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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밖 지리여행
박병석, 노웅희 지음 / 사계절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여행을 하는 동안, 국립공원이며 산을 많이 올랐는데... 항상 허전함은 내가 어디에 서 있는가라는 의문이였다. 이런 의문은 산맥으로 풀리지 않고 백두대간이라는 우리나라 산경표에 기록된 지리를 보곤 답을 찾곤 했다. 하지만 백두대간을 보았다고, 산이 사람에게 미친 영향까지 읽어내기에는 내 머리가 작다. 산이 과연 인간에게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면서 책을 찾다가 지난 책을 한 권 집었다.
지은이는 "땅과 시람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산과 강이 어울려 거기 기대어 사는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강은 사람을 흐르게 하고, 산은 사람을 막는다. 강이 동질성을 품는 동안 산은이질성을 키운다(16쪽)"는 화두를 꺼낸다.
'강은 사람을 흐르게 하고, 산은 사람을 막는다' 이는 말에서 자연스레 베여있다. 내가 사는 밀양과 청도의 말이 다르고, 대구와 포항의 말이 다르다. 하지만 내가 아는 것은 말 뿐이지 않은가? 좀 더 많은 것을 듣으려 한다.
지은이는 교과서에 알려주지 않는 지리 이야기를 들려준다.(나는 분명 산맥으로 배웠다) 그는 백두대간을 이야기하고 강을 이야기 한다. 우리나라의 70%가 산이라 했던가, 산은 늘 우리 집 뒤에 있으면서 사람들을 특징 지운다.
해발 600m 고지대인 지지리라는 마을은 장수(이십리), 함양(사십리)에 장보러 가는 것이 아닌, 남원(육십리)에 간다. 남원까지는 강을 따라 가지만 장수와 함양은 큰 산을 넘어여 하기 때문에 건너지 못하는 것이다. 거리 보다 높은 산이 마을을 갈라 놓았다.
이렇게 지형이 만들어 내는 구조는 작지만 다양한 문화적 층위를 표현하게 했다. 다른 한편 지은이는 거대 압력국가에 대해 정확한 실체를 보자며 접근한다. 그는 UR라운드 타결로 인해 쌀 수입이 개방되게 되면 농촌이 큰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 말한다. 또한 용산 미8군 기지로 인한 피해, 일제의 왜곡된 역사의 휴유증에 대해서도 바로잡히길 바란다. 즉 우리나라 왜곡된 대간의 이야기부터 시작된 글은 일본의 왜곡, 압력국가 미국에 대한 시선 등으로 넓혀지고 있다. 이렇게 시선이 넓어지다 보니, 자연히 우리나라 지리에 대한 총체적 접근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나름대로의 정리와 나눔이 설정되어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지리에서 세계적인 문제까지 이어가는 점은 자칫 깊이의 부족과 산만해 보인다. 그의 비판적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여 하지만 지은이의 서문에도 밝혀듯이 어른이 보기에는 조금 부족함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 백두대간의 개념 정리하는 수준과 미국의 쌀 정책, 일본의 왜곡된 강요 등은 새겨볼만 하다.