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크라이 카오스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0-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0
레너드 로젠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무질서처럼 보이는것도 결국 거대한 질서의 한 일부분이라는 이론이 있다. 별 의미없는 것도 결국에는 커다란 법칙속에서 돌아간다는것. 사실 그런지 안그런지는 인간으로선 알수가 없지 않을까.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그 법칙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을것이다. 이번에는 이 법칙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등장하는 스릴러소설이다. 아~ 어려운 이론이 나오면 안되는데...지은이가 나같은 보통 사람들을 위해서 그리 복잡한 이론을 등장시키지는 않았는거 같다. 술술 잘 읽힌거 보면 말이다. 요컨데 그 이론이 주요 모티브이긴 하지만 그 이론 자체로 이야기가 전개되는게 아니라 그 이론을 '만든'사람이 매개체인것이다.

 

주인공부터 심상치않다. 성이 푸앵카레. 실제로 19-20세기에 수학계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쥘 앙리 푸앵카래'의 증손자로 나온다. 증조부가 유명한 수학자이니 증손자도 그런류가 아닌가했는데 유명한 수학자는 아니고 유능한 형사로 나온다. 그것도 국제적인 범죄를 다루는 인터폴의 베테랑 형사. 사실 인터폴이란 존재가 사법권이나 구속력이 강한게 아니라서 소설의 주인공으로는 그리 많이 나온게 아닌데 특이하게도 이 책에선 인터폴의 형사로 나온다. 그리고 유명한 수학자의 후손. 그 유명한 수학자가 이룩한 업적은 하나 둘이 아니지만 그중에서 현대 카오스 이론에 영향을 미쳤는데 이 이론에 관련된것이 이야기의 주요 모티브가 되는 것이다. 이것을 보면 지은이가 아주 정밀하게 주인공과 그의 주변인을 주제 의식에 배치했음을 알수가 있다.

 

사건은 WTO 각료 회의가 열리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 호텔에서 의문의 폭발이 일어나는걸로 시작된다. 그런데 그 폭발이 특이한것이 그 층만 박살이 났고 다른곳은 멀쩡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상자도 단 한명, 폭발이 일어난 방에 숙박했던 한사람만 사망했다. 특별히 살해 동기도 없고 그렇다고 테러도 아닌 이 이상한 사건에 푸앵카레가 뛰어든다. 폭발의 원인이 '과염소산 암모늄'이란 물질이었음이 밝혀지고 이건 보통 사람이 흔하게 만들수 있는 물질이 아니었다. 게다가 폭발이 '로켓'방식으로 일어났다는것이 알려지면서 과연 누구가 어떤 목적으로 그런 복잡한 방식으로 살인을 저질렀는가에 대한 의문이 일어난다. 단순한 폭발물에 의한 사건이 아니라 어찌보면 군사 기밀과 관련된 일이라서 사건의 방향이 심상치않게 흘러간 것이다.

 

우선 사망자를 확인해야했는데 그게 참 의아스러운것이 누구한테 딱히 원한 살 일도 없는 수학자였다. 그는 '제임스 펜스터'라는 30살의 젊은 하버드대 박사로써 WTO에서 연설을 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평범한 수학자는 아니었는것이 이른바 '프랙탈 이론'의 귄위자였다. 이것은 작은 구조가 전체 구조와 비슷한 형태로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것을 말하는건데 이를테면 나뭇잎의 구조가 결국엔 도시 도로 구조와 비슷해진다 뭐 그런 이론이다. 이것은 무질서속에서 질서를 찾아내려는 이론이라고 할수 있는데 카오스 이론과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푸엥카레와도 묘한 대비를 이루는 것이다.

 

푸엥카레는 죽은 그 수학자의 행적을 뒤쫓기 위해서 미국과 유럽을 오가면서 하나 하나씩 실마리를 확보해나간다. 그러던중에 과거 그가 잡아넣은 반인륜 범죄자의 보복을 받게되고 피같은 그의 가족이 피습을 당하게 된다. 그리고 인터폴의 본부장이 바뀌면서 며칠안에 은퇴를 하던지 사무직으로 옮기던지 결단을 내려야하는 순간이 다가온다. 며칠만에 그는 사건의 전모를 밝힐수 있을까. 가족이 눈에 아른거리는데도.

 

여러 추리 스릴러물을 봤지만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사실 잘 접해보지 못했다. 주인공은 물론 형사이긴 해서 풀어나가는 방식은 익숙하지만 사건과 관련된 이론이 '과학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져서 독특한 느낌을 준다. 사실 푸엥가레라는 수학자도 이름만 얼핏 들어서 어떤 사람인지 몰랐는데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그가 주장한 여러 이론중에 카오스 이론이 이렇게 소재로 이어지는것이 흥미로왔다. 작은 소재로 활용될줄 알았는데 나중에보면 카오스와 연결된 프랙탈 이론이 하나의 큰 동기로 이어지는게 재미있었다. 지은이가 원래 교육관련서적으로 유명한 저술가라고 하니 이런 저런 과학적인 사실들로 이야기를 짜내는데 도움을 받았을것 같다.

 

아무튼 여러가지 과학적인 사실들을 가지고 국제적인 문제와 교묘히 사건을 엮어들어가서 인간의 신념과 슬픔, 삶등을 잘 녹여낸 지적인 스릴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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