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너무한 일


이제 겨우 배가 떠서 기어다니기 시작하는 첫애기에게봉숭아 꽃물을 들여주겠다고 덤비는 엄마가 있었으니 그건 해도 너무한 일.
아이와 실랑이를 하는 엄마에게 남편은 핀잔은 주어도 그 맘속에는 엄마와 한가지인 어떤 게 있던 터라 외면하며 바라보는 여러 가지가 다 꽃 피어나듯 잔잔한 물결속인데, 그렇기는 해도 그 예닐곱 달 된 애기에게 봉숭아꽃물을 들이겠다고 한 것은 너무하긴 너무한 일이다. - P21

초승달에서



어스름 막 지난 때
노란 불을 하나 켜서 맞는
마지막 저물어가는 하늘빛 속으로
오너라
아픈 사람의 이마를 짚는 손길처럼
떡쌀에 머무는 흰빛처럼

오늘 하루
마음에 가장 오래 머문 일,
시들어 떨어지는 분꽃들
눈여겨 바라봐야 했던 일
말갛게 삭이러

허공을 파낸 이 풀씨만한 석굴(石窟)로. 분꽃이 지듯,
오너라
분꽃이 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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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오,
저 물위를 건너가는 물결들
처럼.

서른넷, 初
장석남

개정판 시인의 말


고맙게도 ‘서른넷, 初‘라고 쓴 그 아래에
나란히 이렇게 한번 더 써본다.
‘쉰여덟, 初!‘

그 사이를 물끄러미 들여다본다.
여전히 젖은 눈이다.


2022년 3월
장석남

봉숭아를 심고


조그만 샛강이 하나 흘러왔다고 하면 될까
바람들이 슬하의 식구들을 데리고
내 속눈썹을 스친다고 하면 될까
봉숭아씨를 얻어다 화분에 묻고
싹이 돋아 문득
그 앞에 쪼그리고 앉는 일이여
돋은 떡잎 위에 어른대는
해와 달에도 겸하여
조심히 물을 뿌리는 일이여

후일 꽃이 피고 씨를 터뜨릴 때
무릎 펴고 일어나
일생을 잘살았다고 하면 되겠나
그중 몇은 물빛 손톱에게도 건너간
그러한 작고 간절한 일생이 여기 있었다고
있었다고 하면 되겠나
이 애기들 앞에서

일모



저기 뒹구는 것은 돌멩이
저것은 자기 그늘을 다독이는 오동나무
저것은 어딘가를 올라가는 계단
저것은 곧 밤이 되면 보이지 않을 새털구름
그리고 저것은 근심보다 더 낮은 데로 떨어지는 태양

화평한 가운데
어디선가 새소리 짧게 들리다 만다
오늘 저녁은 새의 일생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한다

이 시장기

밤의 창변



적적한 가정의 지붕들을 바라보며
종일 선배들의 에세이를 읽었다 때로
사랑은 헤어졌다가 나뭇잎 몇 번 지게 하고는 다시 만나더군
음악은 귀를 툭툭 치며 장마 지난 밭고랑을 따라갔고
어둠은 늘 말이 없는 가장처럼
슬픔 몇 송이를 오므려 갓더군
돋을새김한 불빛들
자세히 봐도
더 자세히 봐도 이곳에 온 내 생에서
참을 만한 것은
연애를 잃은
슬픔 정도뿐이더군
약관의 나라에 태어난 것 말고는
(이제 협궤열차도 없어지고......
남동 갯벌의 노을도 참을 만은 했었는데......)

돌멩이들



바닷소리 새까만
돌멩이 너덧 알을 주워다
책상 위에 풀어놓고
읽던 책 갈피에도 끼워두고 세간
기울어진 자리도 괴곤 했다
잠 아니 오는 밤에는 나머지 것들
물끄러미 치어다도 보다가 맨 처음
이 돌멩이들 있던 자리까지를
궁금해하노라면,

구름 지나는 그림자에
귀 먹먹해지는 어느 겨울날 오후
혼자 매인
늦둥이 송아지 눈매에 얹힌
낮달처럼
저나 나나
살아간다는 것이,
이렇듯 외따로 있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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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일은 괴로웠다. 유월 초 아내가 떠난 뒤로 여름 내내 괴로웠다. 하지만 그 얼마 전까지, 그러니까 일하던 고등학교에서수업이 시작되기 얼마 전까지, 칼라일은 아이를 돌볼 사람이 필요 없었다. 그 자신이 아이를 돌봤다. 매일 밤낮으로 그는 아이들과 함께 지냈다.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멀리 여행을 떠났다고말했다.
그가 처음으로 구한 베이비시터 데비는 뚱뚱한 열아홉 살 소녀로 자기 집에는 가족이 많다고 칼라일에게 말했다. 아이들이저를 따르거든요. 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는 두 개 정도의 이름을 적어주면서 참고하라고 했다. 그녀는 노트에 그 이름들을적기까지 했다. 칼라일은 그 이름을 건네받고 잘 접어서 셔츠 주 - P243

머니에 넣었다. 그는 그녀에게 다음 날 첫 수업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날 아침부터 일할 수 있는지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는 "물론이죠"라고 대답했다.
그는 자신의 삶이 새로운 시기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납득했다. 아일린은 칼라일이 성적표를 작성하고 있을 때 집을 떠났다. 그녀는 서던 캘리포니아에서 홀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칼라일의 고등학교 직장동료인 리처드 홉스와 떠나버렸다. 홉스는 연극교사이자 유리를 불어서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사람이었는데, 제시간에 성적표를 작성하고 자기물건들을 챙겨 아일린과 황급히 마을을 떠난 게 분명했다. 이제길고 고통스러웠던 여름은 거의 끝나고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려하고 있었다. 칼라일은 결국 새로운 베이비시터를 구하는 문제에 골몰했다. 첫번째 시도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다. 필사적으로 누군가를, 그게 누구라도 구하려고 했기 때문에 데비를 선택한 것이다. - P244

칼라일은 말을 계속했다. 처음에는 두통도 여전했고, 파자마차림으로 자신의 이야기가 계속되기를 묵묵히 기다리는 그 할머니와 함께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는 게 쑥스러운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러다가 두통이 사라졌다. 그다음에는 쑥스러운 느낌도멎더니 자신이 어떤 식으로 느끼고 있었는지도 잊어버렸다. 그는 아이가 태어난 뒤의 중간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다시 처음으로, 그러니까 아일린은 열여덟, 그는 열아홉시절의 일들, 한 소년이 한 소녀를 만나 사랑에 불타오르던 시절로 돌아갔다.
그는 이마를 닦기 위해 말을 멈췄다. 그는 입술을 적셨다.
"계속해요." 웹스터 부인이 말했다. "당신이 하는 말이 뭔지알아요. 계속 말하세요, 칼라일 씨, 때로는 그렇게 다 말하는 게 좋을 때가 있어요. 때로는 말해야만 하는 거라우. 게다가, 나도듣고 싶어요. 다 말하고 나면 기분이 한결 가벼워질 거예요. 나한테도 일어났던 일이에요. 당신이 말하는 얘기 말이에요. 사랑.
바로 그것 말이죠." - P285

노부부는 조심스레 길을 따라 걸어내려가 트럭에 올라탔다. 짐 웹스터는 대시보드 아래로 몸을 그렸다. 웹스터 부인은 칼라일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바로 그때, 그가 창가에 서 있을 때, 그는 뭔가가 완전히 떠나갔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일린과 관계된 이전의 삶과 관계된 그 뭔가가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든 적이 있었던가? 물론 그랬을 것이다. 그랬다는 것을 안다. 비록 지금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하지만 그는 이제 모든게 끝났다는 걸 이해했고 그녀를 보낼 수 있다고 느꼈다. 그는 자신들이 함께한 인생이 자신이 말한 그대로 이뤄졌다는 것을 확신했다. 하지만 그 인생은 이제 지나가고 있었다. 그 지나침은 - 비록 그게 불가능하게 보였고 그가 맞서 싸우기까지 했지만 - 이제 그의 일부가 됐다. 그가 거쳐온 지난 인생의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픽업이 덜컹거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그는 다시 한번 팔을 올렸다. 차를 타고 가는 동안 두 부부가 짧게 그를 향해 몸을돌리는 걸 그는 바라봤다. 그런 다음 그는 팔을 내리고 아이들에게 몸을 돌렸다. - P287

굴레



미네소타 번호판을 단 스테이션왜건이 창 너머로 보이는 주차장으로 들어온다. 앞자리에는 남자와 여자가, 뒷자리에는 남자아이 둘이 타고 있다. 칠월이고 기온은 화씨 100도가 넘는다. 그 사람들은 기가 죽어 보인다. 차 안에는 옷들이 걸려 있다. 뒤에는 여행가방, 박스 등이 쌓여 있다. 할리와 내가 나중에 얘기를 맞춰본 바에 따르면, 미네소타에 있는 은행에다가 집, 픽업,
트랙터, 농기구, 소 몇 마리를 넘겨버린 그들에게 남은 물건은그게 다다.
안에 있는 사람들은 마음을 가라앉히려는 듯 잠시 가만히 앉아 있다. 우리 아파트의 에어컨은 펑펑 돌아가고 있다. 할리는 건물 뒤에서 잔디를 깎고 있다 앞자리에서 약간 말을 주고받은 - P289

뒤, 여자와 남자가 차에서 내려 현관문으로 향한다. 나는 손으로머리칼을 매만진 뒤 그들이 벨을 두 번 누를 때까지 기다린다.
그다음에 나는 그들을 안으로 들어오게 한다. "아파트를 찾으시나요?" 나는 묻는다. "여기, 시원한 곳으로 들어오세요." 나는그들에게 거실을 보여준다. 거실은 내가 일하는 곳이다. 거기서나는 집세를 징수하고, 영수증을 쓰고, 관심이 있는 고객들과 상담한다. 나는 머리도 만진다. 나는 내가 스타일리스트라고 생각한다. 내 명함에 그렇게 적혀 있다. 나는 미용사라는 말을 싫어한다. 그건 촌스럽다. 거실 한쪽에는 의자가 있고, 의자 뒤에는 내가 뽑아서 쓸 수 있는 드라이어가 있다. 몇 년 전 할리가 설치한세면대도 있다. 의자 옆에 있는 탁자에다 나는 잡지를 몇 권 갖다놓는다. 낡은 잡지들이다. 어떤 잡지는 표지도 뜯어지고 없다. 하지만 머리를 말리는 동안 사람들은 뭐라도 봐야 한다. - P290

서랍 안쪽 구석에서 나는 그 남자가 처음 찾아왔을 때 들고 온 말굴레를 본다. 서둘러서 떠나느라 빼놓고 간 게 틀림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있다. 그 남자가 일부러 두고 갔을 수도 있다.
"굴레"라고 나는 말해본다. 나는 그걸 창 쪽으로 들고가 밝은빛에 비춰본다. 멋질 수가 없는, 낡은 검은 가죽의 말굴레일 뿐이다. 내가 아는 바는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거기에 말의 입에 물리는 부분이 있다는 것은 안다. 그 부분을 재갈이라고 부른다. 강철로 만들었다. 말의 머리 위로 고삐를 돌리므로 손가락사이로 목을 잡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마부가 그 고삐를 이리저리 잡아당기면 말은 방향을 바꾼다. 간단하다. 재갈은 무겁고 차갑다. 이빨로 이런 걸 물어야만 한다면 금방 많은 것을 알게 됐으리라. 뭔가 당겨진다면 그건 떠날 시간이 됐다는 뜻이라고. 어딘가로 가고 있다는 뜻이라고. -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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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나는 일자리가 있었고 패티는 그렇지 않았다. 나는 밤에 병원에서 몇 시간 정도 일했다. 변변찮은 일이었다. 적당하게 일하고, 여덟 시간 일했다고 카드에 사인하고, 간호사들과 술 마시러가는 정도였다. 시간이 흐르자 패티는 일자리를 원했다. 자기의성장을 위해서라도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래서그녀는 복합 비타민 방문판매 일을 시작했다.
얼마 동안 그녀는 낯선 동네를 기웃거리며 집집마다 대문을 두드리는 여자들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녀는 요령을 깨쳤다. 그녀는 머리 회전이 빨랐고 학교 성적도 좋았다. 인간적인 매력도 있었다. 그녀는 회사에서 꽤 빨리 승진했다. 그녀의 밑에서 일하던 여자들은 그렇게 열정적으로 일하지 않았다. 오래지 - P145

않아. 그녀는 자기 팀을 꾸려 상점가에 작은 사무실을 냈다. 하지만 그녀와 함께 일하는 여자들은 항상 바뀌었다. 몇몇은 이삼일만에 그만두었다. 때로는 두세 시간 만에 그만두는 여자도 있었다. 그렇긴 해도 일을 잘하는 여자들은 있었다. 비타민을 잘팔 수 있는 여자들이었다. 이런 여자들은 패티를 떠나지 않았다.
그들이 팀의 핵심을 이루었다. 하지만 비타민을 팔아치우지 못하는 여자들도 있었다.
잘하지 못하는 여자들은 그냥 그만두곤 했다. 그냥 일하러 나오지 않았다. 전화를 걸면 그 여자들은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문을 두들겨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 여자들이 갈 길을 잃은 개종자(改宗者)라도 된다는 듯이 패티는 그 상실감을 마음에 담아뒀다. 그녀는 자신을 책망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걸 이겨냈다. 너무나 많이 당하는 일이라 이겨내지 않을 수 없었다. - P146

이따금 얼어붙어서 초인종을 누르지도 못하는 여자들이 나왔다. 또 대문 앞까지는 갔다고 하더라도 목소리에 문제가 일어나기도 했다. 혹은 인사를 건네면서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는 꺼내서는 안 되는 말을 뒤죽박죽 섞어대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여자들은 그 순간 일을 그만두기로 마음먹고, 샘플이 담긴 가방을 든채 자동차가 있는 곳으로 내달려, 패티와 동료들이 일을 끝마칠때까지 빈둥거리곤 했다. 모두가 참석하는 회의가 있었다. 그다 - P146

음에 그들은 함께 자동차를 타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들은 서로 힘을 북돋아주는 말을 하기도 했다. "힘들 때일수록 더 힘을내자." 그리고 "똑바로 행동하면 일이 잘 풀릴 거야." 그런 것들.
가끔은 일하던 여자가 샘플이 든 가방 일체를 들고 그냥 사라지는 일도 있었다. 차를 얻어 타고 시내로 들어간 뒤 그길로 도망쳤다. 하지만 그런 여자의 빈자리를 메울 여자들은 항상 있었다. 그즈음 여자들은 수시로 드나들고 있었다. 패티는 명단을 가지고 있었다. 몇 주에 한 번씩 그녀는 <페니세이버>에 작은 광고를 게재했다. 더 많은 여자들과 더 많은 교육과정이 있었다. 여자들은 끊이지 않았다. - P147

나는 잔에 스카치위스키를 부어서 조금 들이켠 뒤, 잔을 들고 화장실로 갔다. 나는 이를 닦았다. 그리고 서랍을 열었다. 침실에서 패티가 뭐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화장실 문을 열었다. 그녀는 외출복 그대로였다. 옷을 입은 채로 잠들었었군, 이라고 나는 짐작했다.
"지금이 몇 시야?" 그녀가 외쳤다. "잠을 너무 많이 잤잖아! 세상에, 맙소사! 왜 깨우지 않은 거야, 젠장!"
그녀는 사납게 굴었다. 그녀는 옷을 입은 채 문간에 서 있었다. 그 상태 그대로 바로 일하러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샘플이 담긴 가방도, 비타민도 없었다. 그녀는 악몽을 꿨던 것이다. 그게 다였다. 그녀는 좌우로 머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나는 오늘밤은 이쯤에서 그만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여보, 다시 자. 뭘 좀 찾고 있었어." 내가 말했다. 나는 세면대 앞 약을 넣어두는 선반 안에 들어 있는 것들을 꺼냈다. 몇 개가 떨어져하수구 쪽으로 굴러갔다. "아스피린 못 봤어?" 내가 말했다. 나는 계속 꺼냈다.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선반에서 이것저것 계속떨어졌다. - P174

조심



수많은 이야기를 나눈 뒤 ㅡ그의 아내인 이네즈는 사정(査)이라고 표현했다ㅡ 로이드는 집에서 나와 자기 거처로 들어갔다. 그 집은 삼층 건물의 맨 꼭대기 층에 있는 집으로 두 개의 방과 화장실 하나로 이뤄져 있었다. 방에 들어가면 급하게 경사진지붕의 안쪽이 나왔다. 방 안을 서성거리면 필시 머리가 부딪힐수밖에 없었다. 창밖을 내다보려면 꾸부정하게 몸을 숙여야 했으며 침대를 들락거릴 때마다 조심해야 했다. 그 집에는 열쇠가 두 개였다. 우선 건물로 들어가는 데 필요한 열쇠가 있었다. 거기서 얼마간 계단을 밟고 올라가면 층계참이 나왔다. 방문까지가려면 층계를 하나 더 올라가야 했다. 다른 열쇠는 그 방문을여는 데 필요했다. - P175

어느 오후였다. 앙드레 샴페인 세 병과 런천미트를 넣은 종이봉투를 들고 거처로 돌아가다가 그는 층계참에 멈춰 서서 주인할머니의 거실을 들여다봤다. 할머니는 카펫에 등을 대고 누워있었다. 잠든 것 같았다. 갑자기 그 할머니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텔레비전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설핏잠든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그로서는 알 수 없었다. 그는 종이봉투를 다른 손으로 옮겼다.
그때 할머니가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손을 몸 쪽으로 붙이고는다시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누워 있었다. 로이드는 계단을 밟고올라가 문을 잠갔다. 저녁이 다가오던 그날 오후, 부엌 창문으로내려다보니 할머니는 밀짚모자를 쓰고 한 손을 몸에 붙인 채 뒷마당에서 있었다. 할머니는 작은 양철 물뿌리개로 팬지에 물을주고 있었다. - P176

부엌에는 냉장고와 레인지 겸용 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그다지 크지 않은 장치로 싱크대와 벽 사이의 공간에 붙박여 있었다.
냉장고에 든 물건을 꺼내려면 거의 무릎이 바닥에 닿을 정도로몸을 그려야 했다. 하지만 냉장고에 들어 있는 것이라고는 과일주스, 런천미트, 샴페인이 다였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레인지의 버너는 두 개였다. 그는 이따금 손잡이가 달린 냄비에 물을 끓여 인스턴트커피를 끓여먹었다. 커피를 마시지 않 - P176

는 날도 있었다. 마시는 걸 잊어버리거나, 그냥 마시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서였다. 어느 날 아침에는 깨어나자마자 샴페인과 함께 크럼 도넛을 먹은 적도 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식으로 아침을 해결한다고 하면 껄껄거리고 웃었을 사람이었다. 이제는 뭐 이상하게 여길 게 하나도 없었다. 사실은 그날 저녁 침대에 누워 아침에 일어나서 했던 일들을 하나하나 돌이켜보고서야 그 일도 생각났다. 처음에는 기억할 만한 일은 하나도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샴페인과 함께 도넛을 먹은 일이 떠올랐다. 예전의 그였다면 살짝 미친 게 아니냐며 친구에게 들려줘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게 뭐가 문제냐는 생각이 들었다. 샴페인과 도넛으로 아침을 때웠다. 그래서 어쩌라고? - P177

아직 하루는 많이 남아 있었다. 그는 부엌으로 들어가 작은 냉장고 앞에 몸을 수그리고 시원한 샴페인병을 꺼냈다. 그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플라스틱 코르크 마개를 돌려 땄지만, 펑하는 기분 좋은 소리는 빠지지 않았다. 그는 컵에 묻은 베이비오일을 가셔내고 샴페인을 부었다. 그는 잔을 들고 소파로 가서 앉았다.
그는 다탁에 잔을 놓았다. 그는 다탁 위 샴페인잔 바로 옆에 두발을 올렸다. 그는 뒤로 등을 기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그 - P194

에게는 다가올 밤에 대한 걱정이 조금씩 더 생기기 시작했다. 이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귀지가 다른 쪽 귀를 막아버리면 어떻게 하지? 그는 눈을 감고 머리를 흔들었다. 이내 그는일어나 침실로 갔다. 그는 옷을 벗고 다시 잠옷을 입었다. 그러고선 그는 다시 거실로 돌아왔다. 그는 다시 한번 소파에 앉았고, 다시 한번 두 발을 올렸다. 그는 손을 뻗어 텔레비전을 켰다.
그는 볼륨을 조절했다. 그는 잠잘 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걱정을 떨칠 수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걸 평생 껴안고살아가는 방법을 익혀야만 했다. 어떤 점에서 이 모든 일은 도넛과 샴페인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생각해보면 그다지 신기한 일도 아니었다. 그는 샴페인을 조금 들이켰다. 그런데 맛이 이상했다. 그는 혀로 입술을 훔치고 나서 소매로 입을 닦았다. 눈을 돌린 그는 샴페인 표면에 형성된 오일 막을 볼 수 있었다. - P195

ㅈ그는 일어나 싱크대까지 잔을 들고 가 샴페인을 부었다. 그는샴페인병을 거실로 들고 와 소파 위에 편안하게 앉았다. 그는 병의 목을 잡고 들이켰다. 그에게는 병나발 부는 버릇이 없었지만, 정상에서 그렇게 크게 벗어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는 한낮에 소파에 앉아서 잠잔다고 해서, 그게 몇 시간이고 등을 바닥에대고 자야만 하는 사람보다 더 이상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창밖을 응시했다. 햇살의 각도로 볼때, 그리고 방에 드리워지는 그림자로 볼 때, 세시쯤이라고 그는 추측했다. - P196

내가 전화를 거는 곳



J.P.와 나는 프랭크 마틴이 운영하는 알코올중독 치료센터의 앞베란다에 있다. 치료센터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J. P. 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술꾼이다. 하지만 그는 굴뚝청소부이기도 하다. 그는 이곳에 처음 왔고, 지금 겁을 내고 있다. 나는 전에 한 번 여기 온 적이 있었다.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나는 돌아왔다. J. P.의 원래 이름은 조 페니지만, 그는 자신을 J. P.
라고 불러야 한다고 내게 말한다. 그는 서른 살 정도다. 나보다 젊다. 많이 젊은 건 아니고 조금 젊다. 그는 내게 어떻게 그 사업에 뛰어들었는지 말하고 있는 중인데, 말하면서 두 손을 사용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는 손을 떤다. 그러니까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뜻이다.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거든." 그는 말한다. 손 - P197

떠는 일 말이다. 나는 알 만하다고 그에게 말한다. 나는 수전증은 나아질 거라고 그에게 말한다. 그게 그렇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여기 온 지 이틀째에 불과하다. 우리는 아직 첩첩산중에 있다. J. P.는 손 떨림이 있고, 내 어깨의 신경- 어쩌면 신경이 아닌, 다른 것일지도 모른다- 은 자주 발작을 일으킨다. 때로 목 옆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난다. 이렇게 되면 내 입이 마른다. 그때는 침을 삼키는 일만 해도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무슨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그걸 피하고자 한다.
나는 그 일로부터 숨어버리기를 원하는데, 그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나는 두 눈을 감고 그게 지나가도록,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도록 내버려둔다. J. P.는 얼마간 기다려준다. - P198

그는 술을 끊고 인생을 원래의 궤도로 되돌려놓는 방법을 찾기 위해 여기 프랭크 마틴의 치료센터에 찾아왔다. 하지만 그도나처럼 자신이 원해서 여기에 왔다. 우리는 갇힌 게 아니었다.
나가고 싶으면 언제라도 떠날 수 있었다. 그러나 최소한 일주일은 여기서 지내는 편이 좋다고들 했고,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두 주에서 한 달 정도는 "강력 권고사항"이었다.
말했다시피 나는 프랭크 마틴의 치료센터에 온 게 두번째다. 일주일 체류비용을 내기 위해 수표에 서명하려고 끙끙대고 있을때, 프랭크 마틴은 말했다. "휴가란 항상 나쁜 것이지. 아마 이번에는 좀더 오래 여기 있어야겠다고 생각하겠지? 두 주 동안머무는 일을 생각해봐. 두 주 동안은 할 수 있겠나? 어쨌든 생각해보라구. 지금 당장 결정하라고 하는 말은 아니네." 그는 엄지손가락으로 수표를 누르고 있었고 나는 내 이름을 서명했다. 그다음에 나는 여자친구와 함께 현관문까지 걸어간 뒤 작별인사를했다. "안녕"이라고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문을 지나 포치로 나갔다. 늦은 오후다. 비가 내리고 있다. 나는 문에서창문으로 간다. 나는 커튼을 걷고 차를 몰고 나가는 그녀를 본다. 그녀는 내 차를 타고 있다. 그녀는 술에 취한 상태다.  - P210

나는 내가 잭 런던의 책을 읽어본 적이 있는지 생각해본다. 생각나지 않는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에 단편을 읽은 적은있었다. ‘불 지피기‘라는 제목이었다. 유콘에서 한 남자가 동사하고 있다. 생각해보라. 불을 구하지 못하면 얼어서 죽어버리게되는 한 남자를. 불이 있어야만 양말과 다른 것들도 말릴 수 있고 몸도 덥힐 수 있다.
그는 불을 피우지만, 그때 또 일이 생기기 시작한다. 나뭇가지위에 쌓여 있던 눈이 그 위로 떨어진다. 불은 꺼진다. 그러는 동안 날은 더욱 추워진다. 밤이 다가오고 있다.
나는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낸다. 아내에게 먼저 걸어볼 작정이다. 만약 전화를 받는다면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일을 만들고 싶지는 않다.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을 것이다. 그녀가 먼저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그녀는내가 어디에서 전화를 거는지 물어볼 테고 나는 말해야만 할 것이다. 새해의 결심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상황에서 농담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 그녀와 통화한 뒤, 나는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 것이다.  - P226

기차
존 치버에게



그 여인의 이름은 미스 덴트. 그날 초저녁 그녀는 한 남자에게총을 겨눴다. 그녀의 위협에 그 남자는 흙바닥에 엎드려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남자의 두 눈에 눈물이 솟구치고 손가락에 낙엽이 잡히는 동안, 그녀는 리볼버를 겨눈 채 그가 어떤 사람인지얘기했다. 그녀는 그가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짓밟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이해시키려고 했다. "가만히 있어!"라고 그녀는 말했지만, 그 남자가 한 일이라고는 두려움 때문에 손가락으로 흙을판 일과 다리를 조금 움직인 것뿐이었다. 말을 모두 마쳤을 때,
그러니까 그에게 할 이야기들을 모두 전하고 난 뒤, 그녀는 그의뒤통수에 발을 올리고 그의 얼굴을 흙에 처박았다. 그러고는 리볼버를 핸드백에 넣고 기차역까지 걸어갔다. - P229

그녀는 황량한 대합실 벤치에 앉아 무릎에 핸드백을 올려놓았다. 매표소는 문을 닫았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역사 바깥의 주차장도 텅 비어 있었다. 그녀는 벽에 걸린 대형 시계에시선을 뒀다. 그녀는 남자에 대해, 그리고 남자가 원하는 것을손에 넣은 뒤 자신에게 어떻게 행동했는지에 대해 더이상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가 무릎을 꿇고 앉았을 때코로 낸 소리를 아주 오랫동안 기억하리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녀는 숨을 들이켜고 눈을 감은 뒤, 기차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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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몇 번째 인지 모르겠다.
여전히 좋구나!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토요일 저녁, 그녀는 차를 몰고 쇼핑센터에 있는 제과점을 찾아갔다. 바인더에 들어 있는 케이크 사진을 훑어본 뒤, 그녀는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초콜릿 케이크를 주문했다. 그녀가 고른케이크에는 반짝이는 별들 아래 우주선과 발사대 그리고 반대쪽으로 빨간색 사탕으로 만든 행성 하나가 그려져 있었다. 아이의 이름인 ‘스코티‘는 그 행성 아래에 초록색으로 적을 예정이다. 다음주 월요일이면 아이가 여덟 살이 된다고 그녀가 말하는 동안, 목살이 늘어진 늙은 빵집 주인은 묵묵히 듣기만 했다. 빵집주인은 하얀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는데, 그게 작업복인 모양이었다. 앞치마의 끈은 겨드랑이 아래를 거쳐 등을 한 바퀴 휘감은뒤, 다시 앞으로 나와 볼록한 허리 아래에서 매듭을 짓고 있었 - P97

다. 그는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그녀의 말을 들었다. 그녀가 말하는 동안, 그는 사진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는 그녀가 마음껏 얘기하도록 내버려뒀다. 그는 제과점에 막 도착해서 밤새빵을 구울 작정이었으므로 서두를 일이 하나도 없었다.
그녀는 빵집 주인에게 앤 와이스라고 이름을 말한 뒤, 전화번호를 남겼다. 오후에 아이의 생일파티가 열릴 테니 월요일 아침이면 막 오븐에서 나온 케이크가 준비될 것이었다. 빵집 주인은신나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그저 최소한의 말들, 필요한정보만 오갔을 뿐 즐거울 만한 것은 없었다. 그 때문에 그녀는 마음이 불편했고 기분이 나빠졌다.  - P98

그가 연필을 쥐고 계산대에몸을 숙이고 있는 동안, 그녀는 그 덜떨어진 모습을 바라보며 평생빵이나 만들면서 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서른세 살의 애엄마인 그녀가 보기에 사람들에게도, 특히 빵집 주인과 비슷한 연배 -그러니까 자기 아버지 또래의 중늙은이들 - 에게도 아이들이 있겠지만 케이크나 생일파티를 준비하는 인생의 특별한 시기는 이미 지나간 게 틀림없었다. 우리 사이에는 그런 차이가 있겠지, 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렇긴 해도 그는 좀 퉁명스럽게굴었다. 무례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딘지 태도가 퉁명스러웠다.
그녀는 그를 상냥하게 대하려던 마음을 포기했다. 그녀는 제과점 안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기 한쪽 끝 길고 육중한 나무탁자 - P98

위에 알루미늄으로 만든 파이 팬들이 놓여 있는 게 보였다. 탁자옆에는 선반이 텅 비어 있는 철제 보관함이 있었다. 또 어마어마하게 큰 오븐도 있었다. 라디오에서는 서부 컨트리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빵집 주인은 특별 주문사항을 주문서에 기입한 뒤, 바인더를덮었다. 그녀를 바라보며 그는 "월요일 아침이오"라고 말했다.
그녀는 고맙다고 말한 뒤,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 P99

월요일 아침, 생일을 맞은 아이는 다른 아이와 함께 걸어서 등교하고 있었다. 포테이토칩 봉지를 서로 주고받으며 걸어가는 동안, 생일을 맞은 아이는 그날 오후에 있을 생일파티에서 친구에게 받을 선물이 뭔지 알아내려고 애를 썼다. 앞을 살피지 않은채, 교차로를 걸어가던 아이는 인도 연석에 발을 헛디뎠고 곧바로 차에 치였다. 아이는 옆으로 넘어지면서 얼굴은 도랑에 처박혔고 다리는 차도 쪽으로 나와 있었다. 두 눈은 이미 감겼으나 다리만은 마치 기어나오겠다는 듯이 앞뒤로 까딱거렸다. 친구는포테이토칩 봉지를 떨어뜨린 채, 울음을 터뜨렸다. 100피트쯤 더 나아갔던 차는 길 한가운데에서 멈춰 섰다. 운전석에 앉은 남자는 고개를 돌려 어깨 너머로 돌아봤다. 그는 아이가 불안정한자세로 일어설 때까지 그렇게 있었다. 아이는 선 채로 비틀거렸 - P99

다. 넋이 나간 표정이었으나 멀쩡했다. 운전사는 기어를 넣고 떠나버렸다.
생일을 맞은 아이는 울지도 않았고, 또다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자동차에 부딪힌 기분이 어떠냐고 묻는 친구의 말에도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이는 집으로 돌아갔고 친구는 학교로갔다. 하지만 생일을 맞은 아이는 집 안으로 들어가 엄마 -그녀는 아이를 소파에 앉히고 자기도 옆에 앉아서 아이의 손을 무릎으로 끌어당긴 채, "스코티, 정말 괜찮은 거니?" 라고 물으면서, 괜찮다고 하더라도 의사를 불러야겠다고 생각했다 - 에게 있었던 일을 얘기하고는 갑자기 소파에 몸을 파묻더니 눈을 감고 축 늘어졌다. 아무리 깨워도 아이가 일어나지 않자, 그녀는 전화기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 남편 직장에 전화를 걸었다. 하워드는 일단 진정하라고, 냉정을 찾으라고 그녀를 달래고 병원에 전화해 구급차를 보낸 뒤 자신도 병원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 P100

당연히 생일파티는 취소됐다. 아이는 쇼크에 의한 가벼운 뇌진탕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구토로 인해 아이의 폐에 물이 차 있을 가능성이 있었으므로 그날 오후에는 물을 빼내야만 했다. 이제 아이는 깊은 잠 속에 빠져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혼수상태는 아니었다. 의사인 닥터 프랜시스는 부모의 얼굴에 서린 근심을 보자, 그렇게 강조했다. 혼수상태는 아닙니다. 수많은 엑스레 - P100

이 촬영과 검사를 거친 뒤, 아이가 편안하게 잠든 것처럼 보이던 그날 밤 열한시, 이제 아이가 깨어나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 하워드는 병원을 떠났다. 앤과 함께 하루 종일 병원에서 아이 곁에 있었기 때문에 그는 잠깐 집에 들러 몸도 씻고 옷도 갈아입을 작정이었다. "한 시간 뒤에 올게." 그가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내가 여기 있을 테니까." 그녀가 말했다. 그는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춘 뒤, 손을 잡았다. 그녀는 병상 옆 의자에 앉아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아이가 깨어나 모든 게 괜찮아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가 되면 자기도 좀 쉴 수있을 것 같았다. - P101

하워드는 병원에서 집까지 차를 몰고 갔다. 그는 비에 젖은 어두운 거리를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속도를늦췄다. 지금까지 그의 삶은 순탄하기만 했고 어디 하나 부족한게 없었다. 대학도, 결혼도, 경영학 고급과정 학위를 받기 위해다시 다닌 일 년의 대학생활도, 투자회사에 하위 파트너로 들어가게 된 일도, 아빠가 된 것도. 그는 행복했고, 지금까지는 운이좋았다. 그도 알고 있었다. 부모님은 여전히 살아 계시고 형제자매들은 다들 자리를 잡았으며 대학친구들은 모두 사회에 나가나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그 어떤 쓰라린 경힘도 없었다. 운이 다하면, 갑자기 모든 상황이 바뀌면, 한 사람 - P101

을 꺾어버리고 내팽개치는 어떤 힘 같은 게 이 세상에는 존재한다는 걸 그도 알고 있었다. 그는 집 앞 진입로로 차를 몰고 들어가 주차했다. 그의 왼발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잠시 차에 앉아서 이성적인 태도로 그 상황에 대처하려고 애썼다. 스코티는차에 치였고 병원에 있다. 하지만 아이는 곧 멀쩡해질 것이다.
하워드는 눈을 감고 손으로 얼굴을 한 번 훑었다. 그는 차에서내려 현관문 쪽으로 걸어갔다. 집 안에서 개가 짖고 있었다. 전화벨이 울렸다. 그가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 전등 스위치를 더듬거리는 동안에도 전화벨은 계속 울렸다. 병원을 떠나는 게 아니었다. 그러는 게 아니었다. "빌어먹을!" 그가 소리쳤다. 그는수화기를 들고 말했다. "이제 막 집에 들어온 참이었어!" - P102

"케이크 왜 안 가져가는 거요?" 수화기 저편에서 그런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말씀이죠?" 하워드가 물었다.
"케이크 말이오. 십육 달러짜리 케이크." 그 목소리가 말했다.
하워드는 무슨 얘기인지 알아들으려고 수화기를 귀에다 바짝붙였다. "케이크라니 지금 무슨 말입니까? 젠장, 지금 무슨 얘기하고 있는 겁니까?"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지." 그 목소리가 말했다.
하워드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는 부엌으로 가서 위스키 - P102

를 들이마셨다. 그는 병원에 전화했다. 하지만 아이의 상태는 달라진 게 없었다. 아이는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고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욕조에 물을 받는 동안, 하워드는 얼굴에 거품을바르고 면도를 했다. 그가 욕조에 들어가 발을 뻗고 눈을 감으려는 찰나,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그는 벌떡 일어나 수건을 집어들고 집 안을 가로질러 달려갔다. 병원을 떠난 일을 두고 자신에게 "이 병신!"이라고 소리치며. 하지만 그가 수화기를 들고 "여보세요!"라고 소리쳤을 때, 저편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전화를 건 사람은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 P103

앤은 손으로 아이의 이마를 만졌다. "그래도 열은 없으니까." 그러더니 말했다. "세상에. 하지만 이건 너무 차갑잖아. 하워드?
얘가 왜 이렇지? 머리 좀 만져봐."
하워드는 아이의 관자놀이를 만졌다. 그의 호흡이 느려졌다.
"그렇게 차가운 건 아냐. 얘는 지금 쇼크 상태야. 알지? 의사가 그렇게 말했잖아. 방금까지 의사가 여기 있었고, 스코티에게 무슨 일이 있었으면 분명히 얘기했을 거라구." 하워드가 말했다.
앤은 이빨로 입술을 깨물며 잠시 멍청하게 서 있었다. 그러더니 의자로 가서 앉았다.
하워드는 그녀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둘은 서로를 쳐다봤다. 그녀에게 뭔가 말해주고 싶은데, 그녀를 달래주고 싶은데, 겁이 나는 건 그로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자기 무릎 위로 끌어당겼다. 그렇게 하고 있으니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그는 잡은 손에 힘을 줬다. 그러고는 다시 그냥 잡고만 있었다. 그들은 잠시 그렇게 앉아서 아무 말 없이 아이를 바라봤다. 이따금 그가 잡은 손에 힘을 줬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손을 치웠다.
"기도했어." 그녀가 말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 P109

"기도하는 법을 다 잊어버렸다고 생각했었는데, 하니까 또 되네. 기도라고 해봐야 눈을 감고 그저 ‘하느님, 우릴 도와주세요. 스코티를 도와주세요‘ 라고 말한 게 다지만, 그것 빼고는 어려울게 없으니까. 말이야 다 준비돼 있으니까 당신도 기도하고 싶으면"이라고 그녀가 말했다.
"나는 벌써 했어." 그가 말했다. "오늘 오후에, 아니, 벌써 어제구나, 당신 전화 받고 병원으로 차 몰고 오는 동안 기도했어. 내내 기도하고 있었어." 그가 말했다.
"잘했어." 그녀가 말했다. 처음으로 그녀는 자신들이 이 곤경속에 함께 있다고 느꼈다. 그녀는 지금까지는 그 곤경이 자신과 스코티에게만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사실을 갑자기 깨달았다. 내내 함께 있으면서 도왔음에도 그녀는 하워드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아내라는 사실이 기뻤다. - P110

그들은 종일토록 기다렸으나, 아이는 깨어나지 않았다. 가끔 한 사람이 커피를 마시려고 아래층에 있는 카페테리아에 가기도했으나, 이내 아이의 일이 떠올라 죄를 짓는 듯한 기분이 들어 테이블을 박차고 허겁지겁 병실로 돌아왔다. 그날 오후 다시 병실을 찾은 닥터 프랜시스는 아이의 상태를 다시 한번 살펴보더니 아이가 잘하고 있는 중이니 곧 깨어날 것이라고 말하고는 병실을 떠났다. 전날 밤에 일하던 간호사들과는 다른 간호사들이이따금 병실을 찾았다. 그리고 검사실에서 온 젊은 여성이 방문을 두드리고 병실로 들어왔다. 하얀 슬랙스에 하얀색 블라우스를 입은 그녀는 몇 가지 물건이 담긴 작은 쟁반을 들고 와 병상옆 작은 탁자에 놓았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아이의 팔에서 피 - P112

를 뽑았다. 그 여자가 아이의 팔에서 핏줄을 찾아 주삿바늘을 찌르자. 하워드는 눈을 감았다.
"이건 또 뭐예요?" 앤이 그 여자에게 물었다.
"담당의사의 지시예요." 젊은 여자가 대답했다. "저는 시킨대로 하는 것뿐이에요. 피를 뽑으라고 해서 피를 뽑는 거예요. 그런데 어디가 아픈 거예요? 이렇게 예쁜 애가."
"차에 치였답니다." 하워드가 말했다. "뺑소니요."
젊은 여자는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더니 다시 아이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쟁반을 들고 병실을 떠났다.
"애가 왜 깨어나지 않는 걸까?" 앤이 말했다. "이 사람들은왜 얘기를 안 해주는 거야?" - P113

아이는 두 눈을 떴다가 다시 감았다. 아이는 다시 두 눈을 떴다. 일 분 정도 앞쪽만 바라보던 눈동자는 천천히 움직이다 하워드와 앤을 향해서 잠시 멈췄다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코티." 병상 쪽으로 다가가며 애 엄마가 말했다.
"얘야, 스코티." 아빠가 말했다. "이 녀석아."
그들은 병상으로 몸을 기울였다. 하워드는 아이의 손을 잡고 두드리다가 꽉 움켜잡았다. 앤은 몸을 굽혀 아이의 이마에 몇 번이고 입을 맞췄다. 그녀는 두 손으로 아이의 양쪽 뺨을 감쌌다. "스코티, 착하지, 엄마 아빠야." 그녀가 말했다. "스코티?"
아이는 그들을 바라봤지만, 알아본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입이 벌어지는가 싶더니 두 눈은 굳게 감겼고, 폐 속에 더이상 숨이 남아 있지 않을 때까지 아이는 소리를 내질렀다. 그리고 아이의 얼굴은 편안해졌다. 아이의 입술이 벌어지면서 마지막 숨이 목구멍을 지나 앙다문 이빨 사이로 천천히 빠져나갔다. - P128

"쇼핑센터까지 좀 태워줘." 그녀가 말했다. "하워드"
"무슨 말이야?"
"쇼핑센터 말이야. 누가 전화했는지 알겠어. 누군지 알겠다고, 빵집 주인, 그 빌어먹을 빵집 주인이야, 하워드, 스코티 생일에 쓸 케이크를 주문했거든. 그놈이 전화한 거야. 우리집 전화번호가 있으니까 계속 전화한 거지. 그 케이크 때문에 우리를 괴롭힌 거라고. 빵집 주인, 그 개자식이." - P135

"아줌마. 나는 먹고살자고 이 안에서 하루에 열여섯 시간을일합니다." 빵집 주인이 말했다. 그는 앞치마로 두 손을 닦았다.
"여기서 밤낮없이 일해야 겨우 수지를 맞출 수가 있어요." 앤의 얼굴에 지나가는 표정을 보고 빵집 주인은 뒤로 물러서면서 말했다. "번거로운 건 질색이오." 그는 조리대로 가더니 오른손으로 반죽밀대를 집어들고 왼쪽 손바닥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케이크 가져갈 거요. 말 거요? 나는 다시 일해야 하오. 빵장수들은 밤에 일하오." 그가 다시 말했다. 그의 눈이 작고 비열해 보인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 눈동자는 털이 곤두선 뺨 주위의 살에 거의 파묻혀 있다시피 했다. - P138

"빵장수들이 밤에 일한다는 거. 나도 알아요." 앤이 말했다. "빵장수들, 전화질도 아주 잘하죠. 이 나쁜 사람" 그녀가 말했다.
빵집 주인은 밀대로 손바닥을 계속 두들겼다. 그는 하워드와눈을 마주쳤다. "조심해요, 조심해." 그가 하워드에게 말했다.
"우리 아들은 죽었어요." 그녀가 차갑고 단호한 목소리로 잘라 말했다. "월요일 아침에 차에 치였어요. 우리는 아이가 죽을때까지 옆에서 지켜봤죠. 물론, 당신이야 그 사실을 알 수는 없었겠죠? 빵장수라고 해서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을 테니까. 안 그래요. 빵장수 양반? 어쨌든 그애는 죽었어요. 그애는 죽었다구. 이 나쁜 놈아!" 갑자기 솟구친 분노는 또한 갑자기 고자누룩해 - P138

지더니 다른 뭔가로, 그러니까 구역질이 날 것 같은 어지러운 느낌으로 바뀌었다. 그녀는 밀가루가 묻어 있는 나무탁자에 몸을기대고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더니 어깨를 들썩이며 소리 내어울기 시작했다. "너무하잖아." 그녀가 말했다. "이건, 이건 너무하잖아."
하워드는 굴곡진 그녀의 몸을 감싸며 빵집 주인을 바라봤다. "부끄러운 줄 아세요." 하워드가 그에게 말했다. "부끄러운 줄을."
빵집 주인은 밀대를 조리대 위에 내려놓았다. 그는 앞치마도 풀어 조리대 위에 던졌다. 그는 그들을 바라보더니 천천히 머리를 흔들었다. 그는 서류와 영수증과 계산기와 전화번호부가 놓여 있는 카드놀이용 탁자에서 의자를 하나 꺼냈다. "여기 앉으시오." 그가 말했다. "내가 지금 의자를 가져오겠소." 그가 하워드에게 말했다. "여기 좀 앉아주시오." 그는 가게 앞쪽으로 가더니 작은 철제의자 두 개를 들고 왔다. "두 양반 다 여기 좀 앉으시오." - P139

빵집 주인이 팔꿈치를 탁자 위에 올리며 말했다.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겠소. 내 마음이 어떤지는 하느님만이 아실 거요. 내 말을 잘 들어요. 나는 빵장수일 뿐이라오. 다른 뭐라고는 말하지 못하겠소. 예전에, 그러니까 몇십 년 전에는 다른 종류의 인간이었을지 몰라요. 지금은 기억도 안 나는 일들이니까 나도 잘 모르겠소. 어쨌든 내가 어땠건 이제는 더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라는거요. 지금은 그저 빵장수일 뿐이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한 일들이 없어지는 건 아니겠지요. 아무튼 정말 미안하게 됐습니다. 자제분에게 일어난 일은 안됐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런 식으로 행동한 제 자신에게도 측은한 마음이 듭니다." 빵집 주인은 말했다. 그는 탁자로 두 손을 내밀더니 그들을 향해 두 손바닥을펼쳤다. "내게는 아이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지금 당신들의 심정에 대해서는 간신히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라오. 지금 이순간.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미안하다는 것뿐이라오. 용서해주십시오. 제발." 빵집 주인은 말했다. "나는 못된 사람이 아니오. 적어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전화로 말한 것처럼 못된 사람은 아니라오, 지금 내가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 전혀모르겠다는 사실만은 당신들도 이해해주기 바라오. 부탁이오." - P140

빵집 안은 따뜻했다. 하워드는 탁자에서 일어나 외투를 벗었다. 그는 앤이 외투를 벗는 것을 도왔다. 빵집 주인은 그들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탁자에서 일어났다. 그는 오븐으로 가더니 몇몇 스위치를 껐다. 그는 컵을 찾아 전기 커피메이커에서 커피를 내렸다. 그는 크림이 든 종이상자를 테이블 위에 놓았고, 설탕 종지도 가져왔다.
"뭘 좀 드셔야겠습니다." 빵집 주인이 말했다. "내가 갓 만든따뜻한 롤빵을 좀 드시지요. 뭘 좀 드시고 기운을 차리는 게 좋겠소. 이럴 때 뭘 좀 먹는 일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거요." 그가 말했다.
그는 오븐에서 따뜻한 계피롤빵을 가져왔는데, 갓 구운 빵이라 겉에 입힌 설탕이 아직 굳지도 않았다. 그는 탁자 위에 버터를 놓고, 버터를 바를 칼을 가져왔다. 그러고 나서 빵집 주인은그들과 함께 탁자에 앉았다. 그는 기다렸다. 그들이 각자 접시에 놓인 롤빵을 하나씩 집어먹기 시작할 때까지 그는 기다렸다. 그들을 바라보며 그가 말했다. "뭔가를 먹는 게 도움이 된다오. 더있소. 다 드시오. 먹고 싶은 만큼 드시오. 세상의 모든 롤빵이 다여기에 있으니."
- P141

그들은 롤빵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 앤은 갑자기 허기를 느꼈는데, 그 롤빵은 따뜻하고 달콤했다. 그녀는 롤빵을 세 개나 먹어 빵집 주인을 기쁘게 했다. 그리고 그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주의 깊게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은 지치고 화가 나있었지만, 빵집 주인이 하고 싶어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빵집 주인이 외로움에 대해서, 중년을 지나면서 자신에게 찾아온 회한과 무력감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할 때부터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들에게 그런 시절을 아이 없이 보내는 일이 어떤 것인지 말했다. 매일 오븐을 가득 채웠다가 다시 비워내는일을 반복하면서 보내는 일이 어떤 것인지. 그가 수없이 만들었던 파티를 위한 음식, 축하 케이크, 손가락이 푹 잠길 만큼의 설탕, 케이크에 세워두는 작은 신혼부부 인형들. 몇백, 아니, 지금까지 몇천에 달할 것들, 생일들, 그 많은 촛불들이 타오르는 것을 상상해보라. 그는 반드시 필요한 일을 했다.  - P142

그는 빵집 주인이었다. 그는 자신이 꽃장수가 아니라 좋았다. 사람들이 먹을 것을 만드는 게 더 좋았다. 언제라도 빵 냄새는 꽃향기보다 더좋았다.
"이 냄새를 맡아보시오." 검은 빵 덩어리를 잘라내면서 빵집주인이 말했다. "뜯어먹기 힘든 빵이지만, 맛은 풍부하다오." 빵냄새를 맡은 그들에게 그가 맛을 보게 했다. 당밀과 거칠게 빻은 - P142

곡식 맛이 났다. 그들은 그에게 귀를 기울였다. 그들은 더이상먹지 못할 정도로 먹었다. 그들은 검은 빵을 삼켰다. 그건 형광등 불빛 아래로 들어오는 햇살 같았다. 그들은 새벽이 될 때까지, 창으로 희미한 햇살이 높게 비칠 때까지 이야기를 나눴는데도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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