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먼로 캐나다, 1931. 7. 10.-

캐나다의 대표적인 소설가. 자신이 나고 자란 온타리오 시골마음의 일상을 담은 단편소설을 써서 캐나다인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2013년 노벨문학상 수상을 비롯해 수많은 수상 내역이 말해주듯 현대 단편소설의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1931년 캐나다 온타리오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대학 재학 중 첫 단편 「그림자의 세계」를 발표했다. 결혼과 동시에 대학을 그만두고 남편과 함께 ‘먼로스 북‘이라는 서점을 열었다.
1968년 첫 소설집 『행복한 그림자의 춤이 캐나다 최고 권위의 총독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 안팎의 찬사를받았다. 그 뒤에 낸 소녀와 여성의 삶은 미국에서 드라마로 각색되며 큰 성공을 거두었는데, 소설의 주인공과 비슷한 처지인 여성 독자를 대상으로 독서 치료용교재로 쓰이고 있다.
지금까지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내가 너에게 말하려 했던 것』, 『공공연한 비밀』, 『런어웨이』, 『디어라이프』 등 많은 단편집을 냈다. 총독문학상과 길러 상같은 캐나다 문학상을 비롯해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오 헨리 상, 맨부커 국제상을 수상했고, 2013년에는 단편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주로 캐나다의 자그마한 마을을 배경으로 인간관계의 긴장과 갈등을 다룬 작품을 선보였기 때문에 러시아의 위대한 단편소설 작가 안톤 체호프에 견주어 ‘캐나다의 체호프‘라고 불린다. 섬세한 관찰력과 빼어난 구성으로짧은 이야기 속에 복잡하고 미묘한 삶의 한순간을 아름답게 그려낸다는 평가를 받았다.

앨리스 먼로가 한 해의 대부분을 보내는 인구 3천 명의 소도시 캐나다 온타리오주 클린턴은 뉴욕에서 직항 노선이 없다. 우리는 6월 어느 날, 아침 일찍 라구아디아 공항을 출발해 캐나다 토론토에 도착했다. 차를 빌린 다음, 점점 좁아지면서 시골풍으로 바뀌는 길을 따라세 시간을 달렸다. 땅거미가 질 무렵, 우리는 먼로가 두 번째 남편 제럴드 프렘린과 살고 있는 집에 차를 세웠다. 뒤뜰과 기묘한 꽃밭이인상적인 집은, 남편이 태어난 곳이라고 먼로가 이야기해주었다. 먼로는 부엌에서 향긋한 허브로 소박한 식사를 준비했다. 식당은 바닥부터 천장까지 책으로 채워져 있고, 한편에는 작은 탁자 위에 수동타자기가 놓여 있다. 바로 이곳이 먼로가 글을 쓰는 장소다. - P15

먼로는 그녀가 자란 벽돌집이나 미국 중서부를 닮은 온타리오의풍경처럼 화려하지 않다. 조용한 유머를 지닌 상냥한 사람이다. 그녀는 캐나다에서 가장 영예로운 문학상인 총독문학상을 세 번이나 받았다. 미국최고단편집』과 『오 헨리상 수상집』에 작품이 실렸고, 『뉴요커』에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다. 이런 커다란 업적에도, 먼로는글쓰기에 대해 존경심과 약간의 불안이 느껴지는 초심자의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그녀에게는 유명 작가의 화려한 기교나 허세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인터뷰 내내 그녀가 유명 작가라는 사실을잊어버리곤 했다.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누구든지 열심히 노력하기만 하면 글을 쓸 수 있다고 강하게 말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녀가 하는 일이 엄밀히 말해 쉽지는 않지만 가능성 있는 일이라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우린 그곳을 떠나며 가능성이라는 느낌에 전염된 듯했다. 겉보기에는 단순하지만 그녀의 글에는 오랜 세월과 수많은 초안을 거쳐 대가의 경지에 이른 완벽한 소박함이 있다. 신시아오지크‘가 말했듯이 "그녀는 우리 시대의 체호프이며 동시대인 대부분보다 더 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 P17

소녀와 여성의 삶을 쓰실 때는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먼로 
그 책을 쓰기 시작한 날이 기억나요. 1월이었고 일요일이었어요 일요일은 서점이 쉬는 날이라 서점 안에 들어가 문을 잠갔죠. 자유로운 오후 시간이었어요. 저를 둘러싼 위대한 문학작품들을 둘러보며 이런 생각을 했어요. ‘이 바보! 여기에서 뭘 하고 있니? 그러고는 서점에 딸린 사무실로 가서 「이다 공주를 쓰기 시작했어요. 제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죠. 어머니와 관련된 소재는 제 중심 소재이고, 쉬고 있으면 저절로 떠올라요. 그래서 일단 쓰기 시작했더니 글이 풀려나갔어요. 그러다가 큰 실수를 했지요. 그걸 일반적인 장편소설로, 통상적인 아동청소년 소설로 만들려고 한 거예요. 3월쯤에야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죠. 이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고, 포기해야 할 것 같았어요. 몹시 우울했죠. 그러다가 그걸 쪼개서 단편 형식에 맞춰봐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제 머리로는 장편에 맞게 생각할 수 없으니 앞으로 장편은 쓰지 않으리란 걸 그때 알았죠. - P27

성장기에 책을 많이 읽으셨어요? 영향을 받은 작품이 있다면요?


먼로 
서른 살이 될 때까지 독서는 제 삶이었어요. 책 속에서 살고있었죠. 미국 남부의 작가들은 저를 진정으로 감동시킨 최초의 작가들이에요. 소도시와 시골 사람들, 그리고 제가 잘 아는 종류의 삶에대해 쓸 수 있다는 걸 알려주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들과 관련해 흥미를 끈 부분은, 그때는 자각하지 못했지만 제가 정말 좋아했던 남부 작가들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이었어요. 포크너는 썩 좋아하진 않았어요. 유도라 웰티, 플래너리 오코너, 캐서린 앤 포터, 카슨 매컬러 - P46

스에 열광했죠. 여성이 기묘한 것에 대해, 주변부에 대해 쓸 수 있다는 느낌을 주었어요.



지금껏 써오신 것이기도 하죠.


먼로 
맞아요. 그게 제 영역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반면 실생활을다루는 거창한 주류 장편은 남성 작가의 영역이었죠. 어떻게 주변부에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됐는지는 모르겠어요. 그곳으로 떠밀린 건아니에요. 아마 변두리에서 자란 탓이겠죠. 위대한 작가들의 작품을읽으면 배척당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원인이 뭔지는 정확히 몰랐어요. D. H. 로런스를 처음 읽었을 때 굉장히 심란했지요. 여성성에한 작가들의 관점 때문에 심란할 때가 많았어요. - P47

자신감은 어떤가요? 세월이 지나며 변했나요?


먼로 
글쓰기에는 늘 자신감이 있었는데, 그저 둔한 탓에 자신감이생겼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주류와 동떨어진 채 살았기 때문에여성이 남성만큼 쉽게 작가가 될 수 없다는 사실, 하층 출신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어요. 책 읽는 사람을 거의 만나기어려운 마을에서 자신이 글을 꽤 잘 쓴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게무척 드문 재능이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죠.



참 능수능란하게 문단을 멀리하셨잖아요. 의식적으로 그러셨나요. 아니면 상황 - P48

때문이었나요?


먼로 
분명 오랫동안은 상황 때문이었지만, 그 뒤로는 선택의 문제가 되었어요. 전 친절하긴 하지만 사교성은 좋지 않아요. 여자라서,
주부이고 엄마라서 시간을 아끼고 싶었어요. 그리고 문단을 멀리하지 않았다면 자신감을 잃어버렸을 거예요. 제가 이해할 수 없는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들었을 테고요.



그럼 주류에서 동떨어진 걸 다행으로 여기셨어요?


먼로 
그렇지 않았다면 제대로 살아남지 못했을 거라고 말하고 싶어요. 제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저보다 훨씬 많이 알고 있는 사람들, 그것에 대해 끊임없이 말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었다면 자신감을잃어버렸겠죠. 저보다 문학적 기반이 더 견고하다고 자신 있어 하는사람들 말이에요. 작가들에 대해 말하기란 몹시 어려운 일이에요.
대체 누가 자신만만할 수 있겠어요. - P49

예술가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일하는 것처럼 보이니까 사람들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어요.


먼로
 그렇게 일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좀 더 각성해야겠지요, 20년 전이라면 믿음이나 열정을 잃는다는 생각은 절대 할수 없었을 거예요 더 이상 사랑에 빠지지 않게 된 것과 비슷해요.
하지만 그건 참을 수 있어요. 사랑에 빠지는 건 필수적이진 않으니까요 그게 제가 계속 글을 쓰는 이유인 듯해요. 전 하루도 멈추지않아요 매일 걷는 것과 마찬가지죠. 이제는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일주일 만에 탄력을 잃어버리거든요. 늘 경계해야한답니다. 물론 글쓰기를 포기하더라도 문제가 되진 않을 거예요. 제가 두려운건 글쓰기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글을 쓰게 만드는 이 모든 설레는느낌을 포기하는 거지요. 불가피하게 일을 할 수 없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은 뭘 할까, 그게 궁금해요. 은퇴한 뒤 강좌를 수강하고 취미를 갖게 된 사람들조차 공허감을 없애줄 뭔가를 찾게 돼요. 저 또한그렇게 되는 게 두려워요. 삶을 채우기 위해 제가 갖고 있었던 것은오직 글쓰기뿐이었어요. 다양한 방식으로 사는 법을 배우지 못했어요. 제가 상상할 수 있는 다른 삶은 오직 학자의 삶뿐인데, 그것조차 - P54

제가 이상화했을 거예요.



다른 삶도 많아요. 목적을 계속 찾아가는 삶이 아니라 단일한 목적을 추구하는삶 말이에요.


먼로 
우린 골프를 치러 가고, 정원도 가꾸고, 사람들을 저녁 식사에초대하기도 해요. 하지만 결국 이런 생각이 들어요. 글쓰기를 멈추면 어떻게 될까? 글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된다면?‘ 그렇다면 다른것을 배우기 시작해야겠죠. 제 생각에 소설을 쓰다가 비소설을 바로쓸 수는 없어요. 비소설을 쓰는 건 그 나름대로 어려워서 아예 새롭게 배워야 해요. 하지만 노력해볼 수는 있겠죠. 책을 구상하려고 두번 정도 시도해봤어요. 사람들이 가족에 대해 쓴 글을 모은 책이죠.
하지만 책의 뼈대, 중심을 설정하지 못했어요. - P55

맥스웰은 1800년대 초에 전국을 흽쓴 종교부흥 운동을 결부해 자신의 이야기를 썼는데, 저는 그것에 대해 전혀 몰랐어요. 미국이 겉보기와는 달리 사실상 신을 믿지 않는 나라였다는 것, 그리고 갑자기 전국에서 사람들이 발작을 일으키며 쓰러지기 시작했다는 걸 몰랐죠.
정말 대단하죠 그런 소재를 알게 되면 책을 갖게 되는 거예요. 책을 쓰는 데 시간은 좀 걸리겠죠. 그런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어요. 그런데 어떤 이야기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다른 무엇보다 그 이야기가 한없이 중요하게 보여요. 고작 단편 하나인데도 말이에요. 『뉴요커」에 실린 인터뷰를 보니 윌리엄 트레버"도 비슷한 말을 했더군요. 아이디어가 떠오른 뒤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다가와서 삶이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지를 알려준답니다. - P56

진 매컬러 Jeanne McCultoch 
브라운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1984년부터 1996년까지 파리 리뷰에서 근무한 것을 비롯해 오랫동안 책과 잡지를 만들었다. 지금은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모나 심슨 Mona Simpson 
1957년 위스콘신 주에서 태어난 후 십 대에 로스앤젤레스로 갔다. 아버지는시리아에서 이민했고 어머니는 밍크 농가의 딸로, 심슨이 가족 중 대학을 간 첫 번째 사람이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첫 단편소설을 발표했고, 뉴욕에 머물면서 ‘파리 리뷰의 편집자로 일했다. 작품으로 이곳이 아니면 어디라도」가 있다.

트루먼 커포티 미국, 1924, 9. 30.-1984. 8. 25.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소설가로 살아생전 책으로 백만장자가진 몇 안 되는 스타 작가다. 오드리 헵번 주연의 ‘티파니에최고의 범죄소설이자 최초의 논픽션 소설로 평가받는 ‘인월드 블러드로 유명하다.

1924년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태어났다. 부모가 이혼하먼저 친척집을 전전하면서 자랐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보낸 커포티는 작가가 되기 위해 대학을 포기하고 「뉴요커」에서 사환으로 일하며 소설을 습작한다. 1945년단편 「미리엄이 ‘마드무아젤」에 실리고 초기에 쓴 많온 단편이 대중잡지와 문예지에 실리면서 문단과 대중의 관심을 동시에 받게 된다.
1948년 단편 「마지막 문을 닫아라로 오 헨리 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출간한 첫 장편 다른 목소리, 다른 방은 독특한 성장소설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1951년에 발표한 두 번째 장편 ‘풀잎 하프』는 연극과 영화로 제작되어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오드리 헵번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진 『티파니에서 아침을로 유명세를 더하며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들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마지막 문을 닫아라」의 한 문장을 염두에 두고 ‘바람의 노래를 들어의 제목을 정할 정도로 커포티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이야기한 바있다. 1959년에 일어난 살인사건을 재구성한 『인 콜드블러드』는 ‘최초의 논픽션 소설‘이자 ‘최고의 범죄 소설‘로 평가받는다.
빼어난 글솜씨뿐만 아니라 재치 있는 언변으로 사교계파티를 누볐다. 마릴린 먼로, 프랭크 시나트라, 앤디 워홀 등과 교류하면서 당대 예술가들의 사랑을 받았고,
스타 작가로서 화려한 삶을 살았지만 약물과 알코올중독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때 작가가 되고 싶다는 사실을 확신하셨나요?


커포티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을 깨달았죠. 하지만 열다섯 살이 될때까지는 확신하지 못했어요. 그 무렵 소설을 써서 대중잡지와 문학지에 보내기 시작했어요. 작가라면 누구나 처음으로 원고가 받아들여진 때를 잊지 못해요. 저는 열일곱 살이던 어느 멋진 날, 첫번째와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 원고가 동시에 수락을 받았답니다. 모두같은 날 아침 우편으로 말이에요. 설레서 현기증이 난다는 말은 절대 입에 발린 문구가 아니에요.



가장 먼저 무엇을 쓰셨나요?


커포티 
단편소설이에요. 제 지칠 줄 모르는 야심이 단편 주위를 맴돌고 있었지요. 단편은 현존하는 산문 중 가장 어려우면서 절제된형태라고 생각해요. 꾸준하게 단편을 쓰면서 통제력과 기법을 훈련할 수 있었지요. - P65

‘통제력‘이란 정확히 무슨 뜻인가요?


커포티 
문체나 감정 측면에서 소재에 대한 우위를 유지한다는 뜻입니다. 뻔한 말은 집어치우라고 하시겠지만 특히 마무리를 할 때 문장의 리듬을 잃어버리게 되면 이야기가 난파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단락을 잘못 나누거나 심지어 구두점 때문에도 그런 일이 생기지요. - P65

헨리 제임스는 세미콜론의 거장‘이고, 헤밍웨이는 단락을 나누는실력이 으뜸이지요. 청각이라는 관점에서, 버지니아 울프는 나쁜 문장을 쓴 적이 없습니다. 제가 제대로 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에요. 그저 노력할 뿐이죠.



단편소설 기법을 터득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커포티 
이야기마다 나름의 기술적인 문제가 있으니, 분명 ‘2곱하기2는 4‘와 같은 기준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어요. 자신의 이야기에 알맞은 형식을 찾는다는 뜻은, 그저 이야기를 들려줄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을 깨닫는다는 말이에요.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에 맞는 자연스러운 형식을 직감으로 알았는지 아닌지를 알아보려면 이렇게하면 돼요. 작품을 읽은 다음 그 이야기를 다르게 상상할 수 있는지,
아니면 상상력이 잠잠해지며 그 이야기가 절대적이며 최종적이라는 느낌이 드는지 생각해보면 돼죠. 오렌지는 최종적이죠. 오렌지는자연이 제대로 완성한 것이니까요. - P66

기법을 향상하기 위해 쓸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커포티 
제가 아는 유일한 방법은 노력입니다. 그림이나 음악처럼글에도 관점의 법칙, 빛과 그림자의 법칙이 있어요. 그것을 알도록타고났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배워야지요. 배우고 익힌 다음에는 자신에게 맞도록 법칙을 조정해야지요. 우리가 극도로 외면하는 작가인 제임스 조이스마저도 훌륭한 기술자였습니다. 그가 『율리시스』를 쓸 수 있었던 것은 단편집인 더블린 사람들』을 쓸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꽤 많은 작가들이 단편소설 쓰는 것을 손가락 운동쯤으로 치부하는 듯해요. - P67

독서를 많이 하시나요?


커포티 
너무 많이 하지요, 상표, 조리법, 광고를 포함해 뭐든 읽습니다. 저는 신문에 대한 집착이 있어요. 뉴욕의 모든 일간지를 읽고, 일요판도 읽지요. 외국 잡지도 몇 권 읽는데, 사지 않는 것들은 가판대 앞에 서서 읽지요. 일주일에 평균 다섯 권을 읽어요. 보통 길이의 장편소설을 읽는 데 두 시간쯤 걸립니다. 스릴러를 즐기고 언젠가는 써보고 싶습니다. 소설을 많이 읽지만, 지난 몇 년 동안은 편지글과 전기, 신문과 잡지를 주로 읽었던 것 같아요. 글을 쓰는 동안 다른 걸 읽어도 신경 쓰이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제 펜에서 갑자기 다른 작가의 문체가 새어나올 일은 없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딱 한 번,
헨리 제임스의 장황한 마법에 걸린 동안에는 문장들이 끔찍할 만큼길어지긴 했지요. - P73

작가가 문체를 배울 수 있을까요?


커포티 
사람이 눈동자 색깔을 마음대로 가질 수 없듯이 문체도 의식적으로 얻을 수는 없다고 봐요. 문체는 자기 자신입니다. 결국 작가의 개성은 작품과 긴밀하게 연결되지요. 개성은 인간적으로 작용해야 하고요. 개성이 품위가 떨어지는 단어란 걸 알지만, 작가 개인의 인간성이나 세상을 향한 그의 말이나 몸짓은 독자와 직접 만나게 되는 등장인물에게 비슷하게 드러난다고 말하고 싶은 겁니다. 개성이 흐릿하거나 혼란스럽거나 단순히 문학적이기만 하다면 좋지않아요. 포크너와 매컬러스는 자신들의 개성을 단번에 드러냅니다. - P78

책을 쓰기 전에 머릿속에 체계가 완벽하게 잡혀 있나요, 아니면 작업하면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따라 글을 써나가시나요?


커포티 
양쪽 다예요. 이야기의 전체적인 전개 양상, 그러니까 시작과 중간과 끝이 머릿속에 동시에 떠오를 거라는 환상을 언제나 갖고 있지요. 전광석화처럼 그 모든 게 보인다고 말이에요. 하지만 작업을 하다 보면 놀라움이 무한히 이어져요. 천만다행이지요. 그 놀라움, 반전, 어디선가 한순간에 툭 튀어나온 문구는 예기치 못한 배당금이자 작가를 계속 나아가게 하는 즐거운 추진력이니까요. 한때는 소설 개요를 공책에 적어놓은 뒤 시작했는데, 그렇게 하니 제 상상력 속에 있는 아이디어가 어쩐지 약해지더군요. 착상이 충분히 훌륭하고 그것이 저 자신에게서 나온 것이라면, 그걸 잊어버릴 수는없지요. 글로 나올 때까지 머리에서 떠나지 않을 겁니다. - P79

인용된 내용을 보니 좋아하는 취미가 "대화, 독서, 여행, 글쓰기 순"이라고 말씀하셨던데, 사실인가요?


커포티 
맞아요. 대화는 앞으로도 쭉 1순위가 될 거라고 장담합니다.
저는 듣는 것도 말하는 것도 좋아해요. 맙소사, 제가 말하기를 좋아한다는 걸 정말 모르겠어요? - P82

커트 보네거트 미국, 1922, 19. 11.~2007. 4. 11,

화학을 전공한 소설가라는 이력에서 짐작할 수 있듯 SF작가 풍자작가, 블랙유머 작가라는 다양한 호칭을 갖고 있다. 모든 것이 기계화되고 인간마저 이에 정복되는 반유토피아적 세계를 뉴욕을 배경으로 그린 「자동 피아노를 비롯해 제5도살장 챔피언들의 아침 식사 등을 남겼다.

1922년 인디애나폴리스에서 독일계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조직적인 종교와 인종차별은 비인간적이라고 가르쳤고, 독특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집안에서 자라 특유의 유머 감각을 키울 수 있었다.
코넬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고 재학 중이던 1943년, 제2차세계대전에 참전했다. 독일군의 포로가 되어 드레스덴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을 때, 히로시마 원폭에 버금가는 학살극이 벌어졌다. 연합군이 사흘 밤낮으로 폭격을 가해 13만 명의 드레스덴 시민이 몰살당했다.
이 경험이 훗날 「제5도살장의 모티프가 되었고, 보네거트는 미국을 대표하는 반전 작가로 거듭나게 된다.
참전 뒤 소방수, 교사, 영업사원 등의 직업을 거치며 글쓰기를 계속했고, 1952년 첫 장편소설 자동 피아노를 출간했다. 1963년에 발표한 『고양이 요람으로 ‘과학소설상‘이라고 불리는 휴고 상을 수상했다. 1997년 타임퀘이크』 출간 이후 소설가로서 은퇴를 선언했고, 2005년 마지막으로 출간한 회고록 나라 없는 사람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마더 나이트」 제5도살장』, 『챔피언들의 아침 식사』 등은 영화로 만들어져 사랑받았다.

장담컨대 현대소설의 그 어떤 책략도, 플롯을 없애버린 특청하지도 독자에게 진정한 만족을 주지 못할 겁니다. 그 고리타분한플롯 가운데 하나가 어딘가에 몰래 숨어 있지 않는 한 말이에요. 저독자들이 책을 계속 읽게 하는 방법으로서가 아닌, 삶을 정확하게 재현하는 플롯은 칭찬하지 않아요. 소설 창작을 가르칠 때 학생들에게 등장인들이 뭔가를 당장 원하도록 만들라고 주문하곤 했지요. 그게 물 한 잔뿐이더라도 말이에요. 현대 생활의 무의미함에 마비된 등장인물이라도 물은 마셔야 하잖아요. 제 학생 가운데 하나는, 왼쪽 아래 어금니 사이에 치실이 끼었는데 종일 그걸 뺄 수 없는수녀에 대한 이야기를 썼어요. 소설은 치실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를다루고 있지만 독자로 하여금 책을 계속 읽게 만든 건 그 치실이 언고 간통을 저지르지요. - P122

제 빠질 것이냐에 대한 호기심이었지요. 그 소설을 읽는 사람들 중에 손가락을 자기 입속에 넣고 더듬지 않은 사람이 없었을 겁니다.
플롯을 배제하고, 뭔가를 원하는 누군가를 배제하면 독자를 배제하는 거예요. 그건 비열한 행동이지요. 독자를 배제하는 또 다른 방법은 당장 알려주지 않는 거예요. 이야기가 어디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인물들은 누구인지, 그리고……



무엇을 원하는지.


보네거트 
그래요. 또 인물들이 서로 맞서지 않게 해서 독자를 졸리게 할 수도 있지요. 학생들은 현대 생활에서 사람들이 충돌을 피하기 때문에 자신들도 대립하는 장면을 만들고 싶지 않다고들 말하면서 "현대 생활은 정말 외로워요."라고 하지요. 그건 나태함일 뿐이에요. 대립하는 장면을 무대에 올리는 게 작가가 할 일이에요. 그러니까 인물들이 놀랍고 폭로적인 내용을 이야기해 독자들을 가르치고즐겁게 해줘야 해요. 작가가 그 일을 할 수 없거나 하지 않는다면,
이 장사에서 손을 떼야 해요.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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