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너무한 일
이제 겨우 배가 떠서 기어다니기 시작하는 첫애기에게봉숭아 꽃물을 들여주겠다고 덤비는 엄마가 있었으니 그건 해도 너무한 일.
아이와 실랑이를 하는 엄마에게 남편은 핀잔은 주어도 그 맘속에는 엄마와 한가지인 어떤 게 있던 터라 외면하며 바라보는 여러 가지가 다 꽃 피어나듯 잔잔한 물결속인데, 그렇기는 해도 그 예닐곱 달 된 애기에게 봉숭아꽃물을 들이겠다고 한 것은 너무하긴 너무한 일이다. - P21
초승달에서
어스름 막 지난 때
노란 불을 하나 켜서 맞는
마지막 저물어가는 하늘빛 속으로
오너라
아픈 사람의 이마를 짚는 손길처럼
떡쌀에 머무는 흰빛처럼
오늘 하루
마음에 가장 오래 머문 일,
시들어 떨어지는 분꽃들
눈여겨 바라봐야 했던 일
말갛게 삭이러
허공을 파낸 이 풀씨만한 석굴(石窟)로. 분꽃이 지듯,
오너라
분꽃이 지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