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일은 괴로웠다. 유월 초 아내가 떠난 뒤로 여름 내내 괴로웠다. 하지만 그 얼마 전까지, 그러니까 일하던 고등학교에서수업이 시작되기 얼마 전까지, 칼라일은 아이를 돌볼 사람이 필요 없었다. 그 자신이 아이를 돌봤다. 매일 밤낮으로 그는 아이들과 함께 지냈다.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멀리 여행을 떠났다고말했다.
그가 처음으로 구한 베이비시터 데비는 뚱뚱한 열아홉 살 소녀로 자기 집에는 가족이 많다고 칼라일에게 말했다. 아이들이저를 따르거든요. 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는 두 개 정도의 이름을 적어주면서 참고하라고 했다. 그녀는 노트에 그 이름들을적기까지 했다. 칼라일은 그 이름을 건네받고 잘 접어서 셔츠 주 - P243

머니에 넣었다. 그는 그녀에게 다음 날 첫 수업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날 아침부터 일할 수 있는지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는 "물론이죠"라고 대답했다.
그는 자신의 삶이 새로운 시기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납득했다. 아일린은 칼라일이 성적표를 작성하고 있을 때 집을 떠났다. 그녀는 서던 캘리포니아에서 홀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칼라일의 고등학교 직장동료인 리처드 홉스와 떠나버렸다. 홉스는 연극교사이자 유리를 불어서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사람이었는데, 제시간에 성적표를 작성하고 자기물건들을 챙겨 아일린과 황급히 마을을 떠난 게 분명했다. 이제길고 고통스러웠던 여름은 거의 끝나고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려하고 있었다. 칼라일은 결국 새로운 베이비시터를 구하는 문제에 골몰했다. 첫번째 시도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다. 필사적으로 누군가를, 그게 누구라도 구하려고 했기 때문에 데비를 선택한 것이다. - P244

칼라일은 말을 계속했다. 처음에는 두통도 여전했고, 파자마차림으로 자신의 이야기가 계속되기를 묵묵히 기다리는 그 할머니와 함께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는 게 쑥스러운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러다가 두통이 사라졌다. 그다음에는 쑥스러운 느낌도멎더니 자신이 어떤 식으로 느끼고 있었는지도 잊어버렸다. 그는 아이가 태어난 뒤의 중간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다시 처음으로, 그러니까 아일린은 열여덟, 그는 열아홉시절의 일들, 한 소년이 한 소녀를 만나 사랑에 불타오르던 시절로 돌아갔다.
그는 이마를 닦기 위해 말을 멈췄다. 그는 입술을 적셨다.
"계속해요." 웹스터 부인이 말했다. "당신이 하는 말이 뭔지알아요. 계속 말하세요, 칼라일 씨, 때로는 그렇게 다 말하는 게 좋을 때가 있어요. 때로는 말해야만 하는 거라우. 게다가, 나도듣고 싶어요. 다 말하고 나면 기분이 한결 가벼워질 거예요. 나한테도 일어났던 일이에요. 당신이 말하는 얘기 말이에요. 사랑.
바로 그것 말이죠." - P285

노부부는 조심스레 길을 따라 걸어내려가 트럭에 올라탔다. 짐 웹스터는 대시보드 아래로 몸을 그렸다. 웹스터 부인은 칼라일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바로 그때, 그가 창가에 서 있을 때, 그는 뭔가가 완전히 떠나갔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일린과 관계된 이전의 삶과 관계된 그 뭔가가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든 적이 있었던가? 물론 그랬을 것이다. 그랬다는 것을 안다. 비록 지금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하지만 그는 이제 모든게 끝났다는 걸 이해했고 그녀를 보낼 수 있다고 느꼈다. 그는 자신들이 함께한 인생이 자신이 말한 그대로 이뤄졌다는 것을 확신했다. 하지만 그 인생은 이제 지나가고 있었다. 그 지나침은 - 비록 그게 불가능하게 보였고 그가 맞서 싸우기까지 했지만 - 이제 그의 일부가 됐다. 그가 거쳐온 지난 인생의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픽업이 덜컹거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그는 다시 한번 팔을 올렸다. 차를 타고 가는 동안 두 부부가 짧게 그를 향해 몸을돌리는 걸 그는 바라봤다. 그런 다음 그는 팔을 내리고 아이들에게 몸을 돌렸다. - P287

굴레



미네소타 번호판을 단 스테이션왜건이 창 너머로 보이는 주차장으로 들어온다. 앞자리에는 남자와 여자가, 뒷자리에는 남자아이 둘이 타고 있다. 칠월이고 기온은 화씨 100도가 넘는다. 그 사람들은 기가 죽어 보인다. 차 안에는 옷들이 걸려 있다. 뒤에는 여행가방, 박스 등이 쌓여 있다. 할리와 내가 나중에 얘기를 맞춰본 바에 따르면, 미네소타에 있는 은행에다가 집, 픽업,
트랙터, 농기구, 소 몇 마리를 넘겨버린 그들에게 남은 물건은그게 다다.
안에 있는 사람들은 마음을 가라앉히려는 듯 잠시 가만히 앉아 있다. 우리 아파트의 에어컨은 펑펑 돌아가고 있다. 할리는 건물 뒤에서 잔디를 깎고 있다 앞자리에서 약간 말을 주고받은 - P289

뒤, 여자와 남자가 차에서 내려 현관문으로 향한다. 나는 손으로머리칼을 매만진 뒤 그들이 벨을 두 번 누를 때까지 기다린다.
그다음에 나는 그들을 안으로 들어오게 한다. "아파트를 찾으시나요?" 나는 묻는다. "여기, 시원한 곳으로 들어오세요." 나는그들에게 거실을 보여준다. 거실은 내가 일하는 곳이다. 거기서나는 집세를 징수하고, 영수증을 쓰고, 관심이 있는 고객들과 상담한다. 나는 머리도 만진다. 나는 내가 스타일리스트라고 생각한다. 내 명함에 그렇게 적혀 있다. 나는 미용사라는 말을 싫어한다. 그건 촌스럽다. 거실 한쪽에는 의자가 있고, 의자 뒤에는 내가 뽑아서 쓸 수 있는 드라이어가 있다. 몇 년 전 할리가 설치한세면대도 있다. 의자 옆에 있는 탁자에다 나는 잡지를 몇 권 갖다놓는다. 낡은 잡지들이다. 어떤 잡지는 표지도 뜯어지고 없다. 하지만 머리를 말리는 동안 사람들은 뭐라도 봐야 한다. - P290

서랍 안쪽 구석에서 나는 그 남자가 처음 찾아왔을 때 들고 온 말굴레를 본다. 서둘러서 떠나느라 빼놓고 간 게 틀림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있다. 그 남자가 일부러 두고 갔을 수도 있다.
"굴레"라고 나는 말해본다. 나는 그걸 창 쪽으로 들고가 밝은빛에 비춰본다. 멋질 수가 없는, 낡은 검은 가죽의 말굴레일 뿐이다. 내가 아는 바는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거기에 말의 입에 물리는 부분이 있다는 것은 안다. 그 부분을 재갈이라고 부른다. 강철로 만들었다. 말의 머리 위로 고삐를 돌리므로 손가락사이로 목을 잡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마부가 그 고삐를 이리저리 잡아당기면 말은 방향을 바꾼다. 간단하다. 재갈은 무겁고 차갑다. 이빨로 이런 걸 물어야만 한다면 금방 많은 것을 알게 됐으리라. 뭔가 당겨진다면 그건 떠날 시간이 됐다는 뜻이라고. 어딘가로 가고 있다는 뜻이라고. -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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