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실 기록문화의 꽃, 의궤 테마 한국문화사 5
김문식.신병주 지음 / 돌베개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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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말을 들어본 기억은 없다. ‘아마 고등학교 국사 시간에 깊은 잠을 청하지 않았나’하는 흐릿한 기억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나는 의궤를 알지 못하고, "어, 이 그림은 많이 보았는데……."라며 그림을 손가락으로 짚어본다. 즉 의궤에 담기 '반사도'라는 그림은 낯익지만 '의궤'라는 단어는 낯설게 다가온다.

이런 내 모자람은 지은이는 아는지 처음부터, 의궤에 대해 차분하게 설명을 해 준다. 그는 국사 시간에 졸았던 학생이 많은 것을 아는지 자세하고, 이것요것저것 자세한 설명을 해 준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아~~ 이게, 의궤구나'라고 거푸집을 짓는다.

의궤와 비슷한 책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는 조선시대 살았던, 선비로서 홀로 벼슬을 하며 기생집에 가지 않았다고 마누라한테 편지를 섰지만, 되로 주고 말로 받은 이다. 그는 어떤 일이건 자세하게 기록하였으며, 그의 일기 들어있는 글을 나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일기나 개인의 사적인 기록이라면, 의궤는 공적인 기록이라 하면 틀린 말일까? 틀려도 할 수 없다. 누군가가 ‘니가 아는 게 사실이 아니다’라고 할 때 까지, 잠재적 정답으로 곁에 둔다.

지은이의 의궤에 대한 설명은 자세하지만 지루하다. 하품이 몇 번이고 나를 불러들이지만 나는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티비 책을 말하다] 선정 도서이기 때문…)으로 책장을 넘긴다. 이렇게 지루하게 넘기니, 솔직히 글이 쏙쏙 달려와 안기는 것은 아니다. 내 눈은 먼 산을 더듬듯 글을 읽어가곤 하는 것이다. 꾹 참고 눌러가면서, 나는 우리 조상들의 철저한 기록과 유산에 대해 가히 존경을 표한다. 어느 누가 이렇게 상세하게 글로서 적고 기록할까? 왜 그렇게 했을까? 그(지은이)는 임금에 대한 감시의 기록을 통해, 임금의 경계를 지운다고 한다. 하지만 읽지 않고, 가만히 서고에 보관만 한다면… 감시와 성찰일 수가 있을까? 기록에 대한 감탄할 말한 보고라고 느껴진다. 그렇지만 남는 문제는 과연 언제 볼 것이기에 저렇게 꼭 꼭 묶어 두었는가 하는 문제… 조상을 공경하고, 후손을 두려워하는 자리에 앉아있다면…

나는 의궤에 무서울 정도의 기록이라는 점을 짐작하지만 지은이의 글쓰기가 너무 지루하고, 내가 좋아하는 반차도에 대해서는 깊이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다.

문득 책을 읽어가다, 산으로 올라간 배를 보기 위해 정동진 산길을 걷다 담에 빼곡히 적힌, 춘천 어느 역 기둥에 적힌 수많은 기록은, 혹시 버릴 수 없는 '조선인(人)의 원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지은이는 전신사조(傳神寫照)라는 말을 쓴다. 즉 "형상을 통해 정신을 전한다“(250쪽) 간혹 명절이나 기념일에 들려오는 소리는, 마음에 우러나지 않는 제사는 필요 없다, 마음이 가야지 몸만 가면 안된다라는 말을 통해 형식의 구속에서 벗어나려는 이야기다.

조선 시대에 형식에 너무 얽매였다면, 오늘은 자율에 너무 얽매였다. 형식의 상징적인 의미를 이해하지 않고 마음이 안 간다는 말로서 그들의 자율을 합리화하는 이야기가 난무하는 게 아닌지… 행복해서 웃는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는 어떤 이의 말과 같이 형식과 내용은 서로 조율되어야 하지 않을까?

너무나 지루한 책이지만,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대해 오늘의 나와 우리나라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다시 읽으라고 말한다면, 그냥 별을 불러서 밤을 청할래…….


한줄 요약 : 지루한, 의궤에 대한, 기본 설명의 평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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