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같은 세대의 많은 재능 있는 영국 작가들이 있다고 말씀하셨지요. 뉴욕에 계시면서 이곳 작가들은 어떻다고 생각하시나요?


루슈디
 미국에는 진정성 있는 포부를 지닌 젊은 작가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미국 문학이 약간 무사 평온한 면을 추구하던 순간도 있었지요. 레이먼드 카버는 정말 야심찬 작가였으며, 그의 책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독창적입니다. 그의 글은 사물을 묘사하거나 제시하는 온갖 방법을 시도했거든요. 그렇지만 지금은 카버를 추종했던 많은 이들이 진부한 일을 진부한 방식으로 말하는 형편없는 작가가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그것이 그들이 해야만 하는 전부인 것처럼 말이에요. 두 사람이 식탁 맞은편에 앉아 위스키를 마시면서 진부한 이야기를 나누는 거죠. 이제는 다시 새로운 일들을 시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부는 성공하고 일부는 실패했지요. 그러나 저는 다시 그런 정신을 보고 싶습니다. 이상하게도, 영국에서는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우리가 한 세대로 불리길 원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은 서로를 잘 알지 못했지요. 그리고 같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습니다. 우리들은 성명서를 갖춘 초현실주의자들과 같지 않았지요. 서로의 글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습니다. 전 제 길을 찾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었기에, 열 가지의 다른 의견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제 길을 찾아야만 한다고 생각했지요. - P427

매일 글을 쓰지 못하면 초조해지시나요?


루슈디 
어디로 가야 할지 알고 있을 때 훨씬 기분이 좋습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가장 창조적인 순간의 일부는 책 한 권을 마치고 다른 책을 준비하는 사이의 순간이기도 합니다. 그때 저는 어디로 가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머릿속은 자유롭게 회전합니다. 어떤 생각들이 예기치 않게 나타나기도 하는데, 그 생각들은 한 명의 등장인물이나 한 단락의 이야기나 어떤 인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단편소설이나 장편소설로 바뀔 수 있습니다. 저는 쓰지 않을때에도 소설을 쓸 때처럼 열심히 일합니다. 가만히 앉아서 일이 벌어지도록 내버려두지요. 전날 썼던 것들을 다음 날 버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순수한 창작력은 무엇인가 일어나는 걸 지켜보는 데 있습니다. 일단 무슨 일이 일어나면 그때는 그것에 더 집중하고 그러 - P433

면 그 일이 더욱 즐길 만해집니다. 한 권의 책을 마치고 다른 책을시작하기 전의 시간이야말로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는 때입니다. 제가 한때는 상상할 수 있는 범위 밖에 있다고 생각한 일들이 일어나는 겁니다. 지금까지 상상할 수 없다고 여겼던 것들을 상상할 수 있게 되고, 그런 것들이 내면에서 일어납니다. 제가 지금 있는 곳이 바로 그곳입니다. - P434

잭 리빙스Jack Livings 
아이오와 작가 워크숍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월러스스테그녀의 연구원이었다. 파리 리뷰 ‘퍼블릭 스페이스」, 「스토리쿼터리」, 「틴 하우스」, 「뉴 델타 리에 단편을 기고했다. 미국 최고 단편상, 푸시카트 상 등을 수상했다.

스티븐 킹 미국, , 1947.9.21~

현대 최고의 스릴러소설 작가이다. 흥행에도 성공한 영화 <미저리>, <쇼생크 탈출>, <그린마일> 등이 모두 킹의 원작을 바탕으로 했다. 1996년 오 헨리 상을 수상했으며 2003년에는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전미도서상 공로상을 받았다.


1947년 미국 메인 주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떠나버리고 어머니를 따라 이사 다니며 힘든 생활을 했다. 킹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작품은 1974년에 발표한 첫 장편소설 「캐리』였다. 원래 쓰레기통에 버린 원고를 아내인 태비사가 설득하여 고쳐 쓴 것이었다.
이 작품으로 킹은 작가로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고, 이후 30여 년간 500여 편의 작품을 발표하여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가 되었다.
킹의 작품들은 지금까지 33개 언어로 번역되어 3억 부이상이 판매되었으며, 킹은 생존 작가 중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대중적 인기와 더불어 최근에는 그의 문학성을 새롭게 평가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2003년 킹은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전미도서상에서 미국 문단에 탁월한 공로를 세운 작가에게 수여하는 평생 공로상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들은 영화로 제작되어서도 높은 평가를 얻었다. 그중 ‘캐리」, 「샤이닝」, 「살렘스 롯」, 「미저리」, 「돌로레스 클레이본 쇼생크 탈출』, 『그린 마일」, 『미스트」등이 명작으로 꼽힌다. - P438

몇 살에 글을 쓰기 시작하셨나요?


스티븐 킹 
믿거나 말거나, 여섯 살이나 일곱 살쯤이었을 거예요. 만화책에서 몇 장면을 베껴서 이야기를 만들었지요. 제 기억으로는 편도선염으로 조퇴하고 시간을 보내는 동안 침대에 드러누워서 이야기를 썼어요. 영화도 큰 영향을 미쳤지요 처음부터 영화를 좋아했어요. 어머니께서 라디오 시티 뮤직홀로 데려가서 <밤비>를 보여주셨던 걸로 기억해요. 우아, 그 커다란 영화관과 영화에 나온 불이 난숲이라니. 그런 것들이 큰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래서 처음 이야기를 쓸 때는 이미지를 이용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그렇게 쓰는 것이 당시 제가 알고 있던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지요 - P444

당신이 쓴 소설을 되돌아본다면, 어떻게 분류하시겠습니까?


킹 
두 가지 종류로 보는데요. 스탠드』, 『절망』, ‘다크 타워‘ 시리즈 같은 외향적인 소설과 애완동물 공동묘지』, 『미저리』, 『샤이닝』,
돌로레스 클레이본 같은 내향적인 소설이지요. 팬들은 대개 외향적인 소설이나 내향적인 소설 중 한쪽을 좋아하기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둘 다 좋아하지는 않더라고요. - P454

퇴고를 많이 하시나요?


킹 
컴퓨터로 작업하면서 ‘카메라로 보는 것처럼‘ 편집하게 되었습니다. 컴퓨터 화면 위에서 직접 수정하는 것 말입니다. 『셀』을 그렇게 작업했습니다. 편집자가 보내준 『셀』의 교정쇄 파일을 컴퓨터 화면에 띄워놓고 다시 읽으면서 수정할 수 있었지요. 빙판에서 스케이트를 탈 때처럼 매끄럽게 수정할 수 있었습니다. 컴퓨터수정은 괜찮은 방법이지만 최선은 아닙니다. 『리시 이야기』 때는 원고를 옆에두고, 컴퓨터에 새 문서 창을 띄워 작품 전체를 다시 타이핑 했습니다. 수영하는 기분이었고 더 나은 방법이었어요. 원고를 새로 쓰는것 같았거든요. 문자 그대로 다시 쓰기였다니까요.
퇴고할 때마다 원고는 달라집니다. 어떤 책을 끝냈을 때 ‘이건쓰려던 게 아니야.‘라고 깨닫기도 하고요. 쓰고 있을 때도 그런 경우가 있지요. 그렇다고 방향을 바꾸려고 한다면, 모든 걸 망치게 될 겁니다. 강속구의 방향을 바꾸려는 투수처럼 말이에요. SF작가인 앨프리드 베스터는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책은 제멋대로 굴지요. 책이 가고 싶은 대로 가게 내버려두고, 우린 그냥 따라가기만 하면 돼요." 책이 저절로 굴러가지 않을 경우, 좋은 작품일 리가 없거든요.
물론 제게도 별 볼일 없는 책이 있지요. 『로즈 매더』가 그런 책일겁니다. 정말로 술술 굴러가질 않더군요. 억지로 써야만 했어요 - P466

한가지만 더요. 진지한 대중소설에 문을 걸어 잠그면 진지한 소설가들에게도 문을 닫아버리는 겁니다. 그들에게 "대중적이고 접하기 쉬운 소설을 쓰면 대가를 치를 거야."라고 말하는 거죠. 그러면소설가 중에서 필립 로스가 미국을 노린 음모』를 쓸 때 택했던 위험을 무릅쓸 작가는 줄어듭니다. 필립 로스가 그런 책을 쓰는 것은위험한 일이었지요. 오락물로도 읽힐 만큼 접근하기 편한 그런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이야기 차원에서도 흥미롭고요. 그 책은 셜리 해저드의 거대한 불』과는 다릅니다. 어쨌든 그 책도 젠장 맞게 훌륭하지요. 결코 필립 로스 정도는 안 되지만. - P470

진지한 대중소설과 순수문학 사이엔 정말로 큰 차이가 있나요?


킹 
어떤 책을 읽을 때 감정적으로 더 끌리는지 같은 문제를 따지기시작하면, 둘 사이의 진정한 차이는 깨지고 말 겁니다. 일단 차이를구분하는 지점이 무너지면 많은 진지한 비평가들은 머리를 흔들면서, "그러면 안 돼."라고 할 거고요. 이 모든 것은 먹고살기 위해 문학을 분석하는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생각-만일 우리가 어중이떠중이를 모두 받아들인다면, 누구나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겠지. 그러면 이 일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거고 그러면 우리는 뭘 해야 하지? -으로 귀결된다고 봅니다. - P470

사람들은 저에게 공포물 작가라고 했지만, 저는 그 틀 안에서 온갖 종류의 것을 다 할 수 있었습니다. 소설가가 된 이후 단 한 번 그딱지가 엄청난 부담으로 느껴졌는데, 욕망을 파는 집』이란 책을 쓰고 있을 때였습니다. 저는 그때 매우 예민했어요. 열여섯 살 이후로 술을 마시거나 마약을 하지 않은 상태로 글을 쓴 것은 그 책이 처음이었거든요. 담배만 빼면 저는 완전히 정신을 차린 상태였습니다.
이 책을 끝냈을 때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이거 훌륭한데, 드디어 정말로 재미있는 작품을 썼는걸.‘ 1980년대 미국 레이거노믹스‘에 대한 풍자를 썼다고 생각했지요. 사람들은 무엇이든 사고팔려고 했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영혼까지도요. 욕망을 파는 집에서 악한으로 등장하는 릴런드 컨트는 영혼을 사는 상점 주인입니다. 전 그를 전형적으로 로널드 레이건과 같은 인물로 보았습니다. 카리스마가 넘치고 약간은 나이 지긋하고 번쩍이고 빛나 보이지만, 실제로는 쓰레기에 불과한 것만 팔지요. - P473

글쓰기란 일종의 중독이라는 뜻인가요?


킹 
제 생각에는 그렇습니다.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조차도요. 글을쓰지 않으면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 저를 괴롭히니까요. 글쓰기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놀라운 일입니다. 글쓰기가 잘될 때는 환상적이지요. 글쓰기가 잘되지 않을 때도 꽤 괜찮습니다. 시간을 보낼 수 있는좋은 방법이기도 하지요. 과시할 수 있는 소설도 갖게 되고요.
- P483

크리스토퍼 레만 하우프트 Christopher Lehmann-Haupt 
언론인이자 비평가, 소설가이다. 편집자로 일을 시작하였다. 이후 뉴욕 타임스에서 정기적으로 책을 검토하였다. 1965년부터 2000년까지 4000개 이상의 서평과 기사를 썼다. 현재 메리마운트 대학과 마운트 성 빈센트 대학 등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으며,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저널리즘 석사 강의를 맡고 있다.


너새니얼 리치Nathaniel Rich 
소설가이자 수필가이다. 「오즈 어겐스트 투모로우」, 「시장의 혀』, 샌프란시스코 누아르 등을 썼다. 배너티 페어, 뉴욕 타임스」, 『하퍼스」, 「롤링 스톤 등에 에세이와 비평을기고하고 있다. - P490

오에 겐자부로 일본, 1935, 1,31~ 2023, 3, 3

전후 불안한 일본의 정치와 사회에 대한 비판적 내용을 담은소설로 주목받았으며, 장애를 가진 큰아들과 함께 살아가는 개인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인간 구원과 공생, 인권 문제를 다루했다. 사육으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였다. 1994년 소설 만엔원년의 풋볼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1935년 일본 시코쿠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시절 평생의 스승이 된 와타나베 가즈오의 책을 읽고 도쿄 대학교에 입학하여 프랑스 문학을 공부했다. 학생 시절기묘한 작업이 호평을 받았으며, 1958년 첫 장편소설새싹 뽑기, 어린 짐승 쏘기」를 발표했다. 일본 문학 특유의 섬세한 문체와 달리 거칠고 단조로운 문체로 주목받았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그의 문체는 전통적인 리얼리즘과 구별되는 독자적인 분위기를 가졌다. 같은혜 사육」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우익의 협박과 테러 위협과 마주하면서도 천황제, 국가주의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을 비판하는 등 실천적인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소설, 에세이, 평론 등 분야를 넘나들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한 오에는 아쿠타가와 상을 비롯해 신초샤 문학상,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 노마문예상 등 수많은 상을받았으며 1994년에는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그러나같은 해 일본 정부가 수여하는 문화훈장과 문화공로자상은 거부했다.
여든이 가까운 지금까지도 작품을 발표하고, 탈핵 운동과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반대 등을 통해 사회참여적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젊은 시절에 자신을 무정부주의자라고 하셨지요.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오에 
원칙적으로는 무정부주의자입니다. 커트 보네거트는 자신이예수 그리스도를 존경하는 불가지론자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저는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무정부주의자입니다. - P504

르포인 ‘히로시마 노트와 소설 「개인적인 체험을 비슷한 시기에 출판하셨습니다. 어느 쪽이 당신에게 더 중요한가요?


오에 
『히로시마 노트』가 개인적인 체험』보다 중요한 의제를 다루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목이 시사하듯 개인적인 체험』은비록 허구라도 저 개인에게는 더 중요한 문제를 다릅니다. 히로시마 노트』와 『개인적인 체험을 썼을 때가 제 이력의 시작점이었지요. 사람들은 그 이후 제가 아들 히카리와 히로시마라는 같은 주제를 반복해서 쓴다고 말합니다. 저는 따분한 사람이지요. 문학작품을많이 읽고 여러 가지에 대해 생각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바탕에는히카리와 히로시마가 있습니다.
히로시마에 대해서 말하자면, 1945년 시코쿠에서 어린아이일때 그 사건에 대해 들었습니다. 그리고 원폭 생존자들과의 인터뷰를통해서 다시 그 사건을 몸소 체험하게 되었지요. - P506

소설에서 당신의 정치적인 신념을 전달하려고 노력하시나요?


오에 
강의하거나 교훈을 주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에세이에서는 가르침을 주려고 합니다. 저는 소박한 민주주의자로서 글을 씁니다. 작품에서는 과거-전쟁, 민주주의를 이해하려고 애쓰지요. 핵무기라는 문제는 과거에 그랬듯이 현재까지도저한테는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반핵 행동주의는 모 - P506

든 현존하는 핵무기에 대해 반대합니다. 그 점에 있어서 세상은 전혀 변하지 않았지요. 그리고 그 운동의 참가자로서의 저도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말해서 그것은 희망이 없는 운동입니다.
제 신념은 1960년대 이후 무엇 하나 변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세대는 저에게 민주주의를 좋아하는 바보라는 딱지를 붙였지요. 동시대인들은 저에게 행동하지 않고 민주주의에 너무 안주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오늘날 젊은 세대는 민주주의에 대해서 혹은 전후의 민주주의 전쟁 후 25년간에 대해서 사실 모릅니다. 그들은T. S. 엘리엇이 "노인들의 지혜에 귀 기울이지 않도록 해주소서."라고 쓴 것에 동의할 겁니다. 엘리엇은 조용한 사람이었지요. 하지만 저는 아닙니다. 적어도 아니기를 희망합니다. - P507

전수해줄 만한 글쓰기 기법에 관한 지식이 있다면요?


오에 
저는 쓰고 또 고쳐 쓰는 종류의 작가입니다. 모든 것을 열심히수정합니다. 제 원고를 보면 수정이 많다는 사실을 아실 겁니다. 제주요한 문학적 방법 중 하나는 ‘차이를 가진 반복입니다. 새 작품을시작하면 이미 쓴 작품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다가갑니다. 같은적과 다시 한 번 싸우려고 애쓰는 거지요. 그 결과로 나온 초고를 계속 손질하고 퇴고합니다. 그러는 중에 옛날 작품의 흔적이 사라집니다. 제 작품은 반복 안에서 차이들이 통합되는 과정입니다. 저는 정교하게 수정하고 손질하는 과정인 퇴고가 소설가가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음악은 사회적이다』라는 아주 훌륭한 책을 썼습니다. 사이드는 그 책에서 바흐, 베토벤, 브람스 같은 작곡가의 음악에서 퇴고가 가진 의미 - P507

를 다루었습니다. 그 작곡가들은 퇴고를 통해서 새로운 관점을 창조했습니다.



혹시 지나치게 손질을 많이 한 경우에는요?


오에 
그게 문제지요. 저는 손질하고 또 하는데 매년 독자들은 줄어듭니다. 제 스타일은 아주 어려워지고 뒤틀리고 복잡해집니다. 그과정은 작품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관점을 창조하기 위해서 필요하지요 하지만 15년 전쯤에 퇴고가 소설가에게 옳은 방법인지에 대해서 심각하게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작가에게는 근본적으로 자신만의 스타일 감각이 있습니다.
자연스럽고 깊은 목소리가 있는데, 그 목소리는 초고부터 존재합니다. 작가는 최초의 원고를 손질하면서 그 자연스럽고 깊은 목소리를계속해서 강화하고 단순화합니다. 1996년과 1997년 미국에 체류하면서 프린스턴에서 교편을 잡았을 때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첫 원고를 봤습니다. 백여 쪽 정도 읽으면서 점차 트웨인은 처음부터 명확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문법이 틀린 영어나 사투리를 쓸 때조차 거기 일종의 음악이 있었어요. 틀린 영어가 음악을 더 분명하게 만들었습니다. 좋은 작가에게는 퇴고의 방법이 아주 자연스럽게 생겨납니다. 그리고 대개 좋은작가는 자신의 목소리를 없애려고 들지 않지요. 그러나 저는 언제나자신의 목소리를 없애려고 했습니다. - P508

지금은 뭘 공부하고 계시나요?


오에 
지금은 1929년에서 1939년 사이에 쓰인 예이츠의 후기 시를읽고 있습니다. 예이츠는 일흔세 살에 죽었지요. 그가 제 나이인 일흔두 살 때는 어땠는지 알아내려고 애씁니다. 그가 일흔한 살 때 쓴「일 에이커의 풀밭을 좋아합니다. 그 시로부터 의미를 확장시키려고 애쓰면서 읽고 또 읽지요. 제 다음 소설은 소설가와 정치가가 속해 있는 정신 나간 생각을 하는 한 무리의 노인에 대한 겁니다.
예이츠의 시에 특히 인상적인 구절이 있습니다. ‘내 유혹은 고요하다.‘ 입니다. 삶에서 격렬한 유혹을 많이 겪지는 않았지만, 예이츠가 말하는 ‘늙은이의 열광‘이라는 것은 있습니다. 예이츠는 색다른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말년에 니체를 다시 읽기 시작했지요.
니체는 고대 그리스에서 일어난 흥미로운 일은 모두 광기나 열광에서 나왔다는 플라톤의 말을 인용합니다. - P513

당신이 쓴 대부분의 소설은 사적인 삶에 뿌리를 두고 있지요. 당신 소설이 일본의 ‘사소설‘‘-novel 전통의 일부라고 생각하십니까?


오에 
사소설 전통에는 아주 훌륭한 작품들이 있습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글을 썼던 이와노 호메이도 좋아하는 작가 중 하나지요. 그가 사용한 구절 중에 ‘희망을 잃은 짐승 같은 용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소설은 작가의 일상생활이 색다르거나 특별한 사건-쓰나미나 지진, 어머니의 죽음, 남편의 죽음에 의해서방해받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관한 소설입니다. 그것은 사회안에서 개인의 역할에 관한 질문에는 열려 있지 않습니다. 제 작품에서는 개인적인 삶에서 시작하더라도 사회적인 문제를 향해 열려있으려고 노력합니다. - P518

디킨스와 발자크는 세상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글을 썼습니다. 넓은 세상을 염두에 두었지요. 그러나 저는 자신을 통해서 세상에관한 글을 쓰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문제는 어떻게 이야기를 서술할 것인가, 어떻게 목소리를 발견할 것인가 하는 질문입니다. 그다음에 인물 문제가 등장하지요.



모든 소설이 당신의 개인적 경험을 통해서 굴절되나요?


오에 
어떤 방향으로 등장인물을 이끌지 아니면 어떤 인물을 창조할지 미리 생각하고 소설을 시작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과정은 퇴고할때 정해집니다. 수정과 퇴고의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인물과 상황이생겨납니다. 실제 삶과는 아주 다른 영역이지요. 이 영역에서 저절로 등장인물들이 성장하고 이야기가 자라납니다. - P519

하지만 모든 소설은 어딘가 저 자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젊은이로서, 장애아를 가진 중년으로서, 노인으로서 생각한 것에 대해서이지요. 저는 삼인칭 소설과 대조되는 일인칭 소설을 개발했습니다. 그것이 문제입니다. 진짜 훌륭한 소설가는 삼인칭으로 쓰는 것이 가능한 반면 저는 삼인칭으로는 한 번도 잘 써진 적이 없습니다. 그런점에서 보자면 저는 아마추어 소설가겠죠. 과거 삼인칭으로 쓴 적이있지만 등장인물은 언제나 저를 닮아 있었습니다. 저는 일인칭을 통해서만 제 내면의 진실을 잡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허공의 괴물 아구이에서는 히카리가 태어났을 때의 제 상황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의 이야기를 썼지요. 하지만 그는 저와는 다른 결정을 내립니다. 아구이의 아버지는 기형인 아이의 삶을 돕지 않는 쪽으로 결정합니다. "개인적인 체험』에서는 또 다른 - P519

주인공인 버드에 대해서 썼습니다. 버드는 아이와 함께 살기로 결정하지요. 두 작품은 거의 동시에 작업했습니다. 그러나 제 선택 순서는 거꾸로입니다. 아구이의 아버지와 버드의 결정에 대해서 쓴 뒤에저는 버드 쪽으로 삶의 방향을 돌렸지요. 작정한 것은 아니었지만나중에 제가 그렇게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히카리는 당신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군요.


오에 
히카리와 40년 동안 살았고, 그 아이에 관해 쓰는 것은 제 문학 표현 Expression의 커다란 기둥 중 하나입니다. 장애가 있는 사람이 어떻게 자신을 실현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보여주려고 그에 관해 썼어요. 히카리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인간성을 음악을 통해 표현했습니다. 어떤 시점이 되자 슬픔 같은 개념을 음악을 통해 표현할 수 있게 되더군요. 그는 자기실현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계속 그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 P520

저는 신앙이 없고 미래에도 신앙을 갖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무신론자는 아닙니다. 제 신앙은 세속적인 사람의 것입니다. 아마도 ‘도덕‘이라고 부르는 것이겠지요. 평생 약간의 지혜를 얻었습니다만 언제나 합리성, 사유, 경험을 통해서였습니다. 저는 합리적인 사람이고, 제 경험을 통해서만 일합니다. 제 삶의 양식은 세속적인 사람의 것이고, 인간에 대해서도 세속적인 방식으로 배웠습니다. 제가 초월적인 존재와 만나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지난 44년간 히카리와 함께한 삶입니다. 히카리와의 관계를 통해서, 그의 음악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초월성을 살짝 엿볼 수 있었습니다.
기도하지는 않지만 매일 하는 두 가지 일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신뢰하는 사상가와 작가의 작품을 읽는 것입니다. 매일 아침 적어도 두 시간 동안은 책을 읽는 데 할애합니다. 두 번째는 히카리입니다. 매일 밤 히카리를 깨워서 화장실에 가게 합니다. 그 애는 침대로 돌아와서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이불을 덮지 못합니다. 그래서 제가 이불을 덮어주지요. 히카리를 화장실에 데리고 가는 것이 저에게는 하나의 의식이고 일종의 종교적인 느낌을 줍니다. 그러고 나서 술을 한잔하고 자러 갑니다. - P53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