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나 해러웨이Donna J. Haraway
세계적인 생물학자, 페미니즘 이론가, 문화비평가, 과학 및 테크놀로지 역사가다. 1944년생으로 미국콜로라도대학교에서 동물학, 철학, 문학을 전공하고예일대학교에서 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산타크루스캠퍼스University ofCalifornia, Santa Cruz(UCSC) 의식사학과 명예교수다.
인류학, 환경학, 페미니즘, 영상·디지털미디어학등과 연계해 다학제 연구를 진행해오면서인문학과 기술의 접점을 모색하고자 했다.
저서로<영장류의 시각 Primate Visions》, 《유인원,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겸손한 목격자@제2의 천년여성인간 앙코마우스™를_만나다》, 《한 장의잎사귀처럼》 등이 있다.
어려울 것이란 선입견으로 시작했는데... 서문에서부터 마음에 확~ 들어온다.
‘홀딱 반해버린 레코드판을 맨 처음 들었던 순간을 떠올리는 것과 더 비슷하다.‘ 니...
서문
캐리 울프
나로서는 30년 넘게 비판이론과 문화이론에 관한 문헌을 읽어왔지만, <사이보그 선언>에 견줄 만한 걸작은 아직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 글을 처음 읽었을 때가 어렴풋이 기억난다(논문은 복사해서 모서리를 접어놓은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당시 대학원생들이 늘 쓰던 방법이다). 그 글을 읽고 나와 같은 경험을한 사람들을 수없이 만났다. 이 경험을 떠올리는 것은 9/11이발생했을 때 있었던 장소를 떠올리는 것보다는, 홀딱 반해버린 레코드판을 맨 처음 들었던 순간을 떠올리는 것과 더 비슷하다. - P7
철학, 사회주의 페미니즘 정치, 이론을 뒤섞는 글쓰기 스타일에 얼마간 익숙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나뿐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글의 파격적인 문체와 화법, 스웨거 swagger라고 불러도 괜찮을 스타일을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까지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여기서 나는 선언문 자체의 정신에 충실하게, 일부러 이단자가되려는 중이다). 글을 "사이보그의 ‘섹스‘는 양치식물과 무척추동물의 매혹적인 복제 패턴(이성애주의 예방에 효과적인 천연약품)을 일부 복원한다"는 관찰에서 시작한 다음 "나선의 춤에갇혀 있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이지만, 나는 여신보다는 사이보그가 되겠다"라는 문장으로 끝내는 사람이 대체 또 어디에 있겠는가? - P8
수사학적 퍼포먼스가 너무나 인상적이라는 이유로, 이 글이 백과사전을 만들고도 남을 만큼 박식한 내용을 대단히 넉넉하게 담고 있다는 사실을 깜빡하기 쉽다. 이런 글을 쓰겠다는엄두라도 내려면 대체 얼마나 많은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하는 걸까? 게다가 이미 학계 스타 시스템이 단단히 자리 잡았던 당시에 이만큼 인용을 후하게 하는 글이 또 어디에 있을까? (나와 해러웨이가 나눈 대화를 읽는 독자는 알게 되겠지만, 해러웨이는 인용 문제를 매우 진지하게 취급한다.) 글에서 언급되는고유명사 목록을 만들어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이러한 (그리고 물론 그 이상의) 이유로 <사이보그 선언>은 수많은 독자에게 더없는 해방감을 느끼게 했다.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자유" - P9
물론 생물학적인 것과 기술적인 것은 해러웨이의 전기와후기를 아우르는 글에서 늘 완전히 뒤얽혀 있었다. 첫 번째 선언문을 마감하는 "나선의 춤" 안에 함께 둘둘 감겨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반려종 선언>은 생명/기술 문제의 반대편 극점인 육신the tiesh 을 향해 뻗어나가며, 심지어 열망한다. (다만 두 번째 선언문의 서두에서 주의를 주는 것처럼 "이들 형상은 정반대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해러웨이가 두 번째 선언문에 적은 것처럼 "사이보그나 반려동물은 종의 경계를 더잘 관리하면서 범주 이탈자의 번식을 막는 순수성을 지향하는사람들에게는 영 못마땅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육신과 대지를 다루는 두 번째 선언의 느낌은 사뭇 다르다. 육신과 대지는 회로나 칩 또는 알고리즘보다 촘촘히 짜인 존재론적 윤리적·정치적인 복잡성의 장소라고 밝혀진다는 정도의 이야기를하는 것이 아니다. 또 이 선언문은 기술과학에 관한 것이면서도 "생명권력과 생명사회성"의 이야기에 더 가까워서, 어떻게 "자연문화에서 역사가 중요한지 알려준다. - P11
생명정치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세속주의, 개신교, 자본주의 그리고 현대미국사에서 국가의 형식이 이루는 특정한 배치 및 헤게모니적기반에 맞서는 중요한 대항 논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해러웨이는 스스로 밝히듯 천주교 신자로 자라났기 때문에 이와 같은 수사에 이끌리게 된다. 하지만 그녀 자신의 실체변화 transubstantiation는 천주교인으로 성장했다는 내력뿐 아니라 스푸트니크 Sputnik와 우주 경쟁의 시대에 교육을 받고 성년이 된 천주교인 여성이라는 사실에 영향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사이보그 선언>의도입부로 돌아가서, 해러웨이가 사용하는 어구 "육신이 말씀이되다"는 어쩌면 "신성모독"일 수도 있지만, 바로 그 덕분에 훨씬더 진지하고 충실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해러웨이 자신이 분명하게 밝히며 상기시키듯 "신성모독은 믿음을 배반하는 것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 P14
이 글은 페미니즘, 사회주의, 유물론에 충실하면서 아이러니한정치 신화를 세우려고 시도한다. 나의 화법은 엄숙한 경배나 동일시identification 보다 오히려 더 충실한 신성모독blasphemy에 가까울 것이다. 신성모독은 언제나 진지함을 요구하는 일처럼 보인다. 내가 아는 한, 사회주의 페미니즘socialist-feminism을 포함하여, 세속화된 종교와 복음주의가 깊이 스며든 미국 정치의 전통에서 채택하기에 신성모독보다 나은 입장은 없다. 신성모독은 공동체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도 그 내부의 도덕적 다수파 moralmajority로부터 보호받게 해준다. 신성모독은 믿음을 배반하는것과는 다르다. 아이러니는 변증법을 통하더라도 더 큰 전체로통합할 수 없는 모순에 관한 것이며 양립할 수 없는 것들이 모두 필연적이고 참되기 때문에 그대로 감당할 때 발생하는 긴장과 관계가 깊다. 아이러니는 유머이며 진지한 놀이다. 일종의수사학적 전략이자 정치의 방편인 아이러니는 사회주의 페미니즘에서 더 존중받을 필요가 있다. 나의 아이러니한 믿음, 신성모독의 한복판에 사이보그의 이미지가 있다. - P17
사이보그는 포스트젠더postgender 세계의 피조물이다. 사이보그는 양성성bisexuality, 오이디푸스 이전의 공생 symbiosis, 소외되지않은 노동을 비롯하여 부분들을 상위에서 통합해 그 전체의 권력을 최종적으로 전유하여 얻어지는 유기적 총체성을 향한 유혹과 거래하지 않는다. 사이보그는 어떤 면에서 서구적 의미의기원 설화가 없다. 이것이 사이보그 "최후의 아이러니다. 사이보그는 추상적 개체화로 지배력을 확장한다는 "서구의 끔찍한종말론적 목표telos, 마침내 모든 의존에서 벗어난 궁극적 자아, 다시 말해 우주인a man in space 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서구의" 인본주의적 의미의 기원 설화는 본원적 일체original unity, 충만함, 은총과 공포의 신화에 의존하며, 이는 남근적 어머니로 표상된다. - P20
강력한 쌍둥이 신화는 특히정신분석학과 마르크스주의를 통해 우리에게 강하게 각인되어있다. 힐러리 클라인Hilary Klein은, 마르크스주의와 정신분석학 모두 노동과 개체화 및 젠더형성의 개념을 다룰 때 본원적 일체라는 서사 장치에 기대는데, 이는 본원적 일체로부터 차이가 생산된 뒤 여성/자연에 대한 지배력을 넓혀가는 드라마에 편입되어야 한다고 했다. 사이보그는 이와 같은 본원적 일체, 서구적 의미의 자연과의 동일시 단계를 건너뛴다. 이것이야말로 사이보그가 자신을 탄생시킨 목적 teleology 인스타워즈 Star Wars" 의전복으로 이끌 수 있는 사이보그의 불법적 약속이다. - P21
스타워즈
조지 루커스George Lucas가 제작한 영화 시리즈를 의미할 뿐 아니라 레이건 시대 대륙간 탄도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인 전략 방위 구상StrategicDefense Initiative, SDI을 뜻하기도 한다. 냉전 시대에는 대륙 간 탄도탄을 비롯한 공격 기술들을 막기 위한 군사 전략이 여럿 고안되었는데, 전략 방위 구상은 미사일 공격이 발생할 경우 우주 공간에 있는 군사용 장비로해당 미사일을 격추하여 목표지점에 명중되는 것을 막는다는 계획이다. 이는 기존의 냉전 패러다임인 "상호 확증 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 즉전쟁이 발발할 경우 전멸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을 확증함으로써 역으로전쟁 발발을 막을 수 있다는 개념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었으나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으로 클린턴 정부 시절 철회되었다. SDI는 1983년 로널드레이건의 1차 대국민 보고 이후 비판자들에 의해 당시 유행하던 영화 <스타워즈>에 빗댄 이름을 달게 되었고 계획의 비현실성 및 군비 확장과 관련된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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