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소설책, 시집, 인문학 서적, 사회과학 서적, 자연과학 서적 등. 하지만 책을 이렇게 구분하는 것은 어른들만의 특권인 듯 하다. 아이들의 책은 딱 두 가지만 존재한다. ‘공부에 도움되는 책’과 ‘도움 안 되는 책’.
아이들이 만화책을 읽고 있으면 부모들은 ‘쓸데없는 책 그만 보고 공부나 하라’고 한다. 그러나 아이가 ‘엄마. 이거 학습만화야.’하고 대답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만화도 다 같은 만화가 아니라 ‘학습에 도움되는 만화’와 ‘도움 안 되는 만화’로 나누어지기 때문이다.
소설이든, 시든, 동화든, 판타지든, 공부에 도움된다는 판단만 서면 인정되고 그렇지 않은 책은 몹쓸 책으로 치부된다. 게다가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는 책은 일단 의심을 받는다. 아마 어른들의 사고방식에는 ‘공부’란 재미없는 것이고, 공부에 도움되는 책 역시 재미없는 게 당연한 것이어서 아이들이 재미있게 보는 책이란 다 쓸모없는 책이란 논리가 박혀 있기 때문이리라.
사정이 이쯤되고 보니, 도대체 책이란 게 뭔지 궁금해진다. 그런데, 우습게도 아이들에게 책을 왜 읽느냐고 물으면 하나같이 입을 맞춘 듯이 하는 대답이 있다.
“지식을 쌓게 해 주잖아요.”
‘공부에 도움되잖아요.’라는 말을 조금 그럴 듯하게 옮긴 말이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책을 좋아한다. 누가 나에게 책을 왜 읽느냐고 물으면 내 대답은 정해져있다.
“재미있잖아.”
그렇다. 책은 재미있기 때문에 읽는 것이다. 아무리 글자가 깨알같아도, 아무리 두꺼워도 재미있기 때문에 책을 읽는다. 그런데 그 ‘재미’를 주는 책들이 의심받고 비난받는 세상이라니…….
아이들에게 책을 돌려주자. 정말 재미있게 푹 빠져서 상상하고, 깔깔거리고, 그러다가 눈물도 찔끔거리는 그런 소중한 시간들을 돌려주자. 감성과 즐거움조차도 공부의 범위 안에서 키워지는 세상은 너무도 끔찍하다.
아이들의 책에 여전히 두 가지 구분만을 해야한다면 차라리 ‘재미있는 책’과 ‘재미없는 책’으로 나누자, 그래서 재미없는 책은 만들지도, 팔지도, 사지도 말자. 너무 위험한 상상이라고? 그렇다면 공평하게 어른인 우리도 재미없는 책만 읽자. 아니, 어른인 우리는 이미 더 이상 공부할 필요가 없으니 책을 읽을 까닭이 없는데…….그러면 도대체 왜 책을 읽자고 그렇게 떠들어대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