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학의 시 1 세미콜론 코믹스
고다 요시이에 지음, 송치민 옮김 / 세미콜론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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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을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툭하면 상을 엎어대는 남편과 그런 남편을 사랑하는 아내의 모습이 반복해서 나왔다. 

2권까지 미리 사 두지 않았더라면 아마 마음이 너무 불편해서 읽다가 말았을 것이다, 

나는 이 불편함의 정체가 뭔지 첫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알았다. 

 

어릴 때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들어온 날 밥상을 엎는 장면을 자주 봤다. 

그 순간의 공포는 내 심장에 박혀 지금도 가끔 꿈에 등장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면 이런 꿈을 꾸지 않을까?  

글쎄, 잘 모르겠다.   

밥상을 뒤엎는 남성은 아무리 거리 두기를 하고 웃어보려고 해도 심장부터 오그라들게 만든다. 

나름 은근히 재미있는 설정들이 반복되는데도 제대로 웃지 못했다. 

 

2권을 집어들면서 크게 기대하진 않았다. 

다만 이 갑갑함이 끝까지 간다면 진지하게 날선 리뷰를 한 글 올릴 각오로 잡았다. 

그런데... 

아, 2권을 읽으면서 나는 울고 말았다. 

그 남자와, 그 여자의 과거가 밝혀지면서  

왜 그들이 서로 사랑할 수 밖에 없는지. 

아니 정확하게는 왜 그 여자가 그 남자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지가 드러나면서 

그 여자의 선택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찌질하고 궁상맞은 삶, 

지지리도 박복한 삶,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는 삶... 

그녀의 삶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그렇다. 

그런데도 이렇게 빛나고, 매력적이고, 멋진 여성 주인공을 근래에 만나본 적이 없다. 

 

밥상을 뒤엎는 그녀의 남편은 여전히 사랑하기 힘들다.  

그러나, 그런 남자를 죽어라고 사랑하는 그녀는... 

미치도록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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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1-18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는 심각한 만화이군요..


산딸나무 2010-01-19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아니에요. 되게 웃기는 만화에요^^

비로그인 2010-01-19 16:51   좋아요 0 | URL
오 그렇군요.. 하하
 

2010년이다.  

마흔이다. 

정말 아무 것도 변한 게 없다. 

서른을 맞을 때 한 번 사기 당해본 경험이 있어서 마흔을 앞두고 기대 따위는 없었다.  

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아서인지 이렇게 슬몃 눙치고 들어앉는 마흔이 오랜 친구처럼 정답다. 

내 나이 마흔, 아무 것도 달라진 게 없다. 

 

그러나 마흔의 나는 모든 게 새롭다.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세상과 소통하는 새로운 길을 찾아 걷기 시작했다. 

앞으로 십 년은 이 꿈과 이 길 덕분에 행복할 것 같다. 

나이 쉰에는 더 멋진 꿈과 더 멋진 길이 나타날 것 같은 마흔 살이어서 고맙고 행복하다. 

올 한 해도 신나게, 유쾌하게 낄낄대며 잘 살아야겠다. 

 

서재 친구분들께. 

서재 문을 오래 닫을 줄 알고 비장하게 한 글 남겼는데 

너무 빨리 다시 돌아와서 좀 머쓱하네요. 

자주 뵐께요.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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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1-04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welcome! 산딸나무님.
새해에는 복 많이 받으시고 원하는 대로 성취하시기를 바랍니다.
하하


산딸나무 2010-01-04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사님, 이렇게 잽싸게 반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플루토 완결편 보고서 감동에 푹 빠져 있었던 터라
아톰 얼굴이 더 반갑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진진 2010-02-28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반가워요~
오랜만에 들어와보네요.
요즘 어떤 책을 읽고 있을까, 갑자기 언니 서재가 생각나더군요.
올해 언니가 원하는 대로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가는 시간이 되길 바래요.^^
 

새로 시작한 일을 1년도 안 되어서 그만 두었다. 

세상이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인지, 내가 세상을 밀쳐내는 것인지... 

내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도 많았다. 

마흔이 다 되어서, 이 나이가 되어서도 아직도 세상이 이해가 안 되다니... 

어떻게 타협하며 살아가야 할지 막막했다. 나를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 

 

그러나, 나를 바꾸지 않기로 했다. 

세상과 싸워보겠다는 게 아니다.   

세상과 대화를 해보려 한다.  

세상을 억지로 이해하기 보다 나를 먼저 세상에 이해시켜 보기로 했다. 

단지 소수라는 까닭으로 나의 삶을 포기하라고 강요하는 세상에게, 

"너 따위는 꼴도 보기 싫어!"라고 돌아서서 다시 골방으로 틀어박혀 살아서는 안 될 것이기에, 

이미 그게 답이 아니란 걸 알았으니까 

나는 세상과 열심히 열심히 내가 가진 언어로 대화를 시도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세상이 나를 이해하고 인정하면 정말 좋은 일이고, 

그게 아니어도 나를 이해하는 친구를 하나쯤 얻는다면 손해볼 것 없는 일일 터이니. 

그러나 이도 저도 안 되어도 세상과 대화를 시도해본 것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절망하기엔 나는 아직 너무도 살아갈 날이 많으니까, 

적어도 시도하는 과정에서는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으니까... 

 

세상과 대화를 위해 잠시, 아니면 아주 오래 이 서재를 닫습니다. 

가끔씩 들러서 대화를 나누어주던 좋은 분들께  

닫힌 서재에 대한 변명으로 올리는 글입니다. 

세상과 대화하는 일이 일단락 되면 다시 글 올리겠습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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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8-25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딸나무님..
잠시후, 곧 다시 뵙도록 해요.
기다립니다. 하하


진진 2009-09-05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잠시 서재를 닫는군요.
요즘 자주 떠올라서 보고싶어요.
전화해야지 하면서...
 
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6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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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재미있다.  

무거운 삶의 진실에 매섭게 파고드는 시선, 식상하지 않고 지루하지 않다. 

뻔하고 뻔한 성장 소설들과는 격이 다르다.  

모처럼 즐겁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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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 밤, 모처럼 잠자리에 일찍 들었는데 잠결에 휴대폰이 울린다. 전화를 받으면서 시계를 확인하니 새벽 한 시가 다 되어간다. “여보세요?” 하고 상대를 확인하니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친한 후배다. 아, 또 싸웠구나.

 

 요즘 그녀는 사귄 지 일 년 남짓 되는 남자친구와 걸핏하면 싸우고서 이렇게 남의 단잠을  깨우곤 한다. 한 밤에 잠에서 깨는 건 괴롭지만, 오죽 답답하면 이 시간에 전화를 할까 싶어서 싫은 기색 없이 전화를 받는다.

 “언니, 언니가 보기에도 내가 그렇게 예민하고 까칠해? 그 사람한테 불만을 얘기하면 ‘미안하다고 했잖아!’ 그러면서 화를 내. 근데도 나는 자꾸 그 사람이 나를 섭섭하게 하고 속상하게 한 일이 생각나는 걸 어떻게 해? 한 번 사과 받았으면 그만이지, 자꾸 들춰내는 내가 잘못된 걸까? 아마 내 성격이 문제가 있는 거겠지?”

 후배의 잠긴 목소리에서 막막함이 뚝뚝 묻어난다. 에고, 오늘도 잠자긴 글렀구나.

 

 미안하다는 말은 두 가지의 용도가 있다. 하나는 이 순간을 회피하고 싶어서 하는 말이다.  그 말에는 진심이 담겨있지 않다. 그러나 또 다른 하나는 진심으로 자신이 한 일을 뉘우치고 자신으로 인해 상대가 상처 입었음에 깊이 공감해서 나오는 사과이다. 두 번째 사과만이 진짜 사과다.

 

 남자들이 자주 하는 말, “미안하다고 했잖아”라는 말은 솔직히 ‘미안하지 않다’는 뜻이다. 나는 더 이상 미안하지 않은데, 자꾸 사과를 강요하니까 화가 나는 거다. 그러나 그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으니, 사과는 내가 하는 것이지만 그것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전적으로 상대의 몫이란 것이다. 근데도 남자들은 바람을 피워놓고도, 도박으로 집을 날려도, 숱하게 구타를 했어도 몇 번 미안하다고 하면 다 되는 줄 안다. 미안함의 정도도 자신이 정한다고 착각한다. 내가 열 번쯤 미안하다고 할 생각인데, 상대가 열한 번째 사과를 요구하면 그때부터 화가 나는 것이다.




 “미안해.”

 그 한 마디 말이 때로는 “사랑해.”라는 말보다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는 것을 사랑하는 이와 관계를 지속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어느 영화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겐 미안하다고 할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사랑할수록 미안한 마음을 더 자주 표현해야 한다. 미안하다는 것은 상대에게 내가 잘못한 일이 있고, 그 일로 해서 상대가 상처를 입은 것에 대해서 내가 그 상처를 씻어주길 원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많은 남자들이 그 말을, 내가 사과했으니 그 일은 없었던 일로 하자는 것쯤으로 해석하는 데서 늘 싸움이 일어난다.




 남자들은 자신이 사과하는 순간, 모든 것은 끝났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상대는 아니다.  상대는 그때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파트너가 자신의 상처를 이해해 줄 준비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의 상처가 떠오르면 계속해서 그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이야기가 자꾸 반복된다고 난감해할 필요 없다. 또 다시 사과하면 되니까. 온 마음을 다 담아서 당신에게 상처 줘서 미안하다고……. 당신의 진심어린 사과가 상대의 상처를 조금씩 씻어줄 것이고, 그렇게 상처가 씻긴 다음에는 더 이상의 반복은 없을 테니까. 

 잊지 말자.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미안해.”라는 말은 나로 인해 생긴 상처가 들쑤실 때마다 내가 그 상처에 약을 발라주면서 간호하겠다는 다짐이란 것을.




 후배와 전화 통화를 마치고 자리에 누우니 달아난 잠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가슴에 대못을 박아놓고도 연고 한번 발라주고 “이제 안 아프지? 다시는 징징거리지 마!”라고 으름장 놓는 남성들이여, 제발 연애를 하려거든 공부 좀 하자. 그대들의 무지 때문에 연애전선에서 잠시 물러나 쉬고 있는 나까지 툭하면 잠을 설쳐대니, 이래서야 쉬고 있는 보람이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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