한 병원에서 세슘캡슐이 모두 사라진 것을 발견한다. 그 양은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수 있는 막대한 양. 모든 관련 기관이 난리가 나고 세슘의 향방을 쫓기위해 총력을 기울이게 된다.

그런데 그때 보슈는 살인자를 쫓는다. 살인자를 잡으면 세슘의 향방을 알수 있다면서. 모든 수사기관의 수사방향과 다른 쪽에서 접근하는 보슈의 감각이 과연 올바른 길일까.

 

이번의 책은 전작들에 비해서 200쪽이상 짧은편이다. 신문에 연재된 작품인데 새롭게 책으로 내면서 살을 좀 붙이고 다듬었는데도 분량이 적다. 아마 신문연재상의 여러가지 제약때문에 분량이 적은 모양인데 마이클 코넬리가 신문 연재도 했다는 사실이 흥미로왔다. 그냥 책만 쓸줄 알았는데. 그런데 긴 호흡의 책도 물론 재미있었지만 이번 작품처럼 짧은 호흡으로 긴박한 속도감도 꽤 재미있었다. 사건이 해결되어가는 과정이 다른 작품보다 신속하고 빨라서 좀더 몰입감있게 읽을수 있었다. 물론 빠른 만큼 책장도 빨리 넘어가고 그에 따라 보슈와의 이별도 빨라지는게 아쉽긴 하지만.

 

이번책에서는 보슈의 여러가지 면이 두드러졌다는 느낌이 든다. 바로 자신의 감이 옳다고 믿으면 그냥 돌진해나가는 스타일. 하긴 이때까지 그런 모습이 보슈의 본모습이었고 또 우리들이 열광하게 된 까닭이긴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스타일이 위험에 봉착하기도 했다. 테러에 이용될지도 모르는 방사능물질을 찾는것이 더 급한지, 살인자를 쫓는것이 더 급한지 사실 그점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리고 늘 있어왔던 경찰과 FBI의 대립에서도 어느정도 이해가 가는 면도 있지만 너무 비타협적으로 나왔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에 보슈가 알고 있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서 수사의 진전이 느려졌을땐 진심으로 짜증 나기도 했을 정도였다. 패를 다 보여주진 않아도 어느정도는 유연성있게 대처하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마치 실존한 인물에게 대하는 것같은 느낌이 들었는거보면 보슈의 캐릭터에 확 동화된거 같기도 하다. 하긴 보슈의 시리즈와 함께 한 세월이 어딘데. 담당 FBI로 그전에 인연이 있었던 레이첼 웰링이 나오는데 그녀와의 인연이 이번책에서 새롭게 펼쳐지는것도 흥미롭다.

 

전작에서 파트너의 부상으로 인해서 새로운 파트너가 필요했는데 이번에는 젊고 잘생긴 하지만 20살이나 어린 신세대 형사였다. FBI와 대립할때는 반대하기도 하고 어떨땐 좀 꽉 막힌듯한 행동을 보여주긴 하지만 새로운 문명의 이기들을 다루지 못하는 보슈에게는 신속함과 정확함을 전해주고 체력적인 면에서 도움을 줄수있는 좋은 파트너일꺼 같았다. 앞으로 보슈가 오랜 경험을 가진 선배로써 이 신참 후배를 잘 지도하지 않을까. 다음편에서 얼마나 더 발전되고 친밀해진 사이로 나올지 궁금해진다.

 

보슈시리즈의 끝은 늘 아쉬움으로 가득찬다. 다음 작품을 언제 기다리냐하는 느낌으로 말이다. 이번 책은 분량도 적어서 그런 아쉬움이 더 짙었지만 내용이 비교적 빠르고 긴박감있게 전개되고 새로운 보직에서 역시나 그 감각을 잃어버리지 않은 보슈를 만나게 되어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이 시리즈의 여자 캐릭터들을 좋아하는데 전작에서 키즈민 라이더와 함께 일하지 않게 되어서 아쉬웠었다. 그런데 작가가 후기에서 레이첼 월링의 재등장을 시사했기에 앞으로의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도 흥미로와질꺼 같다.

 

사건에 대한 치밀하고 논리적인 묘사력, 등장인물들의 살아있는듯한 캐릭터화 등으로 작품의 완성도가 높았던 보슈 시리즈는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거 같다. 시원한 곳에서 읽으면 정말 더 시원하게 더위를 잊을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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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 - 때時를 고민하는 당신을 위한 인생수업
조용헌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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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점 같은거 안 본다'라고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있다. 하지만 그 속마음이 100% 그렇지는 않을것이다. 점 같은거 믿지 않는다고 해도 그들은 다른 형태의 점을 이미 보고 있을 것이다. 언제 주식이 오르고 내리고 하는것을 담은 주식 예측 정보지 같은게 일종의 점이 아니겠는가.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만큼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것도 없다. 한치앞의 미래도 못 알아보는 인간에게 정해진 것을 미리 안하는것이 얼마나 대단한것일까.

 

인간이 미래를 점치고자 하는것은 결국 욕심 때문이다. 불안한 미래를 어떻게서든 안정시키고 싶은 욕망 그리고 더 많은 부와 명예를 차지하기 위한 욕망. 그런것들때문에 미래를 알고싶어하는것이리라.

서양에 비해서 동양은 이런 사주명리학에 관한 것들이 많이 발전한 편이다. 아무래도 동양철학을 기반으로 해서 주역이라는 걸출한 이론서가 있어서 그것을 중심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모델이 다양하게 발전한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사주,관상과 명리학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론적인 개설서라고 할만하다.

 

책은 처음에 사주명리학은 어떤 것인가를 이야기해준다. 말그대로 관상은 무엇이고 그것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인것이다. 이미 조선시대부터 음양오행에 따라서 사람도 보고 일들도 보고 그랬었다. 그것이 현대에 와서도 이어지고 있는것이다. 그중에서 '신언서판'은 지금도 나름 유효한 이론이라 볼수 있다.

 

신이란 관상 즉 얼굴을 일컫는다. 그 사람의 잘되고 못남이 얼굴에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언은 바로 말이다. 말투, 말의 톤에 의해서 사람의 성격을 알수가 있다고 한다. 하기야 목소리 그윽하고 그 울림이 좋은 사람은 상대로하여금 신뢰감이 들게 한다. 책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은 관상보다 목소리가 좋아서 대통령이 될수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고 할 정도니 목소리의 중요성, 말솜씨의 중요성을 알수가 있다.

서는 글씨와 문장력이다. 이른바 언어영역이라고 할수가 있는데 펜이 군대보다 강하다는 말도 있는거보면 그 위력은 보통 생각하는거보다 더 강력하다고 할수 있다. 그런 서의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또한 사주가 좋을것이다.

마지막으로 판은 판단력을 말하는데 신언서를 보는것이 결국 판단력을 보기 위한것이라고 말하고 있다.아무리 잘난 사람이라고 해도 판단력이 흐려지면 보통 사람보다도 못한 결과가 나타나는걸 우리는 역사상의 위인들에게서 알수가 있다. 판단력이 결국 끝을 좌우한다는것은 현재에도 통용되는것이다.

 

책은 한국 명리학계를 대표해서 3명의 대가를 소개하고 있다. 이석영, 박재완, 박재현이 바로 그들이다.

이중에서 박재현은 비교적 최근까지 생존한 인물이고 그 이름이 나름 대중적으로 알려진 사람이다.

바로 부산 박도사가 그인것이다. 박도사는 해인사의 살인사건을 해결함은 물론이고 부산의 여아 유괴사건의 실마리도 제공해서 결국 사건 해결의 큰 공을 세운다. 그밖에도 소소하게 재미난 일화들을 들려주고 있다.

 

책은 전체적으로 흥미롭게 잘 쓰여진거 같다. 사주나 관상 명리학 이런것이 무엇이고 어떤 의미를 가지며 그 유래와 현대로의 계승등에 대해서 잘 설명해주고 있다. 중간중간 여러 일화들을 통해서 재미나게 그 핵심들을 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미 10년도 더 전의 책을 재판한것이라서 시류에 맞지 않는 면도 있다. 그 당시는 한의학이 흥할때였지만 지금은 그때만큼의 위세가 아닌데 그것이 반영되지 않았다. 그리고 책 내용이 여러곳의 연재물을 정리해서 엮은것이라서 좀 정리되지 않고 두서가 없는 면도 있다.

그래도 지은이의 글솜씨가 어려운 내용을 쉽게 잘 전달하는 문장력이 있는지라 그리 어렵지 않게 술술 잘 읽혔다.

 

지은이는 인간의 운명을 9대 1이라고 본다고 한다. 9는 운명으로 정해진것이고 1이 바꿀수 있다는것.

근데 그 주장에는 사실 동의하지 않는다. 인간이 어느정도 운명을 타고난다는건 인정한다. 누구나 재벌집 자식으로 태어나는건 아니라고 봤을때 부잣집에서 태어나는거랑 가난한집에서 태어나는것은 분명 운명이다. 하지만 그 뒷배경을 바탕으로 어떻게 인생을 설계해 나가는것인가는 그 자신에게 달린것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운명론 3, 개명론7 정도로 명을 개척해나갈 가능성을 더 높이 본다. 물론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나가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운명은 10 모두가 정해질것이고.

 

사주명리학도 결국 인간 그 자신을 위한 학문이 아닐까. 잘못된것은 스스로 경계하고 잘되는것은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서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말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것은 아니다는 뜻이겠다. 자신의 정해진 운명을 잘 알고 그것을 개척해나간다면 그것이 진정으로 사주명리학에서 뜻한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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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크라이 카오스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0-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0
레너드 로젠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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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질서처럼 보이는것도 결국 거대한 질서의 한 일부분이라는 이론이 있다. 별 의미없는 것도 결국에는 커다란 법칙속에서 돌아간다는것. 사실 그런지 안그런지는 인간으로선 알수가 없지 않을까.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그 법칙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을것이다. 이번에는 이 법칙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등장하는 스릴러소설이다. 아~ 어려운 이론이 나오면 안되는데...지은이가 나같은 보통 사람들을 위해서 그리 복잡한 이론을 등장시키지는 않았는거 같다. 술술 잘 읽힌거 보면 말이다. 요컨데 그 이론이 주요 모티브이긴 하지만 그 이론 자체로 이야기가 전개되는게 아니라 그 이론을 '만든'사람이 매개체인것이다.

 

주인공부터 심상치않다. 성이 푸앵카레. 실제로 19-20세기에 수학계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쥘 앙리 푸앵카래'의 증손자로 나온다. 증조부가 유명한 수학자이니 증손자도 그런류가 아닌가했는데 유명한 수학자는 아니고 유능한 형사로 나온다. 그것도 국제적인 범죄를 다루는 인터폴의 베테랑 형사. 사실 인터폴이란 존재가 사법권이나 구속력이 강한게 아니라서 소설의 주인공으로는 그리 많이 나온게 아닌데 특이하게도 이 책에선 인터폴의 형사로 나온다. 그리고 유명한 수학자의 후손. 그 유명한 수학자가 이룩한 업적은 하나 둘이 아니지만 그중에서 현대 카오스 이론에 영향을 미쳤는데 이 이론에 관련된것이 이야기의 주요 모티브가 되는 것이다. 이것을 보면 지은이가 아주 정밀하게 주인공과 그의 주변인을 주제 의식에 배치했음을 알수가 있다.

 

사건은 WTO 각료 회의가 열리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 호텔에서 의문의 폭발이 일어나는걸로 시작된다. 그런데 그 폭발이 특이한것이 그 층만 박살이 났고 다른곳은 멀쩡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상자도 단 한명, 폭발이 일어난 방에 숙박했던 한사람만 사망했다. 특별히 살해 동기도 없고 그렇다고 테러도 아닌 이 이상한 사건에 푸앵카레가 뛰어든다. 폭발의 원인이 '과염소산 암모늄'이란 물질이었음이 밝혀지고 이건 보통 사람이 흔하게 만들수 있는 물질이 아니었다. 게다가 폭발이 '로켓'방식으로 일어났다는것이 알려지면서 과연 누구가 어떤 목적으로 그런 복잡한 방식으로 살인을 저질렀는가에 대한 의문이 일어난다. 단순한 폭발물에 의한 사건이 아니라 어찌보면 군사 기밀과 관련된 일이라서 사건의 방향이 심상치않게 흘러간 것이다.

 

우선 사망자를 확인해야했는데 그게 참 의아스러운것이 누구한테 딱히 원한 살 일도 없는 수학자였다. 그는 '제임스 펜스터'라는 30살의 젊은 하버드대 박사로써 WTO에서 연설을 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평범한 수학자는 아니었는것이 이른바 '프랙탈 이론'의 귄위자였다. 이것은 작은 구조가 전체 구조와 비슷한 형태로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것을 말하는건데 이를테면 나뭇잎의 구조가 결국엔 도시 도로 구조와 비슷해진다 뭐 그런 이론이다. 이것은 무질서속에서 질서를 찾아내려는 이론이라고 할수 있는데 카오스 이론과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푸엥카레와도 묘한 대비를 이루는 것이다.

 

푸엥카레는 죽은 그 수학자의 행적을 뒤쫓기 위해서 미국과 유럽을 오가면서 하나 하나씩 실마리를 확보해나간다. 그러던중에 과거 그가 잡아넣은 반인륜 범죄자의 보복을 받게되고 피같은 그의 가족이 피습을 당하게 된다. 그리고 인터폴의 본부장이 바뀌면서 며칠안에 은퇴를 하던지 사무직으로 옮기던지 결단을 내려야하는 순간이 다가온다. 며칠만에 그는 사건의 전모를 밝힐수 있을까. 가족이 눈에 아른거리는데도.

 

여러 추리 스릴러물을 봤지만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사실 잘 접해보지 못했다. 주인공은 물론 형사이긴 해서 풀어나가는 방식은 익숙하지만 사건과 관련된 이론이 '과학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져서 독특한 느낌을 준다. 사실 푸엥가레라는 수학자도 이름만 얼핏 들어서 어떤 사람인지 몰랐는데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그가 주장한 여러 이론중에 카오스 이론이 이렇게 소재로 이어지는것이 흥미로왔다. 작은 소재로 활용될줄 알았는데 나중에보면 카오스와 연결된 프랙탈 이론이 하나의 큰 동기로 이어지는게 재미있었다. 지은이가 원래 교육관련서적으로 유명한 저술가라고 하니 이런 저런 과학적인 사실들로 이야기를 짜내는데 도움을 받았을것 같다.

 

아무튼 여러가지 과학적인 사실들을 가지고 국제적인 문제와 교묘히 사건을 엮어들어가서 인간의 신념과 슬픔, 삶등을 잘 녹여낸 지적인 스릴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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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웰즈의 죄 판타스틱 픽션 골드 Gold 5
토머스 H. 쿡, 한정아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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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어렵지 않은 내용인데 다시 생각해보면 그 내용이 만만치 않게 쓰는 작가가 있다. 처음에는 그냥 물흐르듯이 책을 읽어가다가 어느 순간되면 뭔가 깊은 굴속에 들어가는 마냥 내용에 깊이가 느껴진다. 한번보단 두번 읽어보면 그 느낌이 느껴진달까. 그런 글 쓰기가 쉽지 않은데 그렇게 쓰는 작가 바로 토머스 H 쿡이다. 평에 이르길 '가장 아름다운 형태의 언어로 슬픔을 노래한다'라고 하는데 사실 가장 아름다운지는 모르겠다. 영어로 쓰여졌으니 영어로는 아름다운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말로 된 책에서는 그걸 못느끼겠으나 적어도 글자 한자 한자 파내듯이 정성스럽게 글이 쓰여졌다는 느낌이 들긴 한다.

 

이번에 나온 책은 형식면에서 그전에 보여줬던 책과 좀 색다른 식으로 서술되는 내용이다. 결론은 나 있고 그 결론의 이유에 대해서 추적해가면서 과거와 현재를 교차해서 보여주는 방식. 물론 그 마주치는 부분은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지나칠수 있는 작은면도 놓치지 않고 뜻을 담아낸다.

 

주인공은 제목에 나와있는 줄리언 웰즈이다. 초반에 그는 자살한다. 줄리언은 그야말로 인간말종인 존재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는 작가였다. 세계 곳곳에 있는 잔악하고 반사회적인 범죄를 직접 찾아가서 조사하고 그런 실화를 바탕으로 글을 쓰는 독특한 사람이었다. 근데 그가 갑자기 죽는다니? 그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화자인 필립과 줄리언의 여동생인 로레타가 그 이유를 알수없는 자살에 의문을 품고 그 수수께끼같은 동기를 추적하게 된다. 도무지 알수 없는 그의 행동. 전혀 낌새도 눈치채지 못했기에 더욱더 그 진실이 무엇인지 알수가 없다. 다만 몇년전 필립과 함께 갔던 아르헨티나에서의 일들이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는 정도만 알수 있을뿐. 과연 거기에서 일어났던 일과 거기에서 만난 사람이 그 후 줄리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었을까.

 

책은 장르를 규정짓기가 애매하다. 원칙상은 추리 스릴러다. 자살한 줄리언의 행로를 추적하면서 진실이 무엇인지 밝히려고 하니까. 하지만 아주 복잡한 추리 기법이 동원된것도 아니고 가슴 두근거리는 추적장면이 있는것도 아니다. 내용이 어렵지도 않다. 하지만 하나하나 곱씹어보면 의미가 간단하지 않으면서 뭔가 의미심장한 느낌이 들게 한다. 심리소설인가싶을때도 있다. 작가는 그런 형식을 통해서 뜻한바를 나타내고자 한것인가. 아주 정교하게 설계된 형식이라고 할수 밖에 없을꺼 같다.

 

책은 쉬우면서도 쉽지 않은게 일단 내용 전개 자체가 그리 어렵지 않다. 어찌보면 단순하다. 하지만 내용중에 나오는 수많은 문학 작품을 생각해보면 헉헉거리게 만든다. 필립과 로레타의 대화에서 여러 작품들에서 나오는 주옥같은 대사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둘 사이가 오랫동안 알고 친한 사이고 또 두 사람 모두 책과 관련된 직업을 갖고 있어서 그런 대화가 가능하겠지만 그 수많은 책을 읽지 못한 일반 독자로서는 쉽지 않을밖에. 그리고 그런 대사를 잘 집어내서 적절하게 글을 이어나가는 작가가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독특한 형식으로 이야기를 이어가지만 결국 작가가 말하고 싶은것은 바로 '인간'이다. 인간의 본성과 내면은 무엇이고 어두움과 진실의 밝음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고 하는게 아닌가 싶다. 그런 치열한 의식이 소설에 투영되었는것이고. 그래서 그 속의 단단함이 책에서 쉽게 손을 떼지 못하게 하는거 같다.

 

책의 화자는 친구인 필립이지만 주인공은 줄리언이다. 책을 읽으면서 참 매력적인 사람이란 느낌이 들었다. 일반적인 스릴러에서 보여지는 캐릭터 구축을 굳이 하지 않았는데도 있을법한 사람으로 잘 그려진거 같다. 물론 필립이나 로레타같은 다른 사람도 참 자연스럽게 인물 묘사가 되어서 극의 사실성을 더 높이는거 같다. 그래서 내용이 주는 진득함과는 관계없이 글은 잘 읽히는 편이었다.

인간의 삶의 형태를 섬세하면서도 치밀한 서술로 다양하고도 다채롭게 보여주는 토머스 쿡의 진면목이 잘 드러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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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시피 미시시피
톰 프랭클린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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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별일 아닌 이야기였다. 한 소녀가 실종되었고 20년후 또 한 소녀가 실종되는데 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있다. 하지만 증거불충분으로 검거되지는 않는 상태. 진범은 과연 누구인가를 밝히는 이야기인데 온갖 희괴한 사건이 판을 치는 요즘에 어찌보면 단순 실종 혹은 단순 살인 사건이라고 할 수도 있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간단하게만 보이는 그 이야기 속에 '삶'이 있었다.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대한 물음도 있었다. 결코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야기는 말했듯이 복잡하지 않다. 미국 남부의 어느 작은 마을. 인구가 500여명에 불과한 그야말로 한가한 동네다. 세월이 느리게 흘러갈듯한 그 마을에서 어느날 한 소녀가 실종된다. 그리고는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상태. 하지만 그녀와 마지막으로 있었던 사람이 있었으니 그 이름 래리. 그 소녀의 같은 고등학교 친구였다. 

 

그러나 그는 그 소녀의 실종에 아무런 관련도 없고 그녀를 살해하지도 않았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결국 뚜렷한 증거가 없이 석방되지만 이미 마을에선 소녀 살인범으로 손가락질 당하게 된다. 그로부터 20년 후 또 다시 한 소녀가 실종되고 이번에는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그것도 래리의 집안땅에 있는 한 오두막에서. 꼼짝없이 이 소녀도 살해한것으로 지목되는 래리.

하지만 그 자신도 누군가에 의해서 총상을 당해 사경을 헤매지만 오히려 살인하고 난뒤 자살할려고 했다는 의심을 받게 된다. 마을에서 '괴물 래리'로 불렸던 그, 과연 그는 괴물이었을까.

 

책은 주인공인 래리가 어렸을때부터 사건이 일어난 고등학교 시절까지 일상들을 교차로 보여준다. 괴물이라고 불렸던 래리는 실상 괴물이 아니었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했고 그로 인해 사람을 대하는게 어려워졌고 그래서 책을 벗삼아 살았던 조용한 아이였다. 그에게는 책이 친구였던 것이다. 조용하고 착한 그가 그런 괴물로 비춰지게 된건 역시나 사람들의 편견과 사실이 아닌 소문때문이었다. 사실 책을 읽어내려가다보면 진범은 따로 있겠단 생각이 든다. 래리의 삶을 보여주면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담담히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래리에게 덧씌워진 평판은 그가 범인이던 아니던 상관없이 오랫동안 그를 옥죄어왔다. 아무도 긍와 이야기하려하지않고 아무도 그와 친구가 될려고 하지 않았다. 진범이 잡힌다고 한들 래리의 삶은 얼마나 보상받을수 있을까. 그는 이미 범인의 삶을 살아온 것이다.

 

이야기의 또다른 축은 래리와 특별한 관계를 가졌던 사일러스다.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있다가 경찰이 되어 돌아온 그는 래리에게 어떤 부채가 있는듯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이 두 사건의 진실에 진심으로 다가서려고 하고 있다. 그 누구보다 이 사건의 실체에 접근할 무기가 그에게 주어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사일러스를 통해서 래리는 새로운 삶을 살수 있을까. 사일러스는 오랜 마음의 짐을 벗어날수 있을까.

 

반전을 거듭하고 화려하고 기괴한 사건들을 쓴 책들에 비하면 이 책에 나오는 스릴러는 어떻게보면 약하다. 하지만 뛰어난 스릴러물에 손색없이 술술 내용이 읽히는 재미난 책이었다. 한단계 한단계 밝혀지는 진실의 과정이 참 세밀하고도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서 서술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을 비롯해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도 눈에 보일듯이 입체적으로 잘 묘사되고 있고 미시시피라는 지역이 친숙한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공간의 재현도 훌륭하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는 사람의 삶이 보인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그 관계를 정립해가는 과정등을 통해서 삶이란걸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그 무시를 당하면서도 그런 작은 마을에 어떻게 살아갈수 있을까, 아무도 찾는 이 없는 그 쓸쓸한 공간에서 혼자서 어떻게 살아갈수 있을까 등을 생각해보면서 그래도 역시 어떻게든 살아가긴 가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비극적이지만 비극이 아닌 이야기. 래리의 그 신산한 삶에 먹먹함도 느꼈고 안도하기도 했다. 그리고 남는 것은 긴 여운의 울림.

어찌보면 이 책은 추리적인 기법을 삽입한 휴먼 소설 같기도 하다. 실종 사건의 진범을 찾는 추리소설이 아닌, 사람의 삶을 진하게 그린 소설말이다. 이 책은 인종간의 갈등, 살인, 실종, 폭력같은 거친면도 드러나지만 화해와 용서, 진실이라는 것과 융합이 되어서 뛰어난 이야기가 되었다.

 

좋은 책이다. 재미도 있고 감동의 여운도 있는 드문 책중에 하나다. 살짝 기분 좋아질수도 있고 마음을 움직이는듯한 내용의 책. 별거 아닌 이야기에 별거가 다 담긴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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