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은 회오리바람을 만들어


저도 한번 날아보고 싶었던 거다
저렇게 나풀나풀 팔랑거리며
새가 되고 싶었던 거다
그 소원 들어주려 새들이 안간힘으로
몸을 비틀어 회오리치며 하늘을 당기고 있다 살아서는 비바람 막아주며 둥지가 되었던
풀잎, 나뭇잎 - P11

놀라워라


낙엽 하나 땅에 떨어졌다
어떤 나비의 애벌레에 몸을 내주었나
삭은 뼈처럼 드러난 잎맥들 방울방울
이슬을 매달아 햇빛을 굴린다
그 모습 열반한 선승의 사리 아닌가 생각하는데
몸의 어느 구석에 생기가 남아 있었던가
가을볕에 뒤척이다 발끝부터 토르르-륵
동그랗게 말았다 번데기 같다
가지에서 떨어져 허공을 부유하다
나비를 꿈꾸었는가
놀라워라 저 낙엽 - P13

청매화 화공께서


비 그치자 청매화 꽃망울들이
퐁퐁퐁 봄비를 매달았다
그 물방울마다 하늘과 산
은근슬쩍 밀고 몰려올
초록 강물 그려 넣고서 - P14

최대의 선물


꽃이 피어나는 건
당신을 향한 내 사랑 때문이다
지금 별똥별이 반짝이는 건
이 밤 당신께 보내는 연분홍 편지를 전하려는 것이다
산들이 푸른 숲으로 샘물을 품고 있는 것
강물이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것
그렇게 사는 것이라고 인생의 나침반을 삼으라고
당신이 내게 보여주는 선물인 것이다 - P15

독탕


언 개울물 풀려 흐르자
앞산과 뒷산 우르르 겨우내 묵은 때를 씻겠다고
달려와 얼굴 비춰보려는데
어랏 혼자 다 차지하고 아예 몸을 담그고 있는 저젓- 쬐끄만 녀석
퐁당 톡 도토리 한 알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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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 가운데 「어둠의 왼손 보다 장르의 관습을 강하게 뒤엎은 작품은 없었다. 르 귄은 네 번째 작품인 이 소설에서 고정된 성이없는 세상을 상상했다. 인물들의 성 역할은 상황에 따라 결정되며, 매달 한 번만 성이 발현된다. 책은 행성을 탐사하는 민족지학자의 수첩에 적힌 1차 자료들의 모자이크 형식인데, 사무적인 일지에서부터 외계인 신화의 단편에 이르기까지 그 내용이 다양하다. 제이디 스미스‘와 앨지스 버드리스를 포함한 여러 작가들이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어둠의 왼손을 꼽았고, 해럴드 블룸은 이 작품을 서구의 정전』The Western Canon 에 수록했다. 그 뒤 수십 년 동안 르 귄은 판타지 시리즈를 쓰며 자신의 영역과 독자층을 계속 넓혀왔다. 수십 권의 책들 중일부만 이야기하자면 무정부주의자들의 유토피아적 우화인 빼앗긴자들과 그녀의 작품으로 가장 유명한 판타지 시리즈인 『어스시가있다. 르 귄의 생산성은 놀랍다. 2008년에 나온 『라비니아」는 스물세번째 장편소설이다. - P138

과학소설‘ science fiction 이라는 용어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슐러 K 르 귄 
음, 무척 복잡한 이야기인데요.



그 용어가 편하신가요, 아니면 터무니없게 느껴지시나요?


르 귄
 ‘과학소설‘이 훌륭한 명칭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다른 종류의 글과 다르니 고유한 명칭을 가질 만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제가 과학소설가로만 불린다면, 까칠해지고 전투적이 될 수도 있어요. 전 소설가이자 시인이니까요. 몸에 맞지도 않는 작디작은 통에밀어 넣지 마세요. 저는 사방에 있으니까요. 제 촉수들이 비둘기집구멍을 통해 여기저기로 나오고 있답니다. - P141

당신의 작품들보다 ‘과학소설‘이라는 용어가 더 잘 어울리는 작품을 쓴 작가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아서 C. 클라크‘의 소설은 구체적인 과학 개념과 연결되죠. 그에 반해 당신의 소설에서는 철학이나 종교, 사회과학보다 자연과학의 비중이 작지요.


르 귄
하드SF 소설가들은 물리학과 천문학, 화학을 뺀 나머지를 무시해요. 그들에게 생물학, 사회학, 인류학은 물러터진 것들이죠. 그들은 인간이 무엇을 하는지에 전혀 관심이 없지만 전 사회과학에 무척이나 끌려요. 사회과학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는데, 특히 인류학이 그렇답니다. 나름의 사회를 갖춘 다른 행성, 다른 세계를 만들어낼 때 제가 만드는 사회의 복잡성을 통해 뭔가를 시사하기 위해 노력해요. 단순한 제국을 언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말이에요. - P142

그래서 당신의 소설이 문단에서 찬사를 받는 걸까요? 인간의 복잡성과 심리에
치중하니까요.


르 귄
과학소설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제 글을 통해 과학소설에 좀더 쉽게 다가오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장르로 인한 편견이 최근까지도 무척 심했어요. 작가 활동을 한 대부분 동안 과학소설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는 건 비평적으로 말해ㅈ죽음의 키스예요. 화성인이나 촉수에 대한 귀여운 제목이 붙은 작은상자 속에 들어가 비평을 받았다는 뜻이죠. - P142

수없이 받은 질문인데, 정말 대답하기 어려워요. 분명 아버지의 관심사와 기질에는 기품이 있었어요. 아버지는 모든 것에 관심을 보였죠. 그런 지성인과 사는 건 교육과 같았죠. 아버지의 학문 영역이 인간을 다루는 분야였으니, 작가에게는 정말 행운이었지요.
우린 매년 여름을 나파 계곡의 목장에서 보냈어요. 황폐하지만 무척 편안한 곳이었고, 부모님을 찾아온 손님들이 아주 많았어요.
아버지는 동료 학자들이나 외국에서 온 손님들을 대접하시곤 했어요. 1930년대 후반이었고, 전 세계에서 피난민들이 들어오고 있었어요. 손님들 중에 인디언이 두 명 있었어요. 아버지와 함께 일했는데, 그들의 언어와 관습을 배우며 친구처럼 지냈죠. 그중 한 명인 후안 돌로레스는 파파고족이에요. 우리 가족의 진짜 친구였죠. 그는 2주나 한 달 동안 머물곤 했어요. 말하자면 원주민 삼촌이 있었던 거예요. 다른 문화에서 온 그들은 제게 어마어마한 선물이었어요. - P143

그 선물의 본질은 무엇인가요?


르 귄
 ‘타인‘을 경험해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많은 사람들이 그런 체험을 못 하거나 기회가 생겨도 붙잡지 않아요. 지금 산업국가에 사는 모든 이들은 텔레비전 같은 도구를 통해 타인을 보기는 하지만, 함께 사는 것과는 다르죠.



"산토끼처럼 비종교적으로 키워졌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잖아요. 그런데도 - P143

상당히 많은 글에 종교에 대한 관심이 스며 있어요.


르 귄 
도교와 불교에 관심이 많고, 그 둘로부터 많은 걸 얻었어요. 도교는 제 생각의 체계를 구성하는 일부분이 되었죠. 그리고 불교는 몹시 흥미로워요. 종교가 다루려고 애쓰는 중요한 문제들에 관심이 많답니다.



도교와 불교로부터 무엇을 얻었는지 말씀해주시겠어요?


르 귄 
도교는, 제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을 찾아다니던 젊은 시절에 삶을 바라보고 이끄는 방법을 이해하게 해주었어요. 노자는 언제나 제가 원하는 것, 배워야 할 것을 알려줬죠. 지금도 마찬가지고요.「도덕경』의 제 번역본, 제 해석, 뭐라 부르든 그건 그 길고도 행복한 유대관계의 부산물이지요. 불교에 대한 제 지식은 도교보다 훨씬 빈약해요. 나중에 접했지만 명상하는 법을 알려줬고, 도덕적 나침반의방향을 제시해주기 때문에 필수적이지요. - P144

저는 반전문학을 읽기 시작했고, 핵무기 폐지 운동에도 참여하게 되없어요 오랫동안 신통찮은 반전활동가로 살아왔지만, 제가 운동을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몰랐다는 걸 깨달았죠. 간디가 쓴 책조차 읽은 적이 없었죠. 그래서 관련된 문학작품을 읽으면서 스스로 교육과정을 거쳤고, 그 과정은 저를 공상적 이상주의로 이끌었어요. 크로포트킨‘의 책은 평화주의적 무정부주의로 이끌었죠. 그러다 어느순간 무정부주의 유토피아를 글로 쓴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들었어요. 사회주의 유토피아나 디스토피아를 그린 책은 있었지만.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그 뒤로 구할 수 있는 모든 무정부주의 문학을 읽었지요. 포틀랜드의 작은 서점들을 제대로 찾아가면 꽤 많이 구할 수 있답니다. - P149

이런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반영한 작품은 무엇인가요?


르 귄 
돌파과정은 무의식적이었어요. 1978년에 출간된 얇은 책인데, 「헤론의 눈」이에요. 다른 행성에 있는 두 식민지 이야기죠. 한곳은 간디 같은 평화주의자들이 살고, 다른 곳은 대부분 남아메리카에서 보내진 범죄자들이 사는 식민지예요. 두 곳은 나란히 있어요. 주인공은 평화주의자 사회 출신으로, 착한 젊은이죠. 한편 한 아가씨가 있는데, 범죄자 사회 우두머리의 딸이에요. 책의 중반쯤 착한 젊은이가 자신을 총으로 쏘겠다고 고집해요. 제가 말했죠. "이봐, 그럴순 없어! 당신은 내 주인공이야!" 그러자 제 무의식이 이야기의 무게가 남자가 아닌 여자의 의식에 있다는 걸 깨달으라고 압박했죠.



「어둠의 왼손」의 배경을 성gender 이 유동적인 세상으로 설정한 계기가 뭔가요? - P156

르 귄
페미니즘에 대한 무지한 접근 때문이었어요. 성 자체가 문제가 되고 있다는 걸 깨닫는 정도에 그치던 시절이라 성이 사회적 구주의 문제라는 걸 표현할 언어가 없었는데 지금은 정말 간단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죠 그런데 성이 뭔가요? 반드시 남성이어야 하고, 여성이어야 하나요? 성은 과학소설이 다시 돌아보고, 질문하는 흥미로운 주제들을 탐색하며 들어가는 무대에 내던져졌어요. ‘이런아무도 하지 않은 일이잖아.‘ 저보다 조금 앞서 시어도어 스터전이비너스 플러스 엑스』를 썼다는 걸 몰랐던 거죠. 그 책은 살펴볼 가치가 충분한 희귀한 작품이죠. 성을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사회적구성물로 여기는 초기의 남성적 접근방식이에요. 스터전은 재능 있고 인정 많은 작가였어요. 문체상으로는 훌륭한 작가가 아니었지만뛰어난 이야기꾼이자 매우 선량한 사람이었죠. 하지만 저는 그와 다른 방향으로 갔어요. 저 스스로에게 ‘남성이나 여성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그리고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될까?‘라고 묻고 있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 P157

버지니아 울프의 팬이시니 「올랜도」가 「어둠의 왼손에 어떤 의미인지 여쭤보고싶어요.


르 귄 
대학 신입생일 때 「올랜도』를 읽었어요. 마구 빠져들었죠. 엘리자베스 시대의 언어와 풍경을 숭배했어요. 그게 제가 처음 울프와 사랑에 빠진 때였죠. 물론 울프가 그 작품에서 한 작업, 즉 성 전환의 기이함과 탁월함을 알게 되었고요. 대문호들이 그러듯이, 울프가 그 소재를 써도 좋다고 제게 허락해준 거라고 해도 될 거예요.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 전체가 독특하긴 해요.


르 귄
울프가 쓴 모든 책은 독특하지요. 『플러시」Flush• 읽어보셨나요?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이 기르던 개의 관점에서 쓴 이야기예요. 무척 짧고, 경쾌하고, 잊지 못할 이야기랍니다. - P158

제글의 전반적인 목소리에 관해서는 뭐랄까, 나이가 들면 언어가 신발이나 주방 기구 같아져요. 더는 화려한 물건이 필요하지 않죠. 쉽게말하는 법을 터득한 거예요. 초기에 쓴 몇몇 소설을 다시 읽으면서이 모든 게 필요 없었는데... 그렇게 말을 많이 할 필요가 없었어.
이 부분을 전부 들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죠.
이야기에 앞으로 꾸준히 나아가는 리듬이 있기를 원해요. 그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행위의 핵심이죠. 우린 여행 중이에요. 이곳에서 저곳으로 가는 중이죠. 계속 움직여야 해요. 리듬이 매우 복잡하고 미묘하더라도,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바로 그거잖아요. 이 모든 말이 조금 불가사의하게 들릴 것 같네요.



음악처럼 들리기도 해요.


르 귄 
나이 드는 과정, 그 준비를 좀 더 잘할 수도 있죠. 하지만 어떤걸 여러 번 반복하는 것만으로, 그걸 하면서 나이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분명 뭔가를 배우게 돼요. 그 깨달음 중에 하나는 많은 게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이죠. 미니멀리즘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에요. 그건 - P169

제가 할 수도 없고 쓰고 싶지도 않은, 자의식이 고도로 강한 매너리즘 양식이죠 묘사를 많이 하고, 미사여구를 구사하고, 감성을 건드릴 마음이 충분히 있지만 전 간단하게 하는 게 좋아요. 그게 효과가 더 좋고요. 이 부분에서 제 모델은 베토벤이에요. 그의 음악, 특히 후기의 사중주곡을 보면 무척 기묘하게 움직이면서 때로는 이곳에서저곳으로 느닷없이 전환해요. 그는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고있고, 거기에 이르는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 저는 이따금 나이 많은 화가들을 생각하는데, 그들이 쓰는 방법은 무척 단순해요. 쉽고 담백하죠. 그들은 시간이 없다는 걸 알거든요. 나이가 들어가면 그 점을 깨닫게 돼요. 시간을 낭비할 수가 없죠. - P170

존 레이Join Wray 
2007년 문학잡지 「그랜타」 선정 ‘미국 최고의 젊은 소설가‘ 중 한 명이다. 데뷔작
‘짐의 오른손은 ‘뉴욕 타임스」 ‘주목할 만한 책‘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올해 최고의 책‘에 선정되었으며, 그해 화이팅 작가상을 그에게 안겨주었다. 두 번째 작품 ‘가나안의 혀」 또한 「워싱턴 포스트 ‘올해의 책‘에 선정되며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한국에는 ‘로우보이」가 출간되어 있다.

줄리언 반스 영국, 1946.1.19~
유럽의 주요 문학상과 훈장을 휩쓴 영국 대표 작가로, 2011년「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 상을 수상하며 그 명성이 헛돈 것이 아님을 증명했다. 역사와 진실, 사랑이라는 보편적인주제를 독특한 시각으로 재구성하여 흥미로운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1946년 영국 레스터에서 태어났다. 부모 모두 프랑스어 교사였는데, 이 점이 프랑스 문학에 꾸준하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으나개업하지는 않고, 「옥스퍼드 영어사전』의 편집부원으로 일하기도 하고, 여러 매체에 평론을 발표하면서 문학 수업을 착실히 했다.
1980년 첫 소설 「메트로랜드』로 서머싯 몸 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단했다. 「플로베르의 앵무새로 부커상 후보에 오르면서 주목받았고, 이 소설로 프랑스의메디치 상과 페미나 상, 미국의 E. M. 포스터 상, 독일의구텐베르크 상을 받았다. 프랑스 정부로부터 슈발리에문예 훈장을 비롯해 세 차례 훈장을 받은 이력을 가지고 있다. 문학적 동지이자 에이전트인 아내를 2008년 뇌종양으로 잃은 뒤 2014년 발표한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는, 아내를 추억하며 쓴 회고록이자 가슴아픈 러브 스토리를 담은 소설이다. 이 외에 「나를 만나기전 그녀는」, 「태양을 바라보며」, 「10+장으로 쓴 세계역사』 「내 말 좀 들어봐」, 「고슴도치」, 「아서와 조지』,
「잉글랜드, 잉글랜드」 등이 있다.

사르트르는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썼어요. 당신에게 문학은 무엇인가요?


반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많습니다. 가장 짧은 대답은, 진실을 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에요. 단순히 사실을 합쳤을 때보다더 많은 진실을 말해주는, 웅장하고 아름다우며 정돈된 거짓말을 만 - P178

드는 과정인 셈이지요. 문학에는 여러 가지 모습이 있습니다. 문학작품을 통해 기쁨을 느끼는 동시에 언어를 가지고 놀 수 있지요. 또결코 만나지 않을 사람들과 기묘할 만큼 친밀하게 소통하는 방식이기도 해요. 그리고 작가가 되면 역사적 공동체 의식이 생기는데, 21세기 초의 영국에 사는 평범한 사회적 존재로서의 저는 공동체 의식이 다소 약해요. 예를 들어 빅토리아 여왕 때나 남북전쟁이나 장미전쟁에 참전한 이들에게 특별한 유대감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 시대나 사건이 일어난 때에 살았던 작가들이나 화가들에게는 특별한 연대감을 느낍니다. - P179

"진실을 말한다."라는 말씀은 무슨 뜻인가요?


반스 
위대한 책은, 이전에 한 번도 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세상을 묘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사 능력이나 성격 묘사, 문체 같은 특징을 제외하고 하는 말입니다. 그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사회에대해서나 정서적인 면에서, 아니면 둘 다에 대해 새로운 진실을 말해준다고 인식되는 책이지요. 전에는 손에 넣을 수 없었던 진실, 즉공식적인 기록이나 정부 문서, 신문이나 텔레비전에는 절대 나오지않은 진실 말입니다. 예를 들어 『보바리 부인』을 비난하며 그 책을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조차 이전에는 문학에서 만나본적 없는 종류의 사회와, 그런 종류의 여성의 초상에 깃든 진실을 알아보았어요. 그게 소설이 위험한 이유입니다. 문학에는 이런 중추적이고 획기적인 정직함이 있고, 그게 문학이 가진 위대함이라고 생각해요. 그건 분명 사회에 따라 다양해요. 억압적인 사회에서는 진실을 말하는 문학의 본질이 다른 체계를 갖추게 되고, 때로는 예술작 - P179

품의 다른 요소들보다 훨씬 높이 평가됩니다.



문학은 수많은 형태를 취할 수 있고 시, 소설, 수필, 평론 모두 진실을 말하려애쓰지요. 소설을 쓰기 전에도 이미 뛰어난 평론가이자 기자셨잖아요. 왜 소설을 택하셨나요?


반스 
솔직히 소설을 쓸 때보다 기사를 쓸 때 진실을 더 적게 말한것 같아요. 두 매체 모두에 종사하고 있고 둘 다 즐거운 작업이지만, 기사를 쓸 때는 세상을 단순화해서 한 번 읽으면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임무지요. 반면 소설가의 임무는 세상의 복잡한 문제들을 최대한 담아낸 기사로 읽으면서 바로 이해될 만큼 단순하지만은 않은 일들을 말하고, 한 번 더 읽으면 진실의 깊은 단계가 드러나는 글을 쓰는 것이죠. - P180

형식에 열중한다는 점 때문에, 일부 평론가들은 형식을 활용해 자신만의 산문적 자유를 창조한 나보코프와 칼비노 같은 작가들과 당신을 비교해요. 그들의 영향도 받으셨나요?


반스 
나보코프의 작품 대부분과 칼비노의 작품 일부를 읽었지만 정의를 내리기 어려워요. 하지만 두 가지는 말할 수 있습니다. 첫째, 작가들은 대부분 다른 작가들에게 영향을 받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어요. 현재 전념하고 있는 소설을 계속 써나가기 위해서는, 그 글이 이전에 자신이 썼던 모든 글과 관련이 없을 뿐만 아니라 역사상 그 누가 썼던 그 어떤 글과도 관련이 없는 척해야 해요. 그건 기괴한 망상이고 터무니없는 자만이기는 하지만, 필요조건이기도 해요. 둘째, 작가들은 영향을 받은 작가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그들이 읽은 도서 목록을 대는 경향이 있고, 독자나 평론가가 그 작가에게 영향을 - P196

미쳤다고 보는 사람이 누구든 마구 뒤섞어버려요. 하지만 읽은 적이 없는 책이나 그냥 듣기만 한 개념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도 있고, 심지어 존경하지 않는 작가들에게도 영향을 받을 수 있지요. 그 작가들이 충분히 대담한 시도를 하고 있다면 말이에요. 예를 들어 제가 다른 소설들을 읽고 ‘이건 제대로 안 먹혀‘라거나 ‘이건 좀 지루해.‘라고 생각했지만 그 작품들의 공격성이나 대담한 형식은 그런 것이 오히려 독자에게 잘먹힐 수 있다고 암시하는지도 모르죠. - P197

수사 커피Shusha Guppy 
1935년 이란에서 태어났다. 2008년 세상을 뜨기 전까지 런던에 거주하면서「파리 리뷰를 비롯해 미국과 영국의 잡지에 수많은 글을 기고했다. 「눈가리개 말」, 「웃음의 비밀」 등을펴냈고, 가수로도 활동했다. - P210

잭 케루악 미국, 1922. 3. 12,∼1969.10.21.

여행하면서 겪은 술, 섹스, 마약, 자동차 질주, 음악에 대한 도취를 맥락 없이 묘사한 「길 위에서」를 발표해, 무명작가에서 비트 세대를 주도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즉흥적인 문체, 거침없는 재즈와 맘보의 리듬, 끓어오르는에너지와 호기심으로 가득한 「길 위에서는, 이후 미국 문학과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22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서 프랑스계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컬럼비아 대학에 입학했지만 학업을 중단하고 제2차세계대전에 참전한다. 이후 선원을 비롯해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뉴욕에서 작가 윌리엄 버로스널 캐서디 앨런 긴즈버그를 만나게 되고, 함께 미국서부와 멕시코를 여행한다. 이때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길 위에서』가 1957년 출간되자 당시 젊은이들에게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비트 세대는 사회의 획일성에 싫증을 느끼며, 기성 사회의 질식할 것 같은 분위기를 거부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진정한 모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 보헤미안들이었다. 길 위에서」에 매혹된 젊은이들은 전국을 방랑하면서 1960년대 히피 운동을 탄생시키는 도화선을만들었다. 이 책은 지금도 미국 대학도서관에서 가장많이 대출되는 책 가운데 하나이자 반납이 가장 안 되는 책이라고 한다. 달마 부랑자』, 「외로운 여행자」, 『빅서』 등의 작품을 발표했고, 1969년 사망했다.

재즈와 비밥의 영향을 받으셨죠? 사로얀, 헤밍웨이, 울프 대신에 말이에요.


케루악 
그래, 재즈와 비밥! 테너 색소폰 연주자는 숨을 들이마셨다가 숨이 다할 때까지 한 소절을 부는데, 그렇게 하면 그의 문장, 그가 하고 싶은 말이 나타나잖아. 숨이 정신을 분리하듯이 그게 내가문장을 분리하는 방법이야. 나는 산문과 시에 적용할 기준으로 숨의 이론을 만들었어. 찰스 올슨이 뭐라고 하든지 상관 않고, 버로스와 긴즈버그의 부탁으로 1953년에 그 이론을 만들어냈다네. 그러자 짜릿함과 자유와 유머러스한 재즈가 생겨났지. 그 지루한 분석과
"제임스는 방으로 들어가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는 제인이 이것을 너무 모호한 몸짓으로 여겼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와 같은 문장 대신에 말이야. 자네도 알 거야. 윌리엄 사로얀에 관해서는 십 대시절, 그는 나를 사로잡았어. 내가 공부하려 애쓰던 19세기의 상투적인 관습에서 나를 건져줬지. 익살맞은 어조는 물론이고 그 말끔한아르메니아 시학으로 말이야. 헤밍웨이는 매혹적이었지. 백지 위에진주 같은 단어들을 펼쳐 정확한 그림을 보여줬거든. 하지만 울프는 미국의 천국과 지옥에서 솟구친 격류였고, 주제 그 자체인 미국을 향해 내 눈을 열어주었어. - P242

비트 무리 사이에는 공동체 의식이 있었나요?


케루악 
공동체 감각은 주로 내가 언급했던 인물들에 의해 고취되었지. 퍼링게티, 긴즈버그 등등. 그들은 사회주의적인 사고가 강했고 열광적인 특정 키부츠 속에서 연대감을 가지고 살기를 바랐어. 나는혼자 있기를 더 좋아했다네. 스나이더는 웨일런과 다르고, 웨일런은 매클루어와 다르고, 나도 매클루어와 다르고, 매클루어는 퍼링게티와 다르고, 긴즈버그는 퍼링게티와 다르지만 어쨌거나 우린 모두 와인을 마시며 재미있게 보냈지. 우린 수천 명의 시인들과 화가들, 재즈 음악가들을 알고 있었어. 자네가 말하는 ‘비트 무리‘ 같은 건 없다네. 스콧 피츠제럴드와 그의 ‘잃어버린 무리‘라고 하면 어떤가? 자연스럽게 들리나? 아니면 괴테와 그의 ‘빌헬름 마이스터‘ 무리‘는?
그 주제는 정말 지루해. 그 유리컵 이리 주게. - P264

테드 베리건 Ted Berrigan 
툴사 대학교를 졸업했고, 시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잡지사와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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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먼로 캐나다, 1931. 7. 10.-

캐나다의 대표적인 소설가. 자신이 나고 자란 온타리오 시골마음의 일상을 담은 단편소설을 써서 캐나다인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2013년 노벨문학상 수상을 비롯해 수많은 수상 내역이 말해주듯 현대 단편소설의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1931년 캐나다 온타리오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대학 재학 중 첫 단편 「그림자의 세계」를 발표했다. 결혼과 동시에 대학을 그만두고 남편과 함께 ‘먼로스 북‘이라는 서점을 열었다.
1968년 첫 소설집 『행복한 그림자의 춤이 캐나다 최고 권위의 총독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 안팎의 찬사를받았다. 그 뒤에 낸 소녀와 여성의 삶은 미국에서 드라마로 각색되며 큰 성공을 거두었는데, 소설의 주인공과 비슷한 처지인 여성 독자를 대상으로 독서 치료용교재로 쓰이고 있다.
지금까지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내가 너에게 말하려 했던 것』, 『공공연한 비밀』, 『런어웨이』, 『디어라이프』 등 많은 단편집을 냈다. 총독문학상과 길러 상같은 캐나다 문학상을 비롯해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오 헨리 상, 맨부커 국제상을 수상했고, 2013년에는 단편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주로 캐나다의 자그마한 마을을 배경으로 인간관계의 긴장과 갈등을 다룬 작품을 선보였기 때문에 러시아의 위대한 단편소설 작가 안톤 체호프에 견주어 ‘캐나다의 체호프‘라고 불린다. 섬세한 관찰력과 빼어난 구성으로짧은 이야기 속에 복잡하고 미묘한 삶의 한순간을 아름답게 그려낸다는 평가를 받았다.

앨리스 먼로가 한 해의 대부분을 보내는 인구 3천 명의 소도시 캐나다 온타리오주 클린턴은 뉴욕에서 직항 노선이 없다. 우리는 6월 어느 날, 아침 일찍 라구아디아 공항을 출발해 캐나다 토론토에 도착했다. 차를 빌린 다음, 점점 좁아지면서 시골풍으로 바뀌는 길을 따라세 시간을 달렸다. 땅거미가 질 무렵, 우리는 먼로가 두 번째 남편 제럴드 프렘린과 살고 있는 집에 차를 세웠다. 뒤뜰과 기묘한 꽃밭이인상적인 집은, 남편이 태어난 곳이라고 먼로가 이야기해주었다. 먼로는 부엌에서 향긋한 허브로 소박한 식사를 준비했다. 식당은 바닥부터 천장까지 책으로 채워져 있고, 한편에는 작은 탁자 위에 수동타자기가 놓여 있다. 바로 이곳이 먼로가 글을 쓰는 장소다. - P15

먼로는 그녀가 자란 벽돌집이나 미국 중서부를 닮은 온타리오의풍경처럼 화려하지 않다. 조용한 유머를 지닌 상냥한 사람이다. 그녀는 캐나다에서 가장 영예로운 문학상인 총독문학상을 세 번이나 받았다. 미국최고단편집』과 『오 헨리상 수상집』에 작품이 실렸고, 『뉴요커』에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다. 이런 커다란 업적에도, 먼로는글쓰기에 대해 존경심과 약간의 불안이 느껴지는 초심자의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그녀에게는 유명 작가의 화려한 기교나 허세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인터뷰 내내 그녀가 유명 작가라는 사실을잊어버리곤 했다.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누구든지 열심히 노력하기만 하면 글을 쓸 수 있다고 강하게 말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녀가 하는 일이 엄밀히 말해 쉽지는 않지만 가능성 있는 일이라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우린 그곳을 떠나며 가능성이라는 느낌에 전염된 듯했다. 겉보기에는 단순하지만 그녀의 글에는 오랜 세월과 수많은 초안을 거쳐 대가의 경지에 이른 완벽한 소박함이 있다. 신시아오지크‘가 말했듯이 "그녀는 우리 시대의 체호프이며 동시대인 대부분보다 더 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 P17

소녀와 여성의 삶을 쓰실 때는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먼로 
그 책을 쓰기 시작한 날이 기억나요. 1월이었고 일요일이었어요 일요일은 서점이 쉬는 날이라 서점 안에 들어가 문을 잠갔죠. 자유로운 오후 시간이었어요. 저를 둘러싼 위대한 문학작품들을 둘러보며 이런 생각을 했어요. ‘이 바보! 여기에서 뭘 하고 있니? 그러고는 서점에 딸린 사무실로 가서 「이다 공주를 쓰기 시작했어요. 제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죠. 어머니와 관련된 소재는 제 중심 소재이고, 쉬고 있으면 저절로 떠올라요. 그래서 일단 쓰기 시작했더니 글이 풀려나갔어요. 그러다가 큰 실수를 했지요. 그걸 일반적인 장편소설로, 통상적인 아동청소년 소설로 만들려고 한 거예요. 3월쯤에야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죠. 이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고, 포기해야 할 것 같았어요. 몹시 우울했죠. 그러다가 그걸 쪼개서 단편 형식에 맞춰봐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제 머리로는 장편에 맞게 생각할 수 없으니 앞으로 장편은 쓰지 않으리란 걸 그때 알았죠. - P27

성장기에 책을 많이 읽으셨어요? 영향을 받은 작품이 있다면요?


먼로 
서른 살이 될 때까지 독서는 제 삶이었어요. 책 속에서 살고있었죠. 미국 남부의 작가들은 저를 진정으로 감동시킨 최초의 작가들이에요. 소도시와 시골 사람들, 그리고 제가 잘 아는 종류의 삶에대해 쓸 수 있다는 걸 알려주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들과 관련해 흥미를 끈 부분은, 그때는 자각하지 못했지만 제가 정말 좋아했던 남부 작가들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이었어요. 포크너는 썩 좋아하진 않았어요. 유도라 웰티, 플래너리 오코너, 캐서린 앤 포터, 카슨 매컬러 - P46

스에 열광했죠. 여성이 기묘한 것에 대해, 주변부에 대해 쓸 수 있다는 느낌을 주었어요.



지금껏 써오신 것이기도 하죠.


먼로 
맞아요. 그게 제 영역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반면 실생활을다루는 거창한 주류 장편은 남성 작가의 영역이었죠. 어떻게 주변부에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됐는지는 모르겠어요. 그곳으로 떠밀린 건아니에요. 아마 변두리에서 자란 탓이겠죠. 위대한 작가들의 작품을읽으면 배척당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원인이 뭔지는 정확히 몰랐어요. D. H. 로런스를 처음 읽었을 때 굉장히 심란했지요. 여성성에한 작가들의 관점 때문에 심란할 때가 많았어요. - P47

자신감은 어떤가요? 세월이 지나며 변했나요?


먼로 
글쓰기에는 늘 자신감이 있었는데, 그저 둔한 탓에 자신감이생겼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주류와 동떨어진 채 살았기 때문에여성이 남성만큼 쉽게 작가가 될 수 없다는 사실, 하층 출신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어요. 책 읽는 사람을 거의 만나기어려운 마을에서 자신이 글을 꽤 잘 쓴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게무척 드문 재능이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죠.



참 능수능란하게 문단을 멀리하셨잖아요. 의식적으로 그러셨나요. 아니면 상황 - P48

때문이었나요?


먼로 
분명 오랫동안은 상황 때문이었지만, 그 뒤로는 선택의 문제가 되었어요. 전 친절하긴 하지만 사교성은 좋지 않아요. 여자라서,
주부이고 엄마라서 시간을 아끼고 싶었어요. 그리고 문단을 멀리하지 않았다면 자신감을 잃어버렸을 거예요. 제가 이해할 수 없는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들었을 테고요.



그럼 주류에서 동떨어진 걸 다행으로 여기셨어요?


먼로 
그렇지 않았다면 제대로 살아남지 못했을 거라고 말하고 싶어요. 제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저보다 훨씬 많이 알고 있는 사람들, 그것에 대해 끊임없이 말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었다면 자신감을잃어버렸겠죠. 저보다 문학적 기반이 더 견고하다고 자신 있어 하는사람들 말이에요. 작가들에 대해 말하기란 몹시 어려운 일이에요.
대체 누가 자신만만할 수 있겠어요. - P49

예술가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일하는 것처럼 보이니까 사람들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어요.


먼로
 그렇게 일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좀 더 각성해야겠지요, 20년 전이라면 믿음이나 열정을 잃는다는 생각은 절대 할수 없었을 거예요 더 이상 사랑에 빠지지 않게 된 것과 비슷해요.
하지만 그건 참을 수 있어요. 사랑에 빠지는 건 필수적이진 않으니까요 그게 제가 계속 글을 쓰는 이유인 듯해요. 전 하루도 멈추지않아요 매일 걷는 것과 마찬가지죠. 이제는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일주일 만에 탄력을 잃어버리거든요. 늘 경계해야한답니다. 물론 글쓰기를 포기하더라도 문제가 되진 않을 거예요. 제가 두려운건 글쓰기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글을 쓰게 만드는 이 모든 설레는느낌을 포기하는 거지요. 불가피하게 일을 할 수 없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은 뭘 할까, 그게 궁금해요. 은퇴한 뒤 강좌를 수강하고 취미를 갖게 된 사람들조차 공허감을 없애줄 뭔가를 찾게 돼요. 저 또한그렇게 되는 게 두려워요. 삶을 채우기 위해 제가 갖고 있었던 것은오직 글쓰기뿐이었어요. 다양한 방식으로 사는 법을 배우지 못했어요. 제가 상상할 수 있는 다른 삶은 오직 학자의 삶뿐인데, 그것조차 - P54

제가 이상화했을 거예요.



다른 삶도 많아요. 목적을 계속 찾아가는 삶이 아니라 단일한 목적을 추구하는삶 말이에요.


먼로 
우린 골프를 치러 가고, 정원도 가꾸고, 사람들을 저녁 식사에초대하기도 해요. 하지만 결국 이런 생각이 들어요. 글쓰기를 멈추면 어떻게 될까? 글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된다면?‘ 그렇다면 다른것을 배우기 시작해야겠죠. 제 생각에 소설을 쓰다가 비소설을 바로쓸 수는 없어요. 비소설을 쓰는 건 그 나름대로 어려워서 아예 새롭게 배워야 해요. 하지만 노력해볼 수는 있겠죠. 책을 구상하려고 두번 정도 시도해봤어요. 사람들이 가족에 대해 쓴 글을 모은 책이죠.
하지만 책의 뼈대, 중심을 설정하지 못했어요. - P55

맥스웰은 1800년대 초에 전국을 흽쓴 종교부흥 운동을 결부해 자신의 이야기를 썼는데, 저는 그것에 대해 전혀 몰랐어요. 미국이 겉보기와는 달리 사실상 신을 믿지 않는 나라였다는 것, 그리고 갑자기 전국에서 사람들이 발작을 일으키며 쓰러지기 시작했다는 걸 몰랐죠.
정말 대단하죠 그런 소재를 알게 되면 책을 갖게 되는 거예요. 책을 쓰는 데 시간은 좀 걸리겠죠. 그런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어요. 그런데 어떤 이야기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다른 무엇보다 그 이야기가 한없이 중요하게 보여요. 고작 단편 하나인데도 말이에요. 『뉴요커」에 실린 인터뷰를 보니 윌리엄 트레버"도 비슷한 말을 했더군요. 아이디어가 떠오른 뒤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다가와서 삶이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지를 알려준답니다. - P56

진 매컬러 Jeanne McCultoch 
브라운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1984년부터 1996년까지 파리 리뷰에서 근무한 것을 비롯해 오랫동안 책과 잡지를 만들었다. 지금은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모나 심슨 Mona Simpson 
1957년 위스콘신 주에서 태어난 후 십 대에 로스앤젤레스로 갔다. 아버지는시리아에서 이민했고 어머니는 밍크 농가의 딸로, 심슨이 가족 중 대학을 간 첫 번째 사람이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첫 단편소설을 발표했고, 뉴욕에 머물면서 ‘파리 리뷰의 편집자로 일했다. 작품으로 이곳이 아니면 어디라도」가 있다.

트루먼 커포티 미국, 1924, 9. 30.-1984. 8. 25.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소설가로 살아생전 책으로 백만장자가진 몇 안 되는 스타 작가다. 오드리 헵번 주연의 ‘티파니에최고의 범죄소설이자 최초의 논픽션 소설로 평가받는 ‘인월드 블러드로 유명하다.

1924년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태어났다. 부모가 이혼하먼저 친척집을 전전하면서 자랐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보낸 커포티는 작가가 되기 위해 대학을 포기하고 「뉴요커」에서 사환으로 일하며 소설을 습작한다. 1945년단편 「미리엄이 ‘마드무아젤」에 실리고 초기에 쓴 많온 단편이 대중잡지와 문예지에 실리면서 문단과 대중의 관심을 동시에 받게 된다.
1948년 단편 「마지막 문을 닫아라로 오 헨리 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출간한 첫 장편 다른 목소리, 다른 방은 독특한 성장소설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1951년에 발표한 두 번째 장편 ‘풀잎 하프』는 연극과 영화로 제작되어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오드리 헵번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진 『티파니에서 아침을로 유명세를 더하며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들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마지막 문을 닫아라」의 한 문장을 염두에 두고 ‘바람의 노래를 들어의 제목을 정할 정도로 커포티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이야기한 바있다. 1959년에 일어난 살인사건을 재구성한 『인 콜드블러드』는 ‘최초의 논픽션 소설‘이자 ‘최고의 범죄 소설‘로 평가받는다.
빼어난 글솜씨뿐만 아니라 재치 있는 언변으로 사교계파티를 누볐다. 마릴린 먼로, 프랭크 시나트라, 앤디 워홀 등과 교류하면서 당대 예술가들의 사랑을 받았고,
스타 작가로서 화려한 삶을 살았지만 약물과 알코올중독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때 작가가 되고 싶다는 사실을 확신하셨나요?


커포티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을 깨달았죠. 하지만 열다섯 살이 될때까지는 확신하지 못했어요. 그 무렵 소설을 써서 대중잡지와 문학지에 보내기 시작했어요. 작가라면 누구나 처음으로 원고가 받아들여진 때를 잊지 못해요. 저는 열일곱 살이던 어느 멋진 날, 첫번째와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 원고가 동시에 수락을 받았답니다. 모두같은 날 아침 우편으로 말이에요. 설레서 현기증이 난다는 말은 절대 입에 발린 문구가 아니에요.



가장 먼저 무엇을 쓰셨나요?


커포티 
단편소설이에요. 제 지칠 줄 모르는 야심이 단편 주위를 맴돌고 있었지요. 단편은 현존하는 산문 중 가장 어려우면서 절제된형태라고 생각해요. 꾸준하게 단편을 쓰면서 통제력과 기법을 훈련할 수 있었지요. - P65

‘통제력‘이란 정확히 무슨 뜻인가요?


커포티 
문체나 감정 측면에서 소재에 대한 우위를 유지한다는 뜻입니다. 뻔한 말은 집어치우라고 하시겠지만 특히 마무리를 할 때 문장의 리듬을 잃어버리게 되면 이야기가 난파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단락을 잘못 나누거나 심지어 구두점 때문에도 그런 일이 생기지요. - P65

헨리 제임스는 세미콜론의 거장‘이고, 헤밍웨이는 단락을 나누는실력이 으뜸이지요. 청각이라는 관점에서, 버지니아 울프는 나쁜 문장을 쓴 적이 없습니다. 제가 제대로 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에요. 그저 노력할 뿐이죠.



단편소설 기법을 터득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커포티 
이야기마다 나름의 기술적인 문제가 있으니, 분명 ‘2곱하기2는 4‘와 같은 기준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어요. 자신의 이야기에 알맞은 형식을 찾는다는 뜻은, 그저 이야기를 들려줄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을 깨닫는다는 말이에요.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에 맞는 자연스러운 형식을 직감으로 알았는지 아닌지를 알아보려면 이렇게하면 돼요. 작품을 읽은 다음 그 이야기를 다르게 상상할 수 있는지,
아니면 상상력이 잠잠해지며 그 이야기가 절대적이며 최종적이라는 느낌이 드는지 생각해보면 돼죠. 오렌지는 최종적이죠. 오렌지는자연이 제대로 완성한 것이니까요. - P66

기법을 향상하기 위해 쓸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커포티 
제가 아는 유일한 방법은 노력입니다. 그림이나 음악처럼글에도 관점의 법칙, 빛과 그림자의 법칙이 있어요. 그것을 알도록타고났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배워야지요. 배우고 익힌 다음에는 자신에게 맞도록 법칙을 조정해야지요. 우리가 극도로 외면하는 작가인 제임스 조이스마저도 훌륭한 기술자였습니다. 그가 『율리시스』를 쓸 수 있었던 것은 단편집인 더블린 사람들』을 쓸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꽤 많은 작가들이 단편소설 쓰는 것을 손가락 운동쯤으로 치부하는 듯해요. - P67

독서를 많이 하시나요?


커포티 
너무 많이 하지요, 상표, 조리법, 광고를 포함해 뭐든 읽습니다. 저는 신문에 대한 집착이 있어요. 뉴욕의 모든 일간지를 읽고, 일요판도 읽지요. 외국 잡지도 몇 권 읽는데, 사지 않는 것들은 가판대 앞에 서서 읽지요. 일주일에 평균 다섯 권을 읽어요. 보통 길이의 장편소설을 읽는 데 두 시간쯤 걸립니다. 스릴러를 즐기고 언젠가는 써보고 싶습니다. 소설을 많이 읽지만, 지난 몇 년 동안은 편지글과 전기, 신문과 잡지를 주로 읽었던 것 같아요. 글을 쓰는 동안 다른 걸 읽어도 신경 쓰이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제 펜에서 갑자기 다른 작가의 문체가 새어나올 일은 없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딱 한 번,
헨리 제임스의 장황한 마법에 걸린 동안에는 문장들이 끔찍할 만큼길어지긴 했지요. - P73

작가가 문체를 배울 수 있을까요?


커포티 
사람이 눈동자 색깔을 마음대로 가질 수 없듯이 문체도 의식적으로 얻을 수는 없다고 봐요. 문체는 자기 자신입니다. 결국 작가의 개성은 작품과 긴밀하게 연결되지요. 개성은 인간적으로 작용해야 하고요. 개성이 품위가 떨어지는 단어란 걸 알지만, 작가 개인의 인간성이나 세상을 향한 그의 말이나 몸짓은 독자와 직접 만나게 되는 등장인물에게 비슷하게 드러난다고 말하고 싶은 겁니다. 개성이 흐릿하거나 혼란스럽거나 단순히 문학적이기만 하다면 좋지않아요. 포크너와 매컬러스는 자신들의 개성을 단번에 드러냅니다. - P78

책을 쓰기 전에 머릿속에 체계가 완벽하게 잡혀 있나요, 아니면 작업하면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따라 글을 써나가시나요?


커포티 
양쪽 다예요. 이야기의 전체적인 전개 양상, 그러니까 시작과 중간과 끝이 머릿속에 동시에 떠오를 거라는 환상을 언제나 갖고 있지요. 전광석화처럼 그 모든 게 보인다고 말이에요. 하지만 작업을 하다 보면 놀라움이 무한히 이어져요. 천만다행이지요. 그 놀라움, 반전, 어디선가 한순간에 툭 튀어나온 문구는 예기치 못한 배당금이자 작가를 계속 나아가게 하는 즐거운 추진력이니까요. 한때는 소설 개요를 공책에 적어놓은 뒤 시작했는데, 그렇게 하니 제 상상력 속에 있는 아이디어가 어쩐지 약해지더군요. 착상이 충분히 훌륭하고 그것이 저 자신에게서 나온 것이라면, 그걸 잊어버릴 수는없지요. 글로 나올 때까지 머리에서 떠나지 않을 겁니다. - P79

인용된 내용을 보니 좋아하는 취미가 "대화, 독서, 여행, 글쓰기 순"이라고 말씀하셨던데, 사실인가요?


커포티 
맞아요. 대화는 앞으로도 쭉 1순위가 될 거라고 장담합니다.
저는 듣는 것도 말하는 것도 좋아해요. 맙소사, 제가 말하기를 좋아한다는 걸 정말 모르겠어요? - P82

커트 보네거트 미국, 1922, 19. 11.~2007. 4. 11,

화학을 전공한 소설가라는 이력에서 짐작할 수 있듯 SF작가 풍자작가, 블랙유머 작가라는 다양한 호칭을 갖고 있다. 모든 것이 기계화되고 인간마저 이에 정복되는 반유토피아적 세계를 뉴욕을 배경으로 그린 「자동 피아노를 비롯해 제5도살장 챔피언들의 아침 식사 등을 남겼다.

1922년 인디애나폴리스에서 독일계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조직적인 종교와 인종차별은 비인간적이라고 가르쳤고, 독특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집안에서 자라 특유의 유머 감각을 키울 수 있었다.
코넬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고 재학 중이던 1943년, 제2차세계대전에 참전했다. 독일군의 포로가 되어 드레스덴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을 때, 히로시마 원폭에 버금가는 학살극이 벌어졌다. 연합군이 사흘 밤낮으로 폭격을 가해 13만 명의 드레스덴 시민이 몰살당했다.
이 경험이 훗날 「제5도살장의 모티프가 되었고, 보네거트는 미국을 대표하는 반전 작가로 거듭나게 된다.
참전 뒤 소방수, 교사, 영업사원 등의 직업을 거치며 글쓰기를 계속했고, 1952년 첫 장편소설 자동 피아노를 출간했다. 1963년에 발표한 『고양이 요람으로 ‘과학소설상‘이라고 불리는 휴고 상을 수상했다. 1997년 타임퀘이크』 출간 이후 소설가로서 은퇴를 선언했고, 2005년 마지막으로 출간한 회고록 나라 없는 사람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마더 나이트」 제5도살장』, 『챔피언들의 아침 식사』 등은 영화로 만들어져 사랑받았다.

장담컨대 현대소설의 그 어떤 책략도, 플롯을 없애버린 특청하지도 독자에게 진정한 만족을 주지 못할 겁니다. 그 고리타분한플롯 가운데 하나가 어딘가에 몰래 숨어 있지 않는 한 말이에요. 저독자들이 책을 계속 읽게 하는 방법으로서가 아닌, 삶을 정확하게 재현하는 플롯은 칭찬하지 않아요. 소설 창작을 가르칠 때 학생들에게 등장인들이 뭔가를 당장 원하도록 만들라고 주문하곤 했지요. 그게 물 한 잔뿐이더라도 말이에요. 현대 생활의 무의미함에 마비된 등장인물이라도 물은 마셔야 하잖아요. 제 학생 가운데 하나는, 왼쪽 아래 어금니 사이에 치실이 끼었는데 종일 그걸 뺄 수 없는수녀에 대한 이야기를 썼어요. 소설은 치실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를다루고 있지만 독자로 하여금 책을 계속 읽게 만든 건 그 치실이 언고 간통을 저지르지요. - P122

제 빠질 것이냐에 대한 호기심이었지요. 그 소설을 읽는 사람들 중에 손가락을 자기 입속에 넣고 더듬지 않은 사람이 없었을 겁니다.
플롯을 배제하고, 뭔가를 원하는 누군가를 배제하면 독자를 배제하는 거예요. 그건 비열한 행동이지요. 독자를 배제하는 또 다른 방법은 당장 알려주지 않는 거예요. 이야기가 어디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인물들은 누구인지, 그리고……



무엇을 원하는지.


보네거트 
그래요. 또 인물들이 서로 맞서지 않게 해서 독자를 졸리게 할 수도 있지요. 학생들은 현대 생활에서 사람들이 충돌을 피하기 때문에 자신들도 대립하는 장면을 만들고 싶지 않다고들 말하면서 "현대 생활은 정말 외로워요."라고 하지요. 그건 나태함일 뿐이에요. 대립하는 장면을 무대에 올리는 게 작가가 할 일이에요. 그러니까 인물들이 놀랍고 폭로적인 내용을 이야기해 독자들을 가르치고즐겁게 해줘야 해요. 작가가 그 일을 할 수 없거나 하지 않는다면,
이 장사에서 손을 떼야 해요.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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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같은 세대의 많은 재능 있는 영국 작가들이 있다고 말씀하셨지요. 뉴욕에 계시면서 이곳 작가들은 어떻다고 생각하시나요?


루슈디
 미국에는 진정성 있는 포부를 지닌 젊은 작가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미국 문학이 약간 무사 평온한 면을 추구하던 순간도 있었지요. 레이먼드 카버는 정말 야심찬 작가였으며, 그의 책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독창적입니다. 그의 글은 사물을 묘사하거나 제시하는 온갖 방법을 시도했거든요. 그렇지만 지금은 카버를 추종했던 많은 이들이 진부한 일을 진부한 방식으로 말하는 형편없는 작가가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그것이 그들이 해야만 하는 전부인 것처럼 말이에요. 두 사람이 식탁 맞은편에 앉아 위스키를 마시면서 진부한 이야기를 나누는 거죠. 이제는 다시 새로운 일들을 시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부는 성공하고 일부는 실패했지요. 그러나 저는 다시 그런 정신을 보고 싶습니다. 이상하게도, 영국에서는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우리가 한 세대로 불리길 원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은 서로를 잘 알지 못했지요. 그리고 같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습니다. 우리들은 성명서를 갖춘 초현실주의자들과 같지 않았지요. 서로의 글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습니다. 전 제 길을 찾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었기에, 열 가지의 다른 의견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제 길을 찾아야만 한다고 생각했지요. - P427

매일 글을 쓰지 못하면 초조해지시나요?


루슈디 
어디로 가야 할지 알고 있을 때 훨씬 기분이 좋습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가장 창조적인 순간의 일부는 책 한 권을 마치고 다른 책을 준비하는 사이의 순간이기도 합니다. 그때 저는 어디로 가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머릿속은 자유롭게 회전합니다. 어떤 생각들이 예기치 않게 나타나기도 하는데, 그 생각들은 한 명의 등장인물이나 한 단락의 이야기나 어떤 인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단편소설이나 장편소설로 바뀔 수 있습니다. 저는 쓰지 않을때에도 소설을 쓸 때처럼 열심히 일합니다. 가만히 앉아서 일이 벌어지도록 내버려두지요. 전날 썼던 것들을 다음 날 버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순수한 창작력은 무엇인가 일어나는 걸 지켜보는 데 있습니다. 일단 무슨 일이 일어나면 그때는 그것에 더 집중하고 그러 - P433

면 그 일이 더욱 즐길 만해집니다. 한 권의 책을 마치고 다른 책을시작하기 전의 시간이야말로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는 때입니다. 제가 한때는 상상할 수 있는 범위 밖에 있다고 생각한 일들이 일어나는 겁니다. 지금까지 상상할 수 없다고 여겼던 것들을 상상할 수 있게 되고, 그런 것들이 내면에서 일어납니다. 제가 지금 있는 곳이 바로 그곳입니다. - P434

잭 리빙스Jack Livings 
아이오와 작가 워크숍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월러스스테그녀의 연구원이었다. 파리 리뷰 ‘퍼블릭 스페이스」, 「스토리쿼터리」, 「틴 하우스」, 「뉴 델타 리에 단편을 기고했다. 미국 최고 단편상, 푸시카트 상 등을 수상했다.

스티븐 킹 미국, , 1947.9.21~

현대 최고의 스릴러소설 작가이다. 흥행에도 성공한 영화 <미저리>, <쇼생크 탈출>, <그린마일> 등이 모두 킹의 원작을 바탕으로 했다. 1996년 오 헨리 상을 수상했으며 2003년에는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전미도서상 공로상을 받았다.


1947년 미국 메인 주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떠나버리고 어머니를 따라 이사 다니며 힘든 생활을 했다. 킹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작품은 1974년에 발표한 첫 장편소설 「캐리』였다. 원래 쓰레기통에 버린 원고를 아내인 태비사가 설득하여 고쳐 쓴 것이었다.
이 작품으로 킹은 작가로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고, 이후 30여 년간 500여 편의 작품을 발표하여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가 되었다.
킹의 작품들은 지금까지 33개 언어로 번역되어 3억 부이상이 판매되었으며, 킹은 생존 작가 중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대중적 인기와 더불어 최근에는 그의 문학성을 새롭게 평가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2003년 킹은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전미도서상에서 미국 문단에 탁월한 공로를 세운 작가에게 수여하는 평생 공로상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들은 영화로 제작되어서도 높은 평가를 얻었다. 그중 ‘캐리」, 「샤이닝」, 「살렘스 롯」, 「미저리」, 「돌로레스 클레이본 쇼생크 탈출』, 『그린 마일」, 『미스트」등이 명작으로 꼽힌다. - P438

몇 살에 글을 쓰기 시작하셨나요?


스티븐 킹 
믿거나 말거나, 여섯 살이나 일곱 살쯤이었을 거예요. 만화책에서 몇 장면을 베껴서 이야기를 만들었지요. 제 기억으로는 편도선염으로 조퇴하고 시간을 보내는 동안 침대에 드러누워서 이야기를 썼어요. 영화도 큰 영향을 미쳤지요 처음부터 영화를 좋아했어요. 어머니께서 라디오 시티 뮤직홀로 데려가서 <밤비>를 보여주셨던 걸로 기억해요. 우아, 그 커다란 영화관과 영화에 나온 불이 난숲이라니. 그런 것들이 큰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래서 처음 이야기를 쓸 때는 이미지를 이용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그렇게 쓰는 것이 당시 제가 알고 있던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지요 - P444

당신이 쓴 소설을 되돌아본다면, 어떻게 분류하시겠습니까?


킹 
두 가지 종류로 보는데요. 스탠드』, 『절망』, ‘다크 타워‘ 시리즈 같은 외향적인 소설과 애완동물 공동묘지』, 『미저리』, 『샤이닝』,
돌로레스 클레이본 같은 내향적인 소설이지요. 팬들은 대개 외향적인 소설이나 내향적인 소설 중 한쪽을 좋아하기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둘 다 좋아하지는 않더라고요. - P454

퇴고를 많이 하시나요?


킹 
컴퓨터로 작업하면서 ‘카메라로 보는 것처럼‘ 편집하게 되었습니다. 컴퓨터 화면 위에서 직접 수정하는 것 말입니다. 『셀』을 그렇게 작업했습니다. 편집자가 보내준 『셀』의 교정쇄 파일을 컴퓨터 화면에 띄워놓고 다시 읽으면서 수정할 수 있었지요. 빙판에서 스케이트를 탈 때처럼 매끄럽게 수정할 수 있었습니다. 컴퓨터수정은 괜찮은 방법이지만 최선은 아닙니다. 『리시 이야기』 때는 원고를 옆에두고, 컴퓨터에 새 문서 창을 띄워 작품 전체를 다시 타이핑 했습니다. 수영하는 기분이었고 더 나은 방법이었어요. 원고를 새로 쓰는것 같았거든요. 문자 그대로 다시 쓰기였다니까요.
퇴고할 때마다 원고는 달라집니다. 어떤 책을 끝냈을 때 ‘이건쓰려던 게 아니야.‘라고 깨닫기도 하고요. 쓰고 있을 때도 그런 경우가 있지요. 그렇다고 방향을 바꾸려고 한다면, 모든 걸 망치게 될 겁니다. 강속구의 방향을 바꾸려는 투수처럼 말이에요. SF작가인 앨프리드 베스터는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책은 제멋대로 굴지요. 책이 가고 싶은 대로 가게 내버려두고, 우린 그냥 따라가기만 하면 돼요." 책이 저절로 굴러가지 않을 경우, 좋은 작품일 리가 없거든요.
물론 제게도 별 볼일 없는 책이 있지요. 『로즈 매더』가 그런 책일겁니다. 정말로 술술 굴러가질 않더군요. 억지로 써야만 했어요 - P466

한가지만 더요. 진지한 대중소설에 문을 걸어 잠그면 진지한 소설가들에게도 문을 닫아버리는 겁니다. 그들에게 "대중적이고 접하기 쉬운 소설을 쓰면 대가를 치를 거야."라고 말하는 거죠. 그러면소설가 중에서 필립 로스가 미국을 노린 음모』를 쓸 때 택했던 위험을 무릅쓸 작가는 줄어듭니다. 필립 로스가 그런 책을 쓰는 것은위험한 일이었지요. 오락물로도 읽힐 만큼 접근하기 편한 그런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이야기 차원에서도 흥미롭고요. 그 책은 셜리 해저드의 거대한 불』과는 다릅니다. 어쨌든 그 책도 젠장 맞게 훌륭하지요. 결코 필립 로스 정도는 안 되지만. - P470

진지한 대중소설과 순수문학 사이엔 정말로 큰 차이가 있나요?


킹 
어떤 책을 읽을 때 감정적으로 더 끌리는지 같은 문제를 따지기시작하면, 둘 사이의 진정한 차이는 깨지고 말 겁니다. 일단 차이를구분하는 지점이 무너지면 많은 진지한 비평가들은 머리를 흔들면서, "그러면 안 돼."라고 할 거고요. 이 모든 것은 먹고살기 위해 문학을 분석하는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생각-만일 우리가 어중이떠중이를 모두 받아들인다면, 누구나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겠지. 그러면 이 일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거고 그러면 우리는 뭘 해야 하지? -으로 귀결된다고 봅니다. - P470

사람들은 저에게 공포물 작가라고 했지만, 저는 그 틀 안에서 온갖 종류의 것을 다 할 수 있었습니다. 소설가가 된 이후 단 한 번 그딱지가 엄청난 부담으로 느껴졌는데, 욕망을 파는 집』이란 책을 쓰고 있을 때였습니다. 저는 그때 매우 예민했어요. 열여섯 살 이후로 술을 마시거나 마약을 하지 않은 상태로 글을 쓴 것은 그 책이 처음이었거든요. 담배만 빼면 저는 완전히 정신을 차린 상태였습니다.
이 책을 끝냈을 때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이거 훌륭한데, 드디어 정말로 재미있는 작품을 썼는걸.‘ 1980년대 미국 레이거노믹스‘에 대한 풍자를 썼다고 생각했지요. 사람들은 무엇이든 사고팔려고 했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영혼까지도요. 욕망을 파는 집에서 악한으로 등장하는 릴런드 컨트는 영혼을 사는 상점 주인입니다. 전 그를 전형적으로 로널드 레이건과 같은 인물로 보았습니다. 카리스마가 넘치고 약간은 나이 지긋하고 번쩍이고 빛나 보이지만, 실제로는 쓰레기에 불과한 것만 팔지요. - P473

글쓰기란 일종의 중독이라는 뜻인가요?


킹 
제 생각에는 그렇습니다.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조차도요. 글을쓰지 않으면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 저를 괴롭히니까요. 글쓰기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놀라운 일입니다. 글쓰기가 잘될 때는 환상적이지요. 글쓰기가 잘되지 않을 때도 꽤 괜찮습니다. 시간을 보낼 수 있는좋은 방법이기도 하지요. 과시할 수 있는 소설도 갖게 되고요.
- P483

크리스토퍼 레만 하우프트 Christopher Lehmann-Haupt 
언론인이자 비평가, 소설가이다. 편집자로 일을 시작하였다. 이후 뉴욕 타임스에서 정기적으로 책을 검토하였다. 1965년부터 2000년까지 4000개 이상의 서평과 기사를 썼다. 현재 메리마운트 대학과 마운트 성 빈센트 대학 등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으며,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저널리즘 석사 강의를 맡고 있다.


너새니얼 리치Nathaniel Rich 
소설가이자 수필가이다. 「오즈 어겐스트 투모로우」, 「시장의 혀』, 샌프란시스코 누아르 등을 썼다. 배너티 페어, 뉴욕 타임스」, 『하퍼스」, 「롤링 스톤 등에 에세이와 비평을기고하고 있다. - P490

오에 겐자부로 일본, 1935, 1,31~ 2023, 3, 3

전후 불안한 일본의 정치와 사회에 대한 비판적 내용을 담은소설로 주목받았으며, 장애를 가진 큰아들과 함께 살아가는 개인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인간 구원과 공생, 인권 문제를 다루했다. 사육으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였다. 1994년 소설 만엔원년의 풋볼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1935년 일본 시코쿠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시절 평생의 스승이 된 와타나베 가즈오의 책을 읽고 도쿄 대학교에 입학하여 프랑스 문학을 공부했다. 학생 시절기묘한 작업이 호평을 받았으며, 1958년 첫 장편소설새싹 뽑기, 어린 짐승 쏘기」를 발표했다. 일본 문학 특유의 섬세한 문체와 달리 거칠고 단조로운 문체로 주목받았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그의 문체는 전통적인 리얼리즘과 구별되는 독자적인 분위기를 가졌다. 같은혜 사육」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우익의 협박과 테러 위협과 마주하면서도 천황제, 국가주의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을 비판하는 등 실천적인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소설, 에세이, 평론 등 분야를 넘나들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한 오에는 아쿠타가와 상을 비롯해 신초샤 문학상,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 노마문예상 등 수많은 상을받았으며 1994년에는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그러나같은 해 일본 정부가 수여하는 문화훈장과 문화공로자상은 거부했다.
여든이 가까운 지금까지도 작품을 발표하고, 탈핵 운동과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반대 등을 통해 사회참여적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젊은 시절에 자신을 무정부주의자라고 하셨지요.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오에 
원칙적으로는 무정부주의자입니다. 커트 보네거트는 자신이예수 그리스도를 존경하는 불가지론자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저는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무정부주의자입니다. - P504

르포인 ‘히로시마 노트와 소설 「개인적인 체험을 비슷한 시기에 출판하셨습니다. 어느 쪽이 당신에게 더 중요한가요?


오에 
『히로시마 노트』가 개인적인 체험』보다 중요한 의제를 다루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목이 시사하듯 개인적인 체험』은비록 허구라도 저 개인에게는 더 중요한 문제를 다릅니다. 히로시마 노트』와 『개인적인 체험을 썼을 때가 제 이력의 시작점이었지요. 사람들은 그 이후 제가 아들 히카리와 히로시마라는 같은 주제를 반복해서 쓴다고 말합니다. 저는 따분한 사람이지요. 문학작품을많이 읽고 여러 가지에 대해 생각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바탕에는히카리와 히로시마가 있습니다.
히로시마에 대해서 말하자면, 1945년 시코쿠에서 어린아이일때 그 사건에 대해 들었습니다. 그리고 원폭 생존자들과의 인터뷰를통해서 다시 그 사건을 몸소 체험하게 되었지요. - P506

소설에서 당신의 정치적인 신념을 전달하려고 노력하시나요?


오에 
강의하거나 교훈을 주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에세이에서는 가르침을 주려고 합니다. 저는 소박한 민주주의자로서 글을 씁니다. 작품에서는 과거-전쟁, 민주주의를 이해하려고 애쓰지요. 핵무기라는 문제는 과거에 그랬듯이 현재까지도저한테는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반핵 행동주의는 모 - P506

든 현존하는 핵무기에 대해 반대합니다. 그 점에 있어서 세상은 전혀 변하지 않았지요. 그리고 그 운동의 참가자로서의 저도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말해서 그것은 희망이 없는 운동입니다.
제 신념은 1960년대 이후 무엇 하나 변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세대는 저에게 민주주의를 좋아하는 바보라는 딱지를 붙였지요. 동시대인들은 저에게 행동하지 않고 민주주의에 너무 안주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오늘날 젊은 세대는 민주주의에 대해서 혹은 전후의 민주주의 전쟁 후 25년간에 대해서 사실 모릅니다. 그들은T. S. 엘리엇이 "노인들의 지혜에 귀 기울이지 않도록 해주소서."라고 쓴 것에 동의할 겁니다. 엘리엇은 조용한 사람이었지요. 하지만 저는 아닙니다. 적어도 아니기를 희망합니다. - P507

전수해줄 만한 글쓰기 기법에 관한 지식이 있다면요?


오에 
저는 쓰고 또 고쳐 쓰는 종류의 작가입니다. 모든 것을 열심히수정합니다. 제 원고를 보면 수정이 많다는 사실을 아실 겁니다. 제주요한 문학적 방법 중 하나는 ‘차이를 가진 반복입니다. 새 작품을시작하면 이미 쓴 작품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다가갑니다. 같은적과 다시 한 번 싸우려고 애쓰는 거지요. 그 결과로 나온 초고를 계속 손질하고 퇴고합니다. 그러는 중에 옛날 작품의 흔적이 사라집니다. 제 작품은 반복 안에서 차이들이 통합되는 과정입니다. 저는 정교하게 수정하고 손질하는 과정인 퇴고가 소설가가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음악은 사회적이다』라는 아주 훌륭한 책을 썼습니다. 사이드는 그 책에서 바흐, 베토벤, 브람스 같은 작곡가의 음악에서 퇴고가 가진 의미 - P507

를 다루었습니다. 그 작곡가들은 퇴고를 통해서 새로운 관점을 창조했습니다.



혹시 지나치게 손질을 많이 한 경우에는요?


오에 
그게 문제지요. 저는 손질하고 또 하는데 매년 독자들은 줄어듭니다. 제 스타일은 아주 어려워지고 뒤틀리고 복잡해집니다. 그과정은 작품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관점을 창조하기 위해서 필요하지요 하지만 15년 전쯤에 퇴고가 소설가에게 옳은 방법인지에 대해서 심각하게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작가에게는 근본적으로 자신만의 스타일 감각이 있습니다.
자연스럽고 깊은 목소리가 있는데, 그 목소리는 초고부터 존재합니다. 작가는 최초의 원고를 손질하면서 그 자연스럽고 깊은 목소리를계속해서 강화하고 단순화합니다. 1996년과 1997년 미국에 체류하면서 프린스턴에서 교편을 잡았을 때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첫 원고를 봤습니다. 백여 쪽 정도 읽으면서 점차 트웨인은 처음부터 명확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문법이 틀린 영어나 사투리를 쓸 때조차 거기 일종의 음악이 있었어요. 틀린 영어가 음악을 더 분명하게 만들었습니다. 좋은 작가에게는 퇴고의 방법이 아주 자연스럽게 생겨납니다. 그리고 대개 좋은작가는 자신의 목소리를 없애려고 들지 않지요. 그러나 저는 언제나자신의 목소리를 없애려고 했습니다. - P508

지금은 뭘 공부하고 계시나요?


오에 
지금은 1929년에서 1939년 사이에 쓰인 예이츠의 후기 시를읽고 있습니다. 예이츠는 일흔세 살에 죽었지요. 그가 제 나이인 일흔두 살 때는 어땠는지 알아내려고 애씁니다. 그가 일흔한 살 때 쓴「일 에이커의 풀밭을 좋아합니다. 그 시로부터 의미를 확장시키려고 애쓰면서 읽고 또 읽지요. 제 다음 소설은 소설가와 정치가가 속해 있는 정신 나간 생각을 하는 한 무리의 노인에 대한 겁니다.
예이츠의 시에 특히 인상적인 구절이 있습니다. ‘내 유혹은 고요하다.‘ 입니다. 삶에서 격렬한 유혹을 많이 겪지는 않았지만, 예이츠가 말하는 ‘늙은이의 열광‘이라는 것은 있습니다. 예이츠는 색다른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말년에 니체를 다시 읽기 시작했지요.
니체는 고대 그리스에서 일어난 흥미로운 일은 모두 광기나 열광에서 나왔다는 플라톤의 말을 인용합니다. - P513

당신이 쓴 대부분의 소설은 사적인 삶에 뿌리를 두고 있지요. 당신 소설이 일본의 ‘사소설‘‘-novel 전통의 일부라고 생각하십니까?


오에 
사소설 전통에는 아주 훌륭한 작품들이 있습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글을 썼던 이와노 호메이도 좋아하는 작가 중 하나지요. 그가 사용한 구절 중에 ‘희망을 잃은 짐승 같은 용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소설은 작가의 일상생활이 색다르거나 특별한 사건-쓰나미나 지진, 어머니의 죽음, 남편의 죽음에 의해서방해받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관한 소설입니다. 그것은 사회안에서 개인의 역할에 관한 질문에는 열려 있지 않습니다. 제 작품에서는 개인적인 삶에서 시작하더라도 사회적인 문제를 향해 열려있으려고 노력합니다. - P518

디킨스와 발자크는 세상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글을 썼습니다. 넓은 세상을 염두에 두었지요. 그러나 저는 자신을 통해서 세상에관한 글을 쓰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문제는 어떻게 이야기를 서술할 것인가, 어떻게 목소리를 발견할 것인가 하는 질문입니다. 그다음에 인물 문제가 등장하지요.



모든 소설이 당신의 개인적 경험을 통해서 굴절되나요?


오에 
어떤 방향으로 등장인물을 이끌지 아니면 어떤 인물을 창조할지 미리 생각하고 소설을 시작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과정은 퇴고할때 정해집니다. 수정과 퇴고의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인물과 상황이생겨납니다. 실제 삶과는 아주 다른 영역이지요. 이 영역에서 저절로 등장인물들이 성장하고 이야기가 자라납니다. - P519

하지만 모든 소설은 어딘가 저 자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젊은이로서, 장애아를 가진 중년으로서, 노인으로서 생각한 것에 대해서이지요. 저는 삼인칭 소설과 대조되는 일인칭 소설을 개발했습니다. 그것이 문제입니다. 진짜 훌륭한 소설가는 삼인칭으로 쓰는 것이 가능한 반면 저는 삼인칭으로는 한 번도 잘 써진 적이 없습니다. 그런점에서 보자면 저는 아마추어 소설가겠죠. 과거 삼인칭으로 쓴 적이있지만 등장인물은 언제나 저를 닮아 있었습니다. 저는 일인칭을 통해서만 제 내면의 진실을 잡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허공의 괴물 아구이에서는 히카리가 태어났을 때의 제 상황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의 이야기를 썼지요. 하지만 그는 저와는 다른 결정을 내립니다. 아구이의 아버지는 기형인 아이의 삶을 돕지 않는 쪽으로 결정합니다. "개인적인 체험』에서는 또 다른 - P519

주인공인 버드에 대해서 썼습니다. 버드는 아이와 함께 살기로 결정하지요. 두 작품은 거의 동시에 작업했습니다. 그러나 제 선택 순서는 거꾸로입니다. 아구이의 아버지와 버드의 결정에 대해서 쓴 뒤에저는 버드 쪽으로 삶의 방향을 돌렸지요. 작정한 것은 아니었지만나중에 제가 그렇게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히카리는 당신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군요.


오에 
히카리와 40년 동안 살았고, 그 아이에 관해 쓰는 것은 제 문학 표현 Expression의 커다란 기둥 중 하나입니다. 장애가 있는 사람이 어떻게 자신을 실현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보여주려고 그에 관해 썼어요. 히카리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인간성을 음악을 통해 표현했습니다. 어떤 시점이 되자 슬픔 같은 개념을 음악을 통해 표현할 수 있게 되더군요. 그는 자기실현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계속 그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 P520

저는 신앙이 없고 미래에도 신앙을 갖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무신론자는 아닙니다. 제 신앙은 세속적인 사람의 것입니다. 아마도 ‘도덕‘이라고 부르는 것이겠지요. 평생 약간의 지혜를 얻었습니다만 언제나 합리성, 사유, 경험을 통해서였습니다. 저는 합리적인 사람이고, 제 경험을 통해서만 일합니다. 제 삶의 양식은 세속적인 사람의 것이고, 인간에 대해서도 세속적인 방식으로 배웠습니다. 제가 초월적인 존재와 만나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지난 44년간 히카리와 함께한 삶입니다. 히카리와의 관계를 통해서, 그의 음악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초월성을 살짝 엿볼 수 있었습니다.
기도하지는 않지만 매일 하는 두 가지 일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신뢰하는 사상가와 작가의 작품을 읽는 것입니다. 매일 아침 적어도 두 시간 동안은 책을 읽는 데 할애합니다. 두 번째는 히카리입니다. 매일 밤 히카리를 깨워서 화장실에 가게 합니다. 그 애는 침대로 돌아와서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이불을 덮지 못합니다. 그래서 제가 이불을 덮어주지요. 히카리를 화장실에 데리고 가는 것이 저에게는 하나의 의식이고 일종의 종교적인 느낌을 줍니다. 그러고 나서 술을 한잔하고 자러 갑니다. - P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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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기서
"자신의 문제를 풀어갈 언어를 가지지 못한 사회, 자신의 사회를 보는 이론을자생적으로 만들어 가지 못하는 사회"를
‘식민지적‘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여기서 ‘식민지성‘은 딱히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과 관련된 현상을 뜻하기보다는지식과 삶이 겉도는 현상을 뜻한다.

이 책은 겉도는 글, 헛도는 삶에 관한 책이다. 글을 읽을 때 우리는 당연히 그 내용을 우리 자신의 삶과 연결하여 적극적이고 창조적으로 읽어낸다. 당연히? 아니, 대부분의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 나는 왜 우리가 책을 자신의 삶과 연결지어 읽어내지 못하는지를 캐묻고 있다. 인문사회과학 계통의 책을 읽으면서 텍스트를 자신의삶과 연결지어 적극적이고 창조적으로 읽어내지 못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대다수의 대학생들이, 그리고 활동하는 지식인들이 그렇게 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기에 도움이 될묘안은 없을까? 이런 질문을 던지다 보니 작게는 우리 사회의 현행입시 위주 교육이 생산해 내는 ‘인간‘에 대해, 크게는 지난 일세기에걸친 근대적 지식 생산과정에 나타난 ‘지식인‘에 대해 생각이 모아지고 있었다. 간단히 말해서 이 책은 자아 성찰의 기록이며 ‘지식과 식민 지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 P6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가르침‘과 ‘배움‘에 관한, 곧 ‘페다고지에 관해생각해 보는‘ 책이기도 하다. 강의를 하지 않기로 한 나의 결심이 학생들을 ‘배움‘으로 이끌었고 이 책의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학생들의소리가 선생인 나를 ‘가르쳤다. 여기에 실린 학생들의 글은 분명 오랫동안 90년대 전후 지성사를 알아가는 데 중요한 자료로 남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은 작은 교실 상황에서 내뱉아지고 되받아지고 또 모아지는 말을 살펴보고 있지만, 실은 여성이 ‘최초의 식민지‘가 된 이래의 장구한 인류 역사에서부터 지난 한 세기에 걸친 한국의 구체적 식민지 역사, 그리고 ‘종말론적‘ 위기 상황이라고 말해지는 후기자본주의적 상황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다루고 있으며 근본적인 시각전환을 주장하는, 의도가 강한 글인 만큼 논의가 거칠고 단순화된 부분이 없지 않을 것이다. 독자들은 누구에게 무엇을 배운다는 생각보다자아 성찰을 위한 토론에 참여하는 자세로 적극적인 책 읽기를 해주었으면 한다. - P7

이 책 전반을 통해 우리들의 ‘구체적 만남‘에 커다란 의미를 걸고 있는 나의 의도를 읽어내 주기 바란다. 동시에 이 책에서 간간히 부렸을지 모르는 횡포도 너그럽게 받아주고…… 작은 공동체가 깨지면서 활성화된 문자매체는 새로운 공동체가 만들어지지 않은 지금까지 여전히 인간적이기보다는 횡포한 매체로 남아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없다. 나는 궁극적으로 이 책에서 ‘서로 마주보며 하는 말‘이 중심이 되는 공동체 만들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삶‘과 ‘말‘과 ‘글‘의 거리가 좁혀진 세상, 우리가 원하는 바의 공동체가 만들어질 때 문자매체는 보다 선한 기능을 갖게 되리라.

1992년 3월 17일 신촌에서 저자 씀 - P9

 ‘명제적 지식에 중독됨‘은 구체적 식민지 역사를 가진 사회에 팽배한 현상이지만 이제는 꼭 그런 사회에만 국한하여 나타나는 현상이 아님은 이미 앞에서 밝혔다. 과학기술주의와 거대관료주의 시대로 들어서면서 세계 구석구석에 "일상적삶이 식민화 되고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으며 중심과 주변, 타자화된 주체와 권위적 언설의 해체 등이 이 시대의 문제를 풀어가는 주요 개념으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3-4세기 동안에 있은 제국주의적역사 진행이 중심과 주변에 사는 모든 이들의 삶을 황폐하게 만들어버렸다는 것을 우리는 지금 피부로 느끼고 있지 않는가? 이는 식민지적 상황이 단순히 정치적 독립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아니며 또한 식민 통치 기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님을 뜻하기도 한다. 어쨌든 ‘탈‘ 근대, ‘탈‘ 식민, ‘탈‘가부장제의 과제는 이 시대 우리에게지워진 무거운 짐이며 이 책에서는 ‘탈‘식민의 문제를 시작으로 ‘탈‘의 과제를 풀어가고자 하였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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