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은 회오리바람을 만들어


저도 한번 날아보고 싶었던 거다
저렇게 나풀나풀 팔랑거리며
새가 되고 싶었던 거다
그 소원 들어주려 새들이 안간힘으로
몸을 비틀어 회오리치며 하늘을 당기고 있다 살아서는 비바람 막아주며 둥지가 되었던
풀잎, 나뭇잎 - P11

놀라워라


낙엽 하나 땅에 떨어졌다
어떤 나비의 애벌레에 몸을 내주었나
삭은 뼈처럼 드러난 잎맥들 방울방울
이슬을 매달아 햇빛을 굴린다
그 모습 열반한 선승의 사리 아닌가 생각하는데
몸의 어느 구석에 생기가 남아 있었던가
가을볕에 뒤척이다 발끝부터 토르르-륵
동그랗게 말았다 번데기 같다
가지에서 떨어져 허공을 부유하다
나비를 꿈꾸었는가
놀라워라 저 낙엽 - P13

청매화 화공께서


비 그치자 청매화 꽃망울들이
퐁퐁퐁 봄비를 매달았다
그 물방울마다 하늘과 산
은근슬쩍 밀고 몰려올
초록 강물 그려 넣고서 - P14

최대의 선물


꽃이 피어나는 건
당신을 향한 내 사랑 때문이다
지금 별똥별이 반짝이는 건
이 밤 당신께 보내는 연분홍 편지를 전하려는 것이다
산들이 푸른 숲으로 샘물을 품고 있는 것
강물이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것
그렇게 사는 것이라고 인생의 나침반을 삼으라고
당신이 내게 보여주는 선물인 것이다 - P15

독탕


언 개울물 풀려 흐르자
앞산과 뒷산 우르르 겨우내 묵은 때를 씻겠다고
달려와 얼굴 비춰보려는데
어랏 혼자 다 차지하고 아예 몸을 담그고 있는 저젓- 쬐끄만 녀석
퐁당 톡 도토리 한 알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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