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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성 - 한국과 일본의 근대 여성상, 청년학술 49
문옥표 외 지음 / 청년사 / 2003년 10월
평점 :
품절
언젠가 나혜석의 죽음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그런 의문을 가진 적이 있었다.
'여성으로 살면서, 시대를 통찰하면서 사는 방법, 그럼에도 미치지 않고, 그리고 자살하지 않고 살아남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나?'
이 책은 그런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내게 해결방법까지는 아니라도, 그 고민이 나만이 아니라 역사를 살아내었던 모든 여성들의 고민이었음을 가르쳐 준다. 그래서인지, 그나마 위안이 된다.
우리에게 일제시대는 역사적 강박증 속에 박제되어서 존재한다는 느낌을 늘 가져왔었다. 그 속에서 인간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친일파와 독립군이라는 이분법이 아니라, 시대의 격변기를 살아왔던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어떠했을지 늘 궁금했다. 신여성들의 삶을 통해서 그 한 면을 조금이라도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다.
하지만, 신여성들의 삶이 어떻게 모욕당해왔는지, 어떻게 왜곡당해 왔는지, 그러다가 때로는 어떻게 미화되어왔는지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지금 우리 시대의 페미니스트들 역시 지금도 모욕당하고 있고, 왜곡당하고 있으며, 또 터무니 없이 미화되어서 필요한 부분만 쓰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와 협상하면서, 지지 않고 살고 싶은 여성이라면 한 번 읽어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다 읽고 나면 희망은 보이지 않을 지라도, 용기는 얻을 수 있을 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