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아무리 슬픈 사연도 말하고 나면 고통이 줄어들어요. 아무리 고된 노동이라도 노래에 실리면 힘든 줄을 몰라요.
리듬 때문이지요. 그건 일의 리듬이고 몸의 리듬이에요.
계단 잘 내려가다가도 ‘조심해야지‘ 하면 걸음이 엉켜 비틀거려요. 몸 하는 일에 머리가 개입해서 생기는 혼란이지요. 시 쓸 때도 머리보다 몸에 맡기도록 하세요.

48
머리로 쓰는 글은 세수 안 하고 분 바르는 것과 같아요. 글 쓸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밀고 들어가세요. 생각은 나중에 와야 해요. ‘기다리면 늦어지고, 생각하면 어긋난다‘
는 경구는 어느 수행에서보다 글쓰기에 필요해요. - P27

77
시는 감정도 비유도 아니고, 패턴이에요. 패턴은 소급적인 동시에 예시적이에요. 은유적 의미를 띠지 않는 패턴은없어요. 패턴 자체가 은유에서 나오고, 은유를 가능하게해요.

78
시를 쓸 때는 말의 꼬임새로 패턴을 만들어야 해요. 꼬임은 서너 번 정도면 족해요. 그 이상이면 우리 머리가 따라가지 못해요. ‘그 사람은 착한 것이 아닌 것이 아닌 것이 아니다‘ 하면 벌써 착한 건지, 아닌 건지 분간이 안 되잖아요. - P37

121
글을 쓸 때 잡생각을 받아 적어보세요. 일상에서 잡생각은 시에서 진실이고, 일상에서 진실은 시에서 잡생각이에요. 우리가 쓸데없다고 버리는 것 안에 우리 자신이 가장많이 들어 있어요.

122
잡생각은 가장 그 사람다운 생각이고, 진짜 인생이에요.
그 안에는 꿈과 사랑, 욕망과 희망이 다 들어 있어요. 잡생각의 채널에 접속하고 나면 나도 없고, 너도 없고, 잡생각이라는 것조차 없어요. - P54

172
다시 정리해볼게요. 행갈이를 하든 안 하든 시는 시예요. 말과 말 사이 점착성을 의식하고, 되도록 쉽게 쓰세요. 중학교 이학년 이상의 말은 필요 없어요. 담장 너머있는 사람에게 하듯 보이게 얘기하세요. 할머니가 손자 데리고 계단 올라가는 것처럼 말하세요. 아기 한 발, 나 한 발그렇게 해야지, 안그러면 가랑이 다 찢어져요.

173
보여준다고 해서, 다 보여주는 건 아니에요. 이야기가밖으로 드러나면 힘이 없어요. 포르노는 두 번 다시 안 보잖아요. 윤리나 이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도 포르노예요. 그것들을 얘기할 때는 에로티시즘으로 하세요.

174
시 쓰기는 봉오리가 피어나거나, 풍선이 부풀어 오르는것과 같아요. 처음에는 어떤 모양이 나올지 짐작하기 어려워요. 또 시는 재즈 연주와 비슷해요. 과정이 목표이고, 멈추는 곳이 끝나는 곳이에요.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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