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
프랭클린 포어 지음, 안명희 옮김 / 말글빛냄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축구 좋아하시나요?
세계화, 어떻게 보시나요?
축구는 좋아하지만 세계화에는 관심이 없다구요?
세계화는 비판적으로 읽어내려 하지만 축구는 나처럼 모른다구요?

축구를 통한 세계화, 어떻게 궁합을 맞출 것인가?

다시 월드컵 경기가 전세계(?)를 뜨겁게 한다. 그 가운데 우리나라도 있다. 5.31의 지방선거는 그렇고 그런 인물이 나와, 보름동안 '국민을 위해'라고 고개 숙이고, 다음날은 뒷간 갔다 온냥 싹하고 돌아서버린다. 하지만 축구는 어떠한가. 그네들은 한결같이 열심히 뛴다. 정치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그들은 운동장에서 싹 가시게 한다. 축구는 정치처럼 머리를 아프게 하지 않고, 둘이 셋이 뭉쳐서 '대~한민국!' 외치면, 처음 만난 이도 '우리가 남이가'라며 동질감을 묶어낸다.

4년 전, 한국은 월드컵으로 하나되었다. 그 누구도 예상 못한 '신화'같은 일이 벌어졌고, 대한 사람들은 크게 환호했다. 그리고 그 달에 효순이 미선이가 미군 탱크에 깔려 짧은 생(生)을 마감했다. 작은 땅, 한국에는 두 개의 신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하나는 민중을 들뜨게 했으며, 하나는 민중으로부터 외면을 당했다. 다시 월드컵이 벌어진다고 한다. 나는 월드컵이 벌어지면 4년 전의 신화 같은 일 앞서, 나 보다 짧게 살다간 동생 같은 두 명의 학생을 기억한다. 월드컵이 벌어질 때 마다, 2002년 6월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기억의 되새김질은 나와 나 아닌 다른 사람과의 괴리감을 낳을 것이다. 어쩌면 이런 면에서 축구는 거대한 블랙홀이 아닐는지…….

축구는 과연, 어떻게 세계를 규율하는가?

지은이는 나와는 다르게, 무지 축구를 좋아하나 보다. 그는 유럽 어느 나라 축구구단의 이야기를 전설같이 풀어낸다. 스코틀랜드에서 벌어지는 셀틱과 글레고스 양측 대립을 종교적 원인으로 읽어내고, 독재정권이 어떻게 축구를 통해 시민을 하나로 묶어내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또한 열광적인 응원을 보내는 사람을 만나 흥분의 도가니로 몰고 가기도 한다.

그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진척이 없다. 구단의 대립을 통한 역사적 이해를, 다른 몇 몇 나라를 통해 읽어낸다. 여기에는 한정적 지역공간이 존재한다. 즉 유럽 모퉁이의 어느 나라이지, 전지구적 공간으로 확대되지는 않는다. 이렇게 축구 구단과 역사적 이해를 통해 축구가 세계를 지배하는 이유를 추적한다, 추적한다?

지은이는 직접적으로 축구가 세계화를 어떻게 장악하는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구단을 통한 추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취하되 취하지 않아야 하며, 지루하게 끊임없는 물음이 필요하다. 그처럼 너무 빠져버리면 헤어나지 못하고, 나처럼 축구를 '발로 차는 것' 정도로만 안다면 구단사(史)만 읽을 어리석음에 빠질 수가 있다.

아래에, 어제 읽은 신문기사를 옮기며 글을 마감한다.
(지은이는 축구 구단의 갈등을 읽을 줄 알지, 이외에는 눈감고 있음이 안타깝다)

출처: 프레시안

축구공 꿰매는 아이들 - 파키스탄 씨알콧
  
축구공은 가죽 조각을 손바느질로 이어 붙이는 수작업을 통해 완성된다. 그동안 축구공 생산은 경제논리에 따라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개발도상국의 아동노동을 착취해 악명이 높았다. 비난 여론이 일자 1999년 FIFA는 강요되거나 구속된 노동 혹은 아동 노동으로 생산된 축구공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정식 생산현장이 아닌 중간상인을 통한 생산은 통제하기가 어려워 여전히 많은 아동들이 축구공을 꿰매고 있다.

파키스탄의 씨알콧은 대표적인 축구공 생산지역으로 파키스탄 축구공 생산의 무려 75%를 차지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브랜드만도 전 세계 50여 개에 이른다. 수 만 명으로 추정되는 씨알콧의 아동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8~9시간을 일하고 있고 그 중 30%는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일하고 있다. 이 지역은 가난하기도 하거니와 교육의 질도 낮아 아이들을 무리해서 학교를 보내기 보다는 기술을 배우게 하는 것이 낫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이러한 씨알콧 지역의 참상이 알려지면서 서구 사회의 압력으로 파키스탄 정부와 단체들도 아동노동 근절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 시기에도 여전히 씨알콧 지역의 아동착취 축구공 생산은 악명을 떨쳤다. ILO나 유니세프와 같은 국제연합(UN) 기관들과 국제 언론, '아동노동을 근절하기 위한 세계행진(Global March)'과 같은 시민사회단체들이 나섰고 '축구공 프로젝트'를 실시해 '바느질을 멈추고 학교로'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축구공을 생산하는 아이들을 극한 빈곤으로부터 탈출시켜 학교로 돌려보내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여전히 노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아동들이 많지만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린 가운데 씨알콧은 대안을 찾아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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