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시피 미시시피
톰 프랭클린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어찌보면 별일 아닌 이야기였다. 한 소녀가 실종되었고 20년후 또 한 소녀가 실종되는데 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있다. 하지만 증거불충분으로 검거되지는 않는 상태. 진범은 과연 누구인가를 밝히는 이야기인데 온갖 희괴한 사건이 판을 치는 요즘에 어찌보면 단순 실종 혹은 단순 살인 사건이라고 할 수도 있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간단하게만 보이는 그 이야기 속에 '삶'이 있었다.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대한 물음도 있었다. 결코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야기는 말했듯이 복잡하지 않다. 미국 남부의 어느 작은 마을. 인구가 500여명에 불과한 그야말로 한가한 동네다. 세월이 느리게 흘러갈듯한 그 마을에서 어느날 한 소녀가 실종된다. 그리고는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상태. 하지만 그녀와 마지막으로 있었던 사람이 있었으니 그 이름 래리. 그 소녀의 같은 고등학교 친구였다. 

 

그러나 그는 그 소녀의 실종에 아무런 관련도 없고 그녀를 살해하지도 않았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결국 뚜렷한 증거가 없이 석방되지만 이미 마을에선 소녀 살인범으로 손가락질 당하게 된다. 그로부터 20년 후 또 다시 한 소녀가 실종되고 이번에는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그것도 래리의 집안땅에 있는 한 오두막에서. 꼼짝없이 이 소녀도 살해한것으로 지목되는 래리.

하지만 그 자신도 누군가에 의해서 총상을 당해 사경을 헤매지만 오히려 살인하고 난뒤 자살할려고 했다는 의심을 받게 된다. 마을에서 '괴물 래리'로 불렸던 그, 과연 그는 괴물이었을까.

 

책은 주인공인 래리가 어렸을때부터 사건이 일어난 고등학교 시절까지 일상들을 교차로 보여준다. 괴물이라고 불렸던 래리는 실상 괴물이 아니었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했고 그로 인해 사람을 대하는게 어려워졌고 그래서 책을 벗삼아 살았던 조용한 아이였다. 그에게는 책이 친구였던 것이다. 조용하고 착한 그가 그런 괴물로 비춰지게 된건 역시나 사람들의 편견과 사실이 아닌 소문때문이었다. 사실 책을 읽어내려가다보면 진범은 따로 있겠단 생각이 든다. 래리의 삶을 보여주면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담담히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래리에게 덧씌워진 평판은 그가 범인이던 아니던 상관없이 오랫동안 그를 옥죄어왔다. 아무도 긍와 이야기하려하지않고 아무도 그와 친구가 될려고 하지 않았다. 진범이 잡힌다고 한들 래리의 삶은 얼마나 보상받을수 있을까. 그는 이미 범인의 삶을 살아온 것이다.

 

이야기의 또다른 축은 래리와 특별한 관계를 가졌던 사일러스다.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있다가 경찰이 되어 돌아온 그는 래리에게 어떤 부채가 있는듯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이 두 사건의 진실에 진심으로 다가서려고 하고 있다. 그 누구보다 이 사건의 실체에 접근할 무기가 그에게 주어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사일러스를 통해서 래리는 새로운 삶을 살수 있을까. 사일러스는 오랜 마음의 짐을 벗어날수 있을까.

 

반전을 거듭하고 화려하고 기괴한 사건들을 쓴 책들에 비하면 이 책에 나오는 스릴러는 어떻게보면 약하다. 하지만 뛰어난 스릴러물에 손색없이 술술 내용이 읽히는 재미난 책이었다. 한단계 한단계 밝혀지는 진실의 과정이 참 세밀하고도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서 서술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을 비롯해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도 눈에 보일듯이 입체적으로 잘 묘사되고 있고 미시시피라는 지역이 친숙한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공간의 재현도 훌륭하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는 사람의 삶이 보인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그 관계를 정립해가는 과정등을 통해서 삶이란걸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그 무시를 당하면서도 그런 작은 마을에 어떻게 살아갈수 있을까, 아무도 찾는 이 없는 그 쓸쓸한 공간에서 혼자서 어떻게 살아갈수 있을까 등을 생각해보면서 그래도 역시 어떻게든 살아가긴 가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비극적이지만 비극이 아닌 이야기. 래리의 그 신산한 삶에 먹먹함도 느꼈고 안도하기도 했다. 그리고 남는 것은 긴 여운의 울림.

어찌보면 이 책은 추리적인 기법을 삽입한 휴먼 소설 같기도 하다. 실종 사건의 진범을 찾는 추리소설이 아닌, 사람의 삶을 진하게 그린 소설말이다. 이 책은 인종간의 갈등, 살인, 실종, 폭력같은 거친면도 드러나지만 화해와 용서, 진실이라는 것과 융합이 되어서 뛰어난 이야기가 되었다.

 

좋은 책이다. 재미도 있고 감동의 여운도 있는 드문 책중에 하나다. 살짝 기분 좋아질수도 있고 마음을 움직이는듯한 내용의 책. 별거 아닌 이야기에 별거가 다 담긴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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