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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가족 이야기
조주은 지음, 퍼슨웹 기획 / 이가서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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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은? 조주은?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다 싶었는데, 받아보는 '이론과 실천'에 '여론(女論)' 꼭지를 담당해서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이었다. 일하는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느낀 솔직한 글들이 마음에 들었었는데, 그가 이렇게 충격적인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었을 줄이야. 책을 열고 덮는 그 순간까지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소설도 아닌 읽을거리에 이렇게 집중해서 동화되어보긴 정말 간만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이 남성노동자이든, 전업주부인 여성이든, 페미니스트이든, 사회주의자이든 이 책은 한 쪽의 마음에만 들 수는 없게 쓰여져있다. 모두의 마음에 들거나, 아니면 모두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거나. 왜냐하면 삶의 밑바닥에 묻혀있는 진실을 '주장'이 아닌 '사실'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존재이든 간에 그를 불편하게 만드는 '사실'들은 일상에 박혀있다. 단지 그걸 잊고 싶거나 외면하고 싶은 우리의 마음이 그것들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어차피 글쓴이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가 그의 삶에서 출발했듯이 이 책을 읽는 독자인 나도 내 삶을 외면하고서는 읽을 수 없는 책이다. 아마 글쓴이도 그것을 고려하고 쓰지 않았을까? 이 책을 읽고 채워 넣을 자신의 삶이 있는 사람은 감동을 받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정말 지루한 책을 될 수도 있겠다.

우리는 여성과 남성으로 나뉘는 우리의 삶이 불평등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자본주의 사회인 우리 사회가 인간을 소모품으로 만들어가며 증식하는 사회란 것도 알고 있다. 남성이 여성의 적이 아님을 알고 있고, 자본가와 노동자가 가족이 아님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아는 것과 느끼는 것은 다르다. 이 책을 읽고 나는 그 진실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오래도록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글쓴이에게 독자의 마음으로, 같은 여성의 마음으로, 그리고 딱히 정답이 없는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예우로 감사와 사랑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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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성 - 한국과 일본의 근대 여성상, 청년학술 49
문옥표 외 지음 / 청년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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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나혜석의 죽음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그런 의문을 가진 적이 있었다.
'여성으로 살면서, 시대를 통찰하면서 사는 방법, 그럼에도 미치지 않고, 그리고 자살하지 않고 살아남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나?'

이 책은 그런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내게 해결방법까지는 아니라도, 그 고민이 나만이 아니라 역사를 살아내었던 모든 여성들의 고민이었음을 가르쳐 준다. 그래서인지, 그나마 위안이 된다.

우리에게 일제시대는 역사적 강박증 속에 박제되어서 존재한다는 느낌을 늘 가져왔었다. 그 속에서 인간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친일파와 독립군이라는 이분법이 아니라, 시대의 격변기를 살아왔던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어떠했을지 늘 궁금했다. 신여성들의 삶을 통해서 그 한 면을 조금이라도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다.

하지만, 신여성들의 삶이 어떻게 모욕당해왔는지, 어떻게 왜곡당해 왔는지, 그러다가 때로는 어떻게 미화되어왔는지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지금 우리 시대의 페미니스트들 역시 지금도 모욕당하고 있고, 왜곡당하고 있으며, 또 터무니 없이 미화되어서 필요한 부분만 쓰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와 협상하면서, 지지 않고 살고 싶은 여성이라면 한 번 읽어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다 읽고 나면 희망은 보이지 않을 지라도, 용기는 얻을 수 있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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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신화 속의 여성들
김화경 지음 / 도원미디어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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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페미니스트인 나는 남성들로 부터 늘 공격당하며 산다. 물론 그들은 내가 자신들을 공격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런 공격들은 청소, 빨래의 문제에서 부터 시작해서 성과 정치, 사회 모든 분야에까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는데, 특히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가방끈 길이가 길다고 자처하는 지식인 남성들의 어줍잖은 논리들이다. 그들의 학식이 깊고 넓어서 반격하기 힘들다는 게 아니다. 그들은 그들이 들이대는 역사적 근거와 인문, 사회학적인 그 모든 자료들이 바로 남성들이 권력을 잡고 있는 가부장적 사회의 산물이란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술 취한 사람이 마치 '나는 술 취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처럼, 그 말이 바로 술에 취한 자신의 생각에서 나온 논리란 것을 모르는 것처럼, 지적인 근거를 들이대며 '나는 페미니스트를 싫어하는게 아니다.'고 말하는 남성들을 상대하기란 한마디로 '우이독경'이다.
그래서인지 페미니즘적 기운이 풍기는 책들을 대할 때면 반드시 작가의 성별을 확인한다. 그리고 남성작가가 쓴 책이라면 열에 아홉은 다시 제자리에 놓아둔다. 이런 내 독서습관을 편협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내 독서습관은 바로 어줍잖은 지식인 남성들의 페미니즘 흉내내기 덕에 생긴 것이니까.

그런데 그런 내가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이 책의 지은이는 남성이다. -이름만 보고 여성이라고 오해하는 독자도 있으리라 싶지만- 그리고 이 책은 명백히 페미니즘을 옹호하고 있는 책이다. 그런데도 내가 편협한 내 독서습관을 깨고 이 책을 주저없이 산 것은 몇가지 까닭이 있다.

첫째, 지은이에게 4년동안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지은이가 교수로 일하고 있는 대학, 학과를 졸업했다. 비록 내용전달의 기교가 별달리 없어서 무지하게 잠왔던 기억은 있지만(아마 전공필수도 몇개 날린 걸로 기억한다) 아직도 잊을 수 없었던 것은 김화경교수가 보여준 자기 전공에 대한 높은 탐구력과 해박한 지식이었다. 교수가 설화연구에 권위자라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 그가 페미니스트였다는 기억따윈 없다. 그러나 학문의 세계는 그 속에서 거짓없는 진리를 탐구하는 이에게 모든 세계로 통하는 문을 열어준다는 믿음이 있다. 저자가 평소에 자기 전공분야에서만큼은 어떤 편견도 없이 학자다운 열린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기억했기 때문이었다.

둘째는, 머리글에서 만난 지은이의 말 때문이었다. '남성들은 자신들이 가진 권력의 절대성이나 정당성을 확립하기 위하여, 자기들의 취향과 입맛에 맞는 여성상을 창조하였다는 것을 빼놓을 수없다.' 지은이가 적어도 신화의 세계에서 드러나는 여성신들의 모습이 남성의시각으로 왜곡되어서 전달되고 있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알리려고 한다면 의심을 거두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차례만 훑어 보아도 알 수 있는 자료의 풍부함이 너무도 매혹적이었다. 당위를 따지는 페미니즘 저서들은 너무도 많이 보아왔다. 하지만 남성들의시대를 바로 뚫고 들어가서 그 역사 속에서 여성의 정체성을 뽑아 내는 책들은 흔치 않다. 적어도 이 책에 제시된 자료들은 남성의 역사를 치고 들어가는데 훌륭한 무기가 될 만했다. 책을 읽고 나서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 기쁘고 행복했다. 인간의 삶과 꿈이 그대로 투영되는 신의 세계에서 살아서 숨쉬고 있는 여신들을 만나는 것은 최근에 누려보지 못한 행복한 여행이었다. 내가 여성임에 감사를, 그리고 그 느낌을 찾아준 저자에게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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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잘 버는 여자 밥 잘 하는 남자 - 맞벌이 부부의 가사분담 이야기
알리 러셀 혹실드 지음, 백영미 옮김 / 아침이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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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노동을 부부가 더불어서 해결한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점들을 고려해야 하는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이 글을 보고 나서 여성들의 나약하게 대처했기에 가사노동의 평등한 분배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은 아니란 걸 알게 되네요. 더 열심히 싸우면 얻어진다고 쉽게 얘기하는 것은 결국 피해자인 여성에게 책임을 다 전가시키는 논리가 아닌가요. 내게 만약 사랑과 결별할 것을 전제로 싸우라고 한다면 나는 얼마나 자신있게 싸울 수 있을 것인지...휴...

그리고, 가사노동의 분담을 요구하는 '그녀'들의 요구가 단순히 '남편'과 '사랑', '가정'만은 아니지 않나요. 그들이 지키고 싶은 건 자신이 잃어버리고 살았던 또다른 자신의 '삶'이었단 걸 잊어서는 안됩니다.

'불평등한 여성'은 곧 '나약한 여성'이라는 오만한 내 도식을 깨어준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사회를 변화시키지 않으면 가정이 변화 되기란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는 대안도 어렴풋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책을 덮고 떠오르는 한 가지 생각, '이제 남은 건 남성들의 변화다.' 그들이 변하지 않는다면 여성들이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여성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 본 게 아닌가요. 노동의 자립과 육아의 행복을 동시에 이루어내는 것은 남성들이 함께 고민할 때만 가능할 것입니다.

그런 뜻에서 이 책은 젊은 남성들, 특히 결혼해서 '집안일을 잘 도와 준다'-절대로 자신의 일은 아니니까 어디까지나 도와 주는 입장-고 착각하는 남성들에게 꼭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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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여자가 성공한다
김명숙 / 동아일보사 / 199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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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가,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남성이든 여성이든 성차별하지 않고)에게 늘 권해왔던 책이다. 한동안 나는 '내가 바라는 내 모습'과 '현실 속에서 익숙해져 있는 내 모습'사이에서 아프게 방황했었다. 그 둘 사이를 이어주는 적당한 고리를 찾지 못해 힘들어 하는 가운데 이 책을 만났다.

서점을 들렀다가 책 제목을 보고서 정말 우연히 집어들었다. 그러나 집을 때만 하더라도 그다지 큰 기대는 없었다. 똑똑하다는 여성들이 쓴 책들이 대부분 도발적인 제목과 '나 잘났다'는 식의 이야기로 가득한 것을 익히 보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책도 그런 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그런 생각 가운데서도 이 책을 사게 된 것은 지은이의 자기고백 비슷한 프롤로그에서 본 한 글귀때문이다. '사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 그 말때문에 나는 이 책이 여자로 태어나서 억울하다는 넋두리 비슷한 다른 책들과는 다르지 않을까 기대한 것이다. 내 기대는 틀리지 않았다.

이 책은 내가 알고, 느끼고, 고민하고 있던 문제들을 훨씬 더 깊이 있고 애정을 가지고 다가서고 있었다. 그리고 용기있게 그 문제들을 해결하자고 격려하고 있었다. 이 책을 다른 이들에게 권하면서 이 책이 지니고 있는 큰 장점을 몇가지로 설명해 준다.

첫째, 이 책은 지은이가 독일에서 생활하면서 느끼고 조사한 자료들이 풍부하게 제시되어 있어,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여성들이 희망이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꿈처럼 여기며 부러워만 하는 이야기들이 사실 지구상의 어떤 곳에서는 투쟁의 결과로 여성들이 누리며 살고 있다는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둘째는, '적당히'라는 느낌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이때까지 여자가 남성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까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해야 욕 얻어먹지 않고 살 수 있는지를 가르쳐주는 선배들을 많이 만났다. 한마디로 똑똑한 여자가 남자들에게 빌붙어 살수 있는 방법 따위 말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인간은 누구나가 평등하고 그 평등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회의하고 모든 것과 싸우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싸움이 잘나고 똑똑한 한 사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단결하고 함께해 나갈 때 가능하다는 운동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끝으로, 내가 날마다 부딪치고 절망하는 '여자인 나'는 절대로 사적인 감정이 아니라 다분히 정치적이고 그 해결 방법도 정치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인간의 모든 삶이 정치적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나는 익히 알고 배워왔지만, 정작 나를 규정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인 '여성인 나'를 대할 때 얼마나 탈정치적이었던가 돌아보게 하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내 삶에 든든한 동지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책을 만난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복인가. 나는 예전에 대학생활을 하면서 맑스의 책들을 통해서 그런 감정을 느끼고 감격했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외우고 살았던 맑스의 좌우명을 나는 지금도 사랑한다. '인간과 관계된 것치고 나와 무관한 것은 단 한가지도 없다.'

그러다 수년이 지난 지금 이 책을 통해서 다시금 그 때의 기분을 맛보게 된다. 나는 매일 되뇌이고 살고 싶다. '나는 인간이다.' 노동자도 인간이라던 우리사회의 거대한 담론처럼 이제 여성인 나도 인간이다라고 되뇌이고 싶다. 그리고 사회속에 그것이 거대한 담론으로 자리잡기를 원한다. 내가 여자로 태어났기 때문에 인간다운 삶을 포기해야 한다면 그것은 정말로 나에게 수치스러운 일이다.

사랑하는 내 가족들이, 내 동지들이 내 속에 공존하는 '일하는 나'와 '여성인 나'를 모두 인간으로 존중하고 인정해 줄 그날까지 나는 하루하루를 전쟁처럼, 그러나 행복하게 살고싶다. 진심으로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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