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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능선에 서면
남난희 지음 / 수문출판사 / 199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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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 사람이 얼마만큼 가능한 일을 할 수 있는가는, 해보지 않고서는 절대 모른다! 지금 누군가-나에게 백두대간을 건너라하면 걸을 수 있을까? 나는 온갖 핑계를 되며 그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려 할 것이다. 이는 할 수 없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미 도망갈 계책을 찾고 있음에 나타난다. 그러하지 않고 '가겠다'면 어떠한 길이든 찾게 될 것이다. 궁즉통, 궁한면 통한다고 했던가. 나는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만큼 인가를 지은이의 글을 읽고 곰곰히 생각해 본다.
이십대 중반, 여성, 그리고 계절은 한 겨울이며, 날짜는 두달이 넘게 걸린다. 길 위에는 혼자이며, 일주일에 한번의 지원부대 도움밖에 없는 길.
그는 당당히 이 길 위에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왜 걷는가'에 대한 수 많은 물음과 회의, 두려움과 외로움, 눈물 그리고 지원부대의 만남에 오는 설레임, 헤어짐 뒤에 오는 미칠 듯한 씁씁함. 그는 혼자 걷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우리나라 아름답네, 아름답네'라고 말한 어떤 이의 글은 미문(美文)이다. 홀로 걷는 지은이에게는 여유가 없다. 아름다움에 대한 공간을 담지 못하고, 가야하는가에 대한 회의와 맹목적으로 그를 돕는 이에 대한 부단감만 짐지워져 있다. 지은이는 미칠 듯한 외로움과 고통 속에 산길을 걷는다.
어떠한 아름다운 문체를 구할 수 없다. 화장을 하고 곱게 드러낸 얼굴도 없다. 오직 아름다움이란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책임감 속에 일을 마무리하는 자아만 있다. 이는 아름다운 문체 보다 화장한 얼굴보다 더 아름답다. 사람이 아름다워질 수 있는 것은 나에 대한 무게에 억눌리지 않고, 당당히 맞써 이겨낼 때 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은이의 글은 아름답다.
70여일 넘게 부산 금정산에서 설악까지 걷는 미친 행위의 계획은 무모했고, 그의 걸음걸이는 요감했다. 설악에서 한 없이 우는 그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나는 길을 걷지 않고 얼마나 많이 돌아왔던가. 나는 해 보지 않고 할 수 없다고 얼마나 많이 주저 안았는가. 그의 글은 역사적 기록을 넘어서, 한 인간의 존엄성과 고귀함, 자연에 대한 생각이 담겨져 있는 보배이다.
조금 아쉬운 점은 시간이 지난 다음에 쓰여진 글이기에, 걷고 나서 그의 마음과 몸이 어떻게 달라졌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는 점이다. 이는 목적에 대한 결과를 요구하는 듯 하지만, 여유없게 걷는것에만 집착하니 주위를 둘러볼 수가 없는 한계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세월이 많이 지났으니,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려달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