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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A
비카스 스와루프 지음, 강주헌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엔 인도하면 떠오르는 모습은 그네들 모두가 철학자가 아닐까하는 얼토당토하지 않은 막연한 환상이 있었다. 막상 그들을 이웃으로 겪다보니 택도 없는 소리다. 우리 아랫집에 살던 인도부부는 한 달에 한 두번은 토요일밤을 광란의 파티로 보낸다. 밤 11시부터 새벽이 올 때까지 줄기차기 나이트클럽의 음악을 틀어대는 통에 아기와 나는 잠을 이룰 수도 없었다. 경비실에 따져보니 몇 년째 저러는 악질 입주자란다. 몇 번 따지러 내려갔지만 술 취한 그들과는 대화도 통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다음날 시끄럽게 해서 미안하다. 그렇지만 우리는 쭉 파티를 할 것이다." 이 기도 안 차는 말에 나는 입도 다물지 못했다. 결국, 몇 번의 소란끝에 경찰에 신고한다는 말이 나오고서야 그들의 광란은 종을 쳤다.(아니, 그럼 그 몇 년을 다른 이웃은 어찌 참고 지냈을까? 참, 세상은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뻔뻔도 이런 뻔뻔이 없다.
그런데, 대체로 내가 겪은 인도인들은 자아성찰을 하는 철학자처럼 보이지도 무언가를 달관한 듯한 명상가들도 아니었다. 그냥 생활인이었다. 조금은 악착같고, 예의바르지도 않은, 한마디로 친하게 지내기엔 껄끄러운 이웃 정도였다. 카스트제도 안에 있는 높은 계급의 사람은 같은 직장내의 동료이더라도 계급이 낮다면 딱히 친하게 지내지 않는단다. 지체높으신 분이 아무하고나 말을 섞을 수 없기 때문에.
나는, 이렇게 인도인에 대해서 삐딱한 시선을 갖고 있다. 소설 [Q&A}는 내 견해가 그닥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다. 작가의 글은 일견 거칠기도 했고, 그래도 에이~비약이 심하다. 아무리 부연설명을 세세히 적어놓아도 우연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같은 느낌이 있는 소설이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막연한 편견을 걷어주었기에 일단 이 소설은 합격점이다.
엄연한 신분제도가 존재하는 나라, 잘 사는 사람보단 못사는 사람이 훨씬 많은 곳 인도. 세상에서 선교가 가장 힘든 곳이 인도라고 한다. 힌두교의 특징은 '타문화를 내 것으로 받아들여 승화발전시킨다.'라고 말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힌두교에서는 부처님도 예수님도 브라마 혹은 다른 신의 몇 번째 아들로 재해석 재탄생되기 때문이다.
아시아 최대의 빈민지역인 '다라비'의 18세 청년이 어마어마한 액수의 상금이 걸린 퀴즈쇼의 우승자가 된다. 많이 배운 박사도 교수도 맞추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그러니, "람 모하마드 토마스"라는 묘한 이름의 빈민가 고아 청년이 그 문제들의 답을 정확히 맞춘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다. 학교에도 가보지 못한 람은 어떻게 그 문제들의 답을 맞출 수 있었을까?
우승 상금을 받기도 전에 람은 체포가 된다. 각 문제를 맞출 수 밖에 없는 람의 파란만장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 답은 대부분 람이 목숨을 걸고 얻어낸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1000루피에서 10억루피까지 문제는 람이 목숨을 지켜야 했던 인생 역정이기도 하다.
작가가 창조한 '람 모하마 토마스'는 인도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스페트럼같은 존재이다. 부모에게 버려져 18년이란 세월을 세상풍파에 맞서 때로는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정의(좀 거창하긴 하지만)를 위해 맞섰기 때문에 각 문제의 답을 알게 되었을 지도 모른다. 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첫번째 원칙은 정직과 소신이었다. 그 방식은 그의 안전을 위해할 만큼 지키기 어려운 것이었지만 결국은 정의가 승리하더라는 것을 알려준다.
처녀소설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 <Q&A>는 곧 영화화가 된다고 한다. 그나저나 교황청에서 들고 일어날 지도 모르겠다. 동성애자이면서 마약을 상습복용하는 자를 신부로 그렸으며, 람을 키우준 아버지처럼 인자했던 신부에게는 숨겨놓은 아들이 있었느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