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미리 일본어 첫걸음 - 일본에 미리 가는 일본어 첫걸음
커뮤니케이션 일본어 연구회 지음 / 사람in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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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를 공부해야겠다 마음 먹었다. 마음만 먹었다. 내가 사는 동네는 일본 사람들이 아주 많이 산다. 무엇보다도 우리집 K군이 다니는 유치원도 일본아이들이 많다. 유치원버스를 태울 때 그들이 하는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게 늘 아쉬웠다. 오카상과 파파 정도만 알아듣는 정도이다. 그래서, '그래! 결심했어. 일본어를 한 번 시작해자.~' 하게 되었다.

처음에 이 책을 보고는 히라가나와 가타가나를 열심히 따라 그렸다. 웬 글자가 다 그리 비슷비슷한지....써도 왜 그리 외어지질 않는지. 내 것으로 체화하려면 꽤나 오랜시간이 걸릴 듯 하다. CD를 내 I-POD로 옮겼다. 오고 가며 들으면 좋을 것 같다 생각했으나, 나처럼 히라가나와 가타가나도 외우지 못하는, 입문단계에도 진입하지 못한 수준은 아직 사용불가이다. 책과 함께 맞춰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아이들이 다시 유치원에 다니니 책상에 앉아서 진득하게 들어볼 참이다.

 

아이들이 방학이다 보니 날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할 시간이 없어서 아직은 책의 첫머리에서 글씨를 외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이제 부터 가열차게 공부해보아야지.

일본 제품(과자나 양념류)을 사려면 골치가 아팠다. 외국사람들이 영어로 적혀있지 않는 한국제품을 보면 이게 과연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하면서 머리를 긁적거릴 것이다. 내가 일본제품을 볼때마다 이건 아예 외계에서 온 것이지 싶을 정도로 전혀 이해 불가인 것들도 간혹 있다. 일본어를 안다면, 사용설명서를 제대로 읽을 줄 안다면....이런 아쉬움을 품었었다. 이제 공부하기 좋은 선선한 가을바람도 불어오고, 열심히 공부하는 일만 남았다. 

 

이 책은 일본어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일본으로 혼자 여행을 떠났을 때 상황상황을 설명해준다. 비행기에서, 비행기에 내려서, 공항에서 기차타고 시내로 들어가는 것, 지하철 타는 법, 쇼핑할 때...등등 정말 상황상황에 필요한 대화가 많이 들어있다. 나도 일본어로 목소리 깔고 말하는 날이 오려나? 우리 우리집 동네 꼬마들에게 물어봐야겠다. 하늘은 뭐니? 바다는 뭐라고 해? 사랑한다는 뭐야...? 라고 말이다.

스미마셍, 오겡끼데스카, 오하이오 고자이마스말고 내가 아는 일본어 단어도 풍부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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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는 누구일까?
레이첼 리벳 지음, 크티시스 옮김, 두브라브카 콜라노빅 그림 / 가치창조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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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다람쥐가 묻습니다. "엄마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게 뭐예요?" 엄마는 그 답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아기 다람쥐가 직접 찾기를 원하지요.

 

까마귀에게 묻습니다. 까마귀야 너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이니? 까마귀에게 소중한 건 바람입니다. 날개를 활짝 펴고 날 수 있게 도와주니까요.

 

시냇물에게는 바다친구가 가장 소중하답니다.  바다로 여행하는 동안 시냇물은 많은 모험을 하고 바다에서 모두 하나가 되기 때문이랍니다.

 

너도밤나무에게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소중합니다. 사계절 친구때문에 봄이 되면 잎이 돋고, 여름이면 울창한 나무가 되고, 가을이면 열매를 맺고 혹독한 겨울을 지나면서 잘 자라게 되기 때문입니다.

 

달님에게 소중한 친구는 해님입니다. 해님과 달님이 차례로 세상을 밝게 비추기 때문이랍니다.

 

그럼, 다람쥐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요? 엄마랑 집입니다. 그리고, 이 모두를 우리에게 주신 분은 누구일까? 로 이야기를 맺습니다.

 

Y양에게 물어보니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은 엄마와 아빠 그리고 동생 K군이랍니다. 너무도 당연한 대답입니다. 그리고 나에게도 아빠에게도 소중한 사람은 누구인지 확인을 합니다. 이 책의 교훈은 이것이겠지요.

그런데, 왜 제목을 "내 친구는 누구일까?"로 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이런 당연한 결말을 유도할 수 있다면, "나에게 소중한 사람은 누구일까?" 정도가 맞지 않을지...

 

그리고, 만약 내가 시냇물이라면, 나는 아마도 바다라고 대답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바다는 시냇물이 도달하기 위한 목표같은 것이니까요. 저라면, 나와 함께하는 작은 물고기, 물풀...등 내가 품은 모든 생명들이 소중하다고 답했을 것입니다.

 

내가 만약 달님이었다면, 나에게 소중한 것은 해님이 아니라 밤 하늘에 떠있게 해주는 어두운 밤하늘과 밤하늘에 반짝이는 수많은 별님 친구들이 더 소중하다고 답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어두운 밤길을 용감하게 걸어갈 수 있다며 나에게 '달님 고마워요~' 하며 미소짓는 수많은 동물들이 아닐까요?

 

작가와 나의 생각이 참 다르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던 동화였습니다. 그래도, 작가가 의도한 소중한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것은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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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이 되는 건강한 밥상 만들기 행복 충전소 1
아베 아야코 지음, 김장호 옮김 / 비씨스쿨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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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이 되는 건강한 밥상 만들기'란 제목만 보고 요리책이라고 지레짐작을 했다. 이제부터 가족들의 건강한 밥상을 차리기 위해 비법을 한 번 전수받아 볼까라는 야심찬 기대를 했다. 더군다나 일본사람이다. 세계의 장수국가 중의 하나인 일본. 그네들의 밥상이 궁금했다. 어떻게 요리를 하는지 이번 기회에  제대로 한 번 배워보자라고 결심했다. 그러나, 그러나, 내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요리책이 아니었다.

목차를 봤을 때의 당혹스러움이란.

 

너무나 자주 등장하는 먹거리에 관한 뉴스를 접할 때마다 '그래, 밖에서 절대 사먹지 말자. 정말 해도 너무한다. 세상에 할 짓이 없어서 먹을 것에 장난질을...'하며 비분강개했던 적이 어디 한 두번인가?'  아이들에게 정말 믿고 먹일 만한 음식이 없다. 내 손으로 직접 해먹지 않고서는, 아니 사서 쓰는 식재료도 믿기 어려울 때도 많다.  보약도 먹지 않고, 박카스 같은 피로회복제도 즐기지 않고 오로지 밥이 보약이라고 생각하는 나같은 사람에겐 도움이 되는 책이다. 아니, 정반대인가? 배달음식을 달고 살고, 패스트푸드를 즐기고, 외식을 즐겨하는 사람에게 꼭 읽으라고 권해야 하는 권장도서인가?

 

책은 총 세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약이 되는 야채], [약이 되는 과일], [약이 되는 먹을거리]로 되어있다. 대충 알고 있는 채소와 과일과 먹을거리들이다. 일본인이라 그런가 생소한 것 한 두개가 눈에 띈다. 동아.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그  동아줄도 아닐테고... 파드득 나물도 처음 들어보는 나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즐기는 나물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레이프 푸르츠의 설명은 조금 보강이 필요하다. 단맛이 적은 게 아니고 쓰다고.... 비타민의 보고이고 몸에 좋다는 설명은 옳지만 아무리 몸에 좋아도 먹기 힘든 것중의 하나가 나에게는 그레이프 푸르츠이다.

 

읽고 느낀 점은 역시나 자연에서 난 것들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일이나 야채를 많이 먹고, 어떻게 먹는 것이 좋고, 어떨 때 먹는 게 효과적이다라고 적어놓은 이 책은 부엌에서 심심할 때 하나씩 읽어보면 좋을 듯 싶다.  아쉬운 점은 부엌에 두고 보아야 할 책이니까, 요리 한 두 개가 소개되었다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요리과정을 설명하고 완성된 요리가 사진으로 곁들여졌다면- 한영실의 비타민 밥상처럼 - 좋았을 것을... 

 

덧) 오늘 우리집 Y양과 Y양의 친구네와 비싼 입장료를 내고 **실내 놀이터를 처음으로 갔다. 그곳에서 파는 음식은 정말이지...음식반입도 되지 않으면서, 냉동치킨너겟과 냉동감자 이런 것만 파니....먹이고 싶은 음식이 하나도 없었다. 이 곳 뿐만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절대 먹이고 싶지 않은 음식들을 너무 많이 판다. 이게 문제다.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쓰다보니 갑자기 발끈해진다. 불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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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오드리!
로빈 벤웨이 지음, 박슬라 옮김 / 아일랜드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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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장소설을 자주 읽는 편이다. 아니 10대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들을 챙겨서 읽는 편이다.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우리집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었을 때,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고민하는지를 미리미리 체득하기 위해서이다. 물론 나도 10대를 지나왔고, 아직도 그때의 나를 기억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요즘의 10대 아이들이 나오는 소설을 읽어보면, 세월이 참 많이도 변했구나를 새삼 깨닫는 중이다. 그러면서 단지 소설 속의 이야기는 아닐까? 외국 아이들이니까 그렇지는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가도, 아니야 요즘이 얼마나 빠른 시대인데, 외국이 어디있고 한국이라서 다를 이유가 전혀 없을 거야 라고 결론을 내리지만 소설 속의 주인공을 내 아이로 바꾸어 상상을 하면, 부모인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반문하게 된다. 내가 허용해야 하는 그 또래의 이성친구의 사귐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 아직도 내 머리 속의 생각과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유치원 아이 중에도 닌텐도를 하는 시대인데, 모든 것이 빛의 속도로 변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선, 더군다나 아날로그의 잔재속을 헤매고 다니는 나같은 부모가 최첨단의 디지털 시대를 활보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을 키워내야 하는 요즘의 시대는 좋은 부모노릇하기는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된다.  10대소설을 읽는 이유도 거창하지만, 나는 그런 이유에서 미리 미리- 10년후(요즘은 사춘기가 16세쯤은 아니니까 한 7년쯤 후인가?)에 닥칠 사춘기 아이들과 내가 어떻게 하면, 서로 잘 이해하고 넘길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대비하고 있는 중이다.

 

16세인 오드리는 그저 평범한 고2 여고생이다. 음악을 아주 아주 좋아하고, 밴드의 가수인 에반과 이제 막 헤어진 소녀일뿐이다. 흔하디 흔한 평범한 밴드가 벼락스타가 되었다. 어떻게? 오드리와 헤어지면서 얻은 영감으로 지은 곡이 미국 아니, 전세계를 강타했기 때문이다. 하필, 오드리를 질타하는 "잠깐만, 오드리"가 뜰게 뭐람. 그리하여, 오드리는 어느날 아침 눈에서 떠보니 유명해졌더라는 그 문구를 온 몸으로 체험하게 된다. 수많은 카메라폰과 파파라치, 오드리가 파트타임으로 일하던 아이스크림가게는 그녀의 얼굴을 한 번 보기 위한 사람들로 늘 북적인다. 이제 그녀는 일상이라고 여겼던 지극히 평범한 삶을 침범당하게 된다.

 

이젠 학교생활도 엉망이 되어간다. 하나뿐인 친구와는 자꾸만 어긋나고, 자기의 유명세를 이용하려고 하는 친구들...이젠, 친구들과 떨어져서 정학맞은 학생처럼, 상담선생님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홀로 공부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리고, 그리고, 아이스크림가게에 함께 일하던 키다리 제임스를 좋아하게 되지만, 이젠 설레이는  데이트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처지가 된다. 007작전처럼 치밀하게 계획해서 만나야 한다면... 으윽~ 그건 이미 오드리의 일상이 없다는 것이나 마찬차지이다. 다른 남자와 이야기만 해도, 밥이라도 같이 먹으면, 또다른 데이트 상대가 생겼다며 오드리는 남자를 자주 바꾼다느니, 방탕하다느니 하는 말들이 나올 것은 너무나 뻔하다. 그런 삶을 경험한다면, 다른 친구들처럼 손잡고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좋아하는 음악도 함께 듣고 싶은, 그런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가끔 상상하게 되는 것 중의 하나는 스타와 사랑에 빠지면 어떨까? 하는 것이리라. 멋진 그(녀)가 나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멋지다. 아니면, 어느 날 갑자기 내가(오드리처럼 아무런 이유도 없이) 유명해진다면?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나에게 쏟아진다면? 그런데, 그 상상이 실현된다면? 그 삶이 과연 상상했던 것 만큼 행복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부호로 부터 출발했을 작가의 글은  그건 그저 상상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생각해보라, 내가 동경했던 스타가 나에게 걸어와 넌 정말 예쁘다고 말하며, 달콤하고 열정적인 키스를 한다면 얼마나 근사할까? 그러나, 오드리가 겪은 그 달콤한 상상은 그저 상상일 뿐이다. 동경했던 그 스타의 치졸함을 발견했을 때의 그 씁쓸함이라니....스타는 그저 하늘에 떠있는 동경의 대상으로 바라볼 때가 최고일 것이다.  

 

오드리는 뜻하지 않게 세상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을 받게 되고,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은 기사화되는 현실을 경험하게 된다. 그녀는 에반에게 진심으로 하고 싶었던 말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음으로써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오드리는 그 일을 겪은 후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살아간다는 것, 특히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 사랑과 우정에 대해서도... 제임스의 표현에 따르면,  자체발광하는 밝은 빛을 띄고 있어 오드리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던 그 발랄하고 쾌활한 오드리였던 만큼,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잘 극복하고, 10대를 무사히 마무리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드리~! 세상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변하지 않는 너의 모습이 아마도 너를 사랑스런 오드리!로 만든 건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되는 구나.

 

 

덧글, 내가 나이들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것 중의 하나. 요즘 뜨고 있는 이용대 선수의 살인윙크를 보고 떨리기는 커녕, 우리 아들도 저렇게 컸으면 하는 생각이 들면서 흐믓해 질때. 아주 예쁜 여자를 보면 부럽기보다, 우리 딸이 저렇게 예쁘게 자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 내가 새삼 부모가 되었구나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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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옷을 입은 여인
윌리엄 월키 콜린스 지음, 박노출 옮김 / 브리즈(토네이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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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불평을 좀 해야겠다. 책 한 권이 무려 774페이지이다.  빼곡한 글씨로 꽉꽉 눌러서이다.  빈 여백도 없다. 어디 숨 쉴 공간이 없다. 지하철에서 읽을 수도, 아이가 노는 모습을 지켜보며 놀이터 벤치에서 읽을 수도 없는 두께와 무게이다. 여름휴가길에 읽기에도 부담이다. 여행가방에 넣기에도 부담스런 이 책은 오로지 집에서만 읽어야 한다. 3부로 나뉘어진 책을 상중하 세 권으로, 아니면 상하 두 권으로 나누어졌다러면 아쉬움이 남는다. 더운 날, 이 책과 씨름하느라 - 거짓말 조금 보태서 - 악전고투한 병사처럼 읽었다.

 

사건의 중심에 로라 페어리가 있다. 현재 나이 19세. 그녀에게 정혼자가 있다. 45세 약간 대머리이지만 외모는 준수한 준남작 퍼시벌경. 그러나, 대개의 이야기가 그렇듯이 로라에게는 사랑하는 남자가 있다. 지위는 낮지만 젊고 잘생긴 월터 하트라이트는 로라와 마리안의 수채화를 가르치기 위한 미술 교사이다. 그리고, 로라의 이부자매 마리안 할콤. 로라의 아버지는 부자였고, 마리안의 아버지는 가난했다. 그래서 이부형제임에도 불구하고 로라는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는데다 그녀는 예뻤다. 단, 19세기의 여자들이 대개 그러하듯 수동적이고 유약하다. 마리안은 가난하고, 예쁘지는 않지만, 요즘 시대에나 있을 당차고, 사려깊고 적극적인 여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라와 마리안은 어느 친자매못지 않게 사이가 좋으며, 로라에게 마리안은 어머니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로라와 결혼할 남자인 퍼시벌경은 겉으로 보기엔 흠잡을데 없지만(내 기준으로 보자면 두 배의 나이차이가 난다는 것이 가장 큰 흠이긴 하지만 그 당시에는 자연스런 혼인이었다니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지금 파산 일보직전이다. 그래서인가, 로라가 사랑하는 이가 있으니 파혼을 하고 싶다는 제안을 거절한다. 당연하다, 그는 로라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고 로라의 유산에만 관심이 있으니. 그에겐 로라의 유산만이 유일한 동아줄이다.

로라의 재산을 보자. 남편인 퍼시벌이 로라가 죽으면 받게 될 유산이 2만파운드 (네이버 지식에서 검색해 본 결과로는 20억쯤이란다.) 매년 이자 및 기타수익이 3천파운드(3억이다), 로라의 고모인 백작부인이 로라가 죽으면 받게될 유산이 1만 파운드이다. 자, 지금 곧 파산 일보직전인 퍼시벌과 고모와 고모부인 백작부부. 그들은 1년에 3천파운드로는 해결할 수 없는 지경이다. 돈 나올 곳은 로라의 죽음뿐이다. 그들이 선택할 경우의 수는? 물론, 뻔하다.

 

작가는 그 이야기를 774페이지에 담았다. 지루하진 않다. 그 사건을 여러 사람의 입으로 들려준다.

작가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파헤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건을 여러사람의 시선으로 이야기한다.

로라의 첫사랑 월터 하트라이트,  로라의 언니 마리안처럼 로라와 근접거리에 있는 사람의 시선이 주이야기이지만, 한 발 물러선  삼자인 로라의 변호사나 삼촌 페어리경의 관점에서, 혹은 집을 관리하는 집사나 요리사처럼 자신이 본 장면만 있는 그대로 서술하는 것도 포함되어있다. 사건의 중심인물인 로라와 베일 속의 여인 앤 캐서릿은 화자로 나서지 않는다. 여러 사람이 바라보는 그 모습에서 로라와 앤, 퍼시벌을 그려낼 수 있다.

 

지금의 눈으로는 구식일지 모르나, 그 당시의 시선으로 본다면 꽤 파격적인 소설이 아니었을까? 여기에서 얼마나 많은 추리소설의 변주곡이 나왔을까를 생각하면 책 광고의 자화자찬이 그리 어색하진 않다.

리뷰의 앞머리에서 불평을 하긴 했지만, 두꺼운 책을 지루하게 읽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 다음은 어찌 되었을까 궁금해하면서 읽었다면 200여년도 더 지난 이 책이 아직도 현재의 시선으로도 흥미롭다는 반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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