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토이, 지구를 인터뷰하다 - 태양, 물, 바람과 함께하는 좌충우돌 생태 여행
리오넬 오귀스트.올리비에 프뤼쇼.토마 가이 지음, 고정아 옮김 / 효형출판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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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어디론가 떠난다는 것은 나를 버리는 것이다. 내 눈을 가지고 그곳에 가서 무엇을 찾는다면, 내눈에 담긴 자화상만 담게 된다. 하지만 나를 버리고 그곳에 서면, 자연이 건내는 수많은 모습을 담게 된다. 이토록 여행이라는 것은 무엇을 담는 여정이라고 할 수가 있다.

지은이도 여행을 한다. 그들의 목적은 지구를 한바퀴 돌며, 대안적 문제-환경 단체를 만나 화석 연료를 대체하고 자연친환경적인 에너지를 탐구한다. 책에 갇힌 이론서가 아닌, 현장에 가서 그들을 만나 사람과 이야기 나누며 토론하는, 이 얼마나 가슴설레이는 여행인가! 지은이가 담을려고 하는 여정의 기록은 어느정도 구체성도 띄고 있다. 그럼 그들의 여행을 따라가볼까.

나는 두 가지에 가슴 설렌다. 내가 꿈꾸는 여행을 그들이 먼저 한 점과 환경단체를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을까하는 점이다. 여행은 규칙이 없다. 밥 먹는 것도 잠자는 것도, 오줌 주는 것도 정해진 시간이나 장소가 없다. 더구나 사람과의 만남은 전혀 생각밖의 일을 만들어 내고, 떠나기전에 무수히 기록하고 기획한 금(線)은 지렁이를 몇 마리나 불러오곤 한다. 이렇게 변수가 많기에, 때때로 놀라곤 하면서 나름대로 적응을 해간다. 그리고 환경단체를 만나 직접 보고 내가 묻고 싶은 물음을 하고 그들과 토론을 한다. 전지구적인 생각으로 시야를 넓혀가며, 대안적 생태를 궁리하고 나중에는 내가 선 땅에 집을 짓는다. 눈에 담는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환경단체들은 나에게 선생이 되어 소중한 경험을 들려줄 것이다. 이는 돈으로 혹은 책에서 구할 수가 없는 산 지식이다.

지은이는 이렇게 말한다.

"40여개 이상의 환경단체를 만나며 느낀 점이나 미래에 대한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309쪽)"

솔직히 부럽다. 40여개의 환경단체를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그들은 어떤 비전을 가슴에 품었을까? 하지만 내가 이 글자가 나오는 동안 읽는 내내 지은이는 지루한 여행기만 늘어놓는다. 즉 그들은 에코토이라는 자동차를 타고 환경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또한 삶에 대한 성찰은 없으며, 무지개 보다 고운 풍경은 '좋다'라고 동의 반복으로 모든 색과 빛을 드러낸다.

자동차의 매연 연기는 빼고서라도, 자동차는 문명의 이기가 지니는 닫힌 공간의 상징성이다. 즉 그들은 편리성과 시간 때문에 그렇게 하였다고 할지라도 자동차 바퀴에 깔린 수많은 생명을 인지하지 못한다. 아울러 자동차는 문을 닿으면 내 안의 공간을 만든다. 즉 바깥과 안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나와 타자를 구분한다. 내가 자동차에 내리지 않는한 자연과 사람은 내게 다가오지 않는다. 자동차 안에서 지나가는 풍경을 보며 곱다라고 할 수가 있다. 이는 눈에 보이는 부분이기에... 하지만 사람은 이렇게 쉽게 말할 수가 없다. 사람은 겪어야 그 맛을 알 수가 있다. 지은이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 아무런 고민이 없다. 그들은 자동차가 없기라도 하면, 지구에 구멍이라도 난냥 호들갑과 전전긍긍을 한다.

"이런 우울한 풍경 앞에서, 가까운 미래에 지구 전체가 이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52쪽)"

사막을 자동차로 건너며, 지구 전체가 사막화 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솔직히 이건 코미디다. 패스트푸드를 먹으며 지구를 걱정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자동차를 타고 여행을 하며, 지구의 사막화를 걱정한다. 나는 이런 부분에서 지은이의 세계관을 훔친다.

'그들은 40여개 이상의 환경단체를 만나서' 얼마만큼의 이야기를 들었는지 몰라도, 진정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정담(情談)을 나누지는 못했으리라 짐작하는 이유가 위와 같다. 무지개 보다 고운 풍경이 '곱다'라는 이유로 줄서는 이유도 이와 같지 않을까.

앞서서 말했지만 환경단체와 나눈 이야기는 몇 몇, 아주 사소한 일상이며 정작 중요한 것은 그들의 여행담이다. 즉 우리는 환경을 생각하는 여행을 했다며 소리치고는, 우리의 여행담을 들어주세요라고 말한다. 화려하게 옷을 입고 나를 유혹한다. 그러나 조용히 도서관에 앉아 그와 알몸으로 이야기를 나누니, 지루한 여행기가 아닌가. 이런 Љ장!!

봄에 본 뱀의 다리, 잠시 그 이야기를 하려한다. 지은이들의 기획은 정말로 부럽다. 하지만 여행기 따로 연구 보고서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안적인 문제에는 접근이 눈꼽만큼 있다. 즉 에코토이를 타고 간 1년 동안의 여행기라는 말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하지만 여행기는 여행기인데 설레임이 없다. 너무나 지루한 여행기다. 왜 그럴까? 그리고 숱한 낯선 이름에 그림(지도)하나 없음은 예의가 아니다. 나는 분명 대안적 물음으로 그 답을 찾아나선 지은이를 본 것이 아니라, 그들의 여행 추억만 잠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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