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딜 수 없는 날들 창비시선 151
박해석 지음 / 창비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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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기쁜 마음으로

                  -  박해석

너희 살을 떡처럼

떼어 달라고 하지 않으마

너희 피를 한 잔 포도주처럼 찰찰 넘치게

따르어 달라고 하지 않으마

 

내가 바라는 것은

너희가 앉은 바로 그 자리에서

조금만 틈을 벌려주는 것

조금씩 움직여

작은 곁을 내어주는 것

 

기쁜 마음으로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나이 어릴 적에는 바람직하게 산다는 것은 '전부가 아니면 전무'라고 생각했다. 사랑이란 모든 것을 다 내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희생과 헌신은 살을 떼어주고 피를 부어주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누구도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과다한 열정은 타인에 대해 쉽게 절망하고 내 삶을 빨리 지치고 포기하게 만들어버렸다.

작은 곁을 내어주는 것, 기쁜 마음으로...

세상이 기꺼운 마음으로 그 작은 곁을 내어주는 사람들 덕에 그래도 살만하다는 진실이 새삼스레 와닿은 한 해였다. 

새해에는 좋은 이들과 그렇게 더불어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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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2-28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산딸나무님. 하하

새해에는 기쁜 일, 즐거운 일, 재미있는 일 많으시기를.


산딸나무 2007-12-28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한사님께서도 새해 좋은 날들만 가득하시길 빌게요.
그리고, 올해 좋은 제 말벗이 되어주셔서 고마웠습니다.
덕분에 제 인생이 조금 더 풍성해졌어요^^

가이아 2008-01-18 0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진정한 사랑이란 뭘까요? 보면 기쁘고 즐거운 거 아닐까요? 김광석 노래처럼 너무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겠지요.

산딸나무 2008-01-18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너무 아픈 사랑이라...
희생과 헌신이 아닌 이상
사랑이 아프기만 해서야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