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새로 나온 책 두어 가지를 보려고 시내 책방에 갔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부모들이 서점 1층을 꽉 채우고 있었다. 그제서야 내가 휴일에 책방 나들이를 하고 만 것을 알았다. 휴일엔 느긋하게 책 고르기가 힘들어서 의도적으로 피해 왔었는데, 날짜 가는 줄 모르고 휴일을 맞았던 가보다.

 

  사람들 틈에 끼여 서서 책을 찾고 있는데, 내 옆에 모녀 사이로 보이는 아이와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가 엄마가 권한 책을 몇 장 넘겨보더니 “엄마, 이 책 재미없어.”라고 투덜댔다. 그러자 아이의 엄마는 “너는 어떻게 된 게 책을 재미로 읽니? 재미없어도 읽어.”라면서 으름장을 놓았다.

 본의 아니게 그들의 대화를 엿듣게 된 나는 순간, 당황스러웠다. 재미없어도 읽어야 한다니? 재미없는 책을 왜 돈 들이고 시간 들여서 읽어야 하지?

 

  모처럼 가족들과 맛있는 요리를 먹으러 큰 맘 먹고 나선 날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 이 음식이 너무 맛없다고 남겨버렸다. 부모들은 아마 솜씨 없는 요리사를 두고 두고 탓하면서 다시는 그 집을 찾지 않을 것이다. 영화를 보러갔다. 영화가 재미없어서 끝까지 보지 못하고 잠들어 버렸다. 돌아오는 길 내내  영화감독을 욕하면서 아까운 돈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런데 왜 책은 그게 안 될까? 아이에게 책을 사 주었는데, 아이가 읽지 않을 때 왜 우리의 원망은 그 작가와 출판사를 향하지 않고 내 아이를 향하는 것일까? 혹시 우리는 아직도 작가들이 무언가를 가르쳐 주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책읽기를 공부라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나는 재미없는 책은 절대로 읽지 않는다. 아무리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라도 잘 읽혀지지 않으면 그 작가를 탓하지 내 감성을 탓하지 않는다. 또 나는 내가 쓴 글을 아이들이 이해하길 원하지 않는다. 그냥 느껴서 즐기길 원한다. 가르치고 싶다면 교사 노릇을 해야지 왜 작가가 되었는가?

 

  나는 요즘 안 그래도 어줍잖게 가르치려 드는 사람들 때문에 기분이 언짢다. 정치인이 국민을 가르치려 드는 세상, 정치를 하는 데는 법대로 안 되는 게 있는데, 국민들이 그걸 몰라서 정치인을 욕한다며 되려 큰 소리 치는 세상. 언론이 시민을 가르치려 드는 세상. 친일이니 뭐니 해서 욕하지만 그 당시 친일 안한 언론이 어디 있냐고 당당하기까지 한 언론.

 

  이 놈 저 놈 모두 가르치려만 드는, 한마디로 속 시끄러운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 작가만이라도, 책만이라도 사람들과 좀 놀아주면 안 되나. 같이 웃고, 같이 울고, 같이 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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