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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밤길
공선옥 지음 / 창비 / 2007년 12월
평점 :
모처럼 공선옥의 작품을 볼 수 있다니, 행복하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새책을 냈다는 소식이 나를 설레게 한다.
그러나 제목을 보는 순간, '명랑한'?
명랑하다? 그다지 공선옥답지 않은 형용사가 아닌가. 도대체 '명랑한'의 의미가 뭘까?
책을 읽는 내내 이웃들의 삶을 펼쳐내는 솜씨가 여전히 그이다워서 반가웠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여전히 따뜻한 감성을 가슴에 간직하고 있다는 걸 확인한 느낌...
구질구질하게 내리는 빗줄기마냥 삶이 가슴을 주욱주욱 내리긋고 지나가도 서로의 가슴에 '아까징끼' 꺼내 발라주면서 배시시 웃는 주인공들. 그들은 그 지경에서도 웃음이 나오는 걸까? 그깟 치료가 무슨 방책이 되리라고 낙관하는 걸까? 아, 왜 이리 대책없는 삶들이 널려있을까?
명랑하게 살아갈 까닭이라곤 하나도 없어보이는 그들이 '명랑한 밤길'이란 제목으로 묶일 수 있는 까닭에 대해서 고민했다.
명랑한, 명랑한, 명랑한...
입으로 계속 되뇌이다 보니, 그 단어가 참으로 명랑하기 그지없단 생각이 든다.
그런 걸까?
왜 사냐고 묻는 게 바보 같은 질문이듯이 왜 명랑하냐고 묻는 것도 바보 같은 일인 걸까?
전 남편의 외국인 아내가 '언니, 사랑해.'라고 매달려도, 키우지 못하고 버린 아이가 가슴에 박혀와도, 잘난 그 남자가 제 멋대로 변심해도 까짓거 못살 까닭이 뭔가, 명랑하지 않을 까닭이 없지 않은가.
명랑한 까닭을 찾기 전에, 명랑하게 살아가지 못할 까닭을 찾아야겠다. 찾다 찾다 못찾으면 나도 그저 '명랑하게'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