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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오드리!
로빈 벤웨이 지음, 박슬라 옮김 / 아일랜드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나는 성장소설을 자주 읽는 편이다. 아니 10대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들을 챙겨서 읽는 편이다.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우리집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었을 때,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고민하는지를 미리미리 체득하기 위해서이다. 물론 나도 10대를 지나왔고, 아직도 그때의 나를 기억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요즘의 10대 아이들이 나오는 소설을 읽어보면, 세월이 참 많이도 변했구나를 새삼 깨닫는 중이다. 그러면서 단지 소설 속의 이야기는 아닐까? 외국 아이들이니까 그렇지는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가도, 아니야 요즘이 얼마나 빠른 시대인데, 외국이 어디있고 한국이라서 다를 이유가 전혀 없을 거야 라고 결론을 내리지만 소설 속의 주인공을 내 아이로 바꾸어 상상을 하면, 부모인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반문하게 된다. 내가 허용해야 하는 그 또래의 이성친구의 사귐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 아직도 내 머리 속의 생각과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유치원 아이 중에도 닌텐도를 하는 시대인데, 모든 것이 빛의 속도로 변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선, 더군다나 아날로그의 잔재속을 헤매고 다니는 나같은 부모가 최첨단의 디지털 시대를 활보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을 키워내야 하는 요즘의 시대는 좋은 부모노릇하기는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된다. 10대소설을 읽는 이유도 거창하지만, 나는 그런 이유에서 미리 미리- 10년후(요즘은 사춘기가 16세쯤은 아니니까 한 7년쯤 후인가?)에 닥칠 사춘기 아이들과 내가 어떻게 하면, 서로 잘 이해하고 넘길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대비하고 있는 중이다.
16세인 오드리는 그저 평범한 고2 여고생이다. 음악을 아주 아주 좋아하고, 밴드의 가수인 에반과 이제 막 헤어진 소녀일뿐이다. 흔하디 흔한 평범한 밴드가 벼락스타가 되었다. 어떻게? 오드리와 헤어지면서 얻은 영감으로 지은 곡이 미국 아니, 전세계를 강타했기 때문이다. 하필, 오드리를 질타하는 "잠깐만, 오드리"가 뜰게 뭐람. 그리하여, 오드리는 어느날 아침 눈에서 떠보니 유명해졌더라는 그 문구를 온 몸으로 체험하게 된다. 수많은 카메라폰과 파파라치, 오드리가 파트타임으로 일하던 아이스크림가게는 그녀의 얼굴을 한 번 보기 위한 사람들로 늘 북적인다. 이제 그녀는 일상이라고 여겼던 지극히 평범한 삶을 침범당하게 된다.
이젠 학교생활도 엉망이 되어간다. 하나뿐인 친구와는 자꾸만 어긋나고, 자기의 유명세를 이용하려고 하는 친구들...이젠, 친구들과 떨어져서 정학맞은 학생처럼, 상담선생님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홀로 공부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리고, 그리고, 아이스크림가게에 함께 일하던 키다리 제임스를 좋아하게 되지만, 이젠 설레이는 데이트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처지가 된다. 007작전처럼 치밀하게 계획해서 만나야 한다면... 으윽~ 그건 이미 오드리의 일상이 없다는 것이나 마찬차지이다. 다른 남자와 이야기만 해도, 밥이라도 같이 먹으면, 또다른 데이트 상대가 생겼다며 오드리는 남자를 자주 바꾼다느니, 방탕하다느니 하는 말들이 나올 것은 너무나 뻔하다. 그런 삶을 경험한다면, 다른 친구들처럼 손잡고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좋아하는 음악도 함께 듣고 싶은, 그런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가끔 상상하게 되는 것 중의 하나는 스타와 사랑에 빠지면 어떨까? 하는 것이리라. 멋진 그(녀)가 나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멋지다. 아니면, 어느 날 갑자기 내가(오드리처럼 아무런 이유도 없이) 유명해진다면?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나에게 쏟아진다면? 그런데, 그 상상이 실현된다면? 그 삶이 과연 상상했던 것 만큼 행복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부호로 부터 출발했을 작가의 글은 그건 그저 상상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생각해보라, 내가 동경했던 스타가 나에게 걸어와 넌 정말 예쁘다고 말하며, 달콤하고 열정적인 키스를 한다면 얼마나 근사할까? 그러나, 오드리가 겪은 그 달콤한 상상은 그저 상상일 뿐이다. 동경했던 그 스타의 치졸함을 발견했을 때의 그 씁쓸함이라니....스타는 그저 하늘에 떠있는 동경의 대상으로 바라볼 때가 최고일 것이다.
오드리는 뜻하지 않게 세상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을 받게 되고,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은 기사화되는 현실을 경험하게 된다. 그녀는 에반에게 진심으로 하고 싶었던 말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음으로써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오드리는 그 일을 겪은 후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살아간다는 것, 특히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 사랑과 우정에 대해서도... 제임스의 표현에 따르면, 자체발광하는 밝은 빛을 띄고 있어 오드리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던 그 발랄하고 쾌활한 오드리였던 만큼,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잘 극복하고, 10대를 무사히 마무리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드리~! 세상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변하지 않는 너의 모습이 아마도 너를 사랑스런 오드리!로 만든 건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되는 구나.
덧글, 내가 나이들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것 중의 하나. 요즘 뜨고 있는 이용대 선수의 살인윙크를 보고 떨리기는 커녕, 우리 아들도 저렇게 컸으면 하는 생각이 들면서 흐믓해 질때. 아주 예쁜 여자를 보면 부럽기보다, 우리 딸이 저렇게 예쁘게 자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 내가 새삼 부모가 되었구나를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