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
짜증~!
막 탄력이 붙어가는데 페이지가 막 섞여서 내용이 엉켜있다. ㅠ.ㅠ
요즘 왜 이러지. 책들이~! 쩝 ~!
귀찮아서 미뤄왔는데 소장용으로 마련한 책들, 반품각이다.
읽기 싫어졌다ㅠ

나는 아홉 개의 세계를 기억한다.
- 스노리 스털러슨이 쓴 아이슬란드 고대 신화집 에다, 1200년경


나는 죽음, 세상을 깨뜨리는 자가 되었노라.
-바가바드기타』


천국과 지옥으로 가는 갈림길에는 똑같이 생긴 두 개의 문이나란히 서 있다.
-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 P163

지구는 사랑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울 뿐 아니라, 특별한 사건이없는 한 우리에게 마음의 고요를 허락하는 곳이기도 하다. 변화가 있되 아주 천천히 일어난다. 한 개인이 평생 동안 겪게 되는 자연재해災害도 대단한 것이라고 해야 태풍 정도가 고작이니, 우리는 지구에서 크게 걱정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긴 자연의 역사를 살펴보면 자연 재해에 관한 흔적들이 여기저기에 남아 있다. 세상이 온통 풍비박산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어디 그뿐인가. 의도적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최근에는 자기 파멸적인 재앙을 불러올지도 모르는 기술적 ‘발전‘이 파괴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의 기록이 잘 보존되어 있는 다른 행성들의 지형을 살펴봐도 그곳에서대규모의 자연 재해들이 많이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얼마나 긴시간 척도로 변화를 보느냐에 따라 ‘평온과 고요의 지구‘가 ‘격동과 소란의 행성‘이 될 수도 있다. 인생 100년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사건이라도 100만 년이라는 긴 세월에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상에서도, 그리고 심지어 20세기에도 아주 기이한 자연 현상이몇 건 일어났다. - P164

그중의 하나가 1908년 6월 30일 이른 아침 중앙시베리아의 한 오지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그날 거대한 불덩어리 하나가 하늘을 가로지르는 것이 목격됐다. 그것이 지평선에 닿는 순간,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약 2,000제곱킬로미터의 숲이 모두 납작하게 밀렸고, 낙하 지점 가까이에 있던 수천 그루의 나무가 순식간에 재로 변했다. 그때 대기에서 발생한 충격파가 지구를 두 바퀴나 돌았다고 한다. 그때부터 이틀동안은 미세한 고체 티끌 입자들이 대기 중에 하도 많이 떠돌아 다녀 - P164

서 폭발 지점에서 무려 1만 킬로미터나 떨어진 런던에서도 한밤중에신문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온 하늘이 산란광으로 가득했다고 한다.
당시의 제정 러시아 정부는 그런 사소한 일을 한가하게 조사할 여력이 없었다. 멀고 먼 시베리아의 오지, 미개한 퉁구스 족Tungus이 사는곳에서 일어난 사건이었으니 더더욱 그랬다. 현지의 상황을 조사하고현장의 증언을 청취하기 위해서 파견된 정부 조사단이 도착한 것은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고 10년이 지난 후였다.  - P165

만일 이와 같은 규모의 충돌이 오늘 다시 발생한다면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진 사람들은 그것을 핵폭발로 오인할 소지가 다분하다. 혜성충돌의 결과가 메가톤 급의 핵폭탄이 폭발할 때 볼 수 있는 상황과 아주 흡사하기 때문이다. 치솟는 불덩이의 규모며 버섯구름의 출현은 물론이고 그 모양까지 똑같다. 단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혜성의경우 감마선의 방출과 방사능 낙진이 없다는 점이다. 큼직한 혜성 조각과 지구가 충돌할 확률이 희박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사건이 전혀 안 일어난다는 보장은 없다. 자연에서 반드시 일어날 수있는 현상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자연 현상이 핵전쟁을 유발할 수도 있지 않을까? - P169

맑게 갠 밤, 하늘을 참을성 있게 올려다보고 있노라면 외로운 별똥별 하나가 우리 머리 위로 빛을 내며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때로는 유성이 비 오듯이 쏟아지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현상을 우리는유성우라고 부른다. 유성우는 하늘이 선사하는 자연의 불꽃놀이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불꽃놀이는 연중 특별히 정해진 날에만 거행된다. 그런데 유성우도 매년 같은 시기에 며칠 동안 계속해서 나타나므로 ‘자연의 불꽃놀이‘ 라는 이름도 그럴듯하다. 유성하나하나는 겨자씨보다 작은 미세한 고체 알갱이다. 흐르는 별이 아니라 나풀나풀 떨어지는 먼지라는 표현이 제격이다. 이렇게 작은 고체 알갱이는 지구 - P171

대기에 들어오자마자 대기와의 마찰로 인하여 고온으로 가열돼 빛을방출하지만, 지상에서 약 100킬로미터 상공에 이르기 전에 완전히 소멸되고 만다. 유성들은 혜성이 남기고 간 부스러기들이다.‘ 태양 근처를 통과하는 일이 반복되면 혜성은 태양의 중력과 열의 영향으로 여러덩어리로 쪼개지고 증발하여 점차 분해된다. 이렇게 떨어져 나온 부스러기들이 그 혜성의 원래 궤도에 흩어진다. 따라서 혜성과 지구의 궤도가 서로 만나게 되는 지점에 유성의 무리가 있게 마련이다. 이 무리와 지구가 만날 때 유성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지구는 매년 같은시기에 그 지역을 지나게 되므로 유성우는 해마다 같은 시기에 반복해서 나타나는 것이다. 매년 6월 30일을 전후로 하여 황소자리 베타별 방향에서 유성우를 보게 된다. 바로 이 시기에 지구가 엥케Encke 혜성의 궤도를지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1908년 6월 30일 퉁구스카의 대폭발은 엥케혜성에서 떨어져 나온 혜성 한 조각이 지구와 충돌했기 때문에 생긴 사건으로 추정할 수 있다. 퉁구스카에 떨어진 유성은 반짝반짝 빛을 내며 인간에게 무해한 유성우를 일으키는 자잘한 부스러기가 아니라, 엥케 혜성에서 떨어져 나온 상당히 큰 조각이었을 것이다. - P172

아리스토텔레스를 필두로 한 고대 과학자들은 혜성이 지구 대기 내부의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뉴턴은 튀코 브라헤와 케플러의 견해를 받아들여 혜성이달보다는 먼 곳에서, 토성보다는 가까이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혜성이 밝게 보이는 까닭은 행성과 마찬가지로 태양의빛을 반사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제대로 알고 있었다. 그의 논지를 좀더 따라가 보자. "누가 혜성을 붙박이별들과 같이 아주 먼 거리에서 일.
어나는 현상이라고 주장한다면, 그는 큰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태양계 행성들이 붙박이별들로부터 받아 다시 반사시킬 수 있는빛이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혜성도 우리 태양으로부터 거의 빛을 받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뉴턴은 혜성도 행성들과 마찬가지로 타원 궤도를 그리며 태양 주위를 돈다고 증명해 보였다.  - P177

"혜성은 매우 찌그러진 타원 궤도를 그리는 일종의 행성이다." 이렇게 뉴턴이 혜성을 둘러싼 미신들을 모두 제거하고 혜성 운동의 규칙성을 예측하자, 드디어 1707년에 이르러서 그의 친구 에드먼드 핼리 Edmund Halley가 1531년, 1607년, 1682년에 출현했던 혜성들이 모두 같은 혜성으로서76년마다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계산으로 밝혀냈다. 동시에 이 혜성이1758년에 다시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혜성은 때맞춰 나타났고 그래서 핼리 사후에 이 혜성은 "핼리 혜성"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헬리혜성은 긴 인간사에서 여러 가지 재미있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1986년에 다시 돌아오게 되면 최초의 혜성 탐사선의 표적이 될 것이다. - P177

작은 얼음 덩어리가 행성이나 달과 충돌할 경우, 행성에는 이렇다할 상처가 남지 않는다. 그러나 충돌하는 물체가 더 크거나 주성분이얼음이 아니라 암석이라면 충돌 지점에서 대규모의 폭발이 발생하여충돌 구덩이 또는 운석공이라 불리는 반구형 또는 사발 모양의 거대한구덩이가 파인다. 지구의 경우 운석공은 풍화 작용이나 강수에 따른침식작용으로 사라지거나 다시 메워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달과 같이기상 현상이 전혀 없는 천체에서는 새로 만들어진 운석공이 수백만 년또는 그 이상 건재할 수 있다. 그래서 달 표면은 온통 충돌 구덩이들로뒤덮여 있는데, 오늘날 태양계에서 발견되는 혜성이나 소행성 파편 조각의 희박한 밀도로 설명하기에는 그 수효가 너무나 많다. 그러므로달 표면의 운석공들은 오늘날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지난 수십억 년의세월에 걸친 수많은 충돌이 누적된 결과라고 하겠다. 그러므로 오늘의달 표면은 과거의 충돌과 파괴의 역사를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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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의 비밀은 죽음과 시간에 있다. 환경에 불완전하게 적응한 수많은 생물들의 죽음과 우연히 적응하게 된 조그마한 돌연변이를 유지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 말이다. 유리한 돌연변이 형태들이 서서히 축적되기 위한 긴 시간이 바로 진화의 비밀이다. 다윈과 월리스에게 퍼부어졌던 그 엄청난 반대의 목소리도 적어도 일정 부분은, 억겁의 영원은 고사하고 수천 년조차 상상하기 힘들어 하는 인간의 속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단지 70년밖에 살지 못하는 생물에게 7000만 년이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갖겠는가? 그것은 100만분의 1에 불과한 찰나일 뿐이다. 하루 종일 날갯짓을 하다 가는 나비가 하루를 영원으로 알듯이, 우리 인간도 그런 식으로 살다 가는 것이다. - P79

생명의 탄생 이후 40억 년의 거의 대부분 기간 동안, 지구의 생명계는 바다를 가득 채우고 있던 청록색의 조류들이 지배했다. 대략6억 년 전부터 조류의 독과점 체제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새로운 형태의 생물들이 폭발적으로 지구에 나타났다. 이것이 바로 캄브리아기 대폭발 Cambrian Great Explosion이라고 불리는 사건이다. 지구가 만들어지자마자 생명이 탄생했다고 해도 크게 잘못된 표현은 아니다. 그러므로 생명의 출현은 지구와 같은 행성의 환경에서 쉽게 일어날 수있는 화학 반응들의 필연적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생물은 30억 년이나되는 긴긴 세월을 녹조류 수준에 그대로 머물러 있어야만 했다. 지구 생명이 특화된 기관들을 갖추고 체구가 큰 유기체로 진화하기가 생명의 출현 그 자체보다 훨씬 더 어려웠던 모양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외계 행성들을 탐사하다 보면 동물이나 식물이 서식하는 곳보다 미생물의 세상을 더 흔하게 발견하게 될 것이다. - P84

인류의 조상이 숲에서 성장했기 때문인지 우리는 자연스럽게 숲에친근감을 느낀다. 하늘을 향해 우뚝 서 있는 저 나무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나뭇잎들은 광합성을 하기 위해서 햇빛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나무는 주위에 그늘을 드리움으로써 자기 주위의 식물들과 생존경쟁을 한다. 나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자세히 관찰하면 나무들이 나른한 은총(햇빛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밀고 밀치며 씨름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나무는 햇빛을 생존의 동력으로 삼는 아름답고 위대한 기계이다. 땅에서 물을 길어 올리고 공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자신에게 필요한 음식물을 합성할 줄 안다. 그 음식의 일부는 물론 우리 인간이 탐내는 것이기도 하다. 합성한 탄수화물은 식물 자신의 일들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원천이 된다. - P87

궁극적으로 식물에기생해서 사는 우리 같은 동물은 식물이 합성해 놓은 탄수화물을 훔쳐서 자기 일을 수행하는 데 이용한다. 우리는 식물을 먹음으로써 탄수화물을 섭취한 다음 호흡으로 혈액 속에 불러들인 산소와 결합시켜 움직이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뽑아낸다. 그리고 우리가 호흡 과정에서뱉은 이산화탄소는 다시 식물에게 흡수돼탄수화물 합성에 재활용된다. 동물과 식물이 각각 상대가 토해 내는 것을 다시 들이마신다니, 이것이야말로 환상적인 협력이 아니고 또 무엇이겠는가? 이것은 지구차원에서 실현되는 일종의 구강대 기공의 인공 호흡인 것이다.
그리고 이 위대한 순환 작용의 원동력이 무려 1억 5000만 킬로미터나떨어진 태양에서 오는 빛이라니! 자연이 이루는 협력이 그저 놀랍기만하다. - P87

달하는 엄청난 크기의 ‘찌‘를 상상
‘찌‘는 로켓처럼 기체를 강하게 분출하여 행성 대기권의 여기저기로 이동할 수도 있다. 우리는 또한 굼뜬 ‘찌‘들이 한눈에 다 들어오지도 않을 정도로 거대한 무리를 지어 떠다니는 것을 상상했다. 피부가위장색인 것으로 보아 그들 역시 삶의 고통과 마주하고 있음을 알 수있다. 왜냐면 그들과 다른 생태학적 지위ecological niche를 가진 존재를 그런 환경에서도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사냥꾼‘들이다. ‘사냥꾼‘은 빠른 기동성을 무기로 ‘찌‘들을 잡아먹는 포식자이다. 그들은
‘찌‘를 잡아먹어 필요한 유기 물질과 순수 수소를 얻는다. ‘추‘들 중에서 비교적 텅 빈 구조를 하는 것들이 먼저 ‘찌‘로 진화하고, 그중에서또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것들이 최초의 ‘사냥꾼‘들로 진화했을지도 모른다. ‘사냥꾼‘의 수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이 ‘찌‘를 다 먹어 버린다면 ‘사냥꾼‘ 도 멸종하기 때문이다.
- P102

생물학은 물리학보다 역사학에 더 가깝다. 현재를 이해하려면 과거를 잘 알아야 하고, 그것도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알아야만 한다. 역사학에 예견론이 없는 것처럼 생물학에도 확립된 예견론이 없다. 이유는 양쪽 모두 같다. 연구 대상들이 너무 복잡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물학과 역사학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타자他者를 이해함으로써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외계 생명에 관한 단 하나의 예만 연구할 수 있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그 하나가 아무리 미미한 수준의 것이라고 하더라도 우리의 생물학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확장될 것이다. 적어도 우리와 다른 생물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지 않겠는가? 외계 생물에 대한 탐구가 중요하다고 누구나 말하지만, 우리는 외계 생명을 찾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현실적 어려움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계의 생명은 우리가 추구할 궁극의 목표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우리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 줄 것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껏 지구라는 작은 세상이 들려주는 생명의 음악만 들어 왔다. 이것은 우주를 가득 채운 생명들이 연주하는 푸가의 한 성부만을 들어 온 셈이다. 자 이제 저 웅장한 우주 생명의 푸가의 남은 성부들에 귀를 기울여 보자. - P103

네가 천상의 운행 법칙을 결정하고 지상의 자연 법칙을 만들었느냐? - 「욥기」

사람과 다른 피조물이 맞게 되는 안녕과 재앙은 하나같이 일곱과 열둘의 조화에서 오는 것이다. 황도12궁은 종교에서이야기하듯 광명의 편에 서서 세상을 다스리는 열두 명의 장군을 일컫는다. 그리고 일곱 행성은 암흑의 편에 있는 일곱명의 장수라고 한다. 일곱 행성은 모든 피조물을 박해하고그들을 죽음과 죄악의 구렁으로 몰아넣는다. 황도대의 열두별자리와 일곱 행성의 조화가 세상의 모든 운명을 결정하는것이다. - 조로아스터, 메노크 이 크라트』

"세상 모든 것들은 자기 나름의 신비한 본성을 갖고 있다. 밖으로 드러나는 각자의 고유한 행동 양식은 바로 그 본성에서비롯하는 것이다."라고 누가 내게 이야기한다면, 나는 그것이 세상에 관한 설명이 전혀 되지 못한다고 말할 것이다. 온갖 현상들에서 두세 가지의 일반 원리를 먼저 찾아내고, 모든 물체들의 성질과 그들의 상호 작용이 앞에서 찾아낸 원리들에서 어떻게 비롯되는지를 설명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세상을 향한 위대한 이해의 첫발을 내디뎠다고 할 수 있다. - 아이작 뉴턴, 「광학」

새가 왜 노래하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왜냐면 새들은 노래하도록 만들어진 피조물이라, 노래함이 새들에게 곧 기쁨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왜 인간이하늘의 비밀을 헤아려 보려고 골머리를 썩이는지 궁금해 할 필요가 없다. 자연의 현상은 다채롭게 이루 말할 수 없고, 하늘은 숨겨진 보물로 가득하다. 이는 오로지 인간의 정신이 새로운 양분을 취하는 데 모자람이 없게 하기 위해서일 뿐이다.
- 요하네스 케플러, 「우주 형상의 신비」

인간은 세상을 파악할 줄 아는 지혜를 갖고 있다. 애초부터 인간은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의 배후를 의식하며 살아왔다. 인류가 사냥을 하고 불을 피울 수 있었던 것도 무언가를 생각해 보고 알아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류에게는 텔레비전, 영화, 라디오, 하다못해 책마저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인류는 지난날의 거의 대부분을 이런 상태로 보냈다. 우리 조상들은 달 없는 밤, 활활 타오르던 모닥불이 사그라져 깜부기불이 되면 그 주위에 앉아서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 P107

불이 되면 그밤하늘을 본 적이 있는가? 밤하늘은 장관을 연출한다. 별들이 몇개 모여서 하나의 모양을 이룬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올려다보아도, 별들은 저절로 그림이 되어 우리에게 다가온다. 예를 들어 북쪽 하늘에 놓인 별들의 무리는 어떻게 보면 곰비슷하게 보인다. 그래서 그런 모양의 별자리를 큰곰자리라고 부르는 문화권이 지구상에 있다. 같은 별들의 배열이지만 문화권에 따라 아주 다른 모양의 물체를 상상하고는 한다. 물론 하늘에 그림이 ‘정말로 그려져 있는 것은 아니다. 그그림들은 우리가 상상해 낸 것들이다. 인류가 수렴으로 신산한 삶을 살아갈 때 그들은 하늘에서 사냥꾼과 사냥개를 보았고, 하늘에 곰과 젊은 여자를 그렸다. 그밖에 사냥꾼의 관심을 끌 만한 온갖 것들이하늘에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17세기 유럽인들이 배를 타고가다 처음으로 남반구의 하늘을 보았을 때, 그들도 자신들이 관심을가지고 있던 것들을 하늘에서 찾아냈다.  - P107

성술은지배한다고 주장한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시대에는 천문학과 점성술이딱히 구별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 둘은 확실하게 서로 갈라섰다.
천문학자로서 프톨레마이오스가 이룩한 업적을 열거하면 다음과같다. 별들에게 이름을 붙여 줬고 그들의 밝기를 기록하여 목록을 만들었고 지구가 왜 구형인지 그럴듯한 이유를 제시했으며 일식이나 월식을 예측하는 공식을 확립했다. 그리고 그의 가장 중요한 업적은 아마도 행성들의 이상한 운동을 설명하기 위해 우주의 모형을 제시한 것이리라. 그는 행성 운동의 모형을 개발하여 하늘의 신호를 해독하고자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하늘을 연구하면서 일종의 희열을 느꼈음에틀림없다. 그는 그것을 "나는 한갓 인간으로서 하루 살고 곧 죽을 목숨임을 잘 안다. 그러나 빽빽이 들어찬 저 무수한 별들의 둥근 궤도를 즐겁게 따라 가노라면, 어느새 나의 두 발은 땅을 딛지 않게 된다."라는기록으로 표현해 놓았다. - P119

프톨레마이오스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며, 태양과 달과 별들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믿었다. 지구 중심의 우주관은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생각이었다. 땅은 안정되어 있고 단단하고 고정적인 데 반하여그 외의 천체들은 매일같이 뜨고 지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어느 문화권에서나 지구 중심 우주관이 하나의 보편타당한 자연 진리로 서슴없이 받아들여졌다. 이 시점에서 요하네스 케플러 Johannes Kepler가 남겼다 - P119

케플러가 행성 운동의 세 번째 법칙을 발견한 지 정확히 8일째 되던 날, 30년 전쟁의 도화선이 된 사건이 프라하에서 일어났다. 전쟁의격동 속에서 수만 명의 삶이 산산조각 났는데 케플러도 그 피해자들중의 한 명이었다. 군사들이 옮긴 전염병에 부인과 아들을 잃었고, 그를 후원하던 황제는 폐위당했으며 케플러 본인은 교리 문제에 관해 너무 강경하게 개인의 주장을 폈다는 이유로 루터파로부터 파문당했다.
케플러는 다시 난민의 신세로 떨어졌다. 구교도와 신교도 양편 모두입으로는 성스러운 전쟁이라고 떠들어댔지만, 실은 영토와 권력에 주렸던 이들이 종교의 광신적 측면을 자신들의 목적에 이용했을 뿐이다.
과거에는 호전적 성격의 군주들이 갖고 있던 전쟁 자원이 바닥나기 시작하면 전쟁도 끝을 보았다. 그러나 당시에는 군대 유지를 위해 조직적 약탈이 자행되었다. 빼앗기는 쪽에 설 수밖에 없었던 유럽의 일반대중은 쟁기와 낫이 창과 검으로 변하는 꼴을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 P147

요하네스 케플러가 자신의 일생을 바쳐 추구한 목표는, 행성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천상 세계의 조화를 밝히는 것이었다. 이러한 목표는그가 죽고 36년이 지난 후에 결국 결실을 맺게 된다. 그것은 아이작 뉴턴 Isaac Newton의 연구를 통해서였다. 뉴턴은 체중 미달의 미숙아로 1642년크리스마스에 태어났다. 훗날 그의 모친이 뉴턴에게 들려준 이야기에따르면 출생 당시의 뉴턴은 쿼트(약 1리터)들이 컵에 넣어도 될 정도로 작았다고 한다. 일생 동안 병약했고 스스로를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자식이라 생각했고 걸핏하면 남과 다투었으며 성격이 비사교적인 데다가죽는 날까지 독신으로 살았던 아이작 뉴턴이지만, 그는 아마도 인류 역사상 제일가는 과학의 천재였을 것이다.
뉴턴은 이미 젊은 시절부터 비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하지 않고는못 참아 했다. 예를 들어, 빛이 "물질인가, 아니면 현상인가?", 또는
"인력이 어떻게 진공을 가로질러 작용할 수 있는가?" 같은 문제를 가지고 고민했다. 진작부터 뉴턴은 삼위일체라는 기독교의 통상적가르침이 성경의 오독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단정했다. 그의 전기작가 존 메이너드 케인스 John Maynard Keynes는 이렇게 썼다. - P153

뉴턴은 마이모니데스 Maimonides 학파의 유대교적 유일신론자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이와 같은 신념에 도달한 것은, 이른바 합리주의적 또는 회의주의적 사고를 거쳐서가 아니라, 전부 권위 있다는 고대문헌들의 해석을 통해서였다. 뉴턴이 살펴본 바에 따르면 밝혀진 사료중에서 삼위일체설을 뒷받침하는 것이 단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삼위일체설을 후세 사람들이 거짓으로 덧붙여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에게는 계시로 밝혀진 신이 세 가지 위격으로 존재하는삼위일체의 신이 아니라 온전히 하나이신 유일신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감히 입 밖에 내지 못할 생각이었기에, 뉴턴은 평생토록 이 비밀을지키느라 무진 애를 써야 했다. - P154

케플러와 뉴턴은 인류 역사의 중대한 전환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이 두 사람은 비교적 단순한 수학 법칙이 자연 전체에 두루 영향을 미치고, 지상에서 적용되는 법칙이 천상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며, 인간의사고방식과 세계가 돌아가는 방식이 서로 공명함을 밝혔다. 그들은관측 자료의 정확성을 인정하고 두려움 없이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들은 행성들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예측함으로써 인간이 코스모스를 대단히 깊은 수준까지 이해할 수 있다는 확고한 증거를 제시했다. 오늘날 세계화된 우리의 문명, 우리의 세계관 그리고 현대의 우주 탐험은 - P160

전적으로 그들의 예지에 힘입은 것이다.
뉴턴은 자신이 발견한 것을 남에게 빼앗길까 늘 전전긍긍했고 동료 과학자들과 무서울 정도로 경쟁적이었다고 한다. 역제곱의 법칙을발견하고도 10년, 20년이 다 지나서야 발표하는 일은 뉴턴에게 아주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자연의 장대함과 복잡 미묘함 앞에서 뉴턴은 프톨레마이오스와 케플러와 마찬가지로 명랑하면서 또 정감 어린 겸손을 보일 줄도 알았다. 죽기 바로 전 뉴턴은 이렇게 썼다. "세상이 나를 어떤 눈으로 볼지 모른다. 그러나 내 눈에 비친 나는 어린아이와 같다. 나는 바닷가 모래밭에서 더 매끈하게 닦인 조약돌이나 더 예쁜 조개껍데기를 찾아 주우며 놀지만 거대한 진리의 바다는 온전한 미지로내 앞에 그대로 펼쳐져 있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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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리를하다가 어떤 경로로 내게 닿은 평론집을 ‘재활용쓰레기‘로 버리기로 했다. 기억도 없는 메모들이... 잠깐, 다시 책을 펴보게한다. 그렇지만 역시나 박스에 넣는다.
여러 사념들로 씁쓸하다.

두말할 나위 없이 작가나 시인도 한 개인으로서는 현실을 살아가는하나의 생활인이다. 국민이요 시민이며 한 가정의 남편이거나 아버지이거나 아들이다. 당연히 문학인도 이러한 자연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지고 있다. 따라서 문학인도 다른 모든 종류의 인간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현실 속에 파묻혀 있고 현실적 제사건과 연루되어 있으며,
오직 생물적 죽음에 의해서만 이 일상적 현실을 벗어날 수 있다.
그러면 문학자를 다른 종류의 인간들과 구별짓는 것은 무엇인가?
마치 정치가가 밥 먹고 변소에 가고 자식을 낳는 일상생활의 영위에의해서가 아니라 그 특유의 정치적 활동으로 해서 정치가이듯이, 문학자는 그 특유의 예술적 세계를 창조하는 행위로 인해서 문학자이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진실한 예술적 창조자가 무엇이냐 하는 문학의 본질론으로 돌아가게 된다. - P164

흔히 인간을 정치적 동물이라고 하거니와, 현대야말로 인간생활에있어서 정치가 막심한 중요성을 갖게 된 시대이다. 오늘날 정치는 인간생활의 모든 영역에 침투해 있으며, 정치적 상황은 인간의 심리적국면에까지도 심대한 영향을 끼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인간의 현실을 다루는 문학자로서 정치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은 그의 의무라고도말할 수 있다. 다만 문학자는 영원하고 보편적인 인간진실을 드러내고자 하므로 한 시대의 일시적인 권력이나 계급의 이익을 위해서만 현실을 보아서는 안된다. 진리는 종교나 계급이나 재산의 여하에 따라 변동될 수 없으며, 인류의 진보와 인간의 미래에 기여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원대한 이상이 때로는 어떤 종교나 정권에 의해 탄압받는수가 없지도 않았다. 중세의 종교재판은 과학적 진리를 끝내 거부하고자 안간힘을 썼고, 히틀러의 나치스 정권은 양심적인 문인 · 종교인·학자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였다. 그러나 역사는 이러한 광신적 편견이 권위있는 자리에 끝까지 남아 있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 P165

먼저 노예수첩」의 프롤로그(서장)를살펴보자.


시인들아
이 땅에 읊을 것이 무엇 있느냐.
너희들이 즐거워 소리지르며
이 땅에 읊을 것이 무엇 있느냐
사람도 골목도 마당 끝까지
음침한 그늘과 한숨소리뿐,
밤마다 아침마다 짓밟히면서
너희들이 읊을 것이
무엇 있느냐
칼든 자의 잔인한 노략질 끝에
혈관까지 영혼까지
짓밟히면서
너희들이 즐거워 소리지르며
이 땅에 읊을 것이
무엇 있느냐 - P167

가령 "모든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다"라는 말을 "너는죽을 수밖에 없는 놈이다"라고 축소하여 해석한다면 그 의미가 완전히달라진다. 그것은 일반론적 진술을 특정한 대상에만 한정해서 적용하는 데서 오는 논리적 오류이다. 따라서 이 프롤로그를 "대한민국은 독재국가" 운운으로 해석한 검사의 기소장이야말로 오히려 대한민국의국가적 현실을 오해하도록 유도하는 사실왜곡이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이 프롤로그 전체는 시인 자신들의 자기반성에 기본적의도가 있다는 사실을 거듭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전기한 순수한 언어와 절실한 언어」라는 논문에서 양성우는 "현재 이 땅의 많은 시인들은혹시나 권력중개자나 무관심주의자, 혹은 현실기피주의자로서 개인적안락에 취하여 잠자코 있거나 또는 유치한 감상주의자로서 머물러 있기를 고집하고 있지나 않은지 궁금하며, 이 시대의 훌륭하고 절실한증인으로서 영원히 남아 있기를 거부하는지도 궁금하다"고 걱정하고있는데, 이 프롤로그의 "너희들이 즐거워 소리지르며" 운운의 구절은바로 위의 논문에 이론적으로 드러나 있듯이, 시인적 사명을 망각하고개인적 안락에 취하여 현실을 외면하는 안일주의적 시인들을 비판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장편 「노예수첩」에 대한 검사 공소장의 해석은 전면적으로 이러한 견강부회와 논리적 오류로 시종하고 있다.  - P169

시인 양성우는 1969년 문단에 등장하여 왕성한 활동으로 우리나라 시문학의 발전에 적극적으로 기여해 왔다. 길지 않은 동안에 발상법發想法』 『신하여, 신하여』 『겨울공화국』 등 세 권의 시집을 간행한 것만보아도 그의 시인적 의욕이 얼마나 왕성한지 알 수 있다. 무엇보다도시인 양성우는 시대적 현실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가지고 양심과 용기에 입각하여 시인적 사명에 충실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젊은 시인의작품이 문학의 본질을 외면한 순전한 법률적 관점에 의해서만 놀고되고 판결된다면 그것은 우리 나라 시문학의 발전을 위해서 비극일뿐더러 우리나라의 사법적 정의 실현을 위해서도 비극일 것이다. 시인의양심에 따른 활동을 법정에 세우는 나라, 문학적 표현의 자유를 정권의 일시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억압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나라가 아니며 결코 발전하는 사회일 수 없다. 서로 다른 의견들의 다양한 발표와 활기있는 토론만이 인간의 잠재적 가능성을 개발하여 미래의 설계를 위한 동력으로 삼을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잡음과 혼란은 오히려 건강체의 당연한 징표일 뿐이다.  - P172

흔히 『임꺽정』의 미덕을 말할 때 우리말 어휘의 풍부함을 지적한다.
과연 그렇다. 이 작품에는 식민지시대와 분단시대를 거치면서 왜곡되고 오염된 한국어 아닌 전통언어가 실로 다채롭고 풍요하게 구사되어있다. 그러나 우리말 어휘만 풍부한 것이 아니다. 외국어 문장에 훼손되지 않은 우리말 문장과 문체가 이처럼 자연스럽고 묘미있게 씌어진문학작품을 찾기란 어려울 것이다.
내 생각에는 고등학생들에게 임꺽정』을 두세번 읽히는 것보다 더좋은 국어교육이 없을 듯하다. 또한 이 작품은 조선 중기(명종 때의사회상을 뛰어난 실감 속에 형상화하였다. 대개의 역사소설들이 궁중비화를 흥미 본위로 각색하거나 특정 인물을 영웅화하는 데 그치고 있음에 비하여 『임꺽정』은 사회의 상층계급인 양반 선비로부터 천민계층인 백정들에 이르기까지 고루고루 소설적 조명을 비춘다. 우리는 이소설을 읽는 동안 당대의 여러 유명한 정치가와 학자들을 실감있게 만날 수 있을뿐더러 가렴주구에 시달리며 험난한 인생을 살아가는 수많은 힘없는 백성들을 또한 구체적으로 만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작가의 따뜻한 눈길로 묘사된 아름다운 조국 강산의 풍경을 생생히 눈앞에 - P333

떠올리게 된다. 민족의 독립이 부정된 식민지 시대에 작가는 이러한작업을 통해 당시의 독자들에게 선조의 얼을 되새기고 조국의 숨결을 환기시키고자 의도했을 것이다.
해방 후 홍명희는 잠시 서울에서 활동하다가 월북하였고 북한에서부수상의 지위에까지 올랐다. 이런 이유로 『임꺽정』은 오랫동안 금서로 묶여 있었다. 또 그런 이유 때문에 홍명희는 으레 공산주의자려니간주되었고 ‘임꺽정도 그의 공산주의 사상을 선전하는 계급주의 작품일 것으로 예단되었다. 그러나 어떤 혁명적 사상을 기대하고 읽는사람에게 『임꺽정』은 너무 문학적이고, 반면에 요즘의 서구식 모더니즘 문학에 길들여진 사람에게 이 작품은 너무나 민족적이다. 북한에서도 이 작품이 끝내 대중적으로 출판되지 못했다는 사실, 그리고 1980년대 중반의 변혁적 출판운동의 과정에서 비로소 완간되었다는 사실이야말로 분단시대의 비극성을 증언하는 또 하나의 사례이다.
『임꺽정』은 비록 분단시대 이전에 창작되었으나 분단의 질곡을 넘어서는 민족적 지평을 함축한 문학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오히려 민족문학의 미래와 연결되어 있다. - P334

다시 말해 모든 지식은다른 한편 그것은 인류역사 전체에 걸쳐 진행되는 진리 자신의 지속적인 자기발현 운동이라고 일컬음직한 어떤 거대한 과정의 매 단계를 형성한다. 가령 플라톤, 토마스 아퀴나스, 데카르트, 갈릴레이, 뉴톤, 칸트, 헤겔, 마르크스, 아인슈타인 등의 이름을 늘어놓아 보면 이이름들의 행렬은 각 인물들이 각자 자기 시대의 특정한 관점의 제약을벗어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인간이 더 풍성한 자유와 더넉넉한 물질적 여건과 더 고상한 품성을 갖추어 살고자 하는 인류 공동의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한 투쟁에서 마치 하나의 줄기찬 대열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모든 지식은 언제나 보편적 가치를 지향한다. - P362

지식인은 역사 속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해 왔고 특히 자본주의적산업사회에서는 독특한 독립 집단을 이루어왔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지식인이 결코 하나의 독자적인 계급이나 계층일 수는 없다는 점이다. 물론 그들 나름의 고유한 이해관계가 있고 독특한 행동양식이 있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그 사회 안에서의 일정한 관점을 대변하는 존재가 지식인이다. 따라서 오늘 지식인에게는 민족사의 과업을 해결하는 일에 동참하느냐 민족을 망각하고 배신하느냐 혹은 민중의 이익을 옹호하는 편에 서느냐 민중을 수탈하는 편에 서느냐의 양자택일이 있을 뿐이지 이 선택을 보류하거나 회피하는 길은 있을 수 없다.
사실상 모든 지식인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는 또 원하든 원하지않든 하루하루 매순간의 삶 속에서 이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식인이 역사로부터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기에 지식인의 고뇌와 영광이 함께 존재한다. - P368

오늘날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 사람은 실제로 드물 것이다. 이대로 가면 인류문명이 종언을 고하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인류의 대부분이 앞으로 다가올 수세기 또는 수십 세기에 걸쳐 형언키 어려운 고통 속에서 참담한 삶을 영위해 나가리라는 것은 거의 확실한 전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생명부양 체계의 손상은 우리가 몸으로 실감할 수 있을 만큼이미 심각하게 진전되었다. 사람의 생명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갈수록 비대해지는 건강 및 의료 시스템은 활인(活人)은커녕 사람을 포함한 생명체들에 대한 합법적인 살상기구로 변해 버렸고, 교육과 문화는 생명을 일상적으로 파괴하는 권력욕망과 경쟁심과 소비주의를 끝없이 부추기는 설득수단이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루하루의 생계를 위해 우리가 몸을 바쳐 소득을 마련하는 오늘의 경제구조는, 그 속에서 우리 각자가 개인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든 상관없이, 그 전체로서 거대한 살상과 폭력의 메커니즘이 된 지 오래인 것이다.
- 녹색평론』 1997년 1~2월호 머리말」중에서 - P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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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에 바치는 시



그대는 희망
왼 나라 산기슭이란 산기슭, 걸어 돌아다니다가
결코 닿지 않는 벼랑 되어 철쭉꽃 품다가.
이마 내민 벼랑의 분홍 뺨
오솔길이다가
속눈썹 내리까는 별 몇
저희들끼리 소곤소곤대는 곳이다가
소곤소곤대며 까르르 웃음 굽이치는 곳이다가

무지개, 향내나는 날개로 오르는 하늘이다가 언제나 돌아가는
돌아가는 길 보여주는 수풀이다가
먼 수풀의 보이지 않는들꽃 머리칼이다가

결국 결국 희망이다가

그대 국토여, 님이여
수만 그 여자 허리 아래 누운
역사여, - P112

미안하다. 산하


눈 덮여 흰빛뿐인, 문경 새재 넘었네
아래로 흐르는 것이 제 본연의 의무라는 듯,
맑은 살얼음 밑으로 고요히 흐르는 물소리흰 옷자락들이 분분히 나려 대지를 덮고 길을 덮고
마른 나뭇가지와 푸른 솔잎을 덮어
무한히 흰 빛에 둘러쌓인 계곡 따라
생각도 말도 다 잊고 꿈결인 양 걸었네
다 갈아엎고 파고 들어낸다는데
버들치와 가재는 구호도 내걸 줄 몰랐네
몽땅 가르고 쌓고 막아 뱃길 낸다는데
오래 흘러온 물은 제 길이라 목청 높이지 않고
달래강은 찰랑찰랑 마애불 발목만 애무하듯 닦아주는데
나는 저 말 못하는 것들에게 왜 이리 미안한가
‘한반도 운하는 대재앙이다‘ 플래카드 따라가는
나는 왜 자꾸 고개가 떨궈지는가
제 것이라 주장할 법적 소유권도 등기도 없이빼앗고 죽이고 갈아 뭉개도 선언문 한줄은커녕
아프다 말 한마디 못하는 저 순한 산하 앞에서
나는 왜 자꾸 무릎이 꺾이는가
생명을 밟고 지나가고도 매번 뒤늦게 알아차리는
나는 왜 과오덩어리인 것만 같은가
푸른 천공을 받아안은 물은 변함없이 제 길을 가는데
마애불은 돌아앉아 말이 없는데김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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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고 장중하게 자전하는 별이 있는 반면, 팽이같이 지나치게 빨리 돌다가 제 형체마저 찌부러뜨린 별도 있다. 대개의 별들은 가시광선과 적외선을 내지만, 어떤 별은 하도 뜨거워서 엑스선이나전파를 내기도 한다. 푸른색의 별은 뜨거운 젊은 별이고, 노란색의 별은 평범한 중년기의 별이다. 붉은 별은 나이가 들어 죽어 가는 별이며작고 하얀 별이나 검은 별은 아예 죽음의 문턱에 이른 별이다. 이렇게다양한 성격의 별들이 우리 은하 안에 4000억 개 정도 있다. 이 별들이복잡하면서도 질서정연하고 우아한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이 많은 별들 중에서 지구인들이 가까이 알고 지내는 별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태양 하나뿐이다. - P43

자, 이제 태양계의 행성들에게로 다가가 보자. 행성은 혜성보다 좀큰 세계이다. 이들은 태양의 중력에 붙잡혀서 거의 원형의 궤도를따라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 그리고 주로 태양 광선에서 열을 공급받는다. 명왕성은 메탄 얼음으로 덮여 있는 행성으로 카론이라는 대형위성을 하나 거느리고 있다. 태양 광선을 멀찍이서 받는 명왕성에서는태양이 칠흑의 어둠 속에서 작게 빛나는 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해왕성, 천왕성, 태양계의 보석인 토성 그리고 목성은 거대한 기체 덩어리들이다. 이 목성형 행성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얼어붙은 위성들을주르르 거느리고 있다. 기체 행성들과 거대한 빙산 덩어리들이 공전하는 지역을 지나 태양 쪽으로 향하여 따뜻한 내행성계로 들어가면 우리는 그곳에서 암석 지대를 만나게 된다. 예를 들어 붉은 화성에서는 화산이 솟아오르고 깊은 협곡이 입을 쩍쩍 벌리며 어마어마한 규모의 모래 폭풍이 행성 전체를 휘감는다. 어쩌면 화성에는 아주 단순한 생물이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 온 모든 행성들은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태양은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별이다. 태양의 중심에는 수소와 헬륨 기체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용광로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용광로가태양계를 두루 비추는 빛의 원천인 것이다. - P45

행성 지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푸른 질소의 하늘이 있고 바다가 있고 서늘한 숲이 펼쳐져 있으며 부드러운 들판이 달리는 지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지구는 생명이 약동하는 활력의 세계이다. 지구는 우주적 관점에서 볼 때에도 가슴 시리도록 아름답고 귀한 세상이다. 지구는 이 시점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한, 유일한 생명의 보금자리이다. 우리는 공간과 시간을 헤쳐 우주를 두루 돌아다녔다. 그렇지만코스모스의 물질이 생명을 얻어 숨을 쉬고 사물을 인식할 수 있게 된곳은 이곳 이외에는 아직 찾을 수가 없었다. 이곳은 확실히 물질이 인식의 주체가 될 수 있었던 곳이다. 이와 비슷한 세계가 우주 곳곳에 흩어져 있겠지만, 그곳들은 우리가 앞으로 찾아야 할 희망의 대상이다.
위대한 탐험은 바로 여기, 지구에서 시작될 것이다. 인류가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100만 년 이상의 긴 세월에 걸쳐 거둬들이고 축적해 놓은 지혜로 우주 탐사의 문을 열 수 있었던 곳이 바로 여기 지구란 말이다. 오늘날 우리는 위대한 지성들과 동시대를 살고 있다.  - P46

에라토스테네스의 발견이 있은 후, 용감하고 대담한 선원들이 여러번 대항해를 시도하고는 했다. 그들이 모는 배는 실로 ‘조막만한‘ 크기였을 것이다. 항법 도구라고는 초보적인 수준의 것들밖에 없었다. 추측항법이 전부였으며 해안선을 따라 갈 수 있는 데까지항해했다. 처음 나선 바다일 경우에는 밤하늘에 뜨는 별자리들의 상대적인 위치를 수평선을 기준 삼아 관찰하는 식으로 현 위치의 위도를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경도는 알 수 없었다. 그러니 미지의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선원들은 낯익은 별자리들을 보면서 불안한마음을 가라앉혔을 것이다. 별은 탐험가의 벗이다. 별은 예전에 지구의 바다를 항해하는 배들에게 도움을 주었듯이, 지금도 우주의 바다로나선 우주선에 힘이 되어 준다.  - P51

그러나 알렉산드리아의 제일가는 자랑거리는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과 그 부속 박물관들이었다. 박물관 museum이란 사실 이름을 그대로 옮기면 뮤즈muse라고 불리던 아홉 여신의 전공 분야에 각각 바쳐진연구소였다. 그 전설의 도서관은 거의 모두 사라져 버렸고, 오늘날에는 당시 별관에 불과했던 세라피움 Serapeum이라는 축축하고 잊혀진 지하실만 하나 남아 있다. 세라피움은 본래 세라피스 Serapis 신에게 받쳐진 신전이었는데 후대에 지식에 봉헌된 성전으로 바뀐 셈이다. 물질적인 유물로는 썩어 부서져 가는 책꽂이 선반 서너 개가 고작이다. 그러나 이곳이 한때에는 지구에서 가장 거대했던 도시의 심장이자 영광이었다. - P56

세계 역사상 최초로 설립된 진정한 의미의 연구 현장이었다.
도서관 소속 학자들은 코스모스 전체를 연구했다. 코스모스 Cosmos는 우주의 질서를 뜻하는 그리스 어이며 카오스 Chaos에 대응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코스모스라는 단어는 만물이 서로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내포한다. 그리고 우주가 얼마나 미묘하고 복잡하게 만들어지고 돌아가는지에 대한 인간의 경외심이 이 단어하나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학자들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모여 물리학, 문학, 약학, 천문학, 지리학, 철학, 수학, 생물학, 공학 등을 두루 탐구할 수 있었다. - P56

알렉산더 대왕을 계승한 그리스 출신의 이집트왕들은 학문을 아주 진지하게 대했다. 그들은 수백 년 동안대를 거듭하면서 연구 활동을 지원했고 그 시대의 인재들이 자신들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있도록 도서관의 학구적 분위기를 유지하는 데 노력했다. 도서관은 열개의 대형 연구실로 나뉘어 각각이 특정 분야의 연구를 수행하였다.
곳곳에 분수대가 있었고 멋지게 늘어선 원기둥들, 식물원, 동물원, 해부실, 천문 관측대가 있었다. 커다란 식당에서 학자들이 여유로이 토의하며 중요한 의견을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도서관의 생명은 모아 놓은 책들에 있다. 도서관 관계자들은 세상의 모든 문화와 모든 언어를 샅샅이 뒤졌다. 사람들을 해외로 보내서 책을 사들였고 장서를 확충해 갔다. 알렉산드리아에 정박한 상선은 관리의 검문을 받았는데, 검문의 목적은 밀수품 적발이 아니라 책 찾기에 있었다. 책 두루마리가 발견되면 즉시 빌려다가 베낀뒤, 사본은 도서관에 보관하고 원본은 주인에게 돌려주었다. 정확한수치를 어렴하긴 어렵지만, 알렉산드리아의 도서관에는 일일이 손으로 쓴 파피루스 두루마리 책이 50만여 권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많던 책들은 다 어떻게 됐는가? 알렉산드리아와 그 대도서관을 낳은 - P58

고전 문명이 붕괴되면서 도서관도 서서히 파괴되어 갔다. 장서의 극히일부만이 후세로 전해졌고 그나마 남은 것도 사방으로 흩어져서, 고작글 몇 줄, 종이 몇 조각이 현재까지 남아 있는 것들의 전부이다. 그러므로 그렇게 남은 몇 줄의 문장이나 종잇조각을 읽은 사람들은 누구나애를 태우며 안타까워 할 수밖에 없다. 한 예로 우리가 알고 있는 바에따르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서가에는 사모스 Samos의 아리스타르코스 Aristanchos 라는 천문학자가 쓴 책이 한때 소장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는 지구도 하나의 행성으로서 여타의 행성처럼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고 주장했으며, 별들이 대단히 멀리 떨어져 있는 천체라는 사실을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가 내린 결론은 모두 다 옳았지만 이 사실을재발견하기까지 인류는 거의 2,000여 년의 세월을 더 기다려야만 했다. 아리스타르코스의 업적이 소실됐기에 느끼게 되는 우리의 애석함에 10만 배를 곱하면, 고전 문명이 이룩했던 업적의 숭고함과, 그의파괴가 얼마나 큰 비극을 인류에게 안겨 줬는지 아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이다. - P59

고대인들은 세계가 아주 오래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먼 과거까지 들여다보고자 했던 것이다. 이제 우리는 우주가 옛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었던 것보다 훨씬 더 오래됐음을 알고 있다. 인류는 지구 바깥으로 나가서 우주를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우리는 한점 티끌 위에 살고 있고 그 티끌은 그저 그렇고 그런 별의 주변을 돌며또 그 별은 보잘 것 없는 어느 은하의 외진 한 귀퉁이에 틀어 박혀 있음을 알게 됐다. 우리의 존재가 무한한 공간 속의 한 점이라면, 흐르는시간 속에서도 찰나의 순간밖에 차지하지 못한다. 이제 우리는 우주의나이가 적어도 가장 최근에 부활한 우주가 약 150억~200억 년되었다는 사실을 안다‘ 이것은 ‘대폭발‘ 또는 ‘빅뱅‘ 이라고 불리는 시점에서부터 계산한 우주의 나이다. 우주가 처음 생겼을 때에는 은하도별도 행성도 없었다. 생명도 문명도 없이, 그저 휘황한 불덩이가 우주공간을 균일하게 채우고 있었을 뿐이다.  - P60

공간을 균일하게 채우고 있었을 뿐이다. 대폭발의 혼돈으로부터 이제 막 우리가 깨닫기 시작한 조화의 코스모스로 이어지기까지 우주가 밟아 온 진화의 과정은 물질과 에너지의 멋진 상호 변환이었다. 이 지극히 숭고한 전환의 과정을 엿볼 수 있음은 인류사에서 현대인만이 누릴수 있는 특권임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우주 어딘가에서 우리보다지능이 더 높은 생물을 찾을 때까지, 우리 인류야말로 우주가 내놓은 가장 눈부신 변환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는 대폭발의 아득히 먼 후손이다. 우리는 코스모스에서 나왔다. 그리고 코스모스를 알고자, 더불어 코스모스를 변화시키고자 태어난 존재이다. - P61

나는 천지를 창조하신 신께 나 자신을 온전히 맡기는 수밖에없다. 그분은 먼지에서 너희 모두를 창조하셨다. - ‘코란, 40장

모든 철학 사조들 가운데 진화에 관한 생각이야말로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진화 논의가 스콜라 철학에 손발이 묶인 채, 1,000년의 세월을 칠흑의 지하에서 완전히 죽어 지내야 했다. 그러던 중 다윈이 나타나 고대의 그리스 사상 체계에 새로운 생명의 피를 수혈했으니, 비로소묶였던 손발의 족쇄가 풀려서 오늘에 부활할 수 있었다. 환생한 먼 조상들의 생각이 그동안 인류의 사상계를 지배해 오던 그 어떤 법칙들보다 삼라만상의 우주적 질서를 더 잘 표현할 뿐 아니라 그 질서의 의미를 우리에게 더욱더 그럴듯하게 설명해 준다. 70여 세대를 이어 온 우리 후손들의 고지식함과 줄기찬 맹신 그리고 미신을 오늘에 탓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 토머스 헉슬리, 1887년

"따나는 지금까지 지구에 발을 붙이고 살아왔던 모든 유기 생물들이 단 하나의 어떤 원시 생물에서 유래했다고 거의 확신한다. 생명의 숨결이 최초로 불어 넣어진 그 생물에서 다양한 형태의 모든 생물들이 비롯됐다고....… 이러한 생명관에는 모종의 숭고함이 서려 있어…… 우리의 행성 지구가 불변의 중력 법칙에 따라 태양 주위를 거듭 도는 동안에, 그리도 간단하기만 했던 원시 생물이 긴 진화의 과정을 밟으면서 다양한 형태의 수많은 생물 종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 그 원시 유기체가 우리 지구에서이렇게 아름답고 저렇게 놀라운 생물들로 진화할 수 있었으며 그 진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 찰스 다윈, ‘종의 기원』, 1859년

태양과 지구에 존재하는 원소들의 상당 부분이 별에서도 발견된다. 그러므로 성분의관점에서 볼 때, 우주는 하나의 물질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수많은 별들에서발견되는 가장 흔한 원소들이 다름이 아닌 행성 지구에서의 생명 현상과 깊은 연관을맺고 있는 수소, 나트륨, 마그네슘, 철 등이라니! 물질 공동체의 신비함에 우리는 그저 놀라기만 할 뿐이다. 그렇다면 밝게 빛나는 저 별들도 우리 태양과 같은 존재라는추측이 가능하다. 별 하나하나도 우리 태양과 마찬가지로 자기 나름의 권속을 거느릴것이며, 중심에 자리 잡고 앉아서 자기 권속들에게 적정 에너지를 공급함으로써 저들을 생명이 서식할 터전으로 바꾸어 놓지 않았겠는가? - 윌리엄 허긴스, 186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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