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책을 사러 들렀다가 책방 한 귀퉁이에서 팔고 있는 그림 액자를 보았다. 가까이 가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냥 그림이 아니라 퍼즐이었다. 판매하시는 분의 설명이 퍼즐을 사서 맞추어 액자에 넣은 것이라고 한다. 갑자기 무슨 마음이 들었는지 책 살 돈을 반 뚝 잘라서 그 퍼즐을 사고야 말았다. 그것도 조각이 천 개나 되는 가장 큰 것으로.
그날부터 그놈의 퍼즐 맞추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근데, 이게 정말 만만한 작업이 아니어서 일요일 하루를 종일 그 조각들과 씨름을 했는데도, 웬걸, 반도 채 못 맞췄다. 허리도 아프고 눈도 시큰거리고……. 내가 사서 고생하는구나 싶어서 혼자 투덜거리면서도 눈은 조각이 들어갈 자리를 찾느라고 그림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이 일도 요령이 생겨서 좀더 쉽게 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중간에 위치한 인물은 옷이나 손에 든 물건 따위들이 알아보기 쉬운 색깔이기 때문에 먼저 맞추고, 배경 화면은 주로 자연 풍광이 되다 보니 온통 푸른 빛 투성이어서 나중에 천천히 맞추어야 했다. 가운데 위치한 인물들을 후딱 맞추고 나니 나머지 배경은 푸른색과 짙푸른색, 검푸른색, 연푸른색들의 미묘한 차이를 눈으로 알아내느라 애를 먹었다.
결국은 일주일만에 퍼즐을 완성했다.
거실 벽에 그 그림을 액자에 넣어 걸어놓고 보니 완성된 그 그림보다 맞추느라 끙끙댄 일주일이 더 소중한 시간들이었단 걸 알 수 있었다.
갑자기 퍼즐맞추기에 골몰해 있던 지난 일주일이 내인생의 축소판처럼 느껴졌다. 인생도 저런 것이려니. 알록달록 현란한 것들은 늘 쉽게 맞출 수 있지만 정작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풍경은 맞추기 힘들 듯이 돈과 명예처럼 쉽게 눈에 띄는 것을 쉽게 얻는 것은 누구나가 할 수 있는 일이겠지.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내 삶의 여백을 채워주는 저 그득한 푸른 빛들인데 저걸 제대로 맞춘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젠 돈벌이의 당위성에 치여 죽어버린 내 꿈, 바쁘다는 핑계로 소식 끊고 사는 친구들, 이웃에 대한 열린 사랑, 보람, 베품, 충만함, 마음의 여유, 공동체의 가치……. 그 푸른 조각들을 나는 얼마나 잘 맞추고 살고 있는지 돌아본다.
내가 미처 맞추지 못한 조각이 무얼까? 어쩌면 나는 영영 그 조각들을 잃어버렸을 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