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의 비밀은 죽음과 시간에 있다. 환경에 불완전하게 적응한 수많은 생물들의 죽음과 우연히 적응하게 된 조그마한 돌연변이를 유지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 말이다. 유리한 돌연변이 형태들이 서서히 축적되기 위한 긴 시간이 바로 진화의 비밀이다. 다윈과 월리스에게 퍼부어졌던 그 엄청난 반대의 목소리도 적어도 일정 부분은, 억겁의 영원은 고사하고 수천 년조차 상상하기 힘들어 하는 인간의 속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단지 70년밖에 살지 못하는 생물에게 7000만 년이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갖겠는가? 그것은 100만분의 1에 불과한 찰나일 뿐이다. 하루 종일 날갯짓을 하다 가는 나비가 하루를 영원으로 알듯이, 우리 인간도 그런 식으로 살다 가는 것이다. - P79
생명의 탄생 이후 40억 년의 거의 대부분 기간 동안, 지구의 생명계는 바다를 가득 채우고 있던 청록색의 조류들이 지배했다. 대략6억 년 전부터 조류의 독과점 체제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새로운 형태의 생물들이 폭발적으로 지구에 나타났다. 이것이 바로 캄브리아기 대폭발 Cambrian Great Explosion이라고 불리는 사건이다. 지구가 만들어지자마자 생명이 탄생했다고 해도 크게 잘못된 표현은 아니다. 그러므로 생명의 출현은 지구와 같은 행성의 환경에서 쉽게 일어날 수있는 화학 반응들의 필연적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생물은 30억 년이나되는 긴긴 세월을 녹조류 수준에 그대로 머물러 있어야만 했다. 지구 생명이 특화된 기관들을 갖추고 체구가 큰 유기체로 진화하기가 생명의 출현 그 자체보다 훨씬 더 어려웠던 모양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외계 행성들을 탐사하다 보면 동물이나 식물이 서식하는 곳보다 미생물의 세상을 더 흔하게 발견하게 될 것이다. - P84
인류의 조상이 숲에서 성장했기 때문인지 우리는 자연스럽게 숲에친근감을 느낀다. 하늘을 향해 우뚝 서 있는 저 나무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나뭇잎들은 광합성을 하기 위해서 햇빛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나무는 주위에 그늘을 드리움으로써 자기 주위의 식물들과 생존경쟁을 한다. 나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자세히 관찰하면 나무들이 나른한 은총(햇빛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밀고 밀치며 씨름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나무는 햇빛을 생존의 동력으로 삼는 아름답고 위대한 기계이다. 땅에서 물을 길어 올리고 공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자신에게 필요한 음식물을 합성할 줄 안다. 그 음식의 일부는 물론 우리 인간이 탐내는 것이기도 하다. 합성한 탄수화물은 식물 자신의 일들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원천이 된다. - P87
궁극적으로 식물에기생해서 사는 우리 같은 동물은 식물이 합성해 놓은 탄수화물을 훔쳐서 자기 일을 수행하는 데 이용한다. 우리는 식물을 먹음으로써 탄수화물을 섭취한 다음 호흡으로 혈액 속에 불러들인 산소와 결합시켜 움직이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뽑아낸다. 그리고 우리가 호흡 과정에서뱉은 이산화탄소는 다시 식물에게 흡수돼탄수화물 합성에 재활용된다. 동물과 식물이 각각 상대가 토해 내는 것을 다시 들이마신다니, 이것이야말로 환상적인 협력이 아니고 또 무엇이겠는가? 이것은 지구차원에서 실현되는 일종의 구강대 기공의 인공 호흡인 것이다. 그리고 이 위대한 순환 작용의 원동력이 무려 1억 5000만 킬로미터나떨어진 태양에서 오는 빛이라니! 자연이 이루는 협력이 그저 놀랍기만하다. - P87
달하는 엄청난 크기의 ‘찌‘를 상상 ‘찌‘는 로켓처럼 기체를 강하게 분출하여 행성 대기권의 여기저기로 이동할 수도 있다. 우리는 또한 굼뜬 ‘찌‘들이 한눈에 다 들어오지도 않을 정도로 거대한 무리를 지어 떠다니는 것을 상상했다. 피부가위장색인 것으로 보아 그들 역시 삶의 고통과 마주하고 있음을 알 수있다. 왜냐면 그들과 다른 생태학적 지위ecological niche를 가진 존재를 그런 환경에서도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사냥꾼‘들이다. ‘사냥꾼‘은 빠른 기동성을 무기로 ‘찌‘들을 잡아먹는 포식자이다. 그들은 ‘찌‘를 잡아먹어 필요한 유기 물질과 순수 수소를 얻는다. ‘추‘들 중에서 비교적 텅 빈 구조를 하는 것들이 먼저 ‘찌‘로 진화하고, 그중에서또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것들이 최초의 ‘사냥꾼‘들로 진화했을지도 모른다. ‘사냥꾼‘의 수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이 ‘찌‘를 다 먹어 버린다면 ‘사냥꾼‘ 도 멸종하기 때문이다. - P102
생물학은 물리학보다 역사학에 더 가깝다. 현재를 이해하려면 과거를 잘 알아야 하고, 그것도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알아야만 한다. 역사학에 예견론이 없는 것처럼 생물학에도 확립된 예견론이 없다. 이유는 양쪽 모두 같다. 연구 대상들이 너무 복잡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물학과 역사학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타자他者를 이해함으로써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외계 생명에 관한 단 하나의 예만 연구할 수 있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그 하나가 아무리 미미한 수준의 것이라고 하더라도 우리의 생물학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확장될 것이다. 적어도 우리와 다른 생물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지 않겠는가? 외계 생물에 대한 탐구가 중요하다고 누구나 말하지만, 우리는 외계 생명을 찾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현실적 어려움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계의 생명은 우리가 추구할 궁극의 목표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우리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 줄 것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껏 지구라는 작은 세상이 들려주는 생명의 음악만 들어 왔다. 이것은 우주를 가득 채운 생명들이 연주하는 푸가의 한 성부만을 들어 온 셈이다. 자 이제 저 웅장한 우주 생명의 푸가의 남은 성부들에 귀를 기울여 보자. - P103
네가 천상의 운행 법칙을 결정하고 지상의 자연 법칙을 만들었느냐? - 「욥기」
사람과 다른 피조물이 맞게 되는 안녕과 재앙은 하나같이 일곱과 열둘의 조화에서 오는 것이다. 황도12궁은 종교에서이야기하듯 광명의 편에 서서 세상을 다스리는 열두 명의 장군을 일컫는다. 그리고 일곱 행성은 암흑의 편에 있는 일곱명의 장수라고 한다. 일곱 행성은 모든 피조물을 박해하고그들을 죽음과 죄악의 구렁으로 몰아넣는다. 황도대의 열두별자리와 일곱 행성의 조화가 세상의 모든 운명을 결정하는것이다. - 조로아스터, 메노크 이 크라트』
"세상 모든 것들은 자기 나름의 신비한 본성을 갖고 있다. 밖으로 드러나는 각자의 고유한 행동 양식은 바로 그 본성에서비롯하는 것이다."라고 누가 내게 이야기한다면, 나는 그것이 세상에 관한 설명이 전혀 되지 못한다고 말할 것이다. 온갖 현상들에서 두세 가지의 일반 원리를 먼저 찾아내고, 모든 물체들의 성질과 그들의 상호 작용이 앞에서 찾아낸 원리들에서 어떻게 비롯되는지를 설명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세상을 향한 위대한 이해의 첫발을 내디뎠다고 할 수 있다. - 아이작 뉴턴, 「광학」
새가 왜 노래하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왜냐면 새들은 노래하도록 만들어진 피조물이라, 노래함이 새들에게 곧 기쁨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왜 인간이하늘의 비밀을 헤아려 보려고 골머리를 썩이는지 궁금해 할 필요가 없다. 자연의 현상은 다채롭게 이루 말할 수 없고, 하늘은 숨겨진 보물로 가득하다. 이는 오로지 인간의 정신이 새로운 양분을 취하는 데 모자람이 없게 하기 위해서일 뿐이다. - 요하네스 케플러, 「우주 형상의 신비」
인간은 세상을 파악할 줄 아는 지혜를 갖고 있다. 애초부터 인간은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의 배후를 의식하며 살아왔다. 인류가 사냥을 하고 불을 피울 수 있었던 것도 무언가를 생각해 보고 알아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류에게는 텔레비전, 영화, 라디오, 하다못해 책마저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인류는 지난날의 거의 대부분을 이런 상태로 보냈다. 우리 조상들은 달 없는 밤, 활활 타오르던 모닥불이 사그라져 깜부기불이 되면 그 주위에 앉아서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 P107
불이 되면 그밤하늘을 본 적이 있는가? 밤하늘은 장관을 연출한다. 별들이 몇개 모여서 하나의 모양을 이룬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올려다보아도, 별들은 저절로 그림이 되어 우리에게 다가온다. 예를 들어 북쪽 하늘에 놓인 별들의 무리는 어떻게 보면 곰비슷하게 보인다. 그래서 그런 모양의 별자리를 큰곰자리라고 부르는 문화권이 지구상에 있다. 같은 별들의 배열이지만 문화권에 따라 아주 다른 모양의 물체를 상상하고는 한다. 물론 하늘에 그림이 ‘정말로 그려져 있는 것은 아니다. 그그림들은 우리가 상상해 낸 것들이다. 인류가 수렴으로 신산한 삶을 살아갈 때 그들은 하늘에서 사냥꾼과 사냥개를 보았고, 하늘에 곰과 젊은 여자를 그렸다. 그밖에 사냥꾼의 관심을 끌 만한 온갖 것들이하늘에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17세기 유럽인들이 배를 타고가다 처음으로 남반구의 하늘을 보았을 때, 그들도 자신들이 관심을가지고 있던 것들을 하늘에서 찾아냈다. - P107
성술은지배한다고 주장한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시대에는 천문학과 점성술이딱히 구별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 둘은 확실하게 서로 갈라섰다. 천문학자로서 프톨레마이오스가 이룩한 업적을 열거하면 다음과같다. 별들에게 이름을 붙여 줬고 그들의 밝기를 기록하여 목록을 만들었고 지구가 왜 구형인지 그럴듯한 이유를 제시했으며 일식이나 월식을 예측하는 공식을 확립했다. 그리고 그의 가장 중요한 업적은 아마도 행성들의 이상한 운동을 설명하기 위해 우주의 모형을 제시한 것이리라. 그는 행성 운동의 모형을 개발하여 하늘의 신호를 해독하고자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하늘을 연구하면서 일종의 희열을 느꼈음에틀림없다. 그는 그것을 "나는 한갓 인간으로서 하루 살고 곧 죽을 목숨임을 잘 안다. 그러나 빽빽이 들어찬 저 무수한 별들의 둥근 궤도를 즐겁게 따라 가노라면, 어느새 나의 두 발은 땅을 딛지 않게 된다."라는기록으로 표현해 놓았다. - P119
프톨레마이오스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며, 태양과 달과 별들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믿었다. 지구 중심의 우주관은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생각이었다. 땅은 안정되어 있고 단단하고 고정적인 데 반하여그 외의 천체들은 매일같이 뜨고 지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어느 문화권에서나 지구 중심 우주관이 하나의 보편타당한 자연 진리로 서슴없이 받아들여졌다. 이 시점에서 요하네스 케플러 Johannes Kepler가 남겼다 - P119
케플러가 행성 운동의 세 번째 법칙을 발견한 지 정확히 8일째 되던 날, 30년 전쟁의 도화선이 된 사건이 프라하에서 일어났다. 전쟁의격동 속에서 수만 명의 삶이 산산조각 났는데 케플러도 그 피해자들중의 한 명이었다. 군사들이 옮긴 전염병에 부인과 아들을 잃었고, 그를 후원하던 황제는 폐위당했으며 케플러 본인은 교리 문제에 관해 너무 강경하게 개인의 주장을 폈다는 이유로 루터파로부터 파문당했다. 케플러는 다시 난민의 신세로 떨어졌다. 구교도와 신교도 양편 모두입으로는 성스러운 전쟁이라고 떠들어댔지만, 실은 영토와 권력에 주렸던 이들이 종교의 광신적 측면을 자신들의 목적에 이용했을 뿐이다. 과거에는 호전적 성격의 군주들이 갖고 있던 전쟁 자원이 바닥나기 시작하면 전쟁도 끝을 보았다. 그러나 당시에는 군대 유지를 위해 조직적 약탈이 자행되었다. 빼앗기는 쪽에 설 수밖에 없었던 유럽의 일반대중은 쟁기와 낫이 창과 검으로 변하는 꼴을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 P147
요하네스 케플러가 자신의 일생을 바쳐 추구한 목표는, 행성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천상 세계의 조화를 밝히는 것이었다. 이러한 목표는그가 죽고 36년이 지난 후에 결국 결실을 맺게 된다. 그것은 아이작 뉴턴 Isaac Newton의 연구를 통해서였다. 뉴턴은 체중 미달의 미숙아로 1642년크리스마스에 태어났다. 훗날 그의 모친이 뉴턴에게 들려준 이야기에따르면 출생 당시의 뉴턴은 쿼트(약 1리터)들이 컵에 넣어도 될 정도로 작았다고 한다. 일생 동안 병약했고 스스로를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자식이라 생각했고 걸핏하면 남과 다투었으며 성격이 비사교적인 데다가죽는 날까지 독신으로 살았던 아이작 뉴턴이지만, 그는 아마도 인류 역사상 제일가는 과학의 천재였을 것이다. 뉴턴은 이미 젊은 시절부터 비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하지 않고는못 참아 했다. 예를 들어, 빛이 "물질인가, 아니면 현상인가?", 또는 "인력이 어떻게 진공을 가로질러 작용할 수 있는가?" 같은 문제를 가지고 고민했다. 진작부터 뉴턴은 삼위일체라는 기독교의 통상적가르침이 성경의 오독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단정했다. 그의 전기작가 존 메이너드 케인스 John Maynard Keynes는 이렇게 썼다. - P153
뉴턴은 마이모니데스 Maimonides 학파의 유대교적 유일신론자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이와 같은 신념에 도달한 것은, 이른바 합리주의적 또는 회의주의적 사고를 거쳐서가 아니라, 전부 권위 있다는 고대문헌들의 해석을 통해서였다. 뉴턴이 살펴본 바에 따르면 밝혀진 사료중에서 삼위일체설을 뒷받침하는 것이 단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삼위일체설을 후세 사람들이 거짓으로 덧붙여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에게는 계시로 밝혀진 신이 세 가지 위격으로 존재하는삼위일체의 신이 아니라 온전히 하나이신 유일신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감히 입 밖에 내지 못할 생각이었기에, 뉴턴은 평생토록 이 비밀을지키느라 무진 애를 써야 했다. - P154
케플러와 뉴턴은 인류 역사의 중대한 전환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이 두 사람은 비교적 단순한 수학 법칙이 자연 전체에 두루 영향을 미치고, 지상에서 적용되는 법칙이 천상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며, 인간의사고방식과 세계가 돌아가는 방식이 서로 공명함을 밝혔다. 그들은관측 자료의 정확성을 인정하고 두려움 없이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들은 행성들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예측함으로써 인간이 코스모스를 대단히 깊은 수준까지 이해할 수 있다는 확고한 증거를 제시했다. 오늘날 세계화된 우리의 문명, 우리의 세계관 그리고 현대의 우주 탐험은 - P160
전적으로 그들의 예지에 힘입은 것이다. 뉴턴은 자신이 발견한 것을 남에게 빼앗길까 늘 전전긍긍했고 동료 과학자들과 무서울 정도로 경쟁적이었다고 한다. 역제곱의 법칙을발견하고도 10년, 20년이 다 지나서야 발표하는 일은 뉴턴에게 아주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자연의 장대함과 복잡 미묘함 앞에서 뉴턴은 프톨레마이오스와 케플러와 마찬가지로 명랑하면서 또 정감 어린 겸손을 보일 줄도 알았다. 죽기 바로 전 뉴턴은 이렇게 썼다. "세상이 나를 어떤 눈으로 볼지 모른다. 그러나 내 눈에 비친 나는 어린아이와 같다. 나는 바닷가 모래밭에서 더 매끈하게 닦인 조약돌이나 더 예쁜 조개껍데기를 찾아 주우며 놀지만 거대한 진리의 바다는 온전한 미지로내 앞에 그대로 펼쳐져 있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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