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말이고 해서 오랫만(?)에 집에 들어간다.

나는 집에서 회사를 다니는 것이 아니기에 일주일에 한 두번 정도 들어가곤 한다. 그러니까 오늘은 금요일이고, 동생도 일찍 집에 들어왔고, 축구도 한다.

"통닭하고 맥주 한 병 사 가까?"

술을 딱히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 같은 날은 통닭을 시켜 맥주를 먹으며, 응원을 해야 한다는 주위의 흥에 나도 모르게 전염이 되었다. 집에는 동생도 있고, 엄마가, 엄마가 문제인데....

어머니는 저녁 아홉시를 넘기시지 못한다. 내일 아침 일찍 고추밭에 일하러 가야하기 때문이면서도, 하루 일의 피곤함에 많이 지쳐있다. 아침 일찍 나가 저녁 여섯시에 들어와, 다시 밭에서 잔일을 보태고 집에 들어와서 저녁이며 빨래 등 잔설거리를 하신다. 이렇게 저녁에 들어와 이것저것하면 밥먹고 곧바로 주무시는게 일상사이다. '오늘은 축구를 하니, 잠시 깨워볼까'라며 생각하고 집에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동생은 옆집 할머니가 놀러 오셨다가 금방 가셨기에, 어머니가 아직 주무시지 않고 있단다. 나는 얼릉 통닭을 사서 집으로 간다하고 전화를 끊었다.

할머니가 가시자 마자 누워버린 엄마를 아들이 다시 깨운다.

"엄마 통닭 묵고 자라"

축구도 하니, 구경하면서 천치히 드시라고 하니, 잠자리에서 일어나 맥주 한잔을 단숨에 들이커고 제자리에 누워버리신다. 동생과 나는 엄마 머리맡에서 통닭을 먹으면서 티비로 축구를 구경한다. 동생은 내가 알지 못하는 축구 선수를 무슨 연예인 이름 부르듯이, 줄줄 꿰어낸다. 나에게는 모두가 낯설다. 월드컵 경기 때에만 티비를 보는 내가 아직 열리지 않은 경기에 관심을 가지기에는 부담스럽고, 할머니가 왜 왔냐고 물어보니, 선거 때문이라다. 나는 그렇구나라고 생각하며 축구를 보다, 심심하여...

"이게 머꼬?"

저 만치 구석에 있는 우편물을 꺼낸다. 혹시나 길잃은 연애편지가 들지 않았나라며... 선거 홍보물이다. 채 일주일을 남겨두지 않고-수요일이 선거일인데, 금요일에 집에 들어왔다. 열흘은 그냥 흘리고, 닷새를 남겨두고 홍보물을 날리다니... '나 만큼 부지런한가 보다'라고 중얼거린다.

"이번엔 여섯명, 여섯명 찍어야 한데이. 누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내 참!"

잠자는 줄 알았던 어머니가 벌떡 일어나, '네 명이라 카든데'라고 말하신다. 어머니는 고추밭에서 아주머니들이 하는 소리를 어깨너머로 듣었는데, 분명 '4명'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하신다.

"이번엔 시장, 시의원, 비례대표 시의원, 도지사, 도의원, 비례대표 도의원 이렇게 여섯명 뽑는다"
"비례대표라 카는게 머꼬?"
"그게 있다 아이가"


이래저래 설명을 해도 어머니는 말을 들을 수록 헤갈리신다고 하신다. 나도 비례대표, 비례대표 말로는 듣었지, 비례대표가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른다. 동생은 내일 홍보 벽보를 보며 가르켜 줄테니, 오늘은 잠자라 한다.


2.
이번 선거는 총 여섯명! 1차 투표에서 3명, 2차 투표에서 3명. 1차에서 시장, 시의원, 비례대표 시의원 그리고 2차에서 도지사, 도의원, 비례대표 도의원을 합하여 총 여섯명을 뽑는다. 하지만 투표날만 알고 있지, 투표소가 어디며 누가 나왔는지에 대해서도 정확한 정보가 없다. 또한 1번 2번 다음에 왜 6번인지 7번이 나오는지, [2-가], [2-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대해서도 말해 주지 않는다. 과연 그들이 어떤 일을 하며, 4년 동안 어떤 정책을 하는지도 알지 못한다. 홍보 방송만 듣고 있으면, 대통령이 못하는 일을 시장이 다해주고, 시장이 못하는 일은 '시의원'이 다 해낼 수 있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정작 누가 나왔는지.... 우리 집하고는 반나절이나 멀리 떨어진 서울 동네 시장의 이름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나오고 밤에는 무슨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서 정책의 타당성을 비교분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동네 후보 시장님은, 시의원님은... 어디에 있는가? 주객이 전도 된 것은 아닌지...

오늘 상암벌에 6만명이 모여 대한민국을 외쳤다고 하는데.. 그곳에는 감정적인 대한민국이 모여 뜨거운 정(情)을 나누었는지 몰라도, 냉철한 이성으로 정책을 비판적으로 보는 눈(目)은 없다. 조금 엉뚱한 생각을 해 본다. 공설운동장에서 합동 연설회를 하면 오늘처럼 모일까? 반이라도 모일까? 왜 운동장에서 합동 유세는 안되는 걸까? 운동장에서 안하니,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확성기로 동네를 들었다 놓았다 한다. 오죽하면 소음이라고 민원까지 나오지 않는가.

동생은 이번 선거날에 놀러간다고 한다. 하지만 네 명을 뽑는 것만으로 알고 계시는 우리 어머니는 투표하러 가신단다. 젊은이는 정치에 관심이 없고, 우리 어머니는 투표하러 가는데, 막상 몇 명을 뽑아야하는지 모르신다. 고추밭 아주머니처럼 마음에 드는 한 번에 몰표'다라라~~' 찍어야 되나라고 묻는다. 티비에서는 무조건 투표하라 한다. 또한 투표하면 '떡'도 줄라한다.

무엇을 주기 때문에 투표를 하러 가는 건, 종을 치며 밥 준다는 것을 알고 달려오는 뭐시기하고 뭐가 다른가. 우리의 주권을 우리가 내세워야-목소리를 높여야 하지 않은가!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투표에는 [주민 소환제]라는 화두가 걸려있다. 2007년 7월 1일부터 유권자의 10% 이상(시, 도지사), 15% 이상(기초단체장), 20% 이상(지방의원)이 찬성을 할 때, 소환 대상자는 유권자 3분의 1 이상 투표, 과반 찬성이 나오면 즉각 해임이 가능하다. 지방자치 12년! '주니깐 부패밖에 없다', '너희 나라는 아직 민주주의가 이르다'라는 비아냥만 들어야 하는가? 내가 냉철한 비판의식을 가지고 있을 때에, 어느 누구도 함부로 할 수가 없다.

희망은 내가 버리지 않는 한 결코 나를 떠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발로 차버리면 그는 저 멀리 날아가서 쉬이 돌아오지 않는다. 지금 우리는 우리 몸에 붙어있는 희망을 때어내려 하는가, 붙잡으려 하는가?

어젯밤 축구가 계속 맴돈다. 우리는 축구에 토해내는 그 열정, 십분의 일 만이라도 정치쪽으로 방향을 돌릴 수가 없는가? 정부에서는 '떡'줄 생각을 하지 말고, 투표를 어디에서 어떻게, 그리고 새로 바뀐 정책과 주민 소환제의 의미를 알려주어야 할 것이다. 어쩜 정부도 축구에 흥미가 더 가 있는 것은 아닌가?

축구만 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모두 심판이자 감독이며 코치라고 했다. 하지만 선거 때만 되면 모두 국외자가 되어 강 건너 불 구경 하듯이 한다.

이번 수요일의 지방 선거는 총 여섯명을 뽑으며, 내년 7월 1일에는 주민소환제가 시행된다. 시장을 뽑아 놓고 내 몰라라 하는게 아니라, 우리의 의지로 경계, 비판할 수 있음을 명심하고, 소중한 한표를 행사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번 선거일은 선거일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다.

나는 내 소중한 한표가 허튼길로 나갈 때에는 다시, 주민 소환제를 통해 엄중한 비판을 가할 것이다. 희망과 진보는 내 의지에 의해 나아가는 것이지, 다른이가 밀어주는 것이 아님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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