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땡하고 문 열면 '쾅'하고 찍고
나서야지 하면서도 뭉그적 뭉그적.

5분만, 5분만하며 반 시간을 채우고 대문을 나선다.

나는 6시가 조금 지난 아침에 고샅을 지난다. 아직 7시가 되지 않았으니, 5분만에 끝내고 출근해야지 하며 내 유년시절의 놀이터, 초등학교(투표소)로 들어간다.

'어 근데, 이게 왠일이야!'

내가 사는 동네는 시골이다. 머리 좋고, 몸 좋고 나이 젊은 이들은 서울, 서울하며 올라가 버리고 나이든 어른신들이 햇볕을 동무삼아 무논에서 수군파(삽) 한자루르 들고 아침을 맞이하는 것 정도는 안다. 하지만 오늘은 삽 대신에 깔끔하게 차려입고, 신분증과 도장을 하나씩 들고 줄을 서 계신다.

할머니 할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 할아버지, 아주머니, 아저씨....

적어도 지천명이 최하한선이고, 이순이 평균선인 듯 해 보인다. 젊은이들은 어디서 무얼하고, 허리가 구부러진 어르신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이렇게 아침 일찍 나왔는가.

나는 서서 30여 분 째 생각을 해 본다.

우리 동네를 지키는 건, 말 잘하는 정치인도 머리에 든게 만 젊은이도 아닌, 묵묵히 논밭, 무논에서 일하시는 울 어머니 아버지가 아닐까고...

며칠 전 부터, 투표하러 가까마까 고민했던 흔적들이, 아침 풍경에 밀려선다. 아침 일찍 오기를 잘 했다.


여섯시 십분쯤되었나.... 삼십여분을 기다렸다.


운동장에 아침해가 곱게 내려앉는다.


늙은 나무는 지난 시절의 나를 보고, 어른이 된 나를 묵묵히 본다.
지나가는 이가 이 나무 그늘에서 쉴 때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내 부끄러움이 아니길 간절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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